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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6.12 22:45
연재수 :
2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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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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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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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 사막 그리고 지하

DUMMY

166화 <사막 그리고 지하>



브레드와 릴리트가 무사히 계획을 이행하는 한편, 그들과 떨어진 캣니스는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온전한 본인의 힘으로 이동하지 않았다. 본인의 발이 아니라 타인의 손길로 옮겨지고 있었다.

누군가의 어깨에 얹혀서 들려간다.

입에는 재갈을 물고, 머리 위에는 천 봉투 같은 걸 뒤집어썼다.


“으읍! 읍읍읍!”


어느 납치범의 손에 납치되면서 발버둥 쳤다.

주변에서 캣니스의 발버둥 치는 모습을 발견하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

투명화 마법의 효과였다.

그들끼리만 시각적 정보를 공유하고 외부인에게 보이지 않았다.


“이게! 가만히 안 있어?!”


납치범에게도 잘 보였다.

발버둥 치던 옆구리를 주먹으로 가격하자 꺽꺽, 숨소리가 나왔다.


“그래. 얌전히 있어. 얌전히 있으면 고운 얼굴에 흠집 날 일 없으니까.”


캣니스는 정말로 험한 일 겪은 귀족 자제처럼 어깨를 움츠렸다.

주먹질 한 번에 얌전해져서 오들오들 떨었다.

겁먹은 목 안에서 작은 울림을 내보냈다.

또 큰 소리로 울지 않고 작게 울음소리 냈다.


“하여간에 멍청한 외부인 놈들. 지금쯤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고 있겠지?”

“그러면 잘 안내해 줘야지. 남은 애들이 알아서 팔아치울 거야.”

“이게 대체 얼마만의 수확이냐? 뱃속에 기름칠 좀 하겠는걸.”


납치범은 남성 한 명이 아니었다.

남성 여럿이서 웃음을 터트리며 어딘가로 향했다.

캣니스는 머리에 천을 뒤집어쓴 채 납치되는 처지다.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무엇을 하러 가는지는 알았다.


“왔냐? 수고했다.”


납치범의 어깨에 얹어지고 시간이 흘렀다.


“완전 깨끗이 가져왔어. 보수 좀 두둑이 쳐주라고.”

“그건 내가 결정할 게 아니지. 먼저 내려보내서 준비시켜.”


어느 패거리와 접촉했다.

납치범들은 간단한 신변 확인 이후에 더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오물 냄새와 흙냄새가 진동하는 장소였다.

어느 건물의 지하로 보였다.

힘없이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던 캣니스는 이내 그쳤다.


“뭐냐? 벌써 왔냐?”

“그래. 완전히 거저먹었어.”


갑작스레 몸을 받쳐주는 힘이 사라졌다. 몸이 공중에 던져졌다.


“아윽!”


공중에 떠오른 몸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흐, 흐윽.”


예상치 못한 충격에 몸을 공처럼 말았다.

그런 캣니스의 양팔을 누군가 붙잡아서 강제로 일으켰다.

몸을 질질 끌어서 상자처럼 생긴 사물 위에 앉혔다.


“그런데 정말 비싼 값에 팔리기는 할까? 얘 아빠 얼굴 보면 그렇게 신용이 안 가는데.”

“야, 인마. 내 말 못 믿어? 방금 가면 벗겼는데 미쳤어. 금화 백 장 이상이야.”

“그 정도야? 이게 그만한 값이라고?”

“뭘 모르는구나? 원래 몸만 보고 값 매기는 사람은 삼류야. 얼굴만 예쁘면 미친놈들이 환장해서 사 간다니까?”


남성들은 경매 참가자들의 지저분한 취향을 주제로 토론했다.

납치당한 이를 앞에 두고 하기에는 잔혹한 대화였다. 조금도 인류애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인종을 돈으로만 보는 쓰레기 같은 작자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무리에게 납치당했다.

납치당한 캣니스는 어깨를 떨었다.


“그런데 우리가 조금만 갖고 놀까?”

