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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6.22 20:57
연재수 :
2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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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9,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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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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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49화 끝나지 않은 위험

DUMMY

49화 <끝나지 않은 위험>



가람왕국의 국왕 알현실.

왕좌에 앉은 연로한 남성의 입이 움직였다.


“영웅은 고개를 들게.”


수많은 귀빈과 왕궁의 사람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영웅의 자격으로 초청된 브레드 머슬릿이 고개를 들었다.


“짐과 이곳의 식구들 그리고 국민이 그대의 공로를 높이 인정하는바. 이 자리에서 그대 영웅이 원하는 바가 무엇이든지. 한 가지를 들어주기로 했노라.”


칼투스 14세.

목을 덮는 갈색 머리카락과 복슬복슬한 갈색 수염을 가진 63세의 너구리 수인.

20년 전 센츄어리 대륙의 최전방에서 마왕군의 공세를 3년이나 버텨낸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분에 넘치는 포상입니다, 왕이시여.”

“브레드 머슬릿. 모험가 길드의 빛나는 모험가여. 그대의 겸손은 모험가의 미덕이 되네만 지금은 원하는 바를 말하라.”


국왕이 명했다.

괜히 겸손할 필요 없이 원하는 바를 말하라고.

그 말에는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 없이, 오로지 영웅에 대한 감사와 찬양만이 담겨있었다.


“그렇다면 이 브레드 머슬릿은 청하겠나이다.”


브레드는 국왕의 명대로 원하는 바를 청하였다.


“이 일에 힘을 써준 모험가 길드와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맺어주시옵소서.”

“왕국은 오래전부터 이카루스 공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짐은 친우의 조력을 당연시할 만큼 못난 왕이 아닌바, 그대는 다른 소원을 말하라.”

“하면 저의 공을 전장의 모든 이들에게 나눠주시옵소서.”


국왕의 눈썹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그대 영웅이여. 그 말을 무슨 뜻으로 한 말이더냐?”

“제게 직위를 내리지 말아 달라는 청이옵니다.”


웅성웅성.

브레드의 한마디에 알현실 내부가 소란스러워졌다.

모험가가 왕이 직접 내리는 직위를 거부한 것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귀족 신분을 주겠다는 언질은 없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가 귀족의 신분이 되지 않으리라 의심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가 뱉은 말이 가져온 파장은 컸다.

왕국의 권위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야 할지 주위가 어수선했다.


“으음···. 조용. 모두 조용히 하게.”


국왕이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자 소란은 금방 가라앉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잠재우지 못했다.


‘감히 일개 모험가가 왕국의 귀족을 무시하다니.’

‘국왕 폐하 앞에서 무례하게.’


누군가에게는 지금껏 쌓아온 명예가 무시당한 일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왕국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모험가가···.’

‘모험가 주제에···.’

‘주제도 모르고···.’


수많은 악의가 가득 차는 건 금방이었다.

소란의 가운데, 현왕이라 불렸던 자가 입을 열었다.


“그대 영웅이여. 어찌 고귀한 신분을 거절하는지 물어도 괜찮은가?”

“불필요한 물음입니다. 대륙을 관통하는 지혜의 왕이시여. 이 자리에서 현왕께서 모를 일은 없습니다.”

“부끄러운 찬사로군···. 그렇다면 영웅이여. 그대는 짐의 호의를 거절하는 이유를 설명하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브레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윗옷을 벗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마흔을 앞둔 나이라고 믿기지 않는 섬세한 근육이 드러났다.

왕을 알현하던 도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파격적인 행동.

귀족들은 저마다 기함하였다.


“무, 무슨···!”

“평생을 단련에 힘 써온 몸입니다.”

“으음···.”

“이번 일로 한 모험가가 평생의 업적을 남겼다고 해도 무방할 겁니다.”


백전노장이라 해도 좋을 힘이 담긴 목소리였다.

누구도 섣불리 그를 깎아내릴 수 없었다.


“계속 말하게 영웅이여.”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피부에서 뜨거운 증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죄인의 낙인이 스테이터스에 새겨졌을 때, 이곳에서 은퇴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육이 수분을 머금은 스펀지처럼 부풀어 올랐다.


“평생을 근육만을 키우던 제가, 다른 것을 키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다른 것이라 하면?”

“진정으로 강함을 아는 모험가. ···저와 같지 않은 모험가를 키우려 했습니다.”


사방에서 탄식에 가까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때때로 겸손은 득이 아니라 독이 되곤 했다.

안타까움이 가득한 소란 속에서 브레드와 국왕은 서로의 눈빛을 가만히 마주하였다.


“겸손한 말이로군. 그러나 오만하기도 한. 아름다운 장미의 가시 같은 말이야.”

