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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동 님의 서재입니다.

방어력에 올인했더니 반사딜로 다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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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동
작품등록일 :
2021.09.03 11:42
최근연재일 :
2021.09.23 07:2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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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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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5
글자수 :
109,812

작성
21.09.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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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죽음의 향기 (2)

DUMMY

“······ 풀어요, 빨리.”

“어, 어떻게 골렘이 여기에? 제 5구역에나 있어야 할···.”

“씨발, 유은혜! 빨리 이거 풀라고!”


내가 호통을 치자,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녀가 퍼뜩 놀라며 허공에 손을 휘젓는다.


뭉친 실타래처럼 마구 엉켜있던 넝쿨이 풀린다.

역재생하듯 스르르 줄어들더니,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쿠웅!


느린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골렘을 보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오늘은 이만 하고 물러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촉박한 시간 속에서, 두뇌가 맹렬하게 회전한다.


저번에 동굴에서 미노타우로스가 나타난 것도, 지금 골렘이 나타난 것도 모두 우연일까?


한 번은 우연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우연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우연 따위가 아니다. 필연이라고 하지.


그렇다면, 미노타우로스를 쓰러뜨리고 내가 얻은 것에 대해 한 번 정리해보자.


많다. 그것도 무수히.

방어력이 500이나 오른 것도 모자라 「리플렉션」이 또 다시 각성했다.


「축적」, 「화살」이라는 유용한 스킬도 새로 습득했다.


쿠웅!


물론 그뿐이라면,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줄행랑을 쳤을 것이다.

내 몸이 꽤 단단해졌다곤 해도 골렘의 공격을 버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내 목에 걸린 ‘미노타우로스의 목걸이’가 자꾸 내 발목을 붙잡는다.


특수한 효과를 담고 있는 아이템.

저 골렘도 이 목걸이 같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면?


쿠웅!


방어력 수치는 천천히 올려도 문제 없다.

「리플렉션」도 방어력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급할 건 없고.


하지만, 아이템은 다르다.

지금 여기서 저 골렘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나 대신 수습하러온 길드의 몫이 되겠지.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배 아파서 도저히 양보 못 하겠다.


쿠웅!


한 걸음, 한 걸음.

느리지만 성큼성큼 다가오던 골렘이, 어느덧 이 늪지대에 발을 담구고 있었다.


······방금 리자드맨들과의 전투에서 획득한 방어력 수치는 215.


도합 1,314의 방어력으로 골렘의 공격을 몇 대나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수풀 사이에서 골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유은혜를 불렀다.


“조교님.”

“야, 빨리 올라와. 골렘은 A급 정도는 돼야 비벼볼 만한 거 몰라?!”


알지, 누구보다도 잘 알지.

지금 내가 상대하기엔 무리라는 것도.


하지만 난,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걷어찰만큼 여유롭지 못하거든.


“저한테 지속 힐링을 걸어주세요.”

“뭐? 야, 너 설마······.”


나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유은혜를 올려다 봤다.

그리고는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녀가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푹 내쉰다.


“나만 또라인 줄 알았는데, 너도 만만치 않구나? 죽어도 책임 못 진다?”

“알겠으니까, 빨리요!”


유은혜는 쯧쯧 혀를 차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마치 물을 담듯, 포개어진 손바닥 위에 별빛들이 찰랑거린다.


쏴아아─.


그녀가 별빛들을 공중에 흩뿌렸다.

바람을 타고 내 몸을 둘둘 감싸자 온몸에 활기가 솟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 이제 너 혼자 알아서 하던지.”


그 말을 하며 그녀가 휙 뒤돌아선다.


“······.”


나는 말없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역시, 유은혜가 또라이긴 해도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 내 몸에 두른 별빛은··· 지속 힐링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신체 능력을 올려주는 버프 효과도 함께 담고 있다.


물론 방어력 상승 효과도.


첨─벙!


묵직한 돌덩이가 호숫가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드디어 코앞에 당도한 골렘을 보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존나 크네.”



***



“거기로 두 명이 들어갔다고?”


제 2구역 가드장에게서 걸려온 전화.

던전에 출입한 인원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조현필이, 재차 확인하듯 되묻는다.


-어. 고딩으로 보이는 남자애 하나랑, 다크 써클 찐한 바가지 머리 아가씨 한 명.

“그··· 들어간 지는 얼마나 됐는데?”

-으음······.


그의 다급한 물음에, 늪지 가드장이 앓는 소리를 내더니 떠듬떠듬 대답한다.


