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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동 님의 서재입니다.

방어력에 올인했더니 반사딜로 다 죽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가리동
작품등록일 :
2021.09.03 11:42
최근연재일 :
2021.09.23 07:2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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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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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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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맞아야 산다 (3)

DUMMY

거친 세상을 살아오면서 얻게 된 교훈 중 하나.


싸움은 정정당당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것.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설령 그게 사람들이 비겁하다고 욕하는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팔을 살짝 뒤로 뺐다.

덩치 큰 똘마니의 허벅지 안쪽에 손을 뻗어, 살갗을 안간힘을 다해 꼬집었다.


“끄아아아!”


으으, 귀에다 대고 비명을 질러대는 바람에 고막이 나갈 뻔했다.


이걸 버티다니 제법 참을성이 있는 녀석이었다.

그렇다면 다 방법이 있지.


고개를 최대한 앞으로 숙였다.

숙인 머리를 있는 힘껏 뒤로 젖히자, 쿵 하는 소리가 머리통을 울린다.


“으읍······!”


한 번으로는 부족한가?


인중을 얻어맞았는데도 절대로 손을 놓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앞에서 단검이 복부를 노리고 들어온다.


타악!


“이, 이런 시발!”


날 붙잡아 놓으려면 다리도 어떻게든 묶어놨어야지.

단검을 쥔 손을 발로 차자, 저 멀리 바닥에 핑그르르 떨어진다.


놈이 다급히 주우러 가는 지금!


쿵! 쿵! 쿵!


허벅지 안쪽을 꼬집으며 계속해서 머리로 인중을 노크했다.


“크으읏!”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속박이 조금은 느슨해진다.

나는 재빨리 몸을 마구 흔들며 놈의 품에서 벗어났다.


어찌나 세게 붙잡았었는지 열기가 후끈하다.


“후우, 이제 발악은 끝났냐?”


똘마니들의 안색이 파리해진 것을 보며, 나는 진득한 미소를 지었다.



***



“허억, 헉!”


창고에서 몰래 빠져나온 김성원은 숨을 헐떡이며 도망가는 중이었다.


목적지는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

그저 괴물을 피하기 위해 무작정 내달릴 뿐이었으니까.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거지?’


김성원은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았다.


수업 시간에 잠을 자다가 쉬는 시간에 찐따놈들이랑 놀아주고.

점심 먹고, 식후땡하고, 수업이 모두 끝난 후에는 창고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아니, 딱 하나. 달라진 게 있었다.


-이것밖에 안돼?

-이것밖에 못 하냐고 병신아. 내가 꽃으로 때려도 그것보단 잘 때리겠다.


오진영 그 놈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평소의 그 멍청하고 순진한 얼굴이 아니었다.


살기가 등등한 악귀와 같은 얼굴.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어떤 간 큰 놈이 감히 자신에게 이빨을 드러낸단 말인가?


특히 감히 눈도 못 마주쳤던 오진영 따위가!


다음으로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사람이 이 정도로 튼튼할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잠깐의 우월감과 분노가 지나가고··· 마지막엔 공포심만이 김성원을 짓눌렀다.


6명을 상대로 압도하는 실력.

그것은 동네 체육관에서 열심히 운동한다고 나올 수 있는 몸놀림이 아니었다.


간결하고도 파괴력이 있는 스트레이트.

타점을 정확히 노리는 발차기와 물 흐르듯 이어지는 그라운드 기술까지.


도저히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다.


“하아, 씨발······.”


교문을 빠져나온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니, 다행히 아직까진 오진영이 뒤쫓아오진 않았다.


김성원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는 한편, 자꾸만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해.’


꼰대한테 전화를 거는 건 그 다음이었다.

창고에 벗어두고 온 외투에 핸드폰을 두고 나왔으니까.


가장 먼저 떠오른 안전한 장소는 역시 집.

집 말고는 딱히 갈 곳이 없었다.


문제는 지갑도 외투 주머니에 두고 와서 빈털터리 신세라는 것.

학교에서 집까지는 거리가 꽤 돼서 뛰어가다간 붙잡힐 가능성이 있다.


“일단······ 택시를 잡자. 돈은 있냐고 물어보면 집에 가서 주겠다고 하면 되겠지.”


