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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6.29 21:20
연재수 :
2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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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7
추천수 :
132
글자수 :
1,607,719

작성
23.03.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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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2화 길드

DUMMY

52화 <길드>



“하아···. 큰일이네요.”


모험가 길드 로비로 돌아온 캣니스와 브레드 일행.

그녀가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세올 님이 수락할 이유가 없었네요.”


장을 보고 돌아온 세올은 그들의 길드영입 제안을 거절했다.

얼핏 보기에 자일리와 함께 좌천된 것으로 보이지만, 어엿하게 호위 임무를 이행하는 중이었다.

그런 그가 굳이 뒷배 좋은 톨스 가문의 기사를 그만두고 모험가로 갈아탈 이유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길드를 만들 수 없다.


“으으. 한 명. 딱 한 명만 더 구하면 될 텐데. 다른 방안은 없나요? 브레드 님.”

“으음···.”


브레드는 턱을 어루만지면 탄식하였다.

좋은 방법이 있다고 캣니스를 회유했지만. 사실 자일리 일행 이외에 생각해둔 사람이 없었다.

함부로 그들 상황을 어림짐작한 게 실책이었다.

브레드는 본인의 실책임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궁리하였다.


“최대한 입이 무거운 자로 수색하도록 해보지.”

“그렇군요···. 저도 최대한 찾아볼게요.”


이미 발을 들인 이상 끝까지 함께한다.

캣니스도 함께 인재를 찾아보기로 정했다.

그렇게 일차적으로 이야기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야, 그 소문 들었냐?”


쫑긋. 캣니스가 길드 로비 옆자리에서 오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모험가 길드이기에 정제되지 않은 여러 정보가 많았다.


“소문이라니···. 무슨 소문 말이야?”

“서쪽 마을에 마신이 나타났대. 그것 때문에 며칠 동안 난리였다 하더라고.”

“마신이라면··· 타나토스 님? 에이 설마, 그런 고귀한 분이 왜 인간 세상에 나타나겠어?”


마신 타나토스.

그분이 지상에 내려왔다니. 허무맹랑한 소문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이번 마왕 토벌이 너무 단기간에 끝나서 화가 난 걸지도 말이야.”

“하긴. 40년 전의 마왕군에 비하면 너무 김빠지게 끝난 감이 있었으니까.”


40년 전이면 마왕군이 가람왕국을 침공했을 때였다.

당시에는 센츄어리 대륙에 또다시 암흑기에 들어설 거라는 말이 많은 정도로. 대륙 내에서 배신자도 나오고, 싸우기도 전에 항복하는 도시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승전보만 올리던 마왕군이 돌연히 철수했다.

그 이유는 아직도 인간계에서 미스터리로 남았다.

이후에 마왕군이 5년의 공백을 가지고 다시 전쟁을 시작했지만. 그 힘은 옛날 같지 않았고 얼마 전에 용사 일행에게 토벌됐다.


‘그렇다고 피해가 적은 건 아니었는데···.’


이전 전쟁에 비하여 쉬웠다는 소문은 있지만, 이런 식으로 입에 담을 이야기는 아니었다.

전쟁이 김빠지게 끝났다느니. 너무 쉽게 끝나서 마신이 화가 났다느니. 우스갯거리로 말할 주제가 아니었다.

아직도 대륙 한편에서는 원군이 간절할 정도로 치열한 사투가 남아있었다.

이번 전쟁은 마왕군이 북쪽과 남쪽을 공격했기에 가람왕국이 무사했을 뿐. 도박사의 말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보게 말조심하게나. 우리가 무사하다고 망발을 뱉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번 용사들이 대단했던 거지.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어.”


다행히 제정신이 박힌 모험가 한 명이 그들을 나무랐다.

다른 두 모험가도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닌지 말을 아꼈다.

그렇게 캣니스의 이목을 끈 이야기는. 원래 술김에 하는 이야기가 으레 그렇듯 흐지부지 끝났다.


“뭐 어쨌든. 마신이 나타났다. 라는 소문이야.”


결국에 지나친 평화가 가져온 가십거리였다.

캣니스는 관심을 끊고 브레드의 뒤를 쫓아갔다.


“그들에게서 쓸 만한 이야기라도 들었나?”


브레드의 질문에 캣니스가 고개를 저었다.

굳이 입 밖으로 낼 필요도 없는 실망스러운 이야기이다.


“으음···. 아무래도 한때 공포의 대상이었던 만큼 마음 한구석에서 빈자리를 느끼고 있는 모양일세. 말 만큼이나 생각 없는 자들은 아닐 터이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게나.”


브레드가 어두운 표정인 캣니스를 위로했다. 이미 그는 그들 사이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를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골렘 사건이 지난 지 얼마 안 됐는걸요. 소중한 것을 잃는 아픔을 아는 사람들이 저런 말을 하는 건···.”

“그렇기에 더더욱 그런 걸세. 마왕 토벌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체감되지 않았을 사람들이니.”