-그, 한 1시간쯤 됐을걸? 너한테 바로 알려준다는 게, 깜빡해서 그만······.


조현필은 들숨을 훅 들이켰다.


“그래, 고맙다. 금방 거기로 갈게! 만약 그 두 사람이 나오면 꼭 붙잡아 두고!”


신신당부와 함께, 황급히 통화 연결을 끊었다.

그리고는 의자에 걸쳐둔 외투를 챙겨 제 2구역을 향해 달렸다.


사실, 확실한 정보는 아니다.

그저 ‘제 2구역에 두 사람이 들어갔다.’ 라는 목격 제보일 뿐.


바가지 머리에 다크 서클이 짙은 여자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고딩’이라는 단어가 유독 거슬린다.


“안녕하십니까!”


한 걸음에 제 2구역에 도착한 조현필이 가드들의 인사를 받으며 말했다.


“그 두 명, 아직 안 나왔지?”

“예, 그렇습니다!”

“오케이, 그럼 수고.”


그는 가벼운 손인사와 함께, 곧바로 던전에 입장했다.


“······.”


늪지는 리미테 아카데미 내에 있는 던전들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넓은 범위의 던전이다.


이 말은 무엇이냐, 누군가를 찾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믿을 건 찐득한 바닥에 찍힌 발자국뿐.


조현필은 후레쉬를 켜고, 등이 굽은 할아버지처럼 바닥을 면밀히 살폈다.


“······찾았다.”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손쉽게 두 사람의 발자국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바닥을 찬찬히 살피며 따라가다보니, 그들의 발자국이 나무들이 우거진 숲 앞에서 뚝 끊긴다.


“하, 시바. 더워죽겠네.”


외투를 벗어 허리춤에 두른 조현필이 숲속으로 들어갔다.


여기에서도 그들을 추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곳곳에 칼로 넝쿨과 수풀을 벤 흔적들이 즐비했으니까.


다만, 문제는.


두─웅, 두─웅.


땅이 울린다.

그것도 일정한 간격으로.

심지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 울림이 점점 커진다.


그들이 지나왔던 수풀을 헤치며, 조현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걸음을 멈춘 곳은, 광활한 늪지대였다.


쿠웅! 쿠웅! 콰직!


골렘이 가운데에 볼록 솟은 뭍에 서 있다. 심지어 무언가를 내려치고 있다.

그 부분은 움푹 패여 뭐가 있는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시빨, 대체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여······.”


그런데 움푹 패인 곳을 자세히 보니, 투명하고 노란 실 하나가 빠져나와 있다.


조현필의 눈알이 그 노란 실이 이어진 곳을 따라 굴러간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충격적인 광경 때문에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뭍에서, 어떤 여자가 두 팔을 골렘을 향해 뻗고 있다.


바가지 머리에 짙은 다크서클.


‘그 여자다!’


허나, 기뻐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녀와 같이 들어왔다던 ‘고딩’이 어디에도 안 보인다.


다만 짐작이 가는 건 있었다.

골렘이 내려치고 있는 게 무엇인가. 저 여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고딩. 힐링.


“이런 씹!”


그는 신발에 코팅을 대충 두르고 늪지대에 몸을 던졌다.



***



쿠웅! 쿠웅! 콰직!


골렘이 팔을 두 번 내려쳤다가 부서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놈의 중앙에 심어진 핵이, 주변에 있는 바위나 돌덩이를 끌어와서 제 몸을 수리한다.


게다가······ 이 골렘은 보통의 골렘과는 다르다.


아무리 골렘이 단단하다고 정평이 나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파워도 상상을 초월하고.


일부러 데미지를 입어서 「화살」로 끝장내려했던 내 계획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


얼굴이 뭉개지고, 몸이 가루가 되고 있는 와중에도 정신만은 멀쩡하다.


그나마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건, 유은혜가 계속 힐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쿠웅! 쿠웅!


그 힐에도 한계가 찾아오고 있었다.


스테인에 의해 한 번 맡았던 죽음의 향기가 짙어진다.


너무 욕심이 과했다. 두 번이나 죽다니.

그깟 아이템이 뭐가 중요하다고.


나는 눈을 감았다.

마음을 편하게 먹자 고통이 가라앉는다.


우우웅─.


이것 봐.

내가 천국의 빛이라고 착각했던 ‘그것’이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아니지, 저게 보인다는 것은······.


띠링!



