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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동 님의 서재입니다.

방어력에 올인했더니 반사딜로 다 죽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가리동
작품등록일 :
2021.09.03 11:42
최근연재일 :
2021.09.23 07:2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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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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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812

작성
21.09.1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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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월척

DUMMY

문화관 1층에 있는 디저트 카페는 오늘도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케이크 한 조각을 시켜놓고 나눠먹는 커플, 머리에 까치집을 하고 노트북을 두들기는 초췌한 남자, 그리고······.


“언니, 오진영이라는 애······ 정말 방어력 특화형 각성자가 맞긴 맞아요?”

“으응? 가따기 그건 애?”


수다를 떠는 조교와 두 명의 학생들.

뚱카롱을 통째로 넣고 오물거리던 유은혜가, 빵빵한 입을 틀어막으며 반문한다.


그 모습을 본 포니테일 여학생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아니, 오늘 아침 수업에서 대련이 있었는데, 혼자서 두 명을 가뿐하게 이기던데요?”

“머?!”


어지간히 놀랐는지, 사레가 들린 유은혜가 연신 콜록거린다.

아이스티를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케헥! 그게 무슨 소리야, 분명 선아 걔가 방어 특화형 각성자라고 말했었는데. 두 명을 무슨 수로 이겨!”

“정말이에요, 언니. 저랑 희지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그것도 아무런 준비 자세 없이, 순식간에 이겨버렸다니까요?”

“아니, 그게 무슨···.”


이선아가 그녀에게 거짓말이라도 했던 걸까?

아니다. 유은혜가 겪은 바, 이선아는 거짓말의 ‘거‘ 자도 모르는 올곧은 아이였다.


‘그렇다고 얘네들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 때, 유은혜의 머릿속에서 스위치 하나가 딸깍, 하고 켜졌다.


무미건조한 주형범 교수마저 고개를 젓게 만들었던 호기심 버튼.


그 버튼이 켜지면서, 그녀의 눈동자에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저희 이제 수업 있어서 이만 일어나 볼게요. 커피 잘 먹었어요!”

“어, 그래···. 나중에 또 보자.”


······정오의 짧은 티타임이 끝나고.


유은혜는 조교실에 돌아와 업무를 재개했다.

일에 관해서는 철저한 편이었지만, 오늘따라 그녀의 손에 닿는 것마다 온통 실수가 묻는다.


간단한 문서를 작성하는데도 오탈자가 발생한다.


교수 회의에 전달할 서류 뭉치를 옮기다가, 넘어져서 바닥에 흩뿌리기도 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전부 줍느라 애도 먹었고.


“하아.”


하루종일 궁금증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심지어 집으로 돌아와서 샤워 중에 난데없이 자빠지기도 하고, 반찬으로 먹을 계란 후라이를 홀라당 태워먹기까지 했다.


대망의 잠자리에 드는 시간.


“······.”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이 말짱하다.

상상이 실체화되어, 천장을 도화지 삼아 그림이 저절로 그려진다.


어느덧 어둑어둑하던 창밖에······ 아침 햇살이 내리쬔다.

그녀의 눈두덩이 아래에 깊숙이 자리잡은 다크써클이 더욱 짙어져 있었다.


‘궁금해 미치겠네!’


조교실로 출근한 유은혜가 책상 위에 깍지를 끼며 고민하다가, 결국 결정했다. 이 악물고 참아보려 했던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로.


가장 먼저 할 일은 이선아에게 전화를 거는 것.


방어력 특화형 각성자.

우선 그것의 진위 여부부터 따진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자 수화기에서 차분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악이 끊기더니, 예의 바른 목소리가 유은혜에게 인사를 건넨다.


-여보세요? 언니, 아침부터 무슨 일로···.


그녀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선아야, 너 저번에 그, 오진영이라는 학생에 대해 얘기했었잖아?”

-네, 그랬죠. 혹시 그 학생한테 무슨 일 있나요?

“아니, 별 건 아니고.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겨서.”

-뭔데요?

“방어 특화형 각성자라는 거··· 걔가 직접 말해준 거야?”


유은혜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선아가 “아니요.”라고 대답하길 바랬다.

“네.”라고 한다면, 그녀가 품은 의문과 궁금증의 크기가 더욱 커질 테니까.


-네.

“아······.”

-제가 아카데미에 대해 설명할 때, 본인이 직접 그렇게 얘기하던데요?


핸드폰을 쥔 팔이 툭 떨어진다.

수화기 너머에서 ’언니? 무슨 일 있어요? 괜찮아요?’ 하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조교실에 울려퍼진다.



***



오늘의 수업들은 꽤나 널널한 편이다.

하나같이 다 이론 수업 뿐. 이미 이론에 빠삭했던 나에겐 의미 없는 것들이었다.


“에, 헌터는 일반인에게 절대 위해를 가해서는······.”


고리타분한 뿔테 안경을 한 교수의 설명이, 한 귀로 들어왔다가 반대편 귀로 빠져나간다.


이대로 시간을 죽이기엔 아까운데.


나는 펜을 꺼내들었다.

책상에 덩그러니 놓은 A4용지. 그 위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끄적거렸다.


아카데미에 다니는 동안, 최대한 빨리 던전들을 돌면서 방어력 수치를 올린다.


