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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판타지가 어렵다고?!

주일이 부활절이고 해서 교회의 한 청년이 자기 룸메이트가 부활절 휴일이라고 (프랑스는 부활절 주일이 있는 월요일에 쉰다) 부모님 뵈러 가서 집이 비었다고 하며 청년들을 다 초대했다.

토요일 내내 음식을 장만했다는데 혼자서 그 양을 어떻게 다 했는지 자그마치 14명이 먹고도 남았다. 물론 모두 여자여서 (우리 교회 청년은 전부 여자다. ㅠㅠ) 적게 먹은 것일 수도 있긴...

아니다. 여자라고 적게 먹지도 않으니 걔가 준비한 양이 넉넉했던 것이었다.


암튼, 그렇게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던 중에 한 아이가 (아이라고 하니까 어리게 들리는데 전부 대학 다니거나 졸업 후에 온 청년들이다. 나보다 나이가 적어서 아이라고 하는 거지... ㅡㅡ;) 소설 연재 잘 하고 있냐고 물었다. (청년부 모임 할 때 얘기를 해서 모두 내가 글을 쓴다는 걸 잘 안다. 그러면서 읽으러 와준 사람은 3명정도밖에 안 된다. ㅠㅠ)

그래서 난 뭐, 공모전은 이제 관심없고 그냥 읽어주는 분들이 계셔서 연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하는 말이 판타지는 다른 소설보다 어려워서 읽기 힘들다고 했다.


...으잉? ㅇㅅㅇ??? (분명 그때 내 표정 이랬을 것이다.)

판타지가? 오락거리로 치부될 정도로 쉽게 쓰인 장르 소설이???


황당해진 나는 어떤 점에서 어렵냐고 물었고, 걔는 세계관 설명이나 이런 걸 기억하면서 읽어야 이해할 수가 있어서 어렵다고 했다... 에세이는 읽기 쉽다면서.

...에세이가 더 어렵지 않나? 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현실이니 확실히 세계관이 새롭진 않은 글이었다.

그래서 웹툰이나 애니는 그림으로 나타나니 판타지가 재밌지만, 글은 그런 점이 힘들어서 작가들도 쉽게, 차츰 익숙해지게 풀어서 쓰려고 애쓴다고 했다.

그리고 적어도 내건 읽기 쉽게 적힌 글이니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이해하기 쉽게 지도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어렵진 않을거라며... (그렇다고 읽을 것 같진 않다. ㅋㅋ)


그렇게 대화를 마쳤지만...

판타지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어려워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도 드래곤 라자 첫 챕터를 넘기기 힘들었던 것이, 드래곤 라자에서 말하는 드래곤이 슬레이어즈에 나오는 드래곤족이라고 생각해서 아무르타트가 한 마리가 아니라 한 부족(?)을 말하는 건줄 알아서 괴리감이 컸었었다.


그리고 우리 엄마.

나랑 동생이 하도 드래곤 라자를 수십번을 읽으니 우리를 이해해보려고 드래곤 라자와 해리포터를 읽었지만 뭐가 재밌는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고 하셨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엄마는 나와는 달리 여러 종류의 글을 많이 읽으신 분이어서 이해력이 딸리는 건 분명 아닐터였다.

우리가 어렸을 때도 크면 읽게 해주고 싶다고 일부러 감명깊게 읽은 건 새 책으로 우리 공부방의 벽 두면을 가득 채우셨을 정도로 글을 좋아하시는데...

(가봉으로 가며 그 책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ㅠㅠ 여담이지만 가봉에 가서 온갖 책을 닥치는대로 읽을 때 한번도 열어본 적 없는 그 책들이 가장 그리웠었다.)


이런 걸 보면 판타지가 분명 읽기 쉽게 쓰인 건 맞지만,

장르 내에서도 취향이 갈리듯이, 사람들이 다 쉽게 받아들이는 건 아닌 것 같다.

상상력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고, 현실에서 도전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글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걸 이해 못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진짜 취향이 안 맞아서 재미가 없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고...


분명 이런 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판타지가 ‘어렵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었던 대화였다.

