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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5.08 23:16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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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0
추천수 :
127
글자수 :
1,467,074

작성
22.11.2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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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뒤풀이

DUMMY

24화 <뒤풀이>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모험가 길드.

부서진 입구와 엉망이 된 테이블, 뚫린 바닥부터 구멍 난 바닥까지. 수리해야 할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히 모험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흔쾌히 손을 빌려주었다.

본격적인 모험가 길드 내부 수리가 시작되었다.


“바네샤! 목재가 부족해!”

“지금 가져가요!”

“바네샤! 여기 다른 망치 가져다 줘!”

“네, 금방 갈게요!”

“바네샤! 여기 물 좀 줘!”

“그건 알아서 떠 마셔!”


길드 종업원인 바네샤는 길드의 서류 업무도 뒤로 미룬 채 움직였다.

한창 모험가 길드 모두가 건물 수리로 분주한 사이에, 막 병석에서 일어난 모험가가 조용히 테이블에 앉았다.


“바네샤여.”


바네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테이블에 앉은 채 손을 흔드는, 온몸을 붕대로 감은 금 등급 모험가가 있었다.


“아앗! 브레드 씨!”


그녀는 공구 상자를 든 채로 브레드의 곁으로 달려갔다.

성기사의 공세로 쓰러지고 말았던 금 등급 모험가, 브레드 머슬릿.

아무리 생명에 지장은 없다지만 마음대로 움직여도 될 상태는 아니었다.


“멋대로 움직이시면 어떡해요!”


바네샤가 곧바로 그의 행동을 꾸짖었다.

그러나 인자하게 웃는 브레드의 얼굴은, 그녀가 더욱 꾸짖으려던 마음을 사그라들게 했다.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 제멋대로라니까요.”


브레드는 이에 멋쩍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그녀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꺅.”


바네샤가 균형을 잃는 건 순식간이었다.


-털썩


발이 꼬여서 넘어지는 줄 알았더니 그의 품 안에 안겼다.

넓은 가슴 아래서 심장의 고동 소리가 들렸다.


“이리 주게.”

“네?”


어느새 일어난 브레드가 공구함을 가로챘다.

바네샤는 테이블 앞에 앉은 채 브레드를 올려다보게 되는 위치가 되었다.


“앗, 아니요! 아픈 사람의 도움까지 필요······”

“쉬잇-”


브레드는 콧잔등에 손가락을 댔다.

그러고는 다정한 손길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해주었다.


“아무 말 말고 푹 쉬게.”


물론 그 말을 순순히 받아들일 그녀가 아니었다.


“이리 줘요! 브레드 씨는 더 쉬어야 한다고요!”


공구함을 붙잡고, 있는 힘껏 끌어당겼다.

그러나 아무리 다쳤어도 금 등급 모험가. 일반인이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홀로 줄다리기한 끝에. 제풀에 지쳐서 숨을 헐떡였다.

브레드는 그녀와 같은 눈높이로 무릎을 꿇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바네샤여, 휴식이 필요한 건 내가 아니라 자네일세.”

“에잇-”

“그렇게 고집부려도 뺏기지 않을 걸 알지 않은가?”


빈틈을 노리고 공구함을 노렸지만 손쉽게 제지당했다.

브레드의 완강한 손이 고집을 부리는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

바네샤는 기분이 상하여 길게 째진 눈을 하였다. 그러자 아이 달래듯 커다란 손바닥이 두 눈을 가렸다.


“제가 그렇게 미덥지 않은 존재인가요?”

“그렇지 않다네.”

“그러면 왜 계속 보살핌받는 건가요.”


그녀의 두 볼이 불만을 머금고 부풀어 올랐다.

그가 손을 치우자, 불만이 가득한 갈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신을 낮추지 말게 바네샤여. 자네는 충분히 우리에게 믿음과 희망이 되어주고 있어.”

