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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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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6.2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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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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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DUMMY

34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캣니스가 클레인과 단판을 벌인 삼 일 뒤.

오늘도 가람왕국의 모험가 길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길드의 2층 복도에서 캣니스와 가더 그리고 루나, 이 세 사람이 아침부터 우연히 마주쳤다.


“루나 님, 좋은 아침이에요. 그런데 그 복장은···.”

“냐하하, 캣니스 좋은 아침이다냐. 바네샤가 그동안 힘내주었으니 이제는 내가 일할 차례다냐!”

“정말 다행이에요. 다른 분들도 루나 님을 보면 기뻐할 거예요.”


오늘 처음 병석에서 일어난 루나.

모험가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미래가 훤히 보였다


“냐하하,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냐. 정말로 캣니스와 가더 형씨에게 고마운 일투성이다냐.”


뒤통수를 만지며 헤프게 웃었다.

그러다가 말 한마디 없는 캣니스 쪽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가더 형씨, 오늘은 왜 이리 조용한 걸까냐?”


캣니스의 뒤에 선 가더.

얼굴 살이 핼쑥해서 아픈 사람처럼 보였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냐?”


그 질문에 캣니스가 멋쩍게 웃었다.

뒤를 한 번 돌아보고는 더욱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 브레드 님이 추천한 가게로 갔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돼지 발··· 머리··· 도마뱀 통구이······.”

“이런 일이 있었어요.”

“아하, 그런 일이었구냥.”


루나는 단번에 납득했다.

차마 음식을 먹지 못하고 배를 곯았다는 이야기이다.


“가더 형씨, 생각보다 비위가 약했다냥?”

“그런 걸 어떻게 먹으라고···.”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입맛은 딱히 까다롭지 않지만 가리는 음식이 존재했다.

특히 원형의 모습이 존재하는 몇몇 음식들이 그러했는데, 코끼리 눈알 수프가 나왔을 때는 기겁하며 자리를 떴다.


“사실 저도 엄두가 안 나서 한 숟가락도 못 먹었어요.”


식욕을 뚝 떨어뜨리는 음식을 브레드만이 먹었다.

근력 강화에 좋다나 뭐라나. 어쨌든 열심히 먹어 치웠다.


“어이쿠 시간이 늦었다냐. 그러면 있다가 보자냐.”

“네, 있다가 봬요.”


캣니스가 손을 흔들고 루나는 계단 밑으로 폴짝 뛰어내렸다.

바네샤의 비명이 들리는 것을 보아 좋지 못한 행동이 분명했다.


-달칵


두 사람은 길드에 머무는 2층 방으로 돌아왔다.

루나와 대화할 때부터 손에 쥐고 있던 서류에는 서명인 자리만 지워져 있었다.


“결국 클레인 님에게 잘리고 말았네요.”


지금 그들은 막 경호원 자리에서 쫓겨난 참이다.

이에 이야기는 전날 밤에 끝난 이야기다.


-길드장 님이 경호원 이야기는 거짓말이라고 전해주시래요.

-네? 하지만 그러면···

-약속했던 보수도 드리고, 셰인 씨는 잘 돌봐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더해서요.


일방적인 통보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애초에 임시로 일을 맡을 생각이었고 부수적인 목적도 이루어졌다.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하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클레인과 이카루스를 믿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캣니스. 이제 뭐 한다고?”


육포를 질겅질겅 씹는 가더.

캣니스는 서류를 탁자에 내려두고 입꼬리를 올렸다.


“후후후, 지금부터 아주 중요한 일을 할 거예요.”


찬바람이 들어오는 창가에 서서 창밖을 보았다.

한껏 어깨를 올린 채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곧, 커튼을 닫고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솜 베개를 한껏 끌어안고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문지기님!”

“어, 그래······.”


모험과 신전 활동 중에는 결코 할 수 없었던 일. 여유가 없는 날에는 생각도 사치인 일.

낮잠.

한때 그녀가 질시하였던 나태한 생활의 표본을 행하였다.


“자, 잘 자. 캣니스···.”


가더는 몸을 삐걱대며 움직여서 소파에 누웠다.

가만히 천장을 올려보다가 두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캣니스 자는 거야?”


대답 대신에 작은 숨소리만 들렸다.

여전히 천장을 보는 눈은 말똥말똥하기만 하였다.


“그래···. 잘 자 캣니스······.”


감기지 않는 두 눈을 조용히 닫았다.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



“루, 루나 씨. 혹시 잠깐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셰인은 며칠 전부터 접수처를 담당했다.

