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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타짜와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2
최근연재일 :
2022.06.10 17:11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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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1
추천수 :
152
글자수 :
12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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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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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타짜와 뱀파이어 11

DUMMY

그들이 로제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머릿 속 어딘가 상식이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다고요...?"

"예. 왜 그러십니까?"

"어... 어떻게 아신다고 그러세요?"


비서실 직원들과 여학생들이 대통령 담화 때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한 사람이 용기내어 던진 "로제라는 분을 아세요?" 라는 질문에 오히려 대통령이 더 놀라워 했었단다.

그 분을 학생들이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되려 반문하길래 뭐라 할 말이 없고 직원들을 데리고 나와 우리를 소개시켜주었다.


"후원자였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지금까지 직접 뵌 적은 없다고."


로제의 말에 신빙성이 더해지는 순간, 그녀의 마지막 쓸쓸해 보이던 옆 모습이 뇌리에 떠올랐다.


"저기요. 저도 대통령님 좀 만나게 해주세요."

"네? 아 그건..."

"어렵겠습니다. 보안상의 문제도 있지만, 대통령님은 이미 행사장을 떠나셨습니다."

"연락처 알려달라고 그랬다면서요. 남의 정보를 알고 싶으면 하다못해 당사자가 직접 와서 물어봐야지. 왜 사람을 보내요?"

"저기... 그게..."

"진정하시고."

"아 씨 대통령이면 다냐고!!"


세상에 두려울 게 없었다.

아니. 두려움이 너무 커 겁을 상실했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600년이니 뭐니... 이성계 장군이니 하는 말도 진짜라면...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두 사람의 청와대 비서실 가운데 조금 더 관록있어 보이는 분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네. 접니다. 잠시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황기백 씨를 만났는데요."


직원이 멀리 떨어져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돌아와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잠시만 기다리시죠. 연락이 올 것입니다."


그렇게 나는 대통령과의 짧은 통화를 허락받았다.


"여... 여보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박태석이라고 합니다.

"...진짜 맞나요?"

-하하하. 뭐라고 답을 해드려야 하는지. 네. 대한민국 대통령 박태석이 맞습니다.


석훈이를 보았다.

그래. 니 말이 맞다.

600년 미스테리 인생과 현 대한민국 최고 통수권자.

후자가 좆밥이지.


"로제 연락처 알고 싶다고 그러셨다면서요?"

-맞습니다. 그분을 어떻게 아십니까?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대통령님이 먼저 내 개인정보 저쪽으로 넘겼으면서."

-아. 일단 너무 노여워 하지 마시고.

"어떻게 대통령이란 사람이 국민의 정보를 팔아요? 네! 제정신입니까!!"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을 빽 거리고 감정을 담아 내질렀다.

청와대 비서실 직원들이 빠르게 고개를 돌리며 누가 들을까 식겁하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석훈이나 우리의 부탁을 들어준 여대생들은 더 없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 지 기다리고 있었다.


"미친 거 아니냐고요 진짜... 사람 잘못 되면 어쩌려고!"

-미안합니다. 사과하겠습니다. 우리도 하나하나 세세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게 있어서.


로제와 똑같은 이야기를 해줬다.

원체 연락도 없고 통화도 어려운 사람인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와 국가의 안보와 행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말에 부득이한 선택을 내렸단다.


-아무튼, 별 일 없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

"후우..."


정중하게 사과하고 나서니 더 화도 못 내겠네.

그래. 씨발. 넘긴다.

난 배포가 크고 그릇이 넓은 남자니까.


-아무튼, 황기백 씨. 이 내용은 거기 있는 우리 직원을 통해 다시 이야기를 할 테니. 지금은 로제 씨 연락처를 부탁하고 싶은데.


그쪽에서 로제와 통화하는 번호는 뭐냐고 물으니, 자기는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번호가 있지 따로 연락할 길은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치 인생 절반에 걸쳐 후원을 받아 왔는데, 그동안 얼굴 한번 드러내지 않는 게 본인도 찝찝하단다.