“하지만 결국 무엇 하나 지키지 못했는걸요. 이번 일에 저는 여러분께 도움만 받았을 뿐이에요.”


브레드는 이마를 짚으며 탄식했다.


“오, 그렇지 않네 바네샤여. 여기 있는 누구도 자네의 행동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네. 아무래도 잠이 부족해서 계속 나쁜 생각이 드는 건 아닌가? 수면부족은 근육과 미녀의 적이라네.”

“브레드 씨가 걱정하지 않아도 잠은 틈틈이 자두고 있······”

“쉿- 이제 조용히 하게.”


브레드의 손이 다시 콧잔등에 닿았다.

그는 사람 좋게 웃으며 잇몸을 드러냈다.


“잠은 만병을 치료하지만 부족하면 끔찍한 독이 되지. 요 며칠간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하였지?”


바네샤는 입술을 붙였다.

사실뿐인 이야기라 반론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길드장이 사라진 일주일 전부터 맘 편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가한 시간이 생길 때만 하는 짧은 숙면. 눈가에 짙은 눈그늘이 그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잠깐만 눈을 붙이게 바네샤여. 모험가들에게는 내가 잘 이야기할 테니 말이네.”


결국 그녀는 배려를 받아들였다.

계속되는 업무의 피로와 돌발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

따뜻한 배려 속에서 긴장이 풀리자, 졸음이 몰려왔다.


“브레드씨··· 루나와 다른 아이들은······.”

“걱정하지 말게. 사제의 열이 올랐지만, 나의 우상이 함께 있으니 괜찮을 걸세. 루나 또한 정신을 차렸으니 걱정하지 말고 잠들게.”

“고마워요···. 그러면 아주 조금만······.”


바네샤는 눈을 감고 쓰러졌다.

브레드는 그녀의 몸을 받아서 테이블 위에 머리를 두었다.

얇은 담요를 가져와서 그녀의 몸 위에 덮고. 발걸음을 옮겨서 작업 중인 모험가들 사이로 들어갔다.


“브레드 공, 몸은 괜찮은 거요?”

“그렇다네 라군이여. 어디 도와줄 건 없는가?”


너구리 수인 라군은, 사다리 위에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아무리 그래도 이 이상 공에게 도움만 받을 수는 없지요. 그래도 정 돕고 싶다면 잔심부름 정도 도와주시죠.”

“그야 기쁜 마음으로 돕겠네. 혹시 자네, 지금 여기 이것이 필요하지는 않은가?”

“호오, 정말 브레드 공은 정말 못 하는 게 없군요. 지금 딱 그게 필요하던 참입니다.”


라군은 브레드에게서 대못을 건네받았다.

브레드는 망치질하는 라군의 사다리를 잡아주었다.

그 뒤로도 수많은 모험가가 목재를 나르고 다듬고 기물을 만들었다.

그렇게 시간과 노동이 투자된 지 수 시간.

어느덧 모험가 길드가 본래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하하! 이 난리를 쳐도 고개 하나 안 보이는 양반 같으니. 얼굴을 보기만 하면······”


라군이 특정 대상을 욕하던 그때였다.

막 고쳐진 문이 경첩 소리를 내고, 작은 그림자가 로비에 드리웠다.


“휘유~ 이게 무슨 일이람?”


길드에 들어온 건 소년 체형의 남자였다.

천연덕스러운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소년 체형, 하얀 곱슬머리 그리고 노란 눈동자.

그의 어깨에는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성을 부축하고 있었다.


“뭐야 다들 분위기 왜 이래?”


그의 등장에 정적이 흘렀다.

새로이 나타난 남자는 얼굴 하나하나를 살피며 씩 웃었다.


“이야~ 잠깐 사이에 큰일이 있었나 보네? 다들 꽤 고생했나 봐?”

“너. 네가 왜 이제야 나타나?”

“응? 왜 그래? 내가 그렇게 그리웠어, 오빠야들? 그런데 어쩌나 나는 바깥일하고 들어오느라····”


사방에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망치와 대못부터 시작해서 접시와 식기까지 허공을 날았다.