“에헤이, 아서라. 너 또 귀한 상품을 곤죽으로 만들려고 그러지?”


한 남성이 쩝, 입맛을 다셨다.

다른 동료들은 낄낄 웃으며 농담처럼 말을 주고받았다.


“저게 진짜 악질이라니까? 이번에는 저거 똑바로 감시해야 해. 저번에도 저것 때문에 상품 하나 폐기 처분했잖아.”


그 말에 캣니스는 벌벌 떨었다.

앞이 보이지 않은 채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니, 두 배로 무서워하는 사람처럼 떨었다.

이에 납치범들은 얼마 안 가서 조용해졌다.

숨죽인 채 벌벌 떠는 납치 대상을 보고 있자니 생각이 바뀌었다.


“예절 주입 정도는 괜찮지 않아?”

“배에 피멍 정도는, 뭐.”

“저 상품이라면, 다리 분질러도 좋아할 사람 많을 거야?”


조금 전 동료의 말에 동감했다. 추한 감정에 물들고 입꼬리 올렸다.

납치된 상품이 더욱 벌벌 떨었다.

양팔로 어깨를 감쌌다. 스스로 끌어안은 모습으로 가녀리게 떨었다.

누군가 본다면 보호 욕구를 자극하는 모습이다.

눈앞의 납치범들에게는 이 또한 가학심을 자극하는 요소였다.


“좋아. 그러면 괜찮은 거지? 내가 한다?”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한 납치범이 패거리끼리 모인 장소에서 움직였다.


“야. 네가 금화 백 개짜리야?”


상자 위에 앉힌 캣니스 앞으로 다가왔다.

머리에 씌운 천 봉투를 잡아당겼다.

막무가내로 천 봉투를 벗기려 하니 고개가 틀어졌다.

이후, 천 봉투를 벗기자마자 풍성한 금발이 비단처럼 쏟아져 내렸다.

상품의 고운 외모도 보였다.

보석 같은 푸른 눈이 크게 뜨였다가 이내 바닥으로 내리깔았다.


“휘유. 진짜 백 개네?”


납치범은 캣니스의 턱을 붙잡았다.

눈도 못 마주치는 소녀를 보았다. 무서움을 참으려 하지만 어깨가 가늘게 떨리는 모습에 기뻐한다.

크게 흥분해서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음심으로 끈적거리는 숨결을 코앞까지 갖다 댔다.


“후욱. 아가씨.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줄게.”


손으로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손 안쪽의 굳은살이 거칠거칠했다.

상품은 작은 비명을 억눌렀다. 아예 얼굴이 보이지 않게 고개 숙였다.

그 후로 목 안쪽에서 흐느끼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하하. 내숭도 떨 줄 알아?”


납치범은 상품의 행동에 개의치 않았다.

이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다. 입에서 목덜미까지 묶은 재갈을 천천히 풀었다.

안 어울리게 피아노 건반 두드리듯이 목덜미를 건드렸다.


“힉! 히끅!”


그럴 때마다 즉각 보이는 반응에 만족하였다.

속내가 지저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어디. 우리 아가씨의 이쁜 얼굴 좀 다시 볼까?”


톡, 톡, 목덜미에서 빗장뼈까지 손가락이 이동했다.

이윽고 빗장뼈 사이까지 두드린 뒤, 턱을 낚아챘다.


“자 똑바로 보라···”


얼굴 하관을 붙잡고 강제로 눈을 마주쳤다.

그후, 움직임이 멈췄다.


“야야. 살살 해라. 얼굴은 때리지 말아라?”

“맞아. 얼굴은 보이는 곳이니까 상하게 하지 말라고~”


뒤쪽에서 패거리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동료가 저지르는 악행을 지켜볼 준비 했다. 한 상품이 망가지는 모습을 즐길 생각이었다.

직접 손을 쓰지 않을 뿐. 다들 같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본연의 욕망에 충실하였다.


“어이, 얘들아···.”

“왜 이리 뜸을 들여? 얼굴 보니까 더 취향이냐?”

“아니. 그게 아니라, 애 웃고 있는데?”


