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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동 님의 서재입니다.

방어력에 올인했더니 반사딜로 다 죽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가리동
작품등록일 :
2021.09.03 11:42
최근연재일 :
2021.09.23 07: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04,971
추천수 :
3,725
글자수 :
109,812

작성
21.09.03 12:45
조회
14,736
추천
231
글자
7쪽

프롤로그

DUMMY

일상에서 적성을 발견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친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게임에서 랭킹 1위를 달성했다거나,


콰직!


농구가 너무 재밌어서 매일 공을 튕기다보니 어느새 1 on 1 최고의 선수가 되어 있었다거나.


나도 그런 경우들 중 하나다.

몰랐던 재능을 우연히 알게 된 걸로도 모자라, 각성까지 한 축복 받은 인간.


축복 받았다곤 해도 지금 당장은 쳐맞고 있다는 게 문제였지만.


“크으으······.”


대략 1시간이 지났을 무렵, 쉴 새 없이 퍼부어지던 공격이 드디어 멈췄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 구름 사이로 인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재앙의 화신, 백발노인이었다.


-나를 상대하고도 멀쩡한 인간이 존재하다니, 너의 그 맷집에는 절로 경외심이 드는구나.


뭐? 농담이지? 멀쩡하다고?

늑골이 전부 다 나가고 부러진 뼈가 내장을 찌르고 있는데?


“푸학!”


속에서 핏물이 역류한다.

입 안 가득 비릿한 맛이 느껴진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시야마저 흐릿하다.


먹먹한 귀로 처연한 음색이 흘러들어온다.


-그렇기에 안타깝구나. 기간테르에 필적하는 맷집을 지녔으면서도 다른 능력들은 범인의 수준에 머물러있다니.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백발노인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가 구태여 콕 짚어주지 않아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를 이런 식으로 깎아내리곤 했다.


‘방어력만 무식하게 높은 반푼이 탱커.’


물론 면전에다 대놓고 꼽을 주진 않았지만, 언제나 날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 이유도 대충 짐작이 간다.


공격력은 제로인 주제에 늘 토벌대에 뽑히는 게 눈엣가시였겠지.

그저 고기방패 노릇이나 하는 내가 꼴불견이었겠지!


그러나, 그 고기방패 노릇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나는 떨군 머리를 틀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선으로 기울어진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완전히 초토화된 도시가 활활 불타오른다.

건물들은 죄다 폭삭 주저앉았고, 수많은 시체가 쌓여서 산을 이루었다.


“씨발······.”


세상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것도 저기 저 뒷짐을 지고 서있는 늙은이 한 명에 의해.


-비록 맷집뿐이라고는 하나, 죽이기에는 능력이 너무나 아깝구로······.

“뭐, 그렇게 아까우면 부하로 삼아주기라도 하게?”


노인은 잠시 턱을 어루만지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럴 생각이었다만, 네놈이 말하는 본새를 보니 괘씸하구나. 입방정 떤 것을 후회하며 죽어라.


고오맙게도 나도 목숨을 구걸할 생각 따윈 없었다고.


······그나저나 이제 정말 마지막인 것 같다.


노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

세상의 모든 악을 끌어 모은 듯한 아귀의 형상이 뒤에서 일렁거린다.


그가 나를 향해 왼팔을 뻗는다.

아귀 또한 아가리를 벌렸다. 그 속에서 검은 구체가 점점 크기를 불려나가고 있었다.


나는 백발노인의 깊고 심유한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물었다.


“네 이름이 뭐지?”

-어차피 죽을 터인데, 내 이름은 알아서 무얼 하려고 그러느냐.

“그래도 기왕이면 날 죽인 놈의 이름은 알고 죽고 싶어서. 난 내가 이렇게 빨리 죽을 줄 몰랐거든.”


진심이다. 최소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줄 알았지.

그런데 이런 늙은이한테 최후를 맞이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노인이 내 말에 납득했는지, 순순히 대답한다.


-나의 이름은 스테인. 카르파 제국의 마지막 황제로다.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이제 스테인의 얼굴에서 미련은 찾아볼 수 없다.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시리도록 냉연하다.


어느덧 집채만 한 크기로 불어난 구체가 내게 쏘아진다.


나는 직감했다.

이걸 맞고 살아남을 순 없을 거라고.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고.


콰앙!


“크, 크아아아아!”


구체는 단번에 치명상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블랙홀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그곳은 마치······ 고통의 홍수와 같았다.

산채로 튀겨지는 것 같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느낌이다.


아니, 몸뚱이를 내려다보니 이미 왼팔이 뜯어져서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눈과 귀가 멀어버린 듯하다.


“아아······.”


무(無)의 공간에 홀로 떨어진다.

나에게 남겨진 감각은 지독한 통각뿐, 지난 인생을 되돌아볼 틈조차 없다.


“씨빠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쓸데없이 튼튼한 내 몸이 원망스러웠다.


지금의 나는, 모가지가 날아간 채로 펄떡거리는 한 마리의 물고기와도 같다.

의미 없는 몸부림을 치며 죽음을 기다리는······.


아아, 의식이 점점 멀어져간다.

이제 편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고통이 점차 줄어든다.


우우웅─.


저 멀리 심연 속에서 희미한 빛이 나를 반긴다.


저게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천국의 빛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빛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거의 코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자, 띠링! 알람이 울린다.


‘고막이 나간 게 아니었나?’ 라고 생각한 순간, 또렷하고도 감미로운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 인간이 버틸 수 있는 데미지의 한계를 초월하셨습니다. 수호자에서 플레이어로 각성하셨습니다. ]

[ 오진영 님의 방어력 한계치가 999,999에서 무한대로 확대됩니다. ]

[ 거신 기간테르가 자신의 한계를 초월한 인간에게 깊이 감복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패시브 스킬 「리플렉션」을 습득하셨습니다. ]

[ 업적 ‘최초로 한계를 초월한 자’의 달성 보상으로 레전더리 아이템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


······뭐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 투성이다.


수호자? 플레이어? 기간테르?


이제 와서 잘했으니 떡 하나 주겠다는 심본가? 다 죽어 가는데 보상이니 뭐니 다 무슨 소용이야.


천국의 빛이 팟! 하고 꺼진다.

그와 동시에 나의 의식도 꺼져간다.


나 죽는······.


────.


띠링!


[ 오진영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

[ 미사용 아이템이 남아있습니다. ]

[ 미사용 아이템 : 레전더리 아이템 선택권. ]

[ 아이템을 선택하지 않았으므로 랜덤으로 선택되어 자동으로 사용됩니다. ]

[ ‘크로노스의 태엽 시계’가 선택되었습니다. ]

[ ‘크로노스의 태엽 시계’가 자동으로 사용됩니다. ]


.────


.······는죽 나


.다간져꺼 도식의 의나 에시동 와그

.다진꺼 고하 !팟 이빛 의국천


······.

······.

······.


?어

어?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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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죽음의 향기 (1) (수정 完) +16 21.09.14 8,679 16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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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대련 (2) +9 21.09.12 10,007 178 12쪽
10 대련 (1) +5 21.09.11 10,220 183 11쪽
9 제 1구역 (2) +6 21.09.10 10,666 179 11쪽
8 제 1구역 (1) +16 21.09.09 11,036 19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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