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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상상님의 서재입니다.

복수에 미친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글상
작품등록일 :
2024.01.26 10:37
최근연재일 :
2024.02.18 19:23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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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2
추천수 :
308
글자수 :
131,916

작성
24.01.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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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1쪽

003, 영약

DUMMY

* * *


“직접 확인하시니 어떠셨습니까?”

델파인이 아크의 뒷모습을 보면서 물었다.

“보고대로 단전으로 향하는 모든 길이 꽉 막혀있더군. 셋째 놈보다 심해”

“저대로라면 세 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고, 치료받는다 하더라도 일곱 살을 채 넘기지 못할 겁니다.”

“그렇겠지.”

아크가 덤덤한 목소리로 답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완치 불가의 병이지만, 죽는 걸 늦추는 치료법이 존재하긴 한다.

외부에서 마나를 주입해 불순물을 직접 밀어내는 거다.

하지만 그렇게 외부의 힘으로 불순물을 밀어내면 다시 또 그 자리에 불순물이 끼게 된다.

그리고 이걸 반복할수록 불순물이 더욱 단단해지면서 결국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살아갈 수 있는 수명은 늘어난다.

대신 불순물을 제거할 때마다 엄청난 통증을 느껴야 한다.

“델파인, 자네의 자식이 저렇다면 그대는 어찌할 것인가.”

아크가 몸을 돌려서 물었다.

“저라면... 치료하지 않을 것입니다.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 치고 돌아오는 값이 너무나 적습니다.”

델파인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술을 깨물면서 답했다.

“일리 있는 말이네. 고통스러운 7년보다는 어미의 품에서 웃다가 떠나는 3년이 더 행복할 테니. 자네는 그런 면에서 나보다 뛰어나군. 그 나이에 벌써 깨달았으니.”

“가주님.”

델파인이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나 또한 치료하지 않을 생각이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는 건 취미에 없으니. 하지만 그 아이는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더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해되지 않는 말에 델파인이 뜻을 물었다.

“내가 마나를 흘려보내니 그 녀석이 그걸 불순물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갔네. 아마 본인의 몸을 막고 있는 존재에 대해서 의식하고 있는 거겠지.”

“네...?!”

델파인의 눈동자가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의식은 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갓난아기가 마나를 다룬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그리고 마나를 다루려면 그전에 마나를 느낄 줄을 알아야 하는데, 최연소로 알려진 게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던 위대한 기사 올멘드 슐츠다.


‘그조차 세 살이었어, 그런데 저 아기는 이제 한 살.’


상식적으로 믿기가 힘든 말이다.

“순간 놀라서 아이의 의도대로 불순물을 밀어낼 뻔했네, 그랬다면 갑자기 변화된 몸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마나 중독에 걸렸겠지.‘

아크가 시안에게서 마나를 걷어 들인 이유다.

“가...가주님, 그런 게 가능할 리가.”

“나도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네, 하지만 녀석의 불순물을 밀어내고자 하는 집념은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강하더군.”

절대 거짓말을 하는 눈빛과 목소리가 아니었다.


‘만약 정말 마나를 다루고 불순물이라는 존재를 의식하고 있는 거라면.’


델파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겠군요.”

“마나만 충분하다면 말이지. 그런데.”

휘이이이잉!

한순간 아크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흘러나와 주변을 장악했다.

그 즉시 델파인을 비롯한 기사들이 아크를 향해서 무릎을 꿇었다.

“아이의 몸에서 영약의 흔적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더군.”

아크의 말에 델파인의 몸이 떨렸다.


‘어떤 새끼가.’


태제르딘의 피를 이었다면 가문의 양육법에 따라 나이에 맞는 영약을 복용하게 되어 있다.

특히 직계의 경우 더 좋고 귀한 영약을 먹는다.

그런데 직계인 시안이 한 살이 될 동안 영약을 먹지 못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넘었으니 최소 세 개의 영약이 몸에 들어가 있어야 할 텐데. 델파인.”

“예!”

