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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가 내리는 녹슨 서고

인공지능과 첫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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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리즘
작품등록일 :
2018.04.09 14:40
최근연재일 :
2018.05.09 18:14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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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
글자수 :
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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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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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Ch 2. 키스 (4)

DUMMY

유현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생각해 넬리의 말을 곱씹어봤지만 그녀가 한 얘기 중에 헷갈릴 만한 단어는 전혀 없었다.


“내가? 소유자라고? 어째서?”

“그야 네가 쟤랑 키스를... 아니, 너 그럼 설마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쟤랑 키스한 거야? 세상에... 그 정도로 욕구불만이었어?”

“아니라니까? 저 애와 키스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랐던 거야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연약한 여자애를 완력으로 뿌리칠 수 있겠냐고...”


안면 전체가 빨개진 채 말끝을 흐리는 유현의 모습에 괜히 그를 놀리고 싶어진 넬리는 눈을 가늘게 치켜뜨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헤에... 나도 연약한 여자애니까 내가 키스하자고 하면 뿌리치지 않겠구나?”

“넌 얘기가 다르지! 전후관계가 어찌됐든 다짜고짜 목덜미에 날붙이를 들이밀면서 위협을 가하던 애랑 키스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애초에 넌 연약하지도 않잖아!”

“우와, 조금 상처받는걸. 근데 너, 방금 한 얘기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거 알아? 널 해치려한 건 저 애도 마찬가지라고? 아니, 오히려 따지고 보면 저쪽이 나보다 훨씬 위험해. 만약 아까 네가 바깥으로 열쇠를 튕겨내지 못했다면 넌 꼼짝없이 쟤한테 영혼을 먹혀버렸을 거야. 물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가 곁에서 도와줄 생각이었지만.”


넬리의 반문에 휘말려 자가당착에 빠진 유현은 사소한 이의조차 제기하지 못한 채 그대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넬리는 극도로 혼란스러워 보이는 그의 표정을 보고 하루 종일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안쓰러운 모습에 연민을 느꼈다.


“하던 얘기로 돌아갈게. 일이 계획대로 흘러갔다면 네게 들러붙은 열쇠를 떼어낸 후 그녀와 접촉해 소유권을 차지할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난 열쇠와 접촉해야만 소유권을 얻어낼 수 있다는 정보만 미리 숙지하고 있었을 뿐 접촉방식에 대해선 전승에 기록되어있지 않았던 탓에 전혀 파악할 수 없었어. 거기다 네가 열쇠를 스스로 튕겨낸 탓에 미리 세워둔 시나리오조차 완전히 어그러졌지. 그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접촉했다가 열쇠가 내게 침투해버리면 그땐 정말로 속수무책이니 좀 더 신중하게 다가갈 생각이었는데 너무 시간을 끌어버린 바람에 네가 먼저 열쇠와 접촉하게 된 거지. 이제 좀 알겠어?”


대답할 기운조차 들지 않았던 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제 뭐가 어찌되든 좋으니 여기서 나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 이해했다니 다행이네. 내가 아까 네게 이번 일에 지나치게 간섭해버렸다고 말했지? 말 그대로야. 넌 이제 명실상부한 열쇠의 소유자이고 이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거나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단 말씀. 또한 넌 앞으로 네 목숨이 다하거나 열쇠가 스스로 너의 권한을 부정하고 네 손을 벗어나기 전까진 절대 소유권을 포기할 수 없어. 그 외의 방법은 단 하나, 열쇠를 제거하는 것뿐이야. 하지만 열쇠를 파괴하기 위해선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하거든. 쉬운 일도 아니고. 그러니 일찌감치 단념하고 열쇠의 소유자가 됐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해. 아니면 열쇠에게 미움 받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보든가.”


장시간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 탓에 목이 칼칼해진 넬리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면서 유현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녀의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그는 분명 지금 이상으로 괴로워하거나 패닉에 빠져 자신을 붙잡고 매달릴 게 틀림없어보였다. 한창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넬리는 유현이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걸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잠시 이어진 침묵을 깬 그의 대답은 더더욱 의외였다.


“그래서? 이제부터 내가 뭘 하면 되는데?”

“응? 놀라지 않는 거야? 내가 아니라 네가 열쇠의 소유자가 된 거라니까?”

“알고 있어. 근데 내가 열쇠의 소유자가 됐다고 해서 나한테 안 좋을 게 있나? 듣다보니까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이번에는 넬리 쪽이 입만 벙긋거리는 벙어리로 전락해버렸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유현에게 어떻게 답변해야할지 한참 동안 고민하던 그녀는 이윽고 차라리 잘됐다 여기며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나도 열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아는 건 아닌지라 확언해줄 순 없어. 굳이 따지자면 절륜한 위력을 지녔을 게 분명한 미지의 고대 병기를 다룰 수 있는 단서니까 네 손에 들어갔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피곤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정도?”