상품 앞에 선 납치범이 말했다.

천 봉투를 치우고 재갈까지 풀었는데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에 패거리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평소였다면 벌써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발길질 해댔을 동료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벌벌 떨던 아이가 웃는다는 말이나 뱉는다니, 어이없었다.


“실성한 거 아니냐? 가끔 그런 애들 있잖아.”

“아니. 뭔가 그런 애들이랑 다른 거 같은데···.”

“다르긴 뭘 달라. 오랜만에 하려니까 감을 영 못 잡는구먼?”

“그런가···?”

“그래. 자식아. 사내자식이 그만 쫄고. 얼른 재밌는 거나 보여줘 봐.”


평소 잔악하기로 유명한 동료가 이상한 말을 한다.

당연히 패거리는 이상한 행동에 의구심 가졌다.

하지만 딱 그 정도의 관심에서 그쳤다.

동료가 망설이든, 상품이 웃고 있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너. 그러다가 막 사랑에 빠졌다는 헛소리만 하지 마라?”

“푸하핫! 야, 그 농담은 재밌었다. 저건 사랑에 빠진 상대도 두들겨 패면서 좋아할 놈인데, 사랑은 개뿔.”

“하긴, 그건 그렇네. 아이 씨. 그러면 뭐든 빨리 해 봐. 이러다가 아무것도 못 보고 올라가게 생겼네.”


패거리 여럿이서 농담 던졌다.

그러나 그건 당사자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농담이었다.

농담의 주체인 납치범은 억지로라도 웃을 수 없었다.


“그런 거겠지···?”


납치범의 시선이 다시 앞쪽으로 향했다.

커다란 손에 하관 전체가 감싸질 정도로 작은 얼굴이 있었다.

동료들의 말대로다. 평소라면 끝없는 가학성애를 느낄 고운 얼굴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평소와 다르게 소녀의 얼굴에서 어떠한 자극도 느끼지 못했다.


“너, 사실은 무섭지? 무서워서 미칠 거 같아서 웃는 거지···?”


평소보다 멍청한 말을 했다.

상품의 상태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압박감을 느꼈다.

평소 같은 가학성애가 아니라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야, 저놈이 뭐라고 중얼거리냐?”

“몰라. 막상 하려니까 윗선 생각나서 겁먹었나 보지.”


동료가 말했다. 겁먹었냐고.


놀랍게도 지금 납치범의 상태였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설명해 줄 단어가 없었다.

분명 평범하게 웃는 귀족 아가씨인데 형용하기 힘든 공포를 느낀다.

이건 감이다. 납치범이 오랜 시간 업계에서 쌓아온 직감이었다.

상품의 미소 안에서 정체 모를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음을 느꼈다.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이 장난감아!”


공포를 부정하려고 큰소리 냈다.

막연한 불안감에 대한 반발심리였다.

이미 평범한 귀족 자제와는 확연히 다른 사람임을 느꼈다.

위화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였다.


“너희들. 이게 안 보여? 이게 안 보인다고?”

“아이 씨. 저거 또 왜 저래?”

“못 하겠으면 그냥 나와. 거기서 한심하게 뭐 하고 있냐?”


패거리의 의견을 구했다. 실패했다.

다음은 제 눈으로 다시 정체를 확인했다.


“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상품의 상태를 살폈다.

여전히 본인이 데려왔어도 꺼림칙하게만 보였다.

우선 표정이, 눈이 웃고 있다.

눈웃음 속의 눈동자는 전혀 웃지 않고 있었다.

마치 어디까지 하나 두고 보는 듯하였다. 어른이 아이를 바라보는 듯하였다.

상품의 푸른 눈동자 안에서 그의 모습이 비쳤다.

거대한 바다에 빠진 스스로가 연상되었다.


“다, 행, 이, 에, 요.”


이윽고 상품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납치범은 눈을 크게 떴다.

분명하게 한 음절씩 끊어서 하는 말이 있었다.


“다행이라고···?”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지만 뜻은 명확하다.