[ 플레이어의 체력이 5%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

[ 죽음의 위기에 놓인 몸이, 누적된 데미지의 50%를 방어력으로 즉시 전환시킵니다. 나머지 50%는 그에 대한 반동으로 소멸됩니다. ]

▶ 현재 방어력 – 5,814.



──어어?


갑자기 골렘이 내려치는 망치질이 견딜만해졌다.


쿠웅! 콰직! 쿠웅! 콰직!


두 번에 한 번꼴로 부숴지던 놈의 팔이, 이제 한 번만으로도 두부처럼 으깨진다.


내 몸을 감싼 노란 물결이 상처를 지속적으로 치유해준다. 아직 움직일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서 계속 바닥에 뭉개져있었다.


자가 수복을 마친 골렘이 다시 기계적으로 바닥을 내려친다.


하지만, 방어력이 크게 증가한 탓인지 별다른 타격은 없다.

오히려 힐량이 놈에게서 받는 데미지를 넘어선 상황!


콰직!


또 팔이 부서진다.

골렘이 제 팔에 붙일 바위를 마법으로 끌어오는 동안, 나는 구덩이에서 재빨리 빠져나왔다.


“크으, 죽다 살았네.”

“야! 너 어떻게······?”


구덩이를 탈출하자, 유은혜가 놀란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안 그래도 피로에 쩐 얼굴이 쌍코피 때문에 더 피곤해보인다.


나는 장난스레 말했다.


“안 도와주실 것처럼 얘기하시더니······.”

“지금 농담따먹기나 할 때야?!”


그녀가 웬일로 맞는 말을 한다.

그래, 지금은 한눈 팔 때가 아니긴 하지.


뭍에 말뚝을 박고 있던 골렘이 이쪽을 향해 몸통을 돌린다.


유은혜가 내 팔을 흔들며 재촉한다.


“지금이라도 빨리 도망가자. 골렘은 느려서 우릴 쫓아오지 못할 거야.”

“조교님. 저 구해주신 건 고마운데······.”


고맙긴 하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진짜로 죽었을 수도 있었으니까.


근데 다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라고 하는 건 좀 아니지.


“혼자 도망가세요.”

“뭐, 뭐라고?”


나는 대답 대신, 뒤로 물러나서 골렘과의 거리를 넓혔다.


아까 방어력이 5,800 정도까지 올랐던 거 같은데, 그 뒤로 축적된 데미지는 얼마나 될까?


나는 오늘로 벌써 3번째인 「화살」을 쏠 준비를 했다.


“······어, 뭐야.”


그런데 몸이 덜덜 떨린다.

기껏해야 심장에서만 머물던 ’흐름’이 몸 전체로 퍼진 탓이다.


내 주위로 흙탕물이 솟구친다.

골렘의 핵이 위치한, 인간으로 따지면··· 명치 부근을 노려도 팔이 떨려서 조준할 수가 없다.


나는 다급하게 유은혜를 불렀다.


“조교님! 도망가실거면, 가기 전에 표적 마법이나 걸어두고 가요!”

“뭐라는거야! 그리고 나 표적 마법은 못 써!”

“아니, 그 기초 마법을 왜······.”

“······.”


그녀가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다.

나야, 능력이 안 되서 못 쓴다고 쳐도. 너는 그러면 안 되지!


낭패다······.

활의 시위를 끝까지 당긴 긴장감이··· 금방이라도 풀릴 듯 아슬아슬하다.


쿠웅!


놈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핵을 부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어? 어느샌가 놈의 명치에 빨간 십자가 모양의 표적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유은혜를 돌아보았다.

그녀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에라!”


의문은 잠시 접어둔 채, 나는 팽팽한 긴장의 끝을 놓아버렸다.


그러자 주변의 모든 지형지물을 헤집으며 골렘의 명치로 쏘아진다.


콰아아아아─!


골렘의 몸을 꿰뚫은 무형의 화살이, 그 뒤로도 계속 날아가 거목들을 퍽퍽 쓰러뜨린다.


거체가 산산조각이 난다.

놈을 구성하던 바위와 돌덩이들이 뭍에 철퍽, 철퍽하고 떨어진다.


“후우.”


나는 한숨을 뱉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과거로 돌아온 이후, 이 정도로 지쳤던 적은 없었는데······.


“개빡세네.”

“그러게. 너 정체가 뭐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응?”


이 목소리는 유은혜가 아니다.

남자다움이 뚝뚝 묻어나는 굵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자, 엊그제 제 1구역에서 봤던 아저씨가 씨익 웃고 있었다.


“찾았다, 요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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