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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상상님의 서재입니다.

복수에 미친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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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상
작품등록일 :
2024.01.26 10:37
최근연재일 :
2024.02.18 19:2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9,001
추천수 :
308
글자수 :
131,916

작성
24.02.12 04:5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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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9, 선발전 첫경기

DUMMY

“가...가주님,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그냥 도련님 훈련하실 때 책만 읽었는데.”

“자네가 3살 때부터 가르치지 않았나.”

“하아, 가주님도 그 이야기시군요. 제가 진짜 요즘에 그것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분명 저는 의원인데 검술 강의 문의가 너무 많이 옵니다.”

최근 리센은 너무나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온갖 가문에서 그에게 자식의 지도를 의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자식을 데리고 와서 검술 시연까지 시키는 부모도 태반.

원래도 바쁜 리센인데 최근에는 잠조차 제대로 못 자고 있다.

“자네한테?”

“네, 생도 평가지 학부모들 사이에 알음알음 퍼지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거기서 도련님이 압도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다 저한테. 하아.”

신입 생도로 들어가면 그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관들은 일이 비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몸값은 생도 평가지로 측정되는데 이번 교관 시장에서 가장 높은 몸값으로 측정된 건 리센이다.

외부의 지원조차 받지 못한 도망자의 자식을 3살 때부터 가르쳐서 성공적으로 키워낸 명사.

두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아니 저한테 검술 보여줘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슨 시안 도련님 만큼만 키워달라 하고, 하아.”

“그... 많이 힘들겠군.”

“진짜 죽을 거 같습니다. 지금 제 방 가시면 선물로 가득합니다. 못 가르친다고 말하면 포기하는 게 아니라 수업료만 계속 오르고.”

“어...”

일종의 추궁을 위해서 불렀는데 신세 한탄을 늘어놓는 리센의 모습에 아크가 말길을 잃었다.

“도대체 도련님은 들어가서 뭘 하고 계시길래 이 난리인지. 좀 뵙고 여쭤보고 싶습니다.”

“크흠, 바쁠 텐데 내가 괜히 불렀군. 쉬면서 하게.”

아크가 헛기침하면서 아무런 소득도 없이 리센을 보내줘야만 했다.


* * *


“1그룹 대진표다! 256강 1경기부터 20경기는 30분 뒤에 시작할 거니 해당하는 생도는 곧장 대기실로 이동하도록.”

선발전 당일.

대진표가 공개되자마자 해당하는 생도는 대기실로, 아닌 생도들은 관중석으로 몰려갔다.


‘256강이라, 많기도 하네.’


모든 생도가 지원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모양이다.


<34경기, 시안 태제르딘 대 이제르트>

<2경기, 이리엘 대 바일 태제르딘>

<75경기, 델로스 대 이크란 울트>


“이야, 의도가 너무 뻔히 보여서 재미없는데요.”

대진표를 확인한 델로스가 따분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의도.”

“시안님은 실력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으니까 좀 강한 입소 순위 7위를 붙인 거고, 바일 태제르딘이랑 저는 실력을 확인할 필요 없으니까 그냥 희생양 붙인 거잖아요.”

“내...내가 희생양이라고?”

가만히 듣고 있던 이리엘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죠. 저거를 만약에 이리엘님이 극복하면 합격. 선발전 대진표는 늘 그래왔어요.”

“너 그런데 선발전 처음 아니냐?”

말하는 꼴이 최소 두 번 이상은 봐본 폼이다.

“처음이지만 처음 같지 않게, 10년 치 대진표를 전부 분석한 제 눈에는 다 보입니다.”

“도대체 그걸 왜... 아니다. 말해봤자 뭐하냐.”

탐구하는 자세는 훌륭한데, 도대체 대진표까지 왜 분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리엘님도 운이 참 나쁘시네요. 첫 경기부터 바일 태제르딘이라니. 그래도 응원합니다. 혹시 모르는 거잖아요. 기적적으로 승리할지.”

“으...응, 고마워. 그러면 다녀올게.”

이리엘이 시안과 델로스를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그래, 검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전부 보여주고 와.”

시안은 오늘 아침 이리엘에게 선발전에서 자신이 알려준 기술은 일제 사용하지 말라고 말했다.


‘지금 보여주면 안 돼.’


찬란하게 빛나는 재능인 만큼 탐내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닐 거다.

“알겠어.”

이리엘이 결의를 다진 듯한 표정으로 대기실로 향했다.


‘잘하겠지.’


시안이 크게 걱정하지 않고 델로스와 함께 관중석으로 가서 앉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선발전 진행을 맡은 생도 우르스입니다.”

건장한 체격에 깔끔하게 머리를 넘긴 우르스가 앞으로 나와서 고개를 숙였다.

“소장님 밑에서 교육받고 있는 사람이에요.”

“안 궁금해.”

델로스의 쓸데없는 말을 집어넣게 만들고 우르스의 몸을 자세히 훑었다.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훌륭하군.’


