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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6.29 21:20
연재수 :
2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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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6
추천수 :
132
글자수 :
1,607,719

작성
23.03.0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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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1화 길드

DUMMY

51화 <길드>



“길드 창설이요?”

“그러네. 내 가능하면 그대들과 파티를 맺고 싶어서 말일세.”


파티란 마음이 맞는 모험가들끼리 무리 지어 다니는 집단을 말한다.

길드는 더욱 결속력 있고 뜻이 맞는 파티가 만드는 집단이다.

그런데 모든 모험가가 파티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않듯이. 파티 또한 반드시 길드의 형태로 남지는 않는다.


“함께 다니는 일이 목적이라면. 파티의 형태로 충분하지 않나요···?”

“물론 파티의 형태로도 괜찮다만. 아무래도 그대들의 상황이 특수하니···.”

“아, 그래요. 이해했어요.”


캣니스는 브레드가 하는 말을 이해했다.

파티는 결속력이 약하다는 개념이 강했다. 대형 길드의 입사 제의라든가. 불특정 집단의 개인적인 앙심으로 쉽게 해산되곤 하였다.

거기에 캣니스가 비밀로 간직한 다른 신분도 문제였다.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이런 식의 파티 활동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이름을 알아보는 자가 나타날 터.

대비책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브레드 님이 방패가 되어준다는 말인 거죠?”

“감히 주제넘지만 말이네.”


이야기를 들은 캣니스는 턱을 괴었다.

길드, 방패, 금 등급 모험가.

확실히 금 등급 모험가의 길드를 방패로 두면 앞으로의 생활에서 유용할 터였다.

굳이 실력이 맞지 않는 나무패 등급의 의뢰 대신에 길드 단위 의뢰를 받으면 되고. 앞으로의 활동에서 길드의 이름으로 명성을 엄폐하기도 좋았다.

다만 지금 그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몇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는데.


“길드에는 최소 인원이 있을 텐데요.”


길드에는 최소 인원이 존재한다.

자세한 인원수는 알지 못하는 그녀지만, 적어도 세 명으로는 길드를 만들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때때로 아군은 적군보다 더 위험할 때가 있는 법이다.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 모집한 인원이 언제 비수를 등에 꽂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게. 내 며칠간 생각해 둔 부분이 있으니.”


그런데 그 또한 이 부분을 염려해 두었는지. 브레드는 차분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일단 들어보고 고민해주지 않겠나?”

“알겠어요. 브레드 님의 계획을 들어볼게요.”

“고맙군. 그러면 중간에 의문 같은 게 생기면 바로 이야기해주게나.”

“네, 알겠어요.”


브레드는 준비한 이야기를 풀었다.


“우선 길드가 생겼을 때의 이점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네. 토벌 의뢰에 대한 선택지가 늘어나고, 내 이름을 건 길드가 방패막이가 되어준다는 점이지.”

“네, 거기까지는 생각했어요.”

“그래. 그러나 이러한 이점도 지금 같은 모험가 생활이 이어졌을 때의 일이지. 캣니스 자네는 이 부분이 우려되는 게 아닌가? 입이 가벼운 자가 함부로 그대의 정체를 토로할까 말이지.”

“아무래도 함께 어울리게 되는 이상 끝까지 속이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제 이야기가 신전의 귀에 들어가면 저는 모험가를 그만두게 될 거예요.”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만약 그러한 위험부담이 전혀 없는 길드원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길드의 인원을 채우면서 제 신변 걱정할 일이 없는 사람이요? 있다면 길드 가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거예요.”

“다행이군. 다행히 그러한 방법이 있으니.”


캣니스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길드에 몸담으면서 길드원에게 정체를 들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만약 앞서 말한 대로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 방법이라는 게 대체 뭐죠?!”


척.

브레드가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펼쳤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의아하던 때에 그가 말했다.


“다섯.”

“네?”

“길드의 창설 조건이 다섯 명의 모험가일세.”

“다, 다섯 명밖에요? 확실히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숫자네요···.”

“그리고 그 인원에 대한 구상도 이미 끝났다네.”

“남은 두 사람을 벌써요? 혹시 괜찮다면 누군지 들어도 괜찮을까요?”

“물론일세. 나와 자네들을 위해서 만드는 길드이니 말일세.”


브레드는 맥주잔을 경사지게 기울였다. 순식간에 내용물을 비우고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이어서 동화 두 장을 올려둔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어디까지 구상 단계이니. 직접 가서 이야기하세.”

“네? 지금 만나는 건가요?”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염려하는 일은 없을 터이니.”


기대 반. 염려 반.

당연하지만 정체도 모르는 이와 접촉한다는 건 꺼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브레드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남은 길드원 후보를 믿고 있었다.

캣니스도 그가 생각하고 있는 길드원 후보가 누구인지 궁금하긴 하였다.


“아주 친근한 인물이니 걱정하지 말게나.”


그녀의 걱정을 이해한다는 말.

캣니스는 미심쩍은 마음을 뒤로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도착한 목적지는 결코 평범한 모험가가 사용할 수 있는 여관이 아니었다.