“아아앗! 잠깐! 잠깐만! 너무 환영이 거칠잖아!”


남자는 쏟아지는 투척물을 피해서 어깨에 부축한 여성을 내려두었다.

몇 번은 기물에 얻어맞으며, 원성이 쏟아지는 로비의 한가운데로 다가갔다.


“아니, 진정해봐. 다들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소년은 억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나 모험가들은 여전히 물건을 던져대며 고함을 지를 뿐이었다.

그는 한참 동안 투척물에 얻어맞았다.

다행히도 테이블에 머리를 누인 길드 종업원을 발견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네샤! 바네샤! 살려줘! 거기 바네샤! 얼른 일어나서 나 좀 살려달라고!”

“으··· 으음?”


바네샤는 고개를 들었다.

턱에 깊은 잠에서 깬 흔적이 남았고. 아직 제정신이 아닌 눈동자로 주위를 둘러봤다.


“이건 대체······.”


자고 일어난 세상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날아다니는 접시와 공중 부양하는 수저가 은하수를 이뤘다.

그녀는 이 풍경 속에서 한 사람의 비명만 없었다면 아직 꿈을 꾼다고 여겼을 거다.


“바네샤! 바네샤-!”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았다. 모험가들에게 얻어맞는 소년이 있었다. 그를 본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곧바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의 명칭을 불렀다.


“이카루스 길드장님······.”


이카루스 토일.

수많은 투척물 속에서도 헤픈 웃음과 장난스러운 눈동자를 잊지 않는 남자.

이 어린 소년이 바로 가람왕국의 길드장이었다.



*****



“이야, 덕분에 살았어. 바네샤.”


이카루스는 테이블에 앉아서 가벼운 치료를 받았다.

바네샤는 무언가 말하려다 한숨을 쉬고. 연고를 바르는 면봉을 거칠게 움직였다.


“아! 아! 아파! 아파-! 살살해줘 바네샤!”

“그게 말이라고 하는 건가요, 길드장님은!”


치료가 끝나고. 바네샤는 구급상자를 닫았다.

흥! 고개를 돌린 채 구급상자를 원위치에 돌려놓으려 일어섰다.


“아으. 벌써 사춘기인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까칠하지 않았는데.”


수많은 모험가 사이에 홀로 남은 이카루스는 온몸을 비틀어댔다.

까진 팔꿈치에 입술을 대고 후우, 바람을 불었다.


“아얏!”


그런 그의 뒤통수에 작은 접시가 날아왔다.

그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얻어맞은 뒤통수를 부여잡았다.


“아파라-! 누구야! 접시 던진 거?!”


이카루스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러나 모험가들의 성난 얼굴을 마주하자, 헤픈 웃음을 지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정말로 저게 길드장이란 말인가?”


모험가들 사이에 선 브레드가 나지막이 말했다.

곁에 있던 라군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게도 말이죠. 눈치가 없고 항상 제멋대로인 양반이라 보는 사람 속이 썩습니다.”

“그렇군. 하나 길드장 치고는 어린 외견이지 않은가?”

“길드장을 꼭 나이 많은 양반들이 하라는 법은 없죠. 그리고 저렇게 보여도 길드장은 제법 나이가······”

“모험가 여러분, 죄송합니다.”


갑작스러운 목소리가 들리고. 모험가들의 주의가 돌아갔다.

그들은 이카루스가 2층으로 옮겼던, 검은 머리카락의 여인이 계단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죄송합니다. 모두 다 제 불찰이었습니다. 그러니 부디 길드장님을 향한 화를 거두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한눈에 봐도 성치 않은 몸 상태인데 고개를 숙인 그녀.

검은 머리카락에 가려지지 않은 눈동자가 불안한 빛을 내고 있었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학교 갔다 왔다가 몸져 누워버렸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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