우선, 동굴로 다시 갈 필요는 없겠지.

미노타우로스를 만난 건 의외였지만, 고블린으로는 이제 방어력을 올리긴 힘들 테니까.


그렇다면 오늘의 목표는··· 제 2구역.


늪지에 서식하는 ‘리자드맨’을 공략한다.

방어력 올리는 김에 새 스킬들도 테스트해보는 게 좋겠지.


다만,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리자드맨의 일부 개체는 마법도 사용하는데, 「리플렉션」이 마법 데미지도 반사시키려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놈들이 속박 마법이라도 건다면, 내게는 그것을 파훼할 수단이 없다.


딸깍, 딸깍.


나는 볼펜의 윗부분을 규칙적으로 눌렀다 뗐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직접 몸으로 겪었던 수많은 경험들이 번뜩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서 김이 폴폴 올라올 것만 같다.


결국 나는, 나 혼자서는 무리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실망감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간다.

다음으로 판단을 내려야 할 건, 누구와 함께 늪지를 공략해야 하는가이다.


부탁할 만한 사람이라······.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도희원이었다. 물론 1초 만에 후보에서 지워지긴 했지만.


하둥이들? 어림도 없겠지.

주형범 교수? 그 인간이 움직인다면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후우.”


나는 한숨을 쉬며 기지개를 폈다. 좁아졌던 시야가 확 넓어진다.


수업에 열중하는 애들 사이로, 꾸벅꾸벅 조는 하둥이들이 보인다.

그런 그들을 불만스러운 눈으로 힐끗 쳐다보는 교수, 그리고 복도 창문으로 보이는 바가지도······.


응? 바가지?

아, 자세히 보니 바가지가 아니라 진짜 바가지처럼 보이는 바가지 머리다.


저런 머리를 하는 사람도 드문데.

몇몇 얼굴들이 떠올랐다가 하나씩 지워지고, 마지막에 한 사람만이 남았다.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 질문 있는 학생은 앞으로 나오세요.”


교수가 수업을 끝내자, 바가지도 두더지처럼 훅 꺼진다.


금세 소란스러워진 강의실에서 빠져나와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창문 바깥 쪽에 가보니, 눈이 붉게 충혈된 유은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특화형 각성자라면서?”


그 소문, 네가 퍼뜨렸잖아.

다짜고짜 물어보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굳이 거기에 태클을 걸지 않았다.


“네, 그런데 누구세요?”

“나 주형범 교수님 조굔데. 그보다, 너 도대체 무슨 능력에 특화돼 있는 거야?”


아아, 오랜만이다.

저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동자.

자신을 옥죄는 궁금증을 풀어내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모습!


나는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간신히 대답했다.


“이미 저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던데. 소문 그대론데요?”

“거짓말! 저 쌍둥이들을 아주 묵사발로 만들어놨다며? 방어력에 특화된 사람한테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해?!”


그녀가 팔을 휘적거리며 삿대질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 삿대질의 끝에는, 이제 막 강의실에서 나오는 하둥이가 있었다.


유은혜의 목소리가 워낙 쩌렁쩌렁해서 얘들도 충분히 들었겠지.

저런, 둘의 어깨가 동시에 축 처진다.


“그게···.”


나는 아무렇게나 둘러대려다가, 다시 입을 닫았다.


안 그래도 제 2구역에 동행할 사람이 필요한 참이었는데, 이건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 격이잖아?


말을 하다가 말자, 유은혜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뭐라 따지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오늘 수업이 모두 끝나고 말씀드릴게요. 그렇게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요.”

“······그 말은, 그래도 뭔가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말이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굳은 얼굴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아직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내게 뭔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조금은 만족했나 보다.


“그럼 오늘 퇴근하고 너한테 연락할게. 내가 너보다 늦게 끝날 거 같으니까. 번호도 이미 알고 있고.”


남의 전화번호를 허락도 없이 열람한 주제에 당당하기까지 하다.


“······네.”


일련의 소란이 진정되었다.

유은혜가 물러간다. 나도 다음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을 옮겼다.


고민이 해결되자 그 후로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점심 시간이 지나, 오후 수업까지 모두 마치고······.

나는 기숙사로 돌아가 유은혜의 연락을 기다렸다.


초침이 조금씩 흘러 시침이 정확히 5시를 가리켰을 때.


책상 위에 올려놨던 핸드폰에서 부르르 진동이 울린다.

전화를 받자, 뛰는 듯한 발소리와 함께 유은혜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 지금 끝났는데, 어디야?

“저 지금 기숙사요. 어디에서 만날까요?”

-내가 거기로 갈게. 조금만 기다려.


용건만 간단히 전달하더니 갑자기 연결이 뚝 끊긴다. 아마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오는 중이겠지.


“······.”


대어를 낚은 낚시꾼이 된 기분이다.

그것도 내 보조를 톡톡히 해낼 훌륭한 물고기를 얻은 듯하다.


나는 저번에 아껴놨던 포션 3개와 나이프를 챙겨 밖으로 기숙사 출입구로 나왔다.


잠시 후, 교랑 저 너머에서 유은혜가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오는 게 보인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오른팔을 흔들었다.


늪지 공략에 참여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의미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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