인물이나 세계관을 외워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말에, 판타지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했던 나의 다짐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댓글 11

  • 001. Lv.10 택일

    15.04.08 20:46

    드래곤 라자가 아마 저의 첫 판타지 입문 도서였던 걸루 기억하는데
    그때가 아마 중학교 2~3학년 때인가, 어떻게든 읽긴 다 읽었는데
    당시의 저한테는 어려운 내용이 많더군요 마법 나오고 용과 싸우는
    장면은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오크 프리스트라던지 조금 깊어지는
    내용은 이해를 못해서 지루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한동안 다른 판소 읽을 엄두를 못내고
    만화책만 봤었죠..ㅎㅎㅎ

  • 002. Lv.15 아라나린

    15.04.08 21:28

    응? 저도 중학교 1학년 때쯤 읽었으니 (어떻게 드래곤 라자가 그 시절에 가봉까지 흘러들어왔는지 ㅋㅋㅋ)택일님이 저랑 나이차이가 얼마 안 나는 걸까요? ㅎㅎ
    제가 그래도 택일님보단 상상력이 좀 더 좋았나보네요! (아싸!)
    드래곤 라자 양장본엔 없지만 (ㅠㅠ) 초판본에는 지도와 마법설명 부록이 있어서 전 그거 읽으면서 재밌게 봤었어요. ^^
    취향 탓이라고 하기엔 제가 택일님 글을 워낙 재밌게 읽으니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냥 처음 입문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었겠네요.

  • 003. Lv.26 태월영

    15.04.09 15:23

    판타지 쓰는 것이 쉽다고 하는사람들이 있는데....제대로 세세한 모든 것을 구상하고
    써봤다면 절대 그런소리 못합니다.

    물론 현실을 배경으로 쓰는 현대판타지 같은것이 쉽다는 것은 아닙니다.
    간단히 말해 쓰는것 자체가 어려운것은 아니나, 어설프게 쓰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것이 현대판타지니까요. 그 이유는 오히려 낯익은 것이 많아서 그런거죠.

    나이드신 분들이 현대판타지나 무협쪽에 몰려있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그분들은
    판타지 가져다 주면 뭔 소린지 하나도 이해못합니다. 반면 무협이나 현대판타지는
    그렇지 않죠.

    결론을 말하면...판타지는 제대로 쓰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쉬운 글은 아닙니다.
    (특히 나이드신분들에게는 더더욱)

  • 004. Lv.15 아라나린

    15.04.09 17:49

    아뇨. 쓰는 게 아니라 읽는게 쉽다고 생각했다는 말입니다. ^^
    작가가 얼마만큼 머리를 싸매고 고뇌를 거듭하며 썼는지 독자는 알바 아니죠. ㅠㅠ 쉽게 읽히고 재밌으면 그 뿐...
    그래서 제겐 판타지는 쉽게 읽혀야 하고 실제로 좋은 글은 내용이 얼마나 복잡하든지, 심오한 주제를 담고 있든지 쉽게 읽혔거든요. 근데 그것자체가 저보다 나이도 훨씬 어린 청년이 그래서 놀랐어요.
    물론 나이 드신 분들은 상상하기가 힘들어도 저희 세대만 되어도 만화나 영화 등을 어렸을 때부터 접해서 영상보단 좀 어려울 순 있어도 판타지가 어렵다고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ㅎㅎ

  • 005. Lv.13 괴암

    15.04.15 19:17

    청년이 다 여자분인 그 교회가 가 보고 싶습니......

    아주 어릴적 부터 만화를 통해 봐서인지 전혀 어려울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충격이네요.
    단지 유치해서 안 읽는 사람이 있을 뿐 이라고 여겼는데 어려워서 안 읽는 사람도 있다니......
    그러고 보니 밍키나 세일러문 은 현판 이군요...

  • 006. Lv.15 아라나린

    15.04.15 22:07

    ㅇㅅㅇ?!!! 그렇네요 ㅋㅋㅋ 진짜 그렇게는 생각 안 해 봤는데!
    현대판타지지만 대세인 레이드물이 아니라 마법소녀물이군요. ㅎㅎ

  • 007. Lv.7 i태이라

    15.05.27 10:01

    [인어레이나]의 이재이씨입니다
    제서재에 들러주셔서 타고 와봤습니다
    작가님 게시물에 생각해볼만한 글이 많이 있네요.. 공감도 가고.....

    네에.. 판타지물 어렵다는 사람 많아요 ^^
    한번 잡으면 그 세계에 빠져들기까지 좀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 저는 40대 중반.. ㅎㅎ

    제 아들을 보면 .. 초4인데
    녀석이 보는 온갖 만화는 다 판타지물입니다
    어릴때부터 이렇게 판타지에 길들여져있으니
    현실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재미가 없을 것도 같아요...

