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에서 연재를 했던 루시아를 이북으로 사서 읽었다.
19금이긴 했지만 씬이 야하지 않고 (이건 좀 아쉬운 것 같은데...) 결혼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내 도덕적 개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좋은 글이었다.
판타지로맨스와 로맨스판타지를 다르게 생각하는데 이건 로맨스판타지지만 판타지로맨스 같은 느낌이 좋았다. 에피소드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문체가 예뻤던 글인 것 같다.
물론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필요없는 부분들도 있고 (특히 씬은 별 특별하지도 않으니 좀 빼줬으면 훨씬 좋았을 것을...) 독자들이 더 나오길 원했던 부분들도 있어서 (데미안!)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취향에 맞는 글을 읽어서 무지 기뻤다. ㅎㅎ
그리고 언제나처럼 찾아온 갈급함...
비슷한 종류의 글을 찾다가 아직 미완결인 아도니스를 보게 되었는데 이건 판타지로맨스에 가까운 글이었다. 여주가 좀 무게있긴 해도 재밌었는데 완결이 아닌지라 적당한 부분에서 읽는 걸 멈췄다.
통역하고 남은 시간동안 계속 읽을 정도로 몰입하게 했던 글이었는데...
끊고나니 또 볼게 없어졌다. ㅠㅠ
계속 추천검색에 리뷰를 뒤졌지만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 못 하고 ‘볼게 없다...’라는 슬픔에 허우적대면서, 이쯤이면 들던 ‘나에게 맞는 소설을 써야지'라는 의욕이 없는 걸 느꼈다.
이상하지...
연재를 해보니 오히려 글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 같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참, 이런 곳에서 각 사람은 유일무이해서 특별한 존재라는 걸 어처구니없게 깨닫게 되는구나 싶었다.
아무리 한사람의 추천작품 대부분을 내가 재밌게 봤다고 해도 그 모든 작품을 재밌게 볼 수는 없다.
대중적으로 좋은 평점을 받은 거 대부분을 내가 재밌게 읽는다고 해도 나쁜 평점을 받은 것도 내가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때에 따라 땡기는 장르나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그 때 정말 좋아할만한 글은 다른 때 읽어도 최소 평타이상은 하는 법.
내 이력서나 동선, 생각을 담은 일기가 아니라 그저 내가 재밌게 읽은 책 리스트만 봐도 나랑 같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가.
누군가 나와 똑같은 취향을 가져서 재밌는 글들을 구별해주고, 그걸 믿고 읽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지만 그건 불가능하리라.
그래서 직접 글을 쓴다는 무모한 도전을 하는 거겠지만, 글쓰기보다 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나 맞춤형 작가'님이 이 세상 어딘가에 계시면 좋겠다는 헛된 꿈을 다시 꿔본다...
001. 별작가
15.06.20 00:15
헛된 꿈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저 개인적으로도요..ㅎ
늦은 시간 공감이 돼서 댓글 남깁니다.
002. Lv.15 아라나린
15.06.20 18:36
공감! ^^ 취향에 맞는 글을 꼭 찾으면 좋겠어요. 저도, 은빛야차님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