“음... 근데 그것도 결국 추측에 불과하잖아. 안 그래?”

“그렇지. 어차피 열쇠가 네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이곳에 있는 너와 나뿐이니까. 네가 이곳에 들렀다 해서 널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만약 사람들이 열쇠의 소재지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고 해도 같이 있었던 내게 이목이 집중될 뿐이겠지. 그러고 보니 너한테 안 좋을 건 별로 없는 것 같네.”

“그럼 별로 상관없잖아. 아까는 네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해서 무슨 엄청난 일이라도 벌어지는 건 아닌지 살짝 두려웠던 것뿐이야. 그러니 날 걱정했던 거라면 이제 신경써주지 않아도 괜찮아.”

“거, 걱정은 무슨! 누가 네 걱정 같은 걸 했다고 그래?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내 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생기니까 그런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미리 대비하려했을 뿐이야!”


유현은 살짝 얼굴을 붉힌 채 팔짱을 끼며 투덜거리는 넬리의 모습을 본 뒤 비로소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그래. 알겠다고. 자, 그럼 이제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르쳐줘. 설마 이게 전부는 아닐 거 아냐.”

“너, 좀 전과는 다르게 무지 침착하네. 벌써 이 상황에 적응한 거야?”

“그런 거지. 물론 아직 완전히 익숙해졌다고 보긴 힘들겠지만... 어차피 닥친 일이라면 빠르게 해치우고 조금이라도 더 쉬는 게 낫지 않겠어? 그러니 뜸들이지 말고 후딱 알려줘. 어서 이 답답한 지하에서 나가고 싶다고.”

“아우, 알았어. 보채지 마. 다 얘기해줄 테니까.”


소녀의 옆에 앉은 넬리는 흐트러진 망토를 정리하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음...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그래. 아까 말했듯이 열쇠의 소유권을 포기하는 방법은 매우 제한되어있어. 그러니 이제부터 네게 열쇠의 소유자가 알아둬야 할 정보들을 몇 가지 얘기해주고자 해. 두 번 얘기하진 않을 테니까 귀를 기울이는 게 좋을 거야. 일단 소유권이라는 게 어떤 개념이고 왜 있는 건지부터 설명하는 게 낫겠지. 열쇠의 소유자는 말 그대로 열쇠의 모든 기능을 이끌어낼 수 있어. 이 기능이라는 건 열쇠의 가장 큰 목적인 고대 병기의 활용에만 국한된 게 아냐. 열쇠와 열쇠의 소유자는 쉽게 얘기하자면 서로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상호동력원이라고 볼 수 있어. 열쇠는 소유자를 둠으로써 자신을 속박하는 봉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고 외부에서도 소유자의 생체에너지를 공급받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지. 하지만 누군가가 열쇠를 소유하는 것만으로 봉인이 완전히 해제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열쇠는 오직 소유자의 곁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소유자의 명령 없이 임의로 자신의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는 것도 불가능해. 인공지능을 탑재한 불완전한 생명체가 제멋대로 폭주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이른바 제동장치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럼 쟤는 앞으로 내 옆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야?”

“그래. 전승에 따르면 대략 반경 50미터 내에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면 형체를 잃어버린 채 강제로 동면상태에 접어든다고 해. 아, 그렇다 해서 큰일이 벌어지거나 하진 않아. 소유자와의 거리가 다시 가까워지면 원래대로 돌아가니까.”


유현은 알아들었다는 듯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넬리는 다시 소녀를 찬찬히 뜯어보면서 말을 이었다.


“소유자는 열쇠에게 생체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대신 그 자신도 열쇠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은 일깨울 수 없는 특수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게 가능해. 너의 경우에는, 음... 아까 내가 네게 눈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했었지? 아마 지금의 넌 네가 살아오는 동안 겪었던 기묘한 일들을 촉발시키는 능력을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그 능력이 뭔지는 사실 나도 잘 몰라. 내가 알기론 눈에는 여러 종류가 있거든. 아마 넌 직접 그 잠재력을 수차례나마 간접적으로 체험해봤을 테니 금방 알아챌 수 있겠지. 물론 열쇠와의 접촉만으로 그 엄청난 잠재력이 완전히 눈을 뜨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작가의말

추후 1장 ‘태동’의 앞부분이 추가 및 변경될 예정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다소 전개가 매끄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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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h 1. 태동 (4) 18.04.18 119 0 12쪽
4 Ch 1. 태동 (3) 18.04.15 141 0 11쪽
3 Ch 1. 태동 (2) 18.04.12 144 0 10쪽
2 Ch 1. 태동 (1) 18.04.11 164 1 9쪽
1 Prologue. 잠자는 숲속의 악마 +1 18.04.09 220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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