“그리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은퇴 생각은 접었습니다.”

“그렇군. 그대의 생각과 행동은 음유시인의 변덕과는 다를 터. 그에 대한 이유를 물어도 괜찮겠는가?”

“물론입니다. 저는··· 꿈을 꿨습니다.”

“꿈?”

“예, 아주아주 달콤한 꿈이었습니다.”


브레드는 커질 대로 커진 근육을 움직였다.

한때는 봉인되었던 고유스킬인 머슬 레볼루션.

근육으로 못 이룰 일이 없다는 사상이 담긴 스킬은, 무용수와 같은 곡선을 그리며 근육의 아름다움을 뽐내었다.


“저는 꿈의 결말을 원합니다. 제가 추구하던 이상이 어디까지 나아가는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누구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감히 그를 광대의 행보라고 무시할 사람은 없었다.

아름답다.

불혹의 나이인 남성 모험가가 이토록 경이로운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지를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드디어 제 꿈의 끝에 선 우상을 찾았습니다. 절대로 놓치지 않을 이상을 좇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심장을 뛰게 만든 그것을. 다시는 놓칠 생각이 없습니다.”


칼투스 14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40대 후반이라면 절대 젊지 않은 모험가의 나이다. 저 나이 때에 모험가는 대부분 은퇴를 고민한다.

그래서 은퇴한 브레드 머슬릿을 가람왕국이 붙잡아 두려고 했다.

그를 받아들일 명분은 충분하였기에 포상을 주어서 사로잡으려고 했다.


‘하나 아직 그에게는 일렀나 보군.’


-이카루스 씨는 어찌 그리 젊을 수 있습니까?


마왕군의 공세가 이뤄지기 한참 전의 일.

칼투스 14는 어렸을 적의 일을 회상했다.

항상 그의 말에 답해주는 건, 예나 지금이나 소년의 외견을 가진 인물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였다.


-하하하, 너는 그것도 몰라? 모험가는 말이야. 절대로 늙지 않아.

-네? 이카루스 씨.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이야. 모험을 꿈꾸는 한, 모든 모험가의 시간은 멈춰있어.


어린아이는 동그랗게 뜬 눈을 빛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의 흐름을 겪어온 칼투스 14세는 두 눈을 떴다.

과거에는 그 모험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고 있었다.

칼투스 14세 자신은 이제 옛날 같지 않다.

마왕군의 공세를 3년이나 막아낸 것도, 망한 왕국을 다시 일으킨 것도, 다 옛날 일이다.

이제는 세월의 풍파에 마모돼서. 앞날이 창창한 후세에게 일을 물러줘야 할 때.


‘하나 이 자와 마주하고 있으면···.’


휴식기에 접어든 노년의 피가 다시금 들끓었다.

이 모험가의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젊었을 적에 갖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릴 것 같았다.


“모험가는 좋겠군···. 시간이 지나도 늙지를 않으니 말이야···.”


국왕은 차분히 미소 지었다.

곧바로 사방에서 감복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아아···! 칼투스 14세시여! 이 늙은이가 죽기 전까지는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머리카락이 새하얀 남성이 구석진 자리에서 눈가를 훔쳤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국왕을 지켜온 집사장이었다.

그가 모시는 주군은 기쁜 웃음을 저 과거에 던져 놓은 줄 알았다.


“브레드여. 그대의 바람을 존중하겠네. 하지만 고작 몇 마디 청으로, 짐이 내린 포상을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말게.”

“하나 칼투스 14세시여···.”

“그러니 다시 찾아오게나.”


대답하던 브레드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다른 대신들도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 와중에 국왕은 더 진한 보조개를 보였다.

어쩐지 순수하게 즐거워하는 것 같은. 저 나이가 되도록 때 묻지 않은 동심 어린 미소였다.


“그대의 모험이 끝나는 날까지 짐은 기다리겠네. 오늘날 못 치른 포상과 선물을 그때 선사할 테니. 부디 그날이 올 때면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짐에게 가슴 떨리는 모험을 가져와 줬으면 하는군,”


국왕의 진심에 알현실은 숙연해졌다.

알현실의 한구석에서 왕국의 황자가 눈물을 훔쳤다.


“내 부탁을 들어주겠나 친구여?”

“물론입니다, 위대하신 가람왕국의 현왕이시여. 그리고··· 나의 친우이기도 한 왕이여.”

“허허··· 하하하하!”


칼투스 14세는 웃었다.

체통 같은 거 던져버리고. 새로 생긴 인연에 순수하게 만족했다.


“그래! 친우. 친우로구나 하하하!”


호탕한 목소리가 알현실에 울렸다.

