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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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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7.0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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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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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전사의 나라

DUMMY

154화 <전사의 나라>



마두크란 어떤 나라인가.

위대한 전사이자 왕인 딩기르가 통치하는 나라이다.

국민 전체가 훌륭한 전사를 숭배하는 나라이다.

그만큼 전사의 이념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박혀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마두크에는 이러한 말이 있다.

사막의 사람들은 모두 전사이다.

상인도, 여관 주인도, 하물며 동물들까지도 모두 전사이다. 직업이 전사가 아닐 뿐, 그들은 태생이 전사라고 믿는다.

사막에서 자란 전사들은 어떤 험난한 환경에서도 버틴다.

사나운 모래바람으로 목욕한다. 오아시스에서 지친 목을 축이는 일에 감사한다. 위험한 사막을 횡단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커다란 위험과의 전투를 겁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나라의 정체성은 사막과 전사만이 전부인가? 그건 아니다.

사막을 지나 도시로 들어가면, 척박한 사막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풍요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

사막이 끝나는 곳에 거대한 강-뱀의 몸을 따라서 숲이 우거졌다.

그 근처에 세워진 몇 개의 큰 도시.

사막의 낙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원이 풍부했다.

특히 이곳의 과일은 당도가 높기로 소문날 정도였다.

그러한. 프로텐시아의 국경과 가장 가까운 라부라는 도시에서였다.


“캣니스 짱. 거울을 볼 준비 됐니?”


타국의 궁전 못지않은 라부 영주의 저택.

하얀 흙으로 만들어진 방 안에 캣니스가 있었다.

캣니스는 오랜만에 거울 앞에서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살짝 쳐진 눈매에 보석을 갈아 만든 화장품을 발랐다. 평소보다 피부를 깨끗이 하고, 연한 색의 연지도 발랐다.

누가 보더라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소녀가 거울 안에 있었다.

아름다운 여사제의 모습 너머로 머리를 살짝 다듬어 주는 덩치가 함께 있었다.


“어머. 정말 잘 어울리네~”

“감사해요, 게이로드 님. 여전히 훌륭한 솜씨세요.”


저녁 만찬 시간에 있을 연회.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성녀 일행과 베르길드 일원은 준비했다.

캣니스는 평상시보다 더 깔끔하게 다린 사제복을 입었다.

제공받은 드레스가 있지만 입지 않았다. 단정한 사제복이 그녀의 연회복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드레스가 아니어도 연회에 참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화장과 머리를 만진 게 전부여도 예뻤다.

올려 묶은 머리와 평소보다 강조되는 푸른 눈동자, 한창때의 소녀이면서도 수녀님같이 경건함이 있는 외견.

본판이 워낙 예뻐서 안 꾸며도 미인인데. 제대로 치장하니 연회장에 있을 무희들과 아가씨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문지기님. 이제 준비 끝났······.”


캣니스가 반듯한 미모를 뽐내며 뒤돌았다.

진작 치장이 끝나고 기다리던 동행자를 반기려고 하였다.

그러나 문 앞에 기대어 선 동행자를 보고 금세 할 말을 잃었다.

후두부를 맞은 듯이 뒤통수가 얼얼했다. 열이 코 쪽으로 쏠렸다.

그만한 광경이 방 한편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숨까지 참았다.


“끝난 거야? 이제 밥 먹으러 가?”


놀란 속마음도 모르고 밥 타령하는 파트너.

캣니스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 숙였다.

지금 밥이 중요하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 입을 열지 못하고 벙어리가 되었다.


“보면 볼수록 탐나는 몸이란 말이지~”


곁에 있던 게이로드가 한마디 했다.

아쿠아에게 간 게르드가 꾸민 가더의 모습은 캣니스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치명적이란 말. 그대로 위험하다.

가더는 지금 사막의 나라 전통복을 입고 있었다.

피부가 많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얼굴과 머리를 손봤다.

고작 그뿐인데 나쁜 남자라는 인상이 진해졌다.

너무나 나쁜 남자라서 보는 것만으로 죄악감을 느끼게 하였다.


“아무리 주는 대로 입었다지만. 너무 노출이 심한 거 아닌가요···.”


캣니스는 자신이 치장한 사실도 잊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가더가 신화 속 명화에서 입을만한 천을 둘렀기에, 도저히 정면에서 바라볼 수가 없었다.


“흐음. 완벽한 육체미이야. 딱히 운동을 안 해도 저 정도 균형이 잡히다니. 과연 신이 직접 빚은 신체다워~”


그녀의 속도 모르고 게이로드가 말한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완벽하게 균형이 잡힌 신체였다.

미적 감각이 높은 게이로드의 눈으로도 완벽하기만 한 남자.

옷이 날개란 말이 있지만, 이 경우에는 미남은 거적때기를 입어도 어울린다는 말이 맞았다.


“피부가 워낙 깨끗해서 그럴까? 위화감도 없어~”

“이곳의 옷이 문지기님에게도 잘 어울릴 거라며 생각했지만요···.”


하얀 피부보다는 오히려 갈색 피부라서 옷이랑 잘 어울린다.

