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쓰는상상님의 서재입니다.

복수에 미친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글상
작품등록일 :
2024.01.26 10:37
최근연재일 :
2024.02.18 19:2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8,998
추천수 :
308
글자수 :
131,916

작성
24.02.02 02:48
조회
809
추천
14
글자
12쪽

011, 입소

DUMMY

‘중간에 묻힌 건가.’


결국 소설은 글로 써진 책이고, 거기에 세상만사를 전부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가자.”

“예.”

루이스가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한 채 테제르딘 궁을 떠났다.


* * *


일주일 뒤

“시안님, 여기입니다. 여기.”

교육소 정문 앞에 도착한 시안을 델로스가 불렀다.

“시안?”

“야, 눈 마주치지 마. 무슨 꼴 당하려고.”

“그런데 소문이 사실일까, 아무리 봐도 일곱 명을 동시에 상대할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시험에서 있었던 일이 소문으로 쫙 퍼지면서 시안의 평판이 조금 달라졌다.

도망자의 자식에서, 도망자에 더해 미친 자식으로.

“목소리 좀 죽이면 어디 덧나나?”

“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델로스가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에휴.”

시안이 한숨을 내쉬고는 델로스를 지나쳐 이리엘에게 다가갔다.

“잘 지냈어?”

“왔...왔어?

이리엘이 화들짝 놀라면서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왜 이러지.’


초췌해진 게 어디 물에 담가졌다가 나온 꼴이다.

“상태가 왜 그래, 누가 괴롭히기라도 했어?”

“아...아무것도 아니야.”

시선을 옆으로 굴리는 게 딱 봐도 거짓말이었다.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충성을 맹세한 자와 맹세받은 자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와 솔직함이다.

그런데 지금 이리엘의 모습은 딱 봐도 무언가를 감추려는 듯한 태도인데, 이러면 장기적 관계로 좋지 못하다.

“네가 나한테 충성을 맹세한 이상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에 대해서 내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그러니까. 하아.”

반박할 수 없는 말에 이리엘이 잠시 고민하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한테 일주일 동안 너무 많이 혼나서... 별일 아니니까 신경 안 써줘도 돼.”

“아버지? 시험도 합격했는데 왜?”

2년 동안 실패한 딸이 시험에 합격해서 왔는데 혼낸다니.

시안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작 시험에서 떨어지는 게 무서워서 충성 맹세를 했냐고, 절...절대 시안 너한테 뭐라고 하신 건 아니야.”

“아.”

“그거 혼날만하긴 하죠. 죽는 것도 아니고 고작 입소 시험 탈락하거나 다리 살짝 부러지는 건데. 충성을 맹세했으니.”

델로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나...나한테는 시험에 합격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했다고!”

“그렇다고 그게 맹세보다 중요한가요. 시안님이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그...그건.”

“이렇게 사람 보는 눈 하나 없는 사람한테 평생을 저당 잡혔으니. 정말 이래서 사람은 선택이라는 걸 할 때 고심해야 하는 겁니다.”

“너는 좀 조용히 있어.”

시안이 델로스의 머리를 붙잡아서 뒤로 돌린 뒤에 이리엘과 눈을 마주쳤다.

“네 아버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네가 그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한 건 맞아.”

생존을 위한 이리엘의 판단.

지난 삶에서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었고, 이것에 대한 믿음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그...그럴까?”

“너 자신을 믿어, 다른 사람이 네 목숨을 책임져주지 않으니까. 그리고 결과적으로 교육소에 들어왔잖아. 그러면 된 거지.”

시안이 그리 말하면서 허리춤에서 작은 단도 한 자루를 꺼냈다.

“이...이게 뭐야?”

“너한테 주는 선물, 심심할 때 한 번 익혀봐.”

갈라드의 삶에서 이리엘은 모든 무기를 전부 잘 다뤘다.

하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갈라드의 목을 관통하기 직전까지 갔던 무기인 단도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살벌했지.’


아주 살짝만 늦었더라면 목을 관통당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생을 마감했을 거다.

“검을 익히기도 바쁜데 단도를 언제...”

“호신용으로 쓸만할 수도 있잖아. 한 번 해봐.”

휴대하기 편한 단도는 기사들이 무기를 놓쳤을 때를 대비해서 늘 품에 한 자루씩 들고 다닌다.

“그렇게까지 말하면 알겠어. 고마워, 잘 사용할게.”

이리엘이 단도를 받아서 허리춤에 찼다.


‘이러니까 이제 내가 알던 그 정신 나간 암살자와 조금은 비슷해졌네.’


정말 몇 번을 생각해도 든든하다.

내 목숨을 가장 많이 위협했던 존재가 지금은 내게 충성을 맹세했으니.

“시안님 벌써 여자한테 선물도 주세요? 이거는 기록해놔야겠네요. 여자에게 호감을 얻기 위한 기술이 뛰어...”

쿵!