이제 제법 일에 익숙해져서 능숙해진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선임의 도움은 절실했다.


“냐아? 무슨 일로 불렀을까?”


지난날, 모험가 길드를 한바탕 뒤집은 원흉 중 하나인 전(前) 성기사 단원 셰인.

그녀가 같은 종업원이 된 일이 싫을 만도 한데. 루나는 선뜻 그녀를 이끌어주었다.


“그, 그게 이 두 분이 가람왕국 체류권을 가지고 싶다고 해서···.”

“가람왕국 체류권? 앞에 두 사람 말하는 걸까? 두 사람은 얼마나 머무를 생각일까?”


루나는 셰인이 상대하던 두 사람을 보았다.

한 사람은 짧고 검붉은 머리카락과 함께 갈색 피부를 가진 남자였고, 또 다른 이는 후드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소년으로 추정되는 사람이었다.


“아, 저는 잠깐만 머무를 생각입니다.”


갈색 피부인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분께서 지내실 건데. 짧으면 몇 개월. 길면 오 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숙소는 이미 잡았고 그동안 지내기 위한 체류권을 신청하러 왔습니다.”

“그러면 단기 체류권은 따로 없고, 장기 체류권 하나를 끊어주겠다. 이름과 신분을 증명해 줄 수 있을까?”

“네, 여기 있습니다.”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목걸이를 내밀었다.

그것은 은색 플레이트가 달린 신분증으로, 어엿한 기사의 신분을 증명해 주었다.


“앱솔루트 왕국, 톨스 가문의 기사입니다. 며칠간 신세를 지게 될 터이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다 세올 카이스트 경. 그러면 카이스트 형씨라고 불러도 될까?”


세올 카이스트.

톨스 가문의 유능한 기사로 장례가 기대되는 유망주.

그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가문 내에서도 알아주는 대인배였다.


“물론입니다. 부디 그렇게 불러주십시오. 그런데 이걸로 체류권 절차는 끝난 겁니까?”

“냐아, 그게 말이다···.”


루나는 자신의 뒤쪽을 곁눈질했다.

그녀의 후임은 앱솔루트 왕국의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얼어붙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아직이다. 얼마 전까지라면 형씨의 신분으로 충분하였지만. 지금은 이쪽 형씨의 신분증도 필요하다.”


기사의 신분만으로는 얼굴을 가린 괴한을 받아줄 수 없다.

카이스트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제 이름을 걸고 보증할 테니 넘어가 주면 안 되겠습니까?”

“카이스트 형씨 미안하다. 최근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확실히 신분을 제시해 줘야 한다.”

“하지만 모험가 길드는 신원을 보증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받아줬던 게···.”

“미안하다. 원래는 그랬지만 이번에는 양해해 줄 수 없는 일이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지만 배려할 수 없는 상황.

무언가 사정이 있는 카이스트도, 단칼에 잘라낸 루나도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다.


“혹시 그러면 길드장님과 개인적으로 면담이라도···.”

“됐어, 세올. 규칙이라니 어쩔 수 없잖아?”


카이스트가 끈질기게 부탁한 그때였다.

망토의 모자를 뒤집어쓴 그의 일행이 앞으로 나섰다.


“도련님. 하지만···”

“됐다니까? 사람들 구설에 오르는 일은 이미 익숙하다고.”


도련님이라 불린 소년이 모자를 뒤로 젖혔다.

그러자 남색 머리카락 사이에 낀 금색 머리카락과 탁한 푸른빛을 내는 두 눈동자가 드러났다.


“자일리 톨스. 이번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신세를 지게 됐어.”


루나와 키가 비슷한 신장의 소년이었다.

가문 특유의 남색 머리카락 사이에 낀 한 줄의 금색 머리카락이, 톨스 가문의 자제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자, 여기 반지. 우리 가문의 가보이니까, 신분은 증명된 거지?”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지를 돌려받고 다시 모자를 뒤집어썼다.


“따라와라. 안쪽으로 모시겠다.”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된 응접실.

그들을 안쪽으로 안내하였다.


“이봐, 너.”

“네?”


그런데 톨스 가문 도련님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셰인을 향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해줬으면 됐잖아. 아무것도 못 하고 어리바리하기는.”


그 말에 셰인의 표정이 멍해졌다.

자신보다 어린 소년에게 한 소리를 들은 충격은 컸다.

카이스트가 셰인의 어깨를 도닥이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셰인. 무슨 일 생기면 불러라냥.”


선임의 말에도, 셰인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자일리 톨스.