“이번 일을 마왕군과의 전쟁과 견주었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들은 이번 전쟁의 고통을 모르네. 이번 일로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에 젖어서 대륙 최악의 상황과 비교했을 뿐이지. 물론 우스운 비유라는 걸 아네. 그래도 그들이 전쟁을 마냥 웃음거리로 생각하지 않았을 터이니. 그저 우리가 지나가는 헛소리라 여기고 걸러 듣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하며 다정하게 어깨를 두드렸다.

캣니스는 여전히 복잡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대의 기분은 이해하네. 전쟁 이야기도 그렇지만 마신 이야기까지 가십거리로 떠드는 모습은 우습긴 하군.”


브레드는 씨익 웃어 보였다.

이에 캣니스도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나름의 위로와 격려를 받고는. 새로운 인재를 찾기 위해 도시의 거리를 거닐었다.


-덜커덩. 덜컹.


돌을 잔뜩 실은 수레가 지나갔다.

아직 공사가 덜 끝난 주민이 바깥의 돌산에서 실어온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가더가 우뚝 멈춰 섰다. 수레가 사라진 거리를 빤히 지켜보았다.


“캣니스.”


동행자의 이름을 불렀다.


“문지기님? 무슨 일 있어요?”


캣니스는 브레드와 대화하던 일을 멈췄다. 돌아본 그의 얼굴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무언가 큰일이라도 생기는 건 아닌지 주위를 살폈다.


“저거. 가서 잡아야 해.”

“네?”


가더가 한쪽 거리를 가리켰다.

캣니스의 표정에 의문이 가득 찼다.


“잡아야 한다니. 무얼 말하는···.”


캣니스의 의문이 해소되기 전이었다.

가더가 그녀를 내버려 둔 채 홀로 뛰어갔다.


“문지기님?”


캣니스는 당황했다.

한 번도 이런 행동을 보인 적 없던 그다.

그답지 않게 초조한 모습을 보이자, 다른 두 사람도 뒤따라서 달려갔다.

얼마 안 가서 가더는 수레 하나를 붙잡았다.

조금 전에 그들 곁을 지나간 수레였다.


“응? 당신 뭐야?”


남자가 당황하여 말했다.

그러나 가더는 조금의 설명도 없이 수레를 빼앗았다.


“이, 이봐! 뭐 하는 거야?!”


수레 위에 놓인 돌덩이를 하나둘 내렸다.

수레 주인이 기껏 성벽 바깥에서 열심히 가져온 돌덩이가 전부 바닥에 내려지고 있었다.


“이···. 이 망할 놈이!”


수레 주인은 가더의 황당한 행동에 노성을 질렀다.

두 눈에서 당황 이후로 노여움이 담겼다.

그는 옷의 소매를 걷으며 불한당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봐! 내 말 안 들···”


그 순간, 가더의 붉은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였지만, 받는 사람은 다르게 느꼈다.


“아. 아아···.”


수레 주인은 창백한 안색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조금만 담이 약했다면 실례를 범했을 눈빛이었다.


“문지기님!”


뒤늦게 쫓아온 캣니스와 브레드가 소리 질렀다.

그녀는 가더가 살기를 집어넣게 하고, 브레드는 넘어진 수레 주인을 챙겼다.


“문지기님, 대체 왜···”


캣니스는 그답지 않은 행동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답변한 가더의 말은 간결했다.


“이거.”


돌덩이를 가득 실은 수레를 가리켰다.

무얼 가리키는지 확인하니, 놀랍게도 사람 모습의 조각상이 있었다.


“이건···.”


캣니스는 두 눈을 깜빡였다.

평소였다면 평범한 조각상이라고 넘겼을 터다.

하지만 동행자가 조각상에 관심을 가졌고, 무엇보다 수레 깊숙이 깔린 조각상을 눈으로 보고 쫓았을 리 없었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니 금방 답을 알 수 있었다.

조각상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미세한 기운이 있었다.


“저기, 신자님. 혹시 이 조각상을 어디서 구했나요?”

“응? 조각상이 어디에 있다는 말이야?”


수레를 끌던 주인은 그제야 조각상의 존재를 알았다.

분명 본인의 수레임에도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르는 조각상이었다.


“문지기님은··· 짐작 가는 곳이 있는 거예요?”

“응, 알고 있어.”


역시 평범한 조각상이 아니었는지. 가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한 그의 눈빛은 여정에 나선 이후로 처음으로 가라앉았다.


“티미.”

“티미···?”

“내, 옛 동료야.”



*****



크레센트 여신이 활동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둠이 둘러싼 방 안에 은은한 달빛이 들어왔다.

방 안에는 가더, 캣니스, 브레드 그리고 낮에 가져온 조각상이 있었는데.

조각상은 악마족을 조각한 것인지 뿔과 날개가 달려 있었다.


-드드득.


미세하게 바닥이 진동하고. 캣니스와 브레드는 얼굴을 굳혔다.

가더가 자신의 옛 동료라고 설명한 조각상.

8등신의 상당한 미남형인 악마 조각상이었는데. 미세하지만 확실하게 손가락 끝이 움직였다.


“으-그아아-!”


가더의 말이 사실이었다.

조각상이 달빛을 받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였다.