“찾아내라, 그리고 살려서 내 앞에 데리고 와라. 태제르딘의 핏줄을 능멸한 놈을 내가 직접 벌할 것이다.”

“명을 받듭니다!!”


* * *


“가주님께서 영약을 하사하셨습니다. 도련님만 괜찮으시다면 지금 바로 복용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아크가 방문하고 바로 다음 날 가문의 주치의 리센이 별궁을 찾았다.

“어머나! 그 귀한 영약을... 이거 감사해서 어떻게.”

세레나가 기쁜 듯 눈물을 흘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영약이라, 그래도 어제 이후로 지원은 있네.’


불순물을 밀어낼 기회를 놓치면서 느낀 허탈감이 조금은 가라앉는 시안이었다.

“아들, 지금 먹을 수 있겠어?”

“우! 우우!”

시안이 손을 흔들면서 무한 긍정 신호를 보냈다.


‘한시라도 빨리 먹어야지.’


노닥거리고 그럴 여유가 이제는 정말 없다.

“우리 시안이가 먹는 건 뭐든 좋아해서 괜찮다네요.”

“하하, 영약은 좀 쓴 편인데 잘 드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리센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들고 온 상자를 열었다.


‘종류가 많기도 하네. 역시 명문가야.’


병만 다섯 개였다.

“설마 이걸 다 먹는 건가요?”

세레나가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

“설마요. 도련님께서 흡수하시는 정도를 보면서 드릴 겁니다. 아마 최대 두 병까지 드시게 될 겁니다. 보통은 한 병이고요.”

“그렇구나. 제가 오해를 했네요.”

세레나가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 일단 이것부터, 도련님, 아!”

따라 하라는 듯 리센이 입을 크게 벌렸다.

“아아아.”


‘그냥 주면 알아서 먹을 것을 귀찮게.’


번거로움을 느끼면서 입을 벌렸다.

푹!

리센이 안쪽에 영약을 쭉 짜고 양손으로 입과 턱을 꾹 눌렀다.

“절대 흘리시면 안 되고, 다 드셔야 합니다.”

“우우!”

“선...선생님? 꼭 그렇게까지.”

“이게 영약이 써서 어쩔 수 없습니다. 보기 힘드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사람아,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더 내놔, 벌써 다 먹었어.’


간에 기별도 안 갈 정도로 주고선 입과 턱을 막으니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영약이 좋긴 좋구나, 바로 마나의 양이 세 배로 늘어버릴 줄이야.’


몇 달 동안 고생한 게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의 증가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 노력이 헛된 건 아니다.

마나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약을 먹었다면 절반 이상을 날려버렸을 테니.


‘마나를 굴려도 되나. 뭐, 어차피 가주가 눈치챘으니 상관없겠지.’


가장 완벽한 건 눈앞의 의원이 가고 나서 하는 거지만, 영약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먹자마자 마나를 운용해서 체내에 흡수시켜야 한다.

“우으.”

시안이 눈을 감고 영약으로 늘어난 마나를 기존에 있던 마나와 섞어서 굴리기 시작했다.

“어...? 벌써 다 드셨습니까?”

리센이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시안의 입을 살짝 열어서 안을 살폈다.


‘엄청 쓸 텐데, 이걸 바로 삼키셨다고...?’


태제르딘 가문에서 일하며 본 아기만 백이 넘는데 이렇게 잘 먹는 경우는 처음이다.

“맥을 잡아보겠습니다.”

리센이 시안의 작은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음...?! 이게 도대체 무슨, 영약을 받아들이고 계시잖아.’


아기는 마나를 다룰 줄 모르기에, 영약을 먹으면 그냥 체내에 방치하듯이 놔두게 된다.

그렇게 쌓기만 하다가 나중에 훈련을 시작하고 마나를 다룰 줄 알게 되면 그때 흡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금 이 도련님은 영약을 먹자마자 체내에 흡수시키고 있다.


‘반신반의했는데 가주님의 말씀이 사실이었다니.’