수첩을 펼쳐서 글을 적는 델로스의 머리 위로 시안의 주먹이 꽂혔다.

“아악! 왜 때리세요.”

“맞을 짓을 하니까 때리지.”

“전원 정숙!”

합격생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을 때 교육소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면서 멋들어진 수염을 가진 교관 슈렌이 나왔다.

“줄을 맞춰서 안으로 따라오도록.”

교관의 말에 아이들이 재빨리 움직여서 줄을 맞추고 교육소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크네.’


산 하나를 통째로 쓰는 교육소의 규모는 시안의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야, 슈렌님 맞지?”

“맞는 거 같은데.”

“진짜 대박. 나 꿈꾸는 거 아니겠지?”

아이들의 대화 소리가 시안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유명한 사람인가.’


교육소는 퇴역한 기사 중에서도 실력 있는 이들이 교관으로 뽑혀서 후학 양성을 도모한다고 리센이 말하긴 했다.


‘기사로 목숨을 걸고 일하다가 퇴역하면 또 후학 양성이라, 태제르딘 가문은 사람 하나 참 잘 굴리는군.’


물론 하고 싶어서 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죽을 때까지 쉴 틈이 보이지를 않았다.

“정지.”

입소식 장소에 도착하고 시안을 비롯한 아이들이 걸음을 멈췄다.

“신입생 왔다.”

“귀엽네, 귀여워.”

먼저 와 있던 생도들이 신입생들을 가리키면서 웅성거렸다.


‘이 사람들이 선배라는 건가?’


한 기수 위 생도들이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환영하는 게 입소식의 전통이라고 리센이 말했다.


‘정말 쓸데없는 정보가 머릿속에 너무 많아.’


몰라도 되는 것들인데, 시뮬레이션이 중요하다면서 리센은 세레나의 힘으로 시안을 앉혀놓고 첫날 일정부터 교육소에 관한 온갖 것들을 설명했다.

“시험의 산을 통과하고 여기까지 온 그대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곧 소장님께서 나올 것이니 자세를 정갈히 하도록.”

슈렌이 그리 말하고 단상에서 내려갔다.


‘교육소장이 분명... 카일로스라고 했었지?’


아크 태제르딘이 가주로 올라가기 전까지 솔 기사단의 기사단장을 맡았던 인물이라고 들었다.

참고로 솔 기사단의 기사단장이면 가주 다음으로 높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쳤다. 나 기절하면 어떡하지. 진짜 평생 한 번 만나는 게 꿈이었는데.”

“기절하면 뭐 퇴소당하는 거지.”

“진짜 어렸을 때부터 우상이었다고.”


‘기껏 해봐야 아홉 살일 텐데 어렸을 때부터 우상이라. 어이가 없군.’


개그 소재로 써먹는다면 분명 효과가 있을 거다.

“이번 신입생에 도망자의 자식도 있다면서, 누군지 아냐? 선배로서 손 좀 봐줘야 하는데.”

“야, 일곱 명 병신 만들었대. 건들었다가 너도 다리 부러진다.”

“어중이떠중이 일곱 명 이긴 걸로 뭘, 나는 그런 애들 백 명도 상대한다.”

교육소 내에서도 이번 합격생 중 단연 최고의 화제는 시안이다.

“인기 많으시네요. 들어가면 구애를 꽤 받으시겠어요.”

델로스가 재밌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너를 방패로 세울 거니까 많이 즐거워해.”


‘상대하다가 귀찮아지면 정말 방패로 써야지.’


돌아가서 리센에게 물어보니 델파인이라는 사람이 현 솔 기사단의 기사단장이라고 한다.

아무리 도망자의 자식이 싫어도 솔 기사단의 기사단장과 척을 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 방패로서 아주 값어치가 높다.

“장난이시죠?”

“그럴 리가.”

작게 잡담을 나누고 있는 사이, 사나운 눈매의 카일로스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퇴역한 사람 맞아?’


나이는 확실히 들어 보이긴 하지만, 체격부터 눈매까지.

당장 현역으로 뛰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소장 카일로스다.”

카일로스가 눈동자를 굴려서 아이들의 면면을 한 번씩 훑은 뒤 입을 열었다.

“우선 1차 거름망에서 살아남은 제군들에게 축하를 전하겠다. 하지만 기뻐하는 것도 오늘까지다.”


‘옛날 생각나네.’


갈라드의 삶에서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고 몇 번 루이스의 부탁으로 신임 기사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해준 기억이 있다.


‘똥 폼 잡느라고 정말 고생했지.’


근엄한 목소리부터 해서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 고생한 기억이 있다.

“능력 없는 사람은 태제르딘에 필요 없다. 죽을 각오로 노력해서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라. 알겠나.”

“네!!”

동기부여라도 된 걸까? 아이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카일로스의 단상에서 내려간 뒤부터 입소식은 일종의 설명회로 변했다.