다만 워낙 뜬금없는 말인지라 머리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네. 여러분이 예상대로 회개하지 않는 분들이라서요.”


납치범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상품이 말하는 태도가 심상치 않았다.

평범한 귀족 아가씨라고 여겼는데, 아니다.

그녀가 손을 느리게 뻗는다. 느리지만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이 순간, 납치범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 생각이 들였다.

하나는 당장 이곳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 또 다른 하나는 눈앞의 사람에게 닿고 싶다는 생각이다.

닿고 싶다는 마음은 추잡한 욕망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떠한 굴레에서 해방되기 위한 구원으로 보였다.


“블레이즈(blaze).”


납치범의 머릿속이 분주하고, 또 한 발짝도 못 움직이던 때였다.


어둡던 휴게실에 빛 알갱이가 떠올랐다.

뒤편의 납치범들이 늦게 빛 알갱이를 발견하고 시선 줬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패거리는 직후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어떠한 반응도 하지 못했다.


“이 병신이. 뭘 데리고 온···”


순식간에 허공을 엮은 광선들.

패거리의 시선이 빛 알갱이로 간 순간에 빛줄기가 가슴을 꿰뚫었다.

목걸이의 구슬이 실에 꿰인 모습처럼 패거리가 빛에 꿰뚫렸다.

가슴에 난 구멍에서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음. 이 작전은 말이죠. 예전에 겪은 일을 바탕으로 계획했어요. 제가 선생님과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시절에, 광신도 집단의 손에 붙잡힌 적이 있거든요.”


휴게실에서 납치범 한 명만 서 있었다.

제일 앞장서서 상품을 괴롭히려던 납치범이다.

갑자기 동료들이 죽었다. 그 상황에서 자신만 살아남았다.

이 사실이 당황스럽다. 좀처럼 머리로 현 상황을 이해 못하였다.

소름 끼치게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는 제가 저를 완전히 이해 못 하던 때였어요. 광신도들은 저를 악마에게 산 제물로 바쳤고요. 그런데 제 회복 능력이 남다르거든요? 그들의 눈에는 제가 피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황금 제물로 보였겠어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은 뒤쪽이다.

조금 전까지 납치범이 소녀와 눈씨름 하던 상자 위였다.


“그렇게 저는 삼 일 밤낮을 거꾸로 매달려서 피를 뺐어요. 제 능력을 이해 못 하던 때라 무력하게 여신님께 기도만 하였죠.”


피로 젖은 휴게실과 다르게 차분한 목소리다.

마치 별일 아니니까 진정하라고 말하는 듯하였다.

하지만 납치범의 심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뛰었다.

압박감과 긴장감에 입 안이 메말랐다.


“문득 깨달음을 얻었어요. ‘왜 우리 사이에 이토록 추악한 오물이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었죠.”


납치범은 천천히 뒤돌았다.

상자 위에 편히 앉아있는 소녀를 보았다.

푸른 눈이 점점 황금색으로 변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눈동자 안에서 불타오르는 본인의 모습을 상상했다.

눈동자 안에 도사리는 홤금빛 불꽃은 하나의 재앙이었다.

끌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크나큰 위협이었다.


“이후에 어떻게 됐을까요? 결과만 말하자면 저 혼자 탈출했어요. 제 작은 몸집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무리했어요.”


캣니스는 미소 지었다.

과거에 겪은 광신도 납치극이 누구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끝났음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말로 누구도 다치지 않고 마무리되었을까?

그건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정의가 어떠한지에 따라서 달랐다.

그리고 캣니스의 내면에서 사람이란, 생각보다 더 좁은 부류를 정의하였다.


“자. 이제는 당신 차례네요. 우리 천천히 이야기해 볼까요?”


짝, 캣니스는 손뼉 쳤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녀의 얼굴로 미소 지었다.

딱딱하게 얼굴이 굳은 납치범에게 가볍게 말을 던졌다. 농담이라도 던진 사람처럼 가볍게 행동했다.


“괴, 괴물···.”


그러나 납치범은 바보가 아니다.

소녀의 모습에 더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동료가 모두 쓰러진 현실이 그를 움직이게 하였다.