이곳에 오기 전 아크에게서 시안이 마나를 정말 다룰 줄 아는지 확인하고 오라는 명을 받은 리센이다.

“정말이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군요.”

“선생님,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세레나가 걱정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닙니다.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이참에 그냥 여기 있는 다섯 병을 다 드시게 하죠.”

“네...? 최대가 두 병이라고.”

세레나가 갑자기 달리진 리센의 말에 당황해했다.

“도련님이 생각보다 너무 훌륭하십니다. 아마 이걸로도 만족하지 못하실 겁니다.”

“우! 우우!”


‘그래, 너 좀 아는구나.’


시안이 드디어 말이 통하는 인간의 등장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방금 긍정하신 거 같은데 보셨습니까?”

리센이 재밌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먹을 걸 좋아하긴 하지만 영약까지 좋아할 줄이야. 그러면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리센이 세레나의 걱정을 덜어주고 두 번째 병에 담긴 영약을 시안에게 먹였다.

영약을 잘 먹는다는 걸 알아서일까, 첫 번째처럼 턱과 입을 누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나가 막 들어오는구나, 이거지.’


끝도 없이 늘어나는 마나.

이 순간만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가.

“우우!”

두 번째 병을 전부 마신 시안이 곧바로 세 번째 병을 가리켰다.

“하하, 드릴 테니 기다리십시오.”

리센이 웃으면서 세 번째 병을 시안에게 먹였다.


‘최고다. 영약.’


시안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단숨에 네 번째, 다섯 번째 병까지 전부 마시면서 리센의 가방을 비웠다.

“정말 다 먹을 줄이야. 우리 아들 식성이 참.”

세레나가 걱정하는 눈빛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쓴 걸 이토록 잘 드시니 의원으로서 기쁩니다. 시안 도련님께 약을 처방할 때는 맛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리센이 그리 말하면서 빈 가방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가시는 건가요?”

“네, 오후 진료가 있어서. 이틀 뒤에 경과를 보러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가주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주세요.”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리센이 고개를 살짝 숙여서 인사를 하곤 별궁을 나갔다.

“우리 아들, 영약도 전부 먹고 장하네. 엄마가 상으로 뭘 줘야 하나.”

세레나가 시안을 본인의 무릎에 앉히고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편안하다.’


마음의 안정이 찾아오면서 한 층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아, 맞다. 피오나가 아까...”

“우! 우우!”

세레나가 일어나려 하자 시안이 꼭 붙잡았다.

“엄마 품에 더 있고 싶어?”

“우!”


‘이런 부탁을 하게 될 줄이야.’


낯부끄럽지만 품에 안겨있을 때 집중력이 올라가서 어쩔 수가 없다.

“우리 아들이 부탁하면 해줘야지.”

세레나가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품에 시안을 안았다.

그렇게 시안은 한 시간 정도 더 마나를 굴리다가 피곤함을 버티지 못하고 잠들었다.

“잠든 모습이 어쩜 이렇게 천사 같을까.”

세레나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이렇게만 계속 성장해주렴. 엄마는 그러면 더 바라는 게 없단다.”


* * *


4년 뒤

“후우.”

이제는 아기의 태를 벗고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시안이 별궁의 정자에 앉아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정말 거의 다 밀어냈다.’


영약으로 늘어난 마나를 이용해 하루도 빠짐없이 불순물을 건드렸다.

그 결과 조각조각 흩어진 불순물들은 전부 밀어내면서 숨구멍을 키웠고, 이제는 정말 큰 거 하나만 남겨놨다.


‘이대로만 가면 된다.’


순조롭다고 보는 게 맞긴 하지만, 끝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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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진실 +1 24.01.29 1,021 17 12쪽
5 005, 고인물 24.01.28 1,079 18 11쪽
4 004, 교관 24.01.27 1,180 20 13쪽
» 003, 영약 24.01.26 1,221 22 11쪽
2 002, 용기 +1 24.01.26 1,361 22 12쪽
1 001, 시안 +2 24.01.26 1,843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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