사방에서 대신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궁정악단도 이 경사스러운 날을 기리기 위해 나팔을 불었다.

영웅. 국왕의 친우.

일개 모험가로 들어왔던 브레드 머슬릿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명예를 안았다.


“아아- 브레드. 나의 친우여. 보내주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물어도 괜찮은가?”

“당연하네, 친우여. 마음 갖지 말고 편히 묻게나.”

“흐음··· 친우라. 정말로 좋은 울림이 분명하군. 그래 브레드. 자네는 지금부터 무슨 모험을 할 예정인가?”


국왕은 선물 보따리를 앞에 둔 아이처럼 눈을 빛냈다. 전설 속의 천일야화를 기다리듯이 조바심을 냈다.

이에 브레드는 잇몸을 드러내어 시원한 미소를 보였다.


“이제껏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것을 키워볼 생각이네.”

“그것은 조금 전에 말한 후임 양성을 뜻하는 건가?”

“아니. 그런 게 아닐세.”


궁금해하는 국왕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얼마 안 가서 알현실 바깥까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윽고 복도로 나가는 알현실의 문이 열렸다.


“정말 그대를 만난 인연에 감사해야겠군. 그러면 우리의 영웅이자 나의 친구여. 부디 다시 찾아올 그날까지 건강히 보내게나.”


브레드는 국왕의 인사에 목례하였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으로 향했다.

경례하는 경비병의 어깨를 두드리며 당당하게 알현실을 떠났다.

등 뒤의 경비병이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거 같은 모습을 하였지만 나무라는 자는 없었다.

문을 들어갈 때는 가람왕국의 전설이 된 영웅. 나올 때는 한 왕국의 국왕에게 인정받은 친우.

그런 그에게 격려받은 일인데. 어떻게 감히 기절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브레드 씨-”


그가 완전히 알현실을 벗어났을 때였다.

복도 너머에는 또 다른 친우 또는 전우라고 일컬을 수 있는 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네샤여.”

“무사히 나오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세올이여.”

“도련님을. 끝까지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레인이여···.”

“몸에 불편한 점이 있나요?”

“하하! 덕분에 아주 멀쩡하다네.”


브레드는 웃음을 터트렸다.

골렘이 파괴됐을 때. 클레인의 도움이 정말로 컸다.


“그리고-”

“까마귀 여자. 캣니스의 실력은 믿을만하다고?”

“문지기님.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에요.”


가더와 캣니스.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브레드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고는 여사제의 이름을 불렀다.


“캣니스여.”

“브레드 님. 여러모로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아닐세. 전혀 번거롭지 않았네.”


고개를 숙인 그녀에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번거롭게 했다는 말은 단순히 골렘 토벌 때의 부탁만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다시 한번 묻고 싶군. 정말로 이 볼품없는 자가 토벌의 명예를 가로채어도 괜찮겠는가?”

“물론이죠. 이렇게 왕국이 무사한 건 브레드 님의 힘 덕분인걸요.”


두 사람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들 사이에 알쏭달쏭한 말이 오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가더와 캣니스는 골렘 토벌의 영광을 브레드에게 돌렸다.

그렇기에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이 아는 것은, 전장에 내려온 한 줄기 빛과 넘어지는 골렘. 그리고 브레드가 군단의 지휘관에게 했던 말뿐이었다.


“캣니스의 말이 맞아요! 브레드 씨는 엄청난 업적을 달성한 거라고요! 항상 별 볼 일 없는 취급받던 우리 지부에서 이런 신화 급의 영웅이 등장하다니···!”


물론 그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진상을 아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면 바네샤가 있었다.

그녀는 지금도 브레드의 손을 맞잡은 채 찬사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에 브레드는 어색하게 웃기만 하였는데.

이번 사건에서 바네샤는 자세한 내막을 조금도 알지 못했다.

조금 곤란해지던 그때였다.


“바네샤. 모험가님에게서 손 좀 떨어뜨리지 않을래?”

“어?”


찰싹.

클레인이 바네샤의 손을 쳐내었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브레드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

온몸을 단단한 근육 위에 밀착하고, 조금 망가진 옷매무새를 다듬어주었다.


“브레드 씨. 그런데 혹시 점심 먹을 시간이 있을까요?”


명백하게 무언가를 드러내는 행동.

당황한 바네샤의 입이 쩍 벌렸다.


“뭐, 뭐야 클레인? 너 지금 나를 견제한 거야?”

“어머. 그렇게 생각했다니 유감이네. 나는 단순히 브레드 씨의 노고에 감탄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인데.”

“그, 그런 거라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물론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있겠지. 아, 그래. 괜찮다면 내일 아침까지 집무실 자리를 비워도 될까? 브레드 씨와 ‘단둘’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든.”


