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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가 내리는 녹슨 서고

인공지능과 첫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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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리즘
작품등록일 :
2018.04.09 14:40
최근연재일 :
2018.05.09 18:14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55
추천수 :
2
글자수 :
51,206

작성
18.04.09 18:10
조회
219
추천
1
글자
5쪽

Prologue. 잠자는 숲속의 악마

DUMMY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자를 과연 그 무대의 주인공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그렇게 된 거! 내가 이 꼴로 전락해버린 거! 이 빌어먹을 싸움 때문에 모두가 끔찍한 고통을 겪게 된 거! 전부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모두가 불행해진 거라고!”


흔히들 주인공이라고 한다. 모든 인물과 사건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자를. 그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인공의 시계바늘은 차츰 나아간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선 손톱만큼도 모르는 채.


“난 처음부터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당신은 이 모든 걸 어깨에 홀로 짊어지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전지전능한 구세주가 아니라고. 어째서 그걸 몰라주는 거야?”


그렇게 극이 진행됨에 따라 주인공은 점차 다른 누구와도 섞일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모두가 그를 경외시하고 두려워하지만 어느 누구도 섣불리 그에게 다가오거나 그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결국 그는 그의 효용성과 이용가치만을 잔여물로 남긴 채 서서히 속이 텅 빈 공허한 신기루가 되어간다.


“그래. 넌 단지 운이 없는 피해자에 불과할 뿐이야. 그 모습으로 그렇게 있어주기만 하면 돼. 그럼 모두가 널 통해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때때로 주인공은 어느 누구도 쉬이 가질 수 없는 강력한 힘을 단지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손에 넣곤 한다. 그 자신이 그 힘을 지니길 원치 않았더라도 그는 힘의 소유자라는 것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선을 받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의 두려움을 집어삼키며 성장했으니 이미 그 자체로 저주받아 마땅할 악마가 아닌가! 이래도 자기 자신을 부정할 생각인 게냐! 지옥에나 떨어져라!”


그렇게 모두가 원망하는 슬픔의 연쇄의 중심축이 되어버린 주인공은 깊은 절망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 역시 주인공이기 이전에 하나의 나약한 인간. 어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그는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꿇은 무릎을 다시 피기까지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주인공의 곁에는 언제나 그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주는 헌신적인 조력자가 있다. 모두가 그의 곁에서 떠나도 조력자만큼은 붙잡은 두 손을 놓지 않는다.


“모두가 널 미워하고 증오해도 난 널 감싸 안을 거야. 넌 내게 있어 단 하나뿐인 파트너이고 둘도 없는 단짝이며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 나만의 영웅이니까.”


어느 누구도 주인공의 시간을 되감아주지 못한다. 어떠한 갈림길에서 과감하게 선택을 내린 뒤 흔들림 없이 걸어온 이상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자신이 짊어져야만 한다. 어차피 주인공은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딛고 마침내 다시 일어나게 된다. 주인공이란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종족인 것이다. 이제 그의 앞에 남아있는 건 대단원의 막을 내릴 결말의 형태뿐이다. 최후의 승리자가 되느냐, 아니면 상처뿐인 승리를 거머쥐느냐. 이도저도 아니면 결국 쓰러져 씁쓸한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냐. 이 모든 걸 알 수 있는 건 미래의 주인공뿐이다. 그는 생각한다. 그때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 키스를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다면 그런 결말을 맞이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설령 과거를 되풀이할 수 있게 되더라도 분명 그는 그곳에서 그녀를 만난 것을 후회할 리 없었다. 그녀와의 키스는, 자의가 아니었으니 잠시 망설여봄직도 했지만 결국 마찬가지였다. 숲속에서 곤히 잠들어있던 무능한 소년을 깨운 그 키스가 없었다면 분명 이곳까지 걸어올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때때로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 까마득한 감촉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 달콤한 향기를 되새기고 싶다면 또 한 번 일말의 망설임 없이 악마가 될 수 있을 것인지를.


아니, 돌이켜보면 그 순간 이미 취해버린 것이다. 악마란 원래 그런 존재니까.


작가의말

저도 취해버렸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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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h 1. 태동 (2) 18.04.12 14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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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잠자는 숲속의 악마 +1 18.04.09 220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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