“으, 으아아아아악!”


자지러지는 비명 지르며 달렸다.

동료의 몸에 발이 걸려서 넘어질 뻔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무엇에 도망치는지를, 도망갈 수 있는지를, 또 쫓아오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다리만 움직였다.


“비상! 비상! 노예가 날뛴다! 노예가 날뛰어!”


납치범이 소리쳤다.

휴게실 바깥에 있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하나둘. 비명 소리를 들은 동료들의 인기척이 생겨났다.

도움에 응한 범죄자들인 만큼 준비가 확실했다.

조금 전 납치범 패거리와 다르게 흉측한 무기를 들었다.

대충 세도 열 명이 넘는 인원이 휴게실 앞을 막아섰다.


“저런. 겁을 드릴 생각은 없었는데요.”


캣니스는 침착하게 행동했다.

여전히 여유로운 움직임으로 상자에서 일어났다.

기껏 구한 비싼 드레스의 무릎을 털었다. 찢어진 구석이 없나 살폈다.

피 냄새가 가득한 방에서 움직였다.


“이렇게 규모가 큰 곳이라면 정보를 구하기도 쉽겠죠.”


불편한 구두를 벗고 맨발로 걸었다.

어느새 복도를 가득 채운 거구들과 반대편에 섰다.


“넌 뭐냐? 단순한 계집은 아닌 듯한데.”


범죄자 중 하나가 말했다.

전체적으로 상황 파악이 뛰어나고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이다. 그에 맞는 실력도 갖추고 있을 터였다.

탈주자가 소녀라고 해서 얕보는 사람 하나 없었다.

저마다 흉악한 무기와 구속 도구를 들었다.


“으음. 일단 평범한 졸부의 딸이라는 설정인데요···. 여기까지 온 이상 글로리아를 연기할 필요 없겠죠?”


캣니스는 차분한 시선으로 마주하였다.

험악한 범죄자들의 시선을 둘러본 뒤, 슬쩍 손 들었다.


“지금이라도 회개하실 분 있나요?”


순진한 말을 뱉는다.

곧바로 사나운 숨소리들이 돌아왔다.

요구대로 손을 든 범죄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면 모두 속죄하는 걸로 알게요.”


캣니스는 결론 내렸다.

팔 내리고 손을 맞댔다.

맞댄 손뼉 사이를 벌리니 황금빛 빛줄기가 이어진다.

눈 깜짝 할 사이에 황금색 장창을 만들었다.


“어디 보자 기도문이··· ‘이 모든 단죄는 셀레브리디 님의 이름 아래서 집행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말하니까 쑥스럽네요.”


쑥스럽다는 말과 다르게 진지하게 움직였다.

갓 만든 황금색 창을 몇 번 회전하였다.

납치범 패거리가 거칠게 반응하며 충돌했다.

한 교단의 여사제가 많은 사람의 악의와 맞서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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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171화 사막 그리고 도시 24.06.06 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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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167화 사막 그리고 도시 24.05.25 7 0 21쪽
» 166화 사막 그리고 지하 24.05.20 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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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61화 사막 그리고 지하 24.05.08 6 0 9쪽
193 160화 사막 그리고 지하 24.05.06 8 0 16쪽
192 159화 전사의 나라 24.05.04 8 0 18쪽
191 158화 전사의 나라 24.05.01 9 0 14쪽
190 157화 전사의 나라 24.04.29 8 0 15쪽
189 156화 전사의 나라 24.04.27 11 0 15쪽
188 155화 전사의 나라 24.04.24 7 0 15쪽
187 154화 전사의 나라 24.04.22 6 0 12쪽
186 153화 변하지 않는 24.04.19 7 0 25쪽
185 152화 변하지 않는 24.04.15 6 0 13쪽
184 151화 사막의 나라 24.04.13 7 0 15쪽
183 150화 사막의 나라 24.04.10 7 0 17쪽
182 149화 사막의 나라 24.04.08 6 0 16쪽
181 148화 사막의 나라 24.04.05 6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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