나이는 15세.

톨스 가문의 세 번째 아들이자 네 번째 자식 된 자.

위로는 두 명의 형제와 한 명의 여형제가 있고 밑으로는 한 명의 형제가 있다.

앞으로 가문의 아래서 엘리트 교육을 받을 자가 어찌하여 대륙의 변방을 찾아왔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 아는 바도, 들은 바도 없지만 구태여 묻지는 않았다.

루나의 진행 아래서 장기 체류권 발급 절차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똑똑


“루나 님. 잠시 시간 될까요?”


아직 손님이 가지 않은 시간.

캣니스가 응접실의 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자일리는 황급히 벗어두었던 망토를 뒤집어썼다.


“어라 죄송해요. 손님이 있는 줄 모르고···”


자일리의 기분은 바닥을 쳤다.

노크 후에는 답변을 들은 뒤에 들어오는 게 당연한 배려다.

그가 지내던 자택의 사용인 중, 이러한 무례를 범한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떤 여자기에 이런 매너 없는···!’


그 뻔뻔한 얼굴을 보기 위해서 고개를 돌린 그때였다.


“루나 님. 클레인 님이 있다가 길드장실로 오시래요. 그러면 이만 실례했습니다.”


새가 지저귀는 듯한 목소리.

노란 금빛 머리와 푸른 하늘을 담은 눈동자.

캣니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자일리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몸이 본능을 따라서 움직였다.


“도련님?”

“어?”


이내 정신을 차렸다.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제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깨달았다.

닫히려던 문에 손을 끼워 넣어서 멈췄다.

문 너머에는 예의 그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 있었다.

이것이 이성이 아닌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한 결과.


“어··· 혹시 하실 말씀이 있나요?”


한마디에 자일리의 얼굴이 빨갛게 익어갔다.

그는 급하게 팔로 얼굴을 가렸다.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무것도 아니야-!”


-쾅


문을 세게 닫았다.

문밖에 선 캣니스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말문이 막혔다.


“왜? 무슨 일인데?”


그녀의 동행자가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물었다.

그러나 캣니스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긴 매한가지였다.


“모르겠어요···. 안에 있던 손님이 문을 닫고 싶었던 걸까요?”


가더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캣니스의 얼굴에도 의문이 가득했다.

결국 두 사람은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눈을 돌렸다.


“그것보다 이제 밥 먹으러 가야지. 그 의뢰인가 뭔가를 본 다음에 말이야.”

“네, 가요. 부디 좋은 의뢰자를 만나면 좋겠네요.”


이제는 제법 모험가의 모습을 한 두 사람.

가더와 캣니스는 응접실 앞을 떠났다.

그런데 세게 닫힌 응접실 문 안쪽에서는 그들이 모를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도련님 무슨 일이에요?”


갑작스레 문을 닫은 톨스 가문의 세 번째 아들.

자일리는 한참 동안 문 앞을 떠나지 못했다.


“카이스트···.”

“네, 도련님.”

“아무래도 나, 찾은 거 같아.”

“찾다니···? 무얼 말이에요?”


카이스트는 도련님의 행동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묻는 말에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기이한 행동은 루나가 클레인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떠날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또, 만날 수 있을까?”


자일리는 심장 위에 손을 얹었다.

벽 너머에 누군가 서 있는 것처럼 속삭였다.

벼락을 맞은 거 같은 충격과 쉴 새 없이 뛰는 가슴.

문 앞을 떠나지 않는 자일리 곁에서. 카이스트는 고개를 저었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네, 학점은 망했어도 돌아왔습니다. 최근 들어서 좋은 글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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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0화 던전 23.01.25 63 0 17쪽
49 39화 던전 23.01.13 71 0 15쪽
48 38화 던전 23.01.02 72 0 15쪽
47 37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22.12.29 75 0 14쪽
46 36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22.12.28 75 0 14쪽
45 35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22.12.26 73 0 21쪽
» 34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22.12.19 82 0 12쪽
43 33화 선택의 책임 22.12.04 78 0 21쪽
42 32화 선택의 책임 22.12.03 79 0 15쪽
41 31화 선택의 책임 22.12.02 8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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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8 22.12.01 65 0 10쪽
38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7 22.11.30 68 0 14쪽
37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6 22.11.29 72 0 12쪽
36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5 22.11.29 64 0 13쪽
35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4 22.11.29 71 0 10쪽
34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3 22.11.28 73 0 12쪽
33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2 22.11.28 73 0 13쪽
32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1 22.11.28 8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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