    저만 해도.. 판타지가 빠지면 소설쓰기가 재미없어서.. 꼭 넣게 되는걸요..

    어쨌든 요점은... 읽기 쉽게, 빠져들기 쉽게.. 쓰는것은 작가의 능력치인것 같아요..ㅎ

  • 008. Lv.15 아라나린

    15.06.16 17:11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
    아드님 말씀을 하시니 저도 온갖 판타지에 길들여져 있어서 다른 건 별로 재미가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역시 판타지가 제일 재밌습니다. ^^

  • 009. Lv.55 국수먹을래

    16.06.15 02:16

    음..제 기억으로는 그당시 드래곤 라자는 다른 소설들에 비해 읽기는 쉬웠었음.일단 개그적으로 끌고 나간거라든가..그당시 무협은 개그일색이 많았어도 판타지에서 그런식으로 1인칭으로 개그로 쭉 간건 드물었고.
    사실 더 복잡한 설정의 판타지들도 많았는데

    단지 전개가 느렸죠 저는 그 전개가 알맞다고 여겨졌는데 다른 소설에 비해서 좀 속도가 정상이었어요.
    그리고 살인이나 이런걸 밥먹듯이 하는 그당시 다른 판타지에 비해서 역시 정석으로 가서 성공했죠.

    그 드래곤 라자가 붐을 일으켰고요 당시 드래곤라자는 판타지 쓰던사람들을 모이게 한듯.왜냐면 대중 매체에서 그렇게 보도하고 난리가 난게 드래곤 라자. 그래서 새 시대를 열긴 했다고 봄. 그 가치가 어마어마한듯.

    드래곤 라자 후속작은 좀 별로긴 했음 ;ㅅ;

    퓨처워커나 이런건 재미있게 봤지만 역시..


    해리포터는 좀 어렵다기 보다는 저는 영화와 책을 놓고 볼때 물론 상상력이 받쳐준다는 가정하에
    정말 책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반전 부분이든 뭐든..
    영화는 얼마든지 저는 버릴수 있어도 책은 정말이지..

  • 010. Lv.55 국수먹을래

    16.06.15 02:23

    드래곤 라자는 판타지 지식이 어느정도 있으면 어려울건 없는데 생각해보니 해리포터는 약간...생소할수 있겠네요..

    뭔가 받아들이는 힘이 정말 중요한듯..

    명작중에 워터십 다운의 토끼란게 있었어요 저는 그걸 보고 정말 이런 명작을 봐서 영광이다..
    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면 거기의 설정관이 되게 낯설어요

    흐리스. 라. 실프레이. 등등.. 그래서 그책의 1~2권중 1권을 보고 대체 이게 뭔소린가 햇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런 명작이 없는거에요

    결국 어머님이 느끼신것도 제가 그때 느낀 생소함과 비슷한거겠네요

    전 1권 이게 뭐야 대체;;;뭔소리야;;이렇게 읽고 어라?2권째 되니 이거 괜찮네.하다가 다시 1권부터 2권까지 읽고 난 정말 명작을 보았구나 라고 감탄했습니다.

    어머님도 그 생소한 부분을 넘어가셨다면 빠져들수 잇었는데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평소 판타지관이
    상식이 되기에는 외국보다야 힘드니까요...

    외국은 던전. 드래곤. 이런게 게임이든 여러 매체든 생활화 되어있지만..


    생소함의 벽이 참 높긴하네요 생각해보니..

    무협이나 판타지도 상식이 쌓이면 어느정도 마구마구 설정을 창조하고 꽈아도 재미있게 읽을수 있죠.
    오히려 비교도 해보고 이런건 기발하네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런데 무협에서 만약에 주화입마. 내공. 적수공권.구명절초. 보법.경공. 혈도. 수련.벽곡단. 마교.장무기. 장법. 소림사 같은걸 아예 모른다면 정말 아무리 쉬운 소설을 봐도 뭔소린지 모를듯 싶음..;;

    그래서 그런부분에서 저는 개인적으로는 묵향을 싫어하지만 묵향이 초보자도 알수 있도록 설명을 잘했었죠 초반에..

  • 011. Lv.55 국수먹을래

    16.06.15 02:24

    아오 잘못썼음 장무기가 아니라 장삼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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