오밀조밀하게 발달 되어 있는 근육, 분명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을 거다.

“선발의 목적을 넘어 학기 초에 진행되는 하나의 축제와도 같은 행사이니만큼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막힘없이 나오는 말, 딱 봐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러면 바로 1그룹 1경기부터 20경기까지를 동시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르스의 말과 동시에 생도들이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저기 이리엘님 올라오시네요.”

한껏 긴장한 듯한 표정.

상대가 그 유명한 바일 태제르딘이니 어떻게 보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모든 생도가 준비된 것 같으니 그러면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채애애앵! 챙! 챙! 챙!

우르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십 개의 검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빠른 진행 하나 마음에 드네.’


진행자의 길을 걸어도 성공할 것 같은 우렁찬 목소리와 속도였다.

“으으, 역시 이리엘님이 완전히 밀리네요.”

델로스가 이리엘 쪽으로 보면서 탄식했다.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보다 너 지금 뭐 하냐?”

시선은 분명 경기를 보고 있는데 델로스의 손은 그 어느 때보다 수첩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실력 평가요. 원래 제 정보대로면 저 생도가 앞서면 안 되는데, 흠, 저것도 이상하고. 역시 직접 보는 게 최곱니다.”

새롭게 갱신되는 정보들.

시안이 한마디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나중에 쓸모가 있을 수도 있는데 괜한 소리 하지 말자.’


속으로 한숨만 내쉬고 이리엘의 경기에 다시 집중했다.


‘근데 생각보다 잘 막는데?’


경기를 시작한 지 어언 3분이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 결판이 안 나고 있었다

“와, 이거 이리엘님 평가도 다시 해야겠는데요? 바일 저 녀석의 검을 저렇게까지 막으실 줄이야.”

델로스가 이리엘의 실력을 보면서 감탄했다.


‘확실히 실력이 올랐어, 내가 가르쳐준 게 도움이 좀 된 건가?’


단도와 암살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움직임에 조금씩 묻어나오고 있긴 했다.

챙!

수십 번의 합 끝에 결국 이리엘의 검이 튕겨 나갔다.

“승자, 생도 바일 태제르딘!”

“끄응, 어쩔 수 없네요.”

델로스가 아쉽다는 듯한 목소리로 탄식했다.

“아쉬울 게 뭐 있어. 실력 차이가 명백했는데”

승리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던 시안이기에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참고 있지.


‘쥐고 있는 무기가 검이 아니라 단도였으면 어땠을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리엘의 승리 확률이 꽤 높았을 거다.

아직 저 어린 직계한테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암살 기술에 대한 저항이 없을 거니까.


‘그래도 뭐 바일 태제르딘이라고 했나? 나쁘지 않은 수준이야.’


델로스와 쌍두마차로 평가받는 이유는 알 것 같다.

비무 내내 지독할 정도의 안정감.

전형적인 교육 받은 검사였다.

“열심히 해봤는데 결국 졌어.”

“잘했어, 생각보다 더 잘 버티던데. 그 정도면 충분한 거야.”

시안이 관중석으로 돌아온 이리엘을 위로했다.

“으...응! 아, 그런데 나 어떡해, 바일 태제르딘한테 찍힌 거 같아.”

“찍혔다니?”

“와아, 이리엘님도 찍히고 다니세요? 그 주군에 그...”

쿵!

쓸데없는 말을 하려는 델로스의 머리에 시안이 딱밤을 내려치고 이리엘과 눈을 마주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래도 내가 뭘 감추고 있다는 걸 알았나 봐, 그래서 자존심이 상했는지 막 뭐라뭐라 하고 내려갔어.”

좀 티가 나긴 했다.

멀리서 봤음에도 암살 기술을 쓰려다가 다시 집어넣는 모습이 몇 번 보였으니까 말이다.

“나 진짜 어떡해?”

“괜찮아, 어차피 그 녀석 나 싫어하는데 네가 한 번 더 찍힌다고 별문제 있겠어? 똑같은 거지.”

“아... 그러고 보니까 그렇네.”

아주 간단한 이치를 깨달은 이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21경기부터 40경기 생도들은 신속히 대기실로 모여주십시오. 그리고 41경기 60경기 생도도 미리 준비 부탁드립니다.”

“내 차례다. 잘 보고 있어. 네가 충성 맹세한 사람이 어떤지.”

시안이 이리엘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응!”

이리엘이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감추기 위해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시안! 알고 있지?!”

대기실로 향하는 길에 관중석에 있는 페렉스가 시안을 보면서 소리쳤다.

“응! 꼭 이기고 올게.”

시안이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어서 페렉스를 안심시켜줬다.


‘내가 그걸 먹겠냐?’


잠깐의 힘을 위해서 평생 가꿔 나가야 할 몸을 망가트리는 게 각성제다.

시안이 먹을 확률?

0에 수렴하는 게 아니라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

“시안 태제르딘, 비무대 위로 올라가도록.”

대기실에 있는 교관이 시안을 호명했다.

“네.”