누가 보면 어려서부터 사막의 나라에서 자란 모습이다. 그만큼 위화감이 없었다.


“캣니스. 아직 준비 안 끝났어?”

“끝···났어요···.”

“그러면 가자. 나 한 끼 못 먹어서 배고파.”


캣니스는 이 말을 들어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치명적인 외모에 적응해 가며 심호흡했다.

그가 아무리 꾸몄어도 속내는 순수한 그대로이다. 고작 겉모습만으로는 문제 될 게 없다고 여겼다.


“안에 든 건 문지기님이다. 안에 든 건 문지기님이다. 안에 든 건 문지기님이다···.”


캣니스는 뭔지 모를 주문 외우며 가더와 손을 맞잡았다.

가더는 캣니스와 손을 맞잡으면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원인은 캣니스가 말하는 이상한 주문이다. 그러나 기분이 어떻게 이상하냐고 설명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단순한 기분 탓으로 넘겼다.

캣니스와 가더 그리고 게이로드는 여전히 이상한 주문과 함께 방을 나갔다.


“하얀 사제. 드디어 준비 끝났네?”


나가자마자 익숙한 서큐버스가 반겨주었다. 릴리트였다.

릴리트는 오늘 그들과 함께 연회에 참석한다.

미리 함께 있을 거라고 못 박아 두었기에 새삼 놀랄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릴리트가 단순히 인간족의 연회를 즐기기 위해 남는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오늘 함께하는 목적은 명백하게 연회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잘 어울리는군, 나의 우상이여. 과연 신이 직접 빚은 육체답네.”


브레드가 나타났다.

자연스레 릴리트의 옆에 자리했다.

그 뒤에 라나도 따라섰다.

이 광경이 익숙해졌다는 사실이 무서운 일이다.

브레드와 릴리트 그리고 라나는 귀족 상인 콘셉트로 옷을 맞춰 입었다.


“하아. 여기도 노출이 심하네요···.”


캣니스는 눈을 좁히며 탄식했다.

브레드의 활짝 열린 가슴팍. 라나의 어깨와 빗장뼈를 훤히 드러낸 녹색 드레스를 보고 슬퍼했다.

그러나 정말로 슬픈 일은 따로 있었다.

슬프다 못해 화가 날 정도의 일이다. 앞선 두 사람의 노출 수위를 합해도 한 사람에게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입으면, 대체 우리를 뭐라 생각하겠어요? 릴리트.”


눈 둘 곳도 없게 민망한 릴리트의 검은 드레스.

천이 없는 등짝으로 보나, 훤히 드러난 옆구리로 보나. 신화 속 명화에서 튀어나온 가더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왜? 예쁘지 않아?”

“제발. 성녀의 일행이라는 자각 좀 가지세요!”


아무리 좋게 봐도 성녀와 같은 일행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관심받기 좋아하는 귀족 자제답달까.

이것도 고급 천을 포함했을 때 이야기이다,

만약 고급 천을 제외하면 이 나라의 무희랑 비슷한 노출 수위이다.

절대로 고귀한 성녀의 일행으로 보지 않는다. 아무리 좋게 쳐줘도 노출증과 관음증 환자인 치녀였다.


“하지만 성녀도 만만치 않은걸?”

“네? 그게 무슨 농담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냐는 캣니스.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아서 해소됐다.

저 멀리서 익숙한 두 사람이 또 걸어오고 있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두 사람은 아쿠아와 게이로드였다.


“하아. 시원해. 살 거 같아.”


캣니스는 이마를 탁, 쳤다. 그대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쿠아의 모습을 보고 절망했다. 다시 한번 확인해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아쿠아가 입은 드레스가 가관이다.

릴리트의 검은 드레스와 대조되는 백색 드레스를 입었다.

그런데 대조되는 건 색뿐이었다. 백색 드레스가 노출한 피부는 검은 드레스에게 밀리지 않았다.

누구보다 신실하고 고귀해 보여야 할 성녀가 타락에 앞장섰다.

너무나도 저 모습이 부끄러워서 캣니스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게르드 님. 어째서···.”

“후후. 오늘은 집사님이라고 불려주렴. 캣니스짱.”


이 상황을 모종의 연극으로 무마할 모양이었다.

게르드는 최근에 유행한다는 풀 슈트를 입은 채, 아쿠아를 향해서 ‘아가씨, 아가씨.’라고 불렀다.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혼자만 성녀 원정에 진심이던 캣니스는 한숨을 쉬었다.

그들 사이에 끼니 오히려 사제복 차림이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지금껏 이쪽이 정상이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아쿠아의 배신으로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크흠. 캣니스. 오늘은 너도 상당히 예쁘다고 생각해, 나는.”

“그래. 라나의 말이 맞아. 하얀사제, 너는 사제복이 잘 어울려. 그리고 애초에 너는 우리 같은 옷을 못 입잖아? 본인의 옷차림을 신경 쓰지 마.”

“···제가 드레스를 못 입는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릴리트.”

“그야 너는 왜소하잖아. 아차 이렇게 말하면 실례인가?”