"얼굴을... 못 봤다고요?"

-네. 황기백 씨는 만나보셨습니까?

"..."

-보셨군요. 뭐하는 분이십니까?

"여자에요. 그냥. 되게 예쁜 여자."

-허어... 그 또한 예상외로군요.


* * *


"아까 왜 그렇게 화내신 거예요?"

"로제가 누구예요?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오늘 처음 본 여학생들에게 도와줘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위해 처음으로 로제의 카드를 긁었다.

대학가 근처의 카페로 이동해 차 한 잔씩 대접하고 디저트도 사주고 잠깐 앉아서 생각 좀 정리하고 있으니 이것저것 질문들이 막 날아온다.


"예. 그게..."


나는 워낙 말주변도 없고, 이 얘기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될 지도 모르겠어서 그저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반면 석훈이는 아까부터 입이 근질근질한가 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만남이라.

현직 대통령과도 연결이 되는 이야기라...

엄청나구나. 진짜 엄청나...


"크흠. 기백아. 언제 갈 거야."

"지금."

"어? 어."

"넌 있어."

"어???"


이렇게 된 거 이러든 어떻고 저런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얘기해 드리라고. 난 먼저 일어날 테니까 인사를 건네고 일어섰다.


"죄송해요. 근데 전 부모님이랑 약속이 있어서. 오늘 진짜 도와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아. 아니에요."

"잘 해결되시길 바랄게요."

"지... 진짜? 야. 나만 놓고 간다고?"

"음. 전화할 게. 나중에 보자."


석훈이가 뭐라고 얘기하든, 저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내게는 로제의 이야기가 진실이었다 라는 것만 되내여지고 있었다.


"호감과 감사함이라고 그랬지..."


미스테리한 긴 세월과 현직 최고 권력을 떠나서.

그녀의 마음이 그랬다는 것도 진실인 건가.

석훈이의 가설도 신빙성이 더해진다.

조상님한테 얻은 은덕을 다른 누구도 아닌 굳이 나한테 배푼다는 건 나와 그 조상과의 연계가 깊다는 뜻이 되겠지.

전생이라. 우와...


"신비로움이 끝이 없구만..."


단 음식도 먹다보면 질리고 단 맛이 안 느껴지듯, 이쯤되니 로제가 가끔 불쑥불쑥 찾아오던 것도 별 일이 아니라는 듯 느껴진다.

퇴사 잘 했네. 이런 상태로 무슨 일이 손에 잡히겠어. 그러다 꼭 사고나는 거지.


그날은 서울 본가로 돌아가 부모님을 만났다.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 아들 새끼 뭐 그리 이쁘다고 또 부랴부랴 요리를 해서 저녁을 먹이시는지. 덕분에 꽤 진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낼 자리가 마련이 됐다.


"저. 퇴사했어요."

"음? 왜?"

"왜? 갑자기 무슨 일이야. 너 회사에서 잘해주고 있었다며."

"아. 상무님이랑 이야기 했는데. 아직 20대 몇 년 남은 거. 조금은 더 다양한 경험 쌓고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러저러 좋은 기회가 왔지만, 아직은 인생에 족쇄를 채울 때가 아니라는 선배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다고 해드렸다.

엄마는 뭔가 안타까운 듯 보였고, 아버지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주셨다.


"그래. 니가 알아서 잘 선택했겠지."

"당신도 그렇게 대충 듣지 말고요."

"기백이가 알아서 할 문제야. 3년간 일했으면 쉬고 싶을 때도 있고."

"예. 그래서요. 저. 좀 다른 걸 해보고 싶은데."


두 분을 가만히 지켜보며 물었다.


"결혼... 을 생각하고 있어요..."

"음?"

"어머. 아들. 너 여자 있었어?"

"그게. 음... 뭐 완벽하게 사귀는 건 아닌데."