안 된다고 하면 돈을 따블로 지불하겠다고 꼬드길 심산이었다.


차도로 나와 다급히 손을 흔들었다.


마침 빈 차 하나가 우측 깜빡이를 켜며 멈춰선다.


“어서오세요.”

“아저씨, 오인동 은행나무 사거리 쪽으로 가주세요.”

“예예.”


택시가 출발했다.

룸미러를 통해 택시 기사의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김성원은 애써 무시하고 창밖을 쳐다보았다.


간발의 타이밍이었다.

오진영이 학교 안에서 교문 쪽으로 뛰어오는 게 보인다.


그 잠깐 사이에 눈이 마주치기는 했지만, 차는 이미 출발하기 시작했다.


긴장이 쫙 풀리며 식은땀이 주르르 흐른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김성원은 결심했다.

집에 가자마자 곧바로 꼰대한테 전화해서 저 놈에 대해 일러바치겠다고.


안전이 확보되자 화가 불처럼 치솟는다.


‘어떻게 조져달라고 할까. 사람을 고용해달라고 해버려? 요즘 각성자들 중에는 뒷세계에 몸담는 사람도 있다던데.’


놈에게 복수할 계획을 떠올리는 와중, 택시 기사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저기, 학생.”

“왜요.”


김성원의 퉁명스런 대답에 택시기사의 미간이 잠시 찌푸려진다.


“얼굴이 낯이 익은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

“네? 그게 무슨······.”


달리던 택시가 갓길에 멈춘다.

기사가 모자를 벗으며 뒤돌아본다.


뒤돌아본 기사의 볼에는 길쭉한 흉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


흉터를 보자 흐릿한 기억이 점차 선명해진다.

김성원이 황급히 얼굴을 가리며 대답했다.


“그,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사람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아니야. 분명 언제 한 번 봤었어. 그게 언제였더라···.”

“사람 잘못 보셨다니까요?! 빨리 출발해주세요!”

“손 내려 봐. 빨리!”


우악스러운 손에 의해 김성원을 팔이 강제로 내려간다.

이리저리 그의 훑어보던 기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래. 이제야 기억이 나네. 그땐 머리가 빨간색에 장발이었는데, 그래서 못 알아본 거였어!”

“······.”

“늦은 시간이라 걱정돼서 집에 언제 들어가냐고 물어봤더니, 날 죽도록 팼잖아. 같이 탔던 네 친구들이랑 같이. 설마 기억 안 난다고 하진 않겠지?”


기억이··· 난다.

어른들의 참견이 유난히 거슬렸던 시절, 밖에서 온갖 사건사고는 다 일으키고 다녔을 때.


이 택시 기사도 그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저 흉터는 자신이 낸 상처였고.


하필이면 이 상황에 만나게 될 줄이야.

최고의 타이밍이 아니라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니 애비한테 또 협박당하기 싫으니까 당장 내려.”

“······.”

“돈은 안 받을 테니까 빨리···.”

“······시발.”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시발이라고 했다, 왜. 택시 기사면 택시 기사답게 운전이나 하라고 시발! 빨리 출발이나 쳐 해!”

“이, 이 어린노무 새끼가!”


기사는 운전석에서 내려 김성원을 강제로 끌어내렸다.

부러진 팔의 통증 탓에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철푸덕 엎어졌다.


“으윽!”

“퉤, 좋은 말로 할 때 내릴 것이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성격이 그지 같아서는······.”


그 말만을 남기고 택시는 떠나가버렸다.


“저런 시발 놈이!”


김성원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불타오르던 몸이 차갑게 식는다.


“어른한테 시발이 뭐냐, 시발이.”

“아아···.”

“성원아, 가오 상하게 도망가면 어떡해. 하마터면 또 평생 동안 후회하며 살 뻔 했잖아.”

“저, 저기 그게······.”

“따라와.”

“······.”


마치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김성원은 다시 체육 창고로 질질 끌려갔다.



***



다음 날 아침.


나는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잠에서 깼다.


어제는 내 인생을 통틀어서 최고의 하루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


썩은 사랑니를 뽑아낸 것처럼 개운하다.


꼼짝 없이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들을 반쯤 씹어 먹어줬으니까.


특히 개성원은 마지막에 오줌을 질질 쌌었지.