릴리트가 놀란 척 입을 가리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말은 실수와 위로를 가장해서 놀리는 중이다.

자신에게 있고 여사제에게 없는 것을 강조한다. 흉부를 들이밀며 히죽히죽 웃는다.

이에 캣니스는 조용히 황금빛 신성력을 손에 일으켰다.

오랜만에 작은 분노가 느껴졌다.

마족 한 명 정도는 서슴없이 땅에 묻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두게 릴리트여. 수천수만 가지 개성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한 가지 매력만 고집하는 건 좋지 않네.”

“달링~ 그런 거야?”

“그러하네. 그대의 편견 어린 지적에 캣니스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겠나.”


브레드가 캣니스의 편을 서서 릴리트를 나무랐다.

그러나 캣니스는 다른 한 손에서도 신성력을 끌어모았다.

이 순간만큼은 진심을 담아 위로하는 브레드가 더 미웠다.

여린 마음에 상처란 상처는 다 받았다.


“아우. 시끄러워. 졸린데 시끄럽게 여기서 떠들지 말자, 빨리 가고, 빨리 돌아오자. 자자. 아무나 앞장서. 빨리 끝내고 오자고.”


살벌하면서도 서글픈 분위기에서 아쿠아가 나섰다.

초대받은 연회를 귀찮은 일정이라고 치부하고 시간을 재촉했다.

캣니스는 손안에서 굴리던 신성력을 거두었다.

저렇게 꾸며놓고 빨리 얼굴만 비추고 오자고 하니, 화나던 마음도 금방 가라앉았다.

절대로 아쿠아의 커다란 흉부와 부딪치고 전투의지가 꺾인 게 아니다.

눈물이 찔끔 고였지만, 이는 기후가 건조해서이리라.


“게르드. 우리 초대장은 따로 없어?”

“따로 없다고 들었어~ 바로 가면 될 거야~”

“그건 귀찮지 않아서 좋네. 바로 가자. 어서 짝지어서 손잡아.”


아쿠아가 빠르게 동료를 통솔했다.

인연이 가까운 사람들끼리 짝지었다.

일단 네 사람이 각각 두 조의 파트너로 나뉘어서 손잡았다. 남은 한 조의 한 사람은 두 명의 연인 사이에서 팔짱 꼈다.


“게이로드 님은요?”

“나는 그 아이를 보살펴야지~ 이미 아쿠아와 끝내둔 이야기이니 신경 쓰지 말고 놀다 와~”


게이로드가 말하는 ‘그 아이.’

연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한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에 캣니스의 얼굴이 굳었다.


“그렇죠. 누군가는 감시해야죠···.”


나지막이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연회 참여할 사람과 참여하지 않을 사람이 나뉘었다.

연회의 참석하는 이는 성녀와 베르길드 전원. 참석하지 않는 이는 게이로드와 고모리이다.


“가자. 달링~”


릴리트의 재촉과 함께 일행들은 움직였다.

그들은 파트너랑 팔짱 껴서 나란히 연회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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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155화 전사의 나라 24.04.24 7 0 15쪽
» 154화 전사의 나라 24.04.22 7 0 12쪽
186 153화 변하지 않는 24.04.19 7 0 25쪽
185 152화 변하지 않는 24.04.15 8 0 13쪽
184 151화 사막의 나라 24.04.13 8 0 15쪽
183 150화 사막의 나라 24.04.10 9 0 17쪽
182 149화 사막의 나라 24.04.08 10 0 16쪽
181 148화 사막의 나라 24.04.05 8 0 21쪽
180 147화 사막의 나라 24.04.03 10 0 12쪽
179 외전 다섯 번째 용사 終 24.04.01 9 0 31쪽
178 외전 다섯 번째 용사9 24.03.29 9 0 13쪽
177 외전 다섯 번째 용사8 24.03.27 11 0 16쪽
176 외전 다섯 번째 용사7 24.03.25 11 0 28쪽
175 외전 다섯 번째 용사6 24.03.20 11 0 21쪽
174 외전 다섯 번째 용사5 24.03.18 8 0 20쪽
173 외전 다섯 번째 용사4 24.03.15 12 0 19쪽
172 외전 다섯 번째 용사3 24.03.13 11 0 18쪽
171 외전 다섯 번째 용사2 24.03.13 8 0 14쪽
170 외전 다섯 번째 용사1 24.03.08 9 0 13쪽
169 146화 십강 사무엘 24.03.06 8 0 25쪽
168 145화 십강 사무엘 24.03.04 10 0 17쪽
167 144화 십강 사무엘 24.03.01 10 0 20쪽
166 143화 십강 사무엘 24.02.28 13 0 12쪽
165 142화 십강[十强] 24.02.26 13 1 14쪽
164 141화 십강[十强] 24.02.23 14 0 21쪽
163 140화 십강[十强] 24.02.21 9 0 15쪽
162 139화 십강[十强] 24.02.19 9 0 17쪽
161 138화 십강[十强] 24.02.16 11 0 20쪽
160 137화 십강[十强] 24.02.14 8 0 15쪽
159 136화 떠도는 이야기와 장사꾼 24.02.12 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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