“지금 이시간부로 합격생들은 생도의 신분이다. 그리고 옆은 1년 먼저 들어온 생도들이다.”

슈렌의 말에 아이들의 시선이 선배 생도들 쪽으로 향했다.

“먼저 들어오긴 했지만, 교육소에 선배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서열과 승자는 오직 비무로만 결정된다. 그 점 유념하도록.”

“다음으로 수업은...”

교육소의 시스템은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일반적인 시스템과는 차이가 컸다.

배우고 싶은 교관을 찾아가서 배움을 청하고 훈련해서 시험에 도전한다.

시험은 일(一)학, 이(二)학, 삼(三)학이 있고 이걸 전부 통과하면 교육소 졸업이다.


‘좋은 환경에 던져놓고 알아서 쟁취하라는 건가.’


시안에게는 너무 좋은 시스템이었다.

남들과 걸음걸이를 맞출 필요가 없으니까.

“이상, 그러면 기숙사로 이동하도록 하겠다.”

모든 설명이 끝나고 난 뒤 생도들이 방을 배정받고선 들어갔다.

“이것 참. 같은 방까지 쓰다니, 정말 쉽지 않네요.”

“그러게, 정말 쉽지 않다.”

시험의 산에서 들어온 순서대로 방이 배정되는 시스템이어서 델로스와 시안이 한방을 쓰게 됐다.

“저는 무척 청결한 편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훈련하고 왔는데 힘들다고 안 씻으시면 직계고 뭐고 없습니다.”

“그것참 조심해야겠네.”

그 엄격한 황궁에서 지냈던 만큼 시안도 청결은 습관적으로 지키는 편이다.

“시안님은 일(一)학 언제 응시하실 거예요?”

“내용부터 좀 봐야지.”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인지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겠는가.

굳이 급하게 할 필요도 없고

“오늘 바로 일(一)학 보겠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내가? 굳이 왜.”

“빨리 교육소 졸업하고 싶은 거 아니세요?”

“전혀, 여기 나가서 뭐 한다고.”

이 좋은 환경에서 최대한 힘을 끌어올리는 게 시안의 목표다.

“제 예상이 빗나가다니, 충격입니다.”

“아무튼 나는 훈련하러 간다.”

시안이 훈련복으로 옷을 갈아입고선 방문을 열었다.

“어! 저도 같이 가요.”

델로스가 나가려는 시안을 보고선 다급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뭐, 맘대로 해.”


‘공기 좋네.’


밖으로 나온 시안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헥...! 헥...! 뭐 이렇게 빨리 나가세요.”

뒤늦게 나온 델로스가 시안의 어깨를 붙잡았다.

“걸어서 나왔는데 무슨, 그보다 기숙사 훈련장에 사람 없는데, 그냥 써도 되는 거겠지?”

“네, 기숙사 훈련장은 아무 때나 그냥 쓰면 된다고 들었어요.”

“그거 좋네.”

기숙사 훈련장이라 해서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세 개나 있다.

크기도 하나하나 전부 상당한 편이고.

“목검으로 훈련하실 거예요? 아니면 진검으로?”

“검 쓰는 훈련은 안 할 건데.”

“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복수에 미친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공지) 고아인데 소드마스터인데 환생함-> 복수에 미친 소드마스터 24.02.06 347 0 -
24 024, 명찰표(2) +1 24.02.18 264 10 12쪽
23 023, 명찰표(1) 24.02.17 300 8 12쪽
22 022,합리화 24.02.15 389 8 11쪽
21 021, 안된다고!!! 24.02.14 417 8 12쪽
20 020, 내 거야 24.02.13 413 5 12쪽
19 019, 선발전 첫경기 +1 24.02.12 464 7 12쪽
18 018, 미친 재능 24.02.09 502 12 13쪽
17 017, 우리는 친구잖아 +3 24.02.08 561 7 12쪽
16 016, 유능한 미친놈 24.02.07 663 8 11쪽
15 015, 천재의 재능(2) 24.02.06 694 13 12쪽
14 014, 천재의 재능(1) 24.02.05 752 11 14쪽
13 013, 발견 24.02.04 750 12 13쪽
12 012, 비무 24.02.03 751 11 13쪽
» 011, 입소 24.02.02 810 14 12쪽
10 010, 부동 24.02.01 860 14 14쪽
9 009, 시험의 산(3) 24.01.31 865 14 12쪽
8 008, 시험의 산(2) +1 24.01.31 892 14 13쪽
7 007, 시험의 산(1) +1 24.01.30 937 14 12쪽
6 006, 진실 +1 24.01.29 1,021 17 12쪽
5 005, 고인물 24.01.28 1,079 18 11쪽
4 004, 교관 24.01.27 1,180 20 13쪽
3 003, 영약 24.01.26 1,220 22 11쪽
2 002, 용기 +1 24.01.26 1,360 22 12쪽
1 001, 시안 +2 24.01.26 1,842 1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