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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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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5.1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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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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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7화 뒤풀이

DUMMY

27화<뒤풀이>



“사건의 시작은 왕궁의 의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의뢰 내용은 몬스터 파도의 징조를 발견했으니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 달라는 의뢰였습니다.”


일주일 전, 가람왕국 국왕의 인장이 찍힌 의뢰가 날아왔다.

몬스터란, 인족에게 해를 끼치는 생물의 총칭으로. 몬스터 파도란, 그들의 대규모 침공을 부르는 말이다.


“의뢰의 비밀 유지 때문에 상세한 내용은 알려드릴 수 없지만, 저를 포함한 세 명의 베테랑 모험가들이 정찰대를 꾸렸습니다.”

“그런데 그 의뢰라는 것이 잘 안되었나 보군.”

“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베인 지역을 나아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였다.


“고블린 놈들과 마주쳤어요. 손쉽게 해치우기에는 상당한 지능이 있더군요.”


함정과 무기 그리고 어설픈 전술.

평소라면 별거 아닌 능력이겠지만, 갑작스러운 기습과 싸우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 그리고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은 본래의 위험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도망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동료가 독화살에 맞는 바람에, 더욱 시간을 들여서 전력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죠.”


독을 치유하고 적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5일의 시간을 보냈다.


“그 후에는 곧바로 토벌에 들어갔습니다.”


공격받던 처지에서 공격하는 처지로. 베테랑 모험가들은 고블린의 군락을 가볍게 해치웠다.

그러고 나서야 그들은 본래의 의뢰 목적인 몬스터 파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블린의 군락을 뒤지던 중에 이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카루스는 주머니 안에서 작은 동전을 꺼냈다.

동전 양면에 눈알이 새겨진 기이한 물건이었다.


“마핵이로군.”


브레드가 말을 하며 눈썹을 찡그렸다.

이카루스도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네, 어느 마물. 혹은 마인일지도 모르지만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죠.”


마신의 축복이 깃든 불길한 정수.

정화를 거치지 않은 마핵은 재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카루스는 수색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꺼림칙한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마핵의 건도 그렇지만 고블린들도 검과 방패로 무장을 하고 있었어요. 좋은 장비라고 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수상했죠.”

“수상하다니. 전부 우연히 얻을 수 있는 것들 아닌가.”

“우연히···. 물론 변방의 대장장이 공방에서 실패작 같은 것을 약탈했을 가능성도 있었죠. 하지만 모든 무기의 날이 나가 있었고 거의 비슷할 정도로 부식이 일어나있었어요.”


도저히 써먹을 수 없게 된 날붙이를 누군가 준 게 분명했다.

그 가설을 토대로 수색을 시작한 지 8일째 된 날이었다.


“숲속 안에서 샘물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샘물은 이미 계략으로 오염되어 있었죠.”

“계략으로 오염되었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이카루스는 말을 멈추었다.

잠시 그들의 얼굴을 살피고는 품에서 물병을 꺼내었다.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약이 사용되었어요. 그것도 소량이 아닌 대량의 약물이요.”

“잠깐 기다리게. 그 말은 누군가 몬스터 침공을 노렸다는 건가?”

“네, 슬프게도 그렇게 확증을 가졌습니다. 몬스터의 발생은 누군가의 의도가 분명했죠.”


이카루스와 일행은 샘물 주위에서 또 다른 흔적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 수풀 속에 가려진 다섯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하였다.


“그들의 발자국을 좇아서 위치를 추적했습니다. 발자국의 도착점에는··· 그들이 제 소중한 부하를 겁박하고 있더군요.”


이카루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거친 손놀림으로 품에서 여러 물건을 꺼내었다.

사슬에 달린 은색 플레이트와 여러 색의 머리카락들.

캣니스가 은빛 플레이트를 조심히 집어 들었다.


“이건 성기사의 신분증이네요. 은색 플레이트에 이름을 적어서 목에 걸고 다니죠.”

“그렇다는 건 그들 일행 중 일부였다는 거군. 그리고 이 머리카락들은···”

“혹시 모를 도주에 대비해서 가져왔습니다. 추적마법에는 추적 대상의 흔적이 필요하니까요.”


그들은 납득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이카루스는 꺼내든 물품을 도로 품 안에 넣었다.


“현재는 저의 일행들이 데리고 있어요. 나중에 바솔루트 놈들과 교섭할 때 요긴하게 쓰이겠죠.”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군. 처음에는 그들이 바솔루트의 군사력을 지배하려 한다고 생각했네만, 그렇다기에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닐세”

“네, 저도 그 부분에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가람왕국의 군사력을 노린다고 해도 연합국가가 개입할 게 분명한데 말이죠.”


침묵하여 생각에 잠겼다.

바솔루트가 위험을 무릅쓰고 노리고 있던 한 수.

이 위험한 수를 강행할 정도의 수읽기가 뭘지 고민했다.