아주 고풍스럽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런 여관에 머물려면 하루 숙박에 스무 개의 은화는 받을 터였다.

여관의 분위기에 캣니스가 압도되어 움츠러든 가운데, 브레드는 아무렇지 않게 여관 내부로 들어갔다.

2층의 방 중 하나 앞에서 문을 두들겼다.


“이보게. 내가 왔다네.”


그러자 문에 미세한 틈이 생겼다.

그 틈 사이로 아직 앳된 소년이 얼굴을 내밀었다.


“왜 왔어?”

“그대들에게 중요히 할 말이 있어서 염치없이 찾아왔네.”

“······그놈은 먹을 거 사러 가서 지금 없어. 그놈 성격이면 두 세시 즈음 있어야 올 거야.”

“음. 세올 경이 함께 없다니 아쉽군. 일단 그대의 손님이기도 하니 차 한 잔 대접해 줄 수 있지 않은가?”


어두운 남색 머리카락 밑으로 같은 색의 눈동자를 가진 남자아이.

브레드가 점찍어둔 인물 중 하나는, 톨스가문의 자제인 자일리 톨스였다.


“···들어와. 조금 지저분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와 준비가 안 됐음에도. 자일리는 눈그늘이 짙은 행색으로 선뜻 비켜주었다.


“우와···.”


가더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감탄했다.

그가 놀랄만한 게 들어간 방 안이.


“더럽게 더럽네.”

“그래서 더러울 거라 말했잖아.”

“앉을 데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젠장. 치워주면 될 거 아니야. 치워주면.”


자일리는 구시렁대면서 방안에 깔린 물건들을 치웠다.

먹다 남은 샌드위치와 그것과 비슷한 흔적들. 바닥에 난잡하게 흐트러진 종이와 엎어진 잉크의 흔적이 즐비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온 건데?”


순식간에 정리를 끝내고. 자일리는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꼬았다.

브레드는 자일리의 피곤한 얼굴을 마주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으음···. 원래는 세올 경이 있을 때 이야기하려고 했다만···.”

“그냥 해. 너희는 시간만 아깝고. 나도 지금 시간이 아까우니까. 어차피 같이 들어야 할 이야기라면. 내가 나중에 그 녀석에게 전해줄게.

“그렇다면 마음 편히 이야기하겠네. 자일리여, 내가 창설할 길드에 들어오는 것이 어떤가?”


휘청.

다리를 꼬았던 자일리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가까스로 탁자를 붙잡은 그는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 내가? 너의 길드에? 대체 왜?”

“으음. 싫다면야 딱히 강제하지는 않겠네. 다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 같은 연줄은 쓸만하지 않은가?”

“어··· 아니, 잠깐만···. 나야 당연히 좋지. 막 초심 단계인 내게 금 등급 모험가와 친분이 생기는 건 엄청난 행운이니까.”


안 그래도 자일리는 며칠 전에 임시 가입된 파티에서 쫓겨난 참이다.

마법을 못 쓰는 마법사이기에 당연한 처우라 납득하고 풀이 죽어 있었다.

그런 곤경에 빠져있었는데. 눈앞의 금등급 모험가가 터무니없는 제안을 해왔다.

터무니없지만 너무 좋은 이야기라 의도가 의심될 정도였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자일리는 손가락을 튕겼다. 새빨간 화염이 솟아난다.

하지만 곧 심지를 잃은 촛불처럼 공중분해 되어 사라졌다.


“브레드 머슬릿. 네 명성과 능력이라면 더 대단한 마법사를 구할 수 있잖아. 그런데 왜 나 같은 놈을 길드에 가입하려는 거야?”

“허허, 이거 참,”


과감한 질문에 브레드는 뒷머리를 매만졌다.

그리고 조금 전의 질문에서 제일 먼저 느낀 인상을 말했다.


“변했군.”

“뭐?”

“잠깐 안 본 사이에 눈에 띄게 변했다는 말이라네, 자일리여.”

“···변하기는 무슨. 딱히 큰 변화는 없었어.”


쑥스러워서 얼굴을 구기는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 모습 안에 담긴 감정은 놀라운 변화였다.

자만심이 아닌 부끄러움이라.

브레드는 진심으로 놀라워하였다.


“아니. 자네는 변했다네. 인원수 채우기를 제안하러 온 것이 부끄러워질 만큼.”

“나참. 그렇게 칭찬하지 마. 내 주제에 무슨 인원수 채우기라고···.”


좋아하던 마음도 잠시. 자일리는 스스로 말을 하고도 이상함을 느꼈다.

곧 이유를 찾아낸 그가 미간을 찡그렸다.


“잠깐, 인원수 채우기?”


자일리는 눈을 부릅떴다. 닫히지 않는 눈꺼풀이 빠른 설명을 요구하였다.

브레드는 그의 변화가 놀라웠던 나머지. 그만 실언했음을 인지하였다.

지금이라도 다른 변명을 해도 괜찮겠지만, 그는 사실대로 토로하였다.


“으음. 사실은 그렇다네 자일리여. 길드를 창설하기 위한 인원이 필요하기에 이번에 알게 된 그대에게···”

“싫어. 절대로 안 해. 그런 걸 대체 내가 왜 해? 이런 제안도 사람 봐 가면서 해야지.”