“이제르트가 저 도망자의 자식이 이길 수 있을까?”

“야, 아무리 그래도 이제르트면 입소 순위 7위야. 한낱 도망자의 자식이 이길 수 있는 상대냐고.”

웅성거리는 아이들.

시안이 그런 이들에게 조금의 시선도 주지 않고 배정된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드디어 그 잘난 상판을 보는군.”

먼저 올라와 있는 이제르트가 비웃는 표정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어, 그래.”

델로스의 정보에 따르면 바일 태제르딘의 수족이라고 한다.


‘얘네들은 하나같이 패턴이 왜 이렇게 똑같은지.’


솔직히 이제는 좀 지루하다.

“항복할 거면 여기서 항복하는 게 좋을 거다. 나는 가볍게 끝낼 생각이 없거든.”

“그래.”

“대화 그만하고 비무를 준비합니다.”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이제르트가 교관의 개입에 말을 삼키고 검을 뽑았다.


‘얘도 훌륭하네.’


안정적인 자세. 괜히 상위권이 아니었다.

“그러면 비무 시작!”

256강이라 바빠서일까, 심판이 곧바로 비무의 시작을 알렸고, 이제르트가 신호와 동시에 지면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챙!

허공에서 강하게 맞붙는 검.

이제르트는 곧바로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달아버렸다.


‘뭐...뭐야?!’


분명 자신이 공격했는데, 녀석의 몸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게 끝이냐?”

“이...이자식!”

챙! 챙! 챙! 챙! 챙!

이제르트가 착각이라 생각하고 검을 계속해서 휘둘렀지만 전부 다 막혔다.

조금의 타격조차 주지 못하고.

“거...거짓말, 말도 안돼!”

“배운 기본기는 훌륭하지만, 너는 너무 책에 박혀 있다.”

휙! 털썩!

시안이 아주 작은 살기를 담아서 이제르트의 목을 향해 휘두르자 곧장 녀석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항...항복.”

“승자! 생도 시안 태제르딘.”

멀리서 보든 가까이서 보든 확인할 수 있는 압도적인 경기력 차이.

시끄러워야 하는 장내가 숙연해졌다.

모든 이들이 이번 256강에서 가장 기대되는 경기의 허무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시안은 이런 반응이 무척이나 익숙하다.


‘예전 생각나네.’


황궁에서는 매년 전력을 확인할 겸 모든 귀족과 황제를 모아놓고 기사들의 실력을 겨루는 장을 연다.

그곳에서 시안은 열일곱의 나이에 루이스 안드레시아의 기사 자격으로 참여해서 황실 기사 스무 명을 연속으로 상대해서 승리했다.


‘그때도 이런 반응이었지.’


지금은 도망자의 자식이지만, 갈라드의 삶에서는 평민 고아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어떻게 보면 정말 비슷한 삶이지 않은가.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이제는 내 삶을 내가 계획한다는 거고.

“좀만 연기해볼까.”

고개를 들어서 관중석 쪽을 바라봤다.

수도 없이 많은 시선.

시안이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서 검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어쩔 수 없는 태제르딘인 것이다.


작가의말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0 pe*****
    작성일
    24.02.13 03:03
    No. 1

    아직 ㄱ추도 안서는 얼라들이 벌써부터 벌러덩 까졌노ㅋㅋㅋㅋㅋㅋㅋ잘보고 감다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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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에 미친 소드마스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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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4, 명찰표(2) +1 24.02.18 264 10 12쪽
23 023, 명찰표(1) 24.02.17 300 8 12쪽
22 022,합리화 24.02.15 389 8 11쪽
21 021, 안된다고!!! 24.02.14 417 8 12쪽
20 020, 내 거야 24.02.13 413 5 12쪽
» 019, 선발전 첫경기 +1 24.02.12 465 7 12쪽
18 018, 미친 재능 24.02.09 502 12 13쪽
17 017, 우리는 친구잖아 +3 24.02.08 561 7 12쪽
16 016, 유능한 미친놈 24.02.07 663 8 11쪽
15 015, 천재의 재능(2) 24.02.06 694 13 12쪽
14 014, 천재의 재능(1) 24.02.05 752 11 14쪽
13 013, 발견 24.02.04 750 12 13쪽
12 012, 비무 24.02.03 751 11 13쪽
11 011, 입소 24.02.02 810 14 12쪽
10 010, 부동 24.02.01 860 14 14쪽
9 009, 시험의 산(3) 24.01.31 865 14 12쪽
8 008, 시험의 산(2) +1 24.01.31 892 14 13쪽
7 007, 시험의 산(1) +1 24.01.30 937 14 12쪽
6 006, 진실 +1 24.01.29 1,021 17 12쪽
5 005, 고인물 24.01.28 1,079 18 11쪽
4 004, 교관 24.01.27 1,180 20 13쪽
3 003, 영약 24.01.26 1,220 22 11쪽
2 002, 용기 +1 24.01.26 1,361 22 12쪽
1 001, 시안 +2 24.01.26 1,843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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