“그거야 물어보면 되는 일 아니야?”


가더의 발언에 모두가 돌아봤다.

그러자 캣니스가 정색하고 브레드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깃들었다.


“물어본다니··· 누구에게······”


이카루스만이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그때였다.


-쿵 쿵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소리와 진동이 반복해서 방 안을 울렸다.


“이건 대체······.”


이카루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돌아봤다.

지진이라기에는 위화감이 있었다.


“가자. 어차피 알아야 할 일이잖아.”


가더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다른 이들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뒤를 따라갔다.


“잠깐만요. 어딜 간다는 거죠?”


이카루스가 다급하게 물었다.

왠지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질 거 같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가더가 그를 돌아보고 입을 열었다.


“그야 당연히······”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는 듯 이야기했다.


“당사자에게 물으러 가야지.”


이카루스의 안 좋은 예감은 여전히 제자리에 남았다.



*****



“이건 대체······.”


이카루스는 두 눈을 깜빡였다.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봤지만 같은 광경이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모험가 길드의 3층.

평소에는 물건을 모아두는 창고 같은 공간이지만, 오늘만큼은 본래의 용도와 다르게 사용됐다.


“읍! 읍-!”


하얀 성기사의 복장과 붉은 머리카락의 여성.

샴스핀 추기경의 일행 중 그림자라 불렸던 성기사였다.


“바네샤야, 이건 대체 무슨 경우야?”

“어쩔 수 없었어요. 모두가 같은 의견이었는걸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바닥을 기는 몸.

전쟁포로처럼 손발과 입을 결박당해 있었다.


“읍! 으읍······.”


목이 졸린 목소리로 저들에게 외쳤다.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 모습.

두 눈동자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이보게. 아무래도 그녀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거 같네.”


브레드가 처참한 그녀의 마음을 짐작하고 말했다.

이에 붉은 머리 여기사는 바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별문제 아니야.”


대답을 한 건 가더였다.

그는 태연한 움직임으로 방 한편으로 향했다.

구석에 있던 물건을 여기사의 앞에 내려놓았다.

얼핏 보면 항아리처럼 생긴 물건. 환자들이 위급할 때 사용하는 간이 화장실이었다.


“자, 여기 있어. 구석에 갖다 뒀는데 못 본 모양이네.”


여기사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동시에 다른 이들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이카루스는 이마를 짚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바네샤. 저건 좀 아니지 않아?”


긍정한다는 의미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바네샤는 이카루스의 의견에 힘입어서 한 손을 들었다.


“제가 화장실까지 동행하겠습니다.”

“어? 굳이? 그냥 편하게 여기서 해결하면···”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이견 따윈 받지 않겠다는 단호한 목소리.


“어, 그래. 마음대로 해···.”


가더는 순순히 포기했다.


“후우······. 자, 손잡아. 그리고 말썽부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래?”


여기사의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른 생각 따윈 품지 않겠다는 듯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히 일어서.”


여기사는 바네샤의 부축을 받아서 몸을 일으켰다.

발목의 결박이 풀렸음에도 도주의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곧. 두 사람의 모습이 다락방에서 사라지고.

브레드가 가더를 돌아본 것을 시작으로 모두가 한마디씩 하였다.


“쯧쯧. 우상이여, 아무리 그래도 조금 전의 행동은 심했다네.”

“어?

“브레드 씨 말이 맞습니다. 포로의 취급이 이랬다는 걸 알면 없던 전쟁도 일어날 거예요.”

“뭐야?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문지기님.”

“어? 왜? 왜 화난 목소리야 캣니스···?”

“잠깐 여기 남아주시겠어요?”

“윽······.”


캣니스의 입가는 웃고 있지만 눈은 그렇지 않았다.

가더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아무리 심한 원한을 샀어도, 결코 져버려서는 안 될 인간의 도리라는 게 있는 법이지.”


브래드가 가더의 어깨를 두드리고 다락방을 내려갔다.


“이건 저도 어떻게 해드릴 수 없는 문제네요.”


이카루스도 한마디를 더 하고 밑으로 내려갔다.


“내가 잘못한 거야···?”


가더는 그들이 사라진 공간을 보았다.

윗옷의 왼쪽 소매가 꾸욱 밑으로 끌어당겨졌다.


“문지기님. 포로든 아니든 사람이 말이죠-”


곧바로 속성 과외가 시작되었다.

말하는 동안, 눈매가 반원을 그리고 있음에도 눈동자는 조금도 웃지 않았다.

그녀가 말 한마디마다 강조하며 말하기를 수십 번.

오늘도 평범한 삶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었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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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32화 선택의 책임 22.12.03 74 0 15쪽
41 31화 선택의 책임 22.12.02 8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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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8 22.12.01 6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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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6 22.11.29 6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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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4 22.11.29 67 0 10쪽
34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3 22.11.28 7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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