조금 전까지 송구해 하는 모습과 대비되게 거침없는 거절이었다.


“절대 안 해! 절대로!”


심지어 단호하게 말한 뒤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렸다.

태도로부터 알 수 있는 명백한 거절 표현이었다.

브레드의 얼굴에서 묘한 감정이 떠올랐다. 그러나 곤란함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었다.


‘삐졌군.’


브레드 뿐 아니라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였다.

자일리는 실력이나 인성을 보고 입단을 제안한 게 아니라, 단순히 인원수 채우기라는 말에 토라진 것이다.


“하, 난 또 뭐라고. 내가 뭐 잘나서 그런 줄 알았지. 그래, 나 같은 게 뭐 좋은 점이 있겠어. 다 알고 있었지. 괜히 실망하지 않았어. ”


아무래도 단단히 토라진 모양이었다.

그의 화가 풀릴 때 다시 찾아오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대로 발걸음을 돌리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브레드 님.’

‘캣니스여.’


브레드와 캣니스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끄덕.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의 마음이 통했다.


“크흠!”


브레드가 요란한 기침 소리로 자일리의 관심을 끌었다.

어디 한번 변명해 보라며 도전적인 눈빛을 한 자일리에게, 캣니스가 급히 말했다.


“자일리 님. 인원수 채우기라는 말은 오해예요. 어디까지나 길드 창설 인원이 부족하다는 의미에서 꺼낸 말이었는걸요.”

“그렇다네 자일리여. 길드 창설 인원이 부족하고 그대가 적임자라는 말이었네. 왜 내가 굳이 이른 아침부터 그대에게 찾아왔겠는가. 그대가 다른 마음 품기 전에 데려가기 위해서이지.”


설득하기 위한 말을 아낌없이 하였다. 듣기 좋고 입에 발린 말이었지만 딱히 거짓말은 없었다.

그가 어딘가로 떠나기 전에 빠르게 영입하자는 생각은 맞았으니까. 길드 창설 인원이 부족한 것도 맞았으니까.


“크흠. 그런 말에 내가 넘어갈 거 같아? 너희가 이 천재 마법사 자일리를 필요로 하는걸. 내가 정말로 몰랐을 줄 알아?”


말은 그렇게 해도 진심은 달랐다.

자일리의 한쪽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하고. 움직이지 않을 양쪽 귀가 쫑긋,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어쩌면···.’


브레드와 캣니스는 생각했다.

설득하기 쉬운 상대이다. 조금만 더 말하면 넘어올 듯하다.

그리고 이 생각은 곧 현실이 되었다.


“흐흠.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네. 이 천재 마법사 자일리가 필요하다면. 특별히 도와주지. 한 달을 봐온 사이인데 이 정도 선심을 못 쓸 것도 없다 이 말이야.”

“오오~”


짝짝짝.

마음 바뀌기 전에 더욱 치켜세웠다.

그러자 자일리의 콧대가 하늘까지 솟았다.


“하하, 이 천재 마법사의 도움이 절실하다니 어쩔 수 없군. 이 몸의 능력이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 부르라고!”


형식적인 찬사지만 눈에 띄게 좋아한다.

이에 브레드와 일행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쉽네.’


이 사실을 모르는 자일리는 자신이 가진 마법 지식을 뽐내었다.

뽐내는 말에 호응해 주면 더욱 기뻐서 떠들어댔다.

그렇게 어물쩍 길드 창단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는 일은 순식간이었다.

톨스 가문의 넷째 자일리. 정말로 쉬운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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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54화 길드 23.03.25 64 0 16쪽
64 53화 길드 23.03.11 62 0 12쪽
63 52화 길드 23.03.08 61 0 12쪽
» 51화 길드 23.03.01 61 0 13쪽
61 50화 길드 23.02.26 77 0 11쪽
60 외전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23.02.26 67 0 10쪽
59 49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21 78 0 17쪽
58 48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17 68 0 13쪽
57 47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13 72 0 14쪽
56 46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10 54 0 13쪽
55 45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08 60 0 14쪽
54 44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04 57 0 11쪽
53 43화 던전 23.02.01 58 0 11쪽
52 42화 던전 23.01.29 63 0 18쪽
51 41화 던전 23.01.26 63 0 21쪽
50 40화 던전 23.01.25 67 0 17쪽
49 39화 던전 23.01.13 73 0 15쪽
48 38화 던전 23.01.02 74 0 15쪽
47 37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22.12.29 78 0 14쪽
46 36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22.12.28 76 0 14쪽
45 35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22.12.26 75 0 21쪽
44 34화 앱솔루트에서 온 손님 22.12.19 84 0 12쪽
43 33화 선택의 책임 22.12.04 80 0 21쪽
42 32화 선택의 책임 22.12.03 81 0 15쪽
41 31화 선택의 책임 22.12.02 92 0 14쪽
40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9 22.12.01 76 0 15쪽
39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8 22.12.01 6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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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6 22.11.29 73 0 12쪽
36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5 22.11.29 6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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