단둘.

클레인은 유난히 그 단어를 강조하였다.

그 단어를 들은 순간, 바네샤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전쟁이었다.


“뭐? 둘? 안 돼! 절대 안 돼!”


바네샤는 브레드에게서 클레인을 떨어뜨렸다.

그녀의 손에 이끌린 클레인은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바네샤. 물을 끼얹은 루나처럼 있으면 브레드 씨가 곤란하잖아?”

“네가 할 말이야?! 너 원래 그런 캐릭터였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 그런데 원래 까마귀는 귀하고 반짝거리는 거를 좋아하는 거잖아?"

"이, 이 도둑고양이 같은 까마귀가!"

“허허허···.”


두 여인 사이에서 브레드는 점잖은 웃음을 흘렸다.

불혹의 나이가 된 만큼 그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자, 두 사람 모두 진정하게나. 사정은 모르겠네만 아직 왕궁 안이니 소란은 아니 되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두 사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러나 두 사람은 눈빛만으로도 싸울 수 있는 부류였다.

그들 사이에 낀 브레드는 진심으로 난처해하였는데.

그가 난처하든 말든. 또 다른 거리에서도 심상치 않은 눈빛을 보내는 자가 있었다.


“브, 브레드 님이 언제 저런···!”


신서의 주인은 캣니스였다.

캣니스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면서도 손가락 틈으로 시야를 확실히 확보해 두었다.


“브레드 님의 인기가 저 정도였다니···! 세올 님은 알고 계셨나요?”


좀처럼 차분한 그녀가 웬일로 흥분하였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사정과 수라장이 되기 직전인 상황!

질문을 받은 카이스트는 유려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네, 브레드 님이 멋진 남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골렘을 격파할 정도의 힘을 보여주었으니···. 왕국 모두가 그를 칭송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아이참. 그런 이야기 아닌데!”

“네? 그게 무슨?”

“모르시면 됐어요.”


캣니스는 쪼르르 달려가서 가더의 뒤에 숨었다.

가더를 기둥 삼아서, 브레드가 처한 상황을 훔쳐보았다.


“캣니스···?”


누가 봐도 대놓고 보는 거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카이스트와 가더는 진심으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 캣니스여.”

“네? 네, 브레드 님!”


그 순간, 앞서가던 브레드가 뒤를 돌아봤다.

캣니스는 화들짝 놀라서 차렷 자세를 했다.

브레드는 잠시 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원래 얼굴로 돌아왔다.


“음···.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네. 내 그대에게 부탁할 것이 있는데. 지금 말해도 괜찮은가?”

“아, 네 괜찮아요. 제가 들어줄 수 있는 이야기 선이라면 얼마든지 들어드릴게요.”

“고맙군.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신중히 결정해주게. 일단은 스스로 곤란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한다마는···.”


그때였다.

브레드의 뒤쪽에서 또다시 무언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브레드는 미간을 찡그린 채 팔짱을 꼈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도대체, 왜 갑자기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진 건지. 미안하네. 지금 한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도록 하지.”

“네, 마음 내키실 때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두 여성 사이로 뛰어들었다.

캣니스는 제자리에서 가만히 손을 흔들어주었다.


“캣니스. 또 귀찮은 부탁받은 거 아니야?”


지켜보고 있던 동행자가 조금 전의 대화에 대해서 말하였다.

물음을 듣고 나서야 흔들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물론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브레드 님의 부탁은 되도록 들어주고 싶어요.”


이번 일로 캣니스는 브레드에게 진 빚이 많았다.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 같은 생활로 돌아오지 못했을 터였다.

평화, 평온 그리고 안정.

한 번도 얻어본 적 없기에 이렇게 풍족한 기분을 주는 것인지 여태까지 몰랐다.


“서로 곤란한 이야기가 있으면 경청해주는 것.”


캣니스는 뒷짐을 쥔 채 동행자를 향하여 빙글, 돌았다.

그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 또한 인족이 훌륭한 이유니까요.”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작가의 tmi: 칼투스 14세는 40년 전, 마왕군 침공의 산 증인이다. 그때에는 이카루스 토일 또한 길드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명한 파티의 일원이었기에 귀빈 대접으로 몇 번 왕궁에 머무른 전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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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47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13 7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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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32화 선택의 책임 22.12.03 79 0 15쪽
41 31화 선택의 책임 22.12.02 89 0 14쪽
40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9 22.12.01 74 0 15쪽
39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8 22.12.01 65 0 10쪽
38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7 22.11.30 68 0 14쪽
37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6 22.11.29 72 0 12쪽
36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5 22.11.29 6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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