겉모습은 기존의 조각상과 같지만, 첫인상이나 재질 같은 게 변했다.

딱딱한 피부는 하얀 피부가 되었고. 석고 머리와 눈동자는 검은색 머리카락과 호박빛 눈동자가 되었다.


“나를 깨운 게 그대인가.”


마른 체형의 조각상이 호박색 눈동자를 빛냈다.

깊은 동굴 같은 목소리가 대기 중의 마나를 진동시켰다.


“가고일···.”


캣니스와 브레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고일이란. 미궁에서 주로 발견되는 석상 형태의 마족이다.

단단한 외피와 마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특성도 까다로운데. 정신 공격이 주특기라서, 만에 하나 도심에서 놓치면 큰일인 마족이었다.


“브레드 님. 지금 이 자리에서···!”


캣니스는 신성력의 창을 만들어냈다.

브레드도 고개를 끄덕이고 외투를 벗었다.

단 몇 초 만에 싸울 준비를 끝내자. 그들과 마주한 잘생긴 가고일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자, 잠깐만!”


그들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거 같은 기세를 보였다.

조각상은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만! 아주 잠깐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바닥에 손을 짚고 머리를 조아렸다.

맨 처음 동굴 같던 목소리는 어디 갔는지. 한없이 비굴한 목소리가 나왔다.

가고일은 이마를 바닥에 둔 채 양손을 싹싹 빌었다.

그 황당한 모습에, 두 사람은 움직임을 멈췄다.


“제발 해치지 말아주세요! 저, 저는 착한 가고일이에요! 제발··· 제발- 제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용사님들!”


생긴 모습은 사천왕 저리 가라인데. 하는 행동은 하급 악마보다 더 비굴했다.

그 묘한 괴리감이 캣니스와 브레드에게 용서의 여지를 주었다.

그들은 얼굴을 마주 보다가 가만히 뒤쪽에 서 있는 사람을 돌아봤다.


“일단··· 괜찮은 거 같은데요···?”


확인받은 가더가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섰다.

그가 부탁했던 대로 겁을 줬는데. 예상했던 반응이 나온 것이다.


“제발··· 제발 살려줘요, 용사님들.”


여전히 가고일은 애처로운 마음이 들게 할 정도로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앞에서 가더가 멈춰 섰다.


“티미.”

“네- 티미 입니다!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용사님··· 응?”


가고일은 자신의 이름을 안다는 사실에 생각이 멈춘 모양이다.

캣니스와 브레드는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봤다.

분명 석상이라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텐데. 어쩐지 흐르는 거 같은 착각이 들게 하였다.


“호, 혹시 용사님들? 고개를 들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일세. 지금 그대의 앞에는 자네를 만나고 싶어 하는 친우가 있다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고개가 들렸다.

완전히 고개를 든 가고일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맙소사···.”


가고일이 입을 쩍 벌린 채 다물지를 못했다.


“설마 문지기야?”


얼굴을 확인하였어도 경악스러운 기색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가더는 그의 질문에 긍정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이다, 티미. 잘 지냈나 보네.”


캣니스는 알 수 있었다.

가더가 무뚝뚝한 목소리를 하지만 사실은 반가워한다는 것을.


“그런데 모습이 왜 그따위야?”


그리고 반가운 만큼이나 진심으로 아니꼬워하는 것도 말이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작가의 tmi: 암흑기란 센츄어리 대륙이 마왕군의 손에 넘어간 일을 말한다. 암흑기에 들어 간 시기가 역사적으로 단 두 번인데. 그 중 한 번은 최초의 인마전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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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54화 길드 23.03.25 64 0 16쪽
64 53화 길드 23.03.11 62 0 12쪽
» 52화 길드 23.03.08 62 0 12쪽
62 51화 길드 23.03.01 61 0 13쪽
61 50화 길드 23.02.26 77 0 11쪽
60 외전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23.02.26 67 0 10쪽
59 49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21 78 0 17쪽
58 48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17 68 0 13쪽
57 47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13 72 0 14쪽
56 46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10 54 0 13쪽
55 45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08 60 0 14쪽
54 44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04 57 0 11쪽
53 43화 던전 23.02.01 58 0 11쪽
52 42화 던전 23.01.29 63 0 18쪽
51 41화 던전 23.01.26 63 0 21쪽
50 40화 던전 23.01.25 67 0 17쪽
49 39화 던전 23.01.13 73 0 15쪽
48 38화 던전 23.01.02 74 0 15쪽
47 37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22.12.29 78 0 14쪽
46 36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22.12.28 76 0 14쪽
45 35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22.12.26 75 0 21쪽
44 34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22.12.19 84 0 12쪽
43 33화 선택의 책임 22.12.04 80 0 21쪽
42 32화 선택의 책임 22.12.03 81 0 15쪽
41 31화 선택의 책임 22.12.02 92 0 14쪽
40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9 22.12.01 76 0 15쪽
39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8 22.12.01 67 0 10쪽
38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7 22.11.30 69 0 14쪽
37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6 22.11.29 73 0 12쪽
36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5 22.11.29 6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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