그건 동영상으로 찍고 클라우드에 전송해서 보관 중이다.


“흐음······.”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걸까?

어떻게 해서 내가 과거로 돌아오게 됐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분명 죽기 직전에 빛이 보였던 거 같은데, 천사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하고.


수호자 어쩌구, 거신 기간테르가 어쩌구, 플레이어가 되었다며 어쩌구.


젠장, 그땐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제도 목소리와 함께 텍스트들이 떠올랐는데, 안경잡이 녀석이 갑자기 주먹을 휘두르는 바람에 제대로 보지도 못 했고.


그걸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새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

이왕이면 이전과는 다른,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다시는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병신이 되기는 싫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보게 될 스테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기도 하고.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능력이나 변수 등을 체크해 두는 게 중요하다.


“플레이어라고 했었지······.”


문득 떠오르는 마법의 단어가 있다.

소설이나 만화에서 ‘이것’만 외치면 앞에 홀로그램이 떠오르곤 했었는데.


한 번 해볼까?


“상태창!”


호기롭게 외치자 놀랍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을 비비거나 앞으로 손을 휘저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학교나 가자.”


오늘은 학교에 중요한 손님이 오는 날이다.

일단 능력에 관한 건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



태천 고등학교의 교무실은 지금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한 켠에 놓인 쇼파에는 김성원이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


몰골은 처참했다.

얼굴 여기저기에 상처가 가득했고, 양 팔 모두 깁스까지 했다.


옆에는 깊게 패인 미간 주름에서 고집이 엿보이는 한 중년인.

그가 팔짱을 끼고 교장과 교감을 노려보고 있었다.


두 부자 덕분에 교무실에 있는 모든 교사들이 난데없이 곤욕을 치르는 중이었다.


구석에서 젊은 교사 무리가 입을 막고 조용히 속닥거렸다.


“오늘은 또 왜 왔대요?”

“오진영이라는 애가 쟤를 두들겨 팼나봐요. 아까부터 ‘오진영이라는 놈 데려와!’ 하고 난리예요.”

“와, 그래도 어디서 얻어터지고 오는 건 이번이 처음 아니에요?”

“그렇죠. 교무실에 오는 경우는 항상 사고 쳤을 때였으니까요.”


일대에서 알아주는 문제아답게, 김성원은 선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툭하면 사고를 치는 바람에 교무실을 들락날락하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제 아버지와 동행하곤 했다.


김성원의 아버지, 김형섭.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사과나 반성이 아니었다.


회유와 협박.


넘치는 재력으로 사람들을 회유하고, 넘어오지 않으면 조폭을 시켜 뒤에서 협박질을 일삼는다.


그래서 그들이 교무실에 찾아올 때면 항상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기 마련이었다.


김형섭은 유리 탁자를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저기요, 교장 선생님. 지금쯤이면 그 놈도 학교에 왔을 거 아니요. 그런데 왜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습니까?”

“그, 그게··· 김 선생이 부르러 갔는데, 잠시만 기다리시면 금방 데려올 겁니다.”

“저번에 두둑하게 챙겨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러시면 저도 곤란해요.”

“······죄송합니다.”


김 선생을 보낸 지 벌써 10분.


교장의 광활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김형섭의 눈치를 살피며, 김 선생이 빨리 오진영이라는 학생을 데려오길 애타게 기다렸다.


그는 담력이 약한 사람이었다.

부모들한테 촌지나 받는 악질은 더더욱 아니었고.


다만, 김형섭의 뇌물은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받지 않으면 언제나 밤길을 조심해야하는 불상사가 생길 테니까.


교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교무실 문을 연신 힐끔거렸다.


‘김 선생, 빨리!’


그러나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아무리 기다려도 김 선생은 오지 않는다.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던 교장의 귀에 최후통첩이 들려온다.


“교장 선생님.”

“네, 네?”

“딱 5분 드리리다. 그 안에 그 놈을 데려오지 않으면······.”


드르륵─.


김형섭의 말허리를 끊고, 교무실의 문이 열린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특히 교장은 구부러진 몸을 벌떡 일으키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근처에 서 있던 남교사가 물었다.


“누구십니까?”


안타깝게도 교무실을 찾은 이는 오진영이 아니었다. 하늘거리는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묘령의 여인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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