모든 것이 진실이라 했을 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내가 그녀를 멀리 할 이유가 없어.

뭐 나보다 더 오래 살은 건 있겠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몇 몇 지점은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일단 호감이 있다고 하잖아.


"예전에 좋아했던 분인데. 아니. 그런 사람이 있는데."

"연상이구나."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연상이니까 이놈이 존칭을 쓰겠지."


하하. 아버지... 아버지보다 연상이에요.

엄마. 엄마보다도 더 오래 살았어...


"아무튼 뭐... 그분도 저한테 호감이 있다 그러고."

"그래. 모름지기 부부라는 건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 게 우선인 거다. 조건이니 외모니 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니야."

"뭐하는 사람이니? 몇 살 연상인데?"

"당신. 방금 내가 한 말 뭐로 들은 거야?"

"아니. 그래도 직업은 알아야죠. 그걸 그렇게 뭐라고 할 문젠가?"

"하하하... 아 왜 싸워요. 오랜만에 가족끼리 뭉쳐서."


직업. 돈의 출처. 그 외 뭐 기타등등 기타등등. 아직도 풀리지 않은 과제들은 산더미였다.

그래도 오늘은 로제를 생각하며 그냥 좋은 의미를 간직하고 싶었다.

적어도 그녀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건 밝혀졌으니까.

현직 대통령도 보지 못한 정체를 밝히고 다가온 건 그녀잖아.

내가 찾아간 게 아니야. 그녀가 내 주변을 지켜왔지.


"얘. 왜 말이 없어?"

"아 엄마. 시간이 필요하지. 왜 이래."

"그래. 인연이 되면 되는 거다 하고 당신도 그냥 조용히 있어."

"아 질문도 못 하냐고."


하나는 말씀드리고 싶다.


"예뻐요. 진짜로."


* * *


"아니. 고모... 내가 당장 결혼한다는 게 아니라."


소문은 진짜 미친 듯이 빠르게 번져간다.

고모부터 시작해 동네 이웃들 심부름 간 슈퍼 아줌마까지...

아이고 어머니... 결혼이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있는데. 아직은 그런 단계도 아니고. 당연하지. 잘 되면 고모 보여줘야지. 그럼. 걱정하지 말고 계시라니까. 잘 되기만 바래줘요."

-에쁘다며?

-오빠 나보다 더 예뻐?

"뭐야? 채린이 같이 있어요? 어어 스피커 폰이라고. 아 그럼. 당연하지. 야 너는 상대도 안 돼. 넌 여기 비하면 찐빵이지."


그러자 기집애가 꺅꺅 거리고 난리가 났다.


-아우 너 좀 가만히 있어!

-웃기지 마! 오빠 눈에 지금 콩깍지 씌여서 그래!!


보여주고 싶다. 진짜 진심으로 로제를 가족들 앞에 데리고 오고싶다.

부모님은 뭐라고 하실까? 고모는 뭐라고 할까?

채린이가 로제 앞에서도 이렇게 큰 소리 칠 수 있을까?

녀석이 기죽는 모습을 상상만해도 마음이 송글송글 부푼 감정이 피어오른다.


"예. 고모 다음에 뵐 게요. 채린아 너도 다음에 보자."

-오빠!!

"왜?"

-나 용돈


끊겼다. 지금쯤 고모한테 등짝을 맞고 있겠지. 인과응보다 이 녀석아.


"흐음."


뭔가 할 것이 하나로 정해지는 기분이다.

오늘도 나는 로제를 찾아가는 강물에 몸을 띄워 일산으로 향한다.


"여. 석훈. 어디냐?"

-나 아직 도착 안 했어. 이번에 내려.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


석훈이네 검사 형님을 만나러 왔다.

우리는 오늘 로제가 나한테 했던 그대로, 그녀의 개인정보를 파낼 생각이다.

연락처는 어떻게 막는지 대통령도 연결할 수 없으니까 포기한다.

대신 우리에겐 큰 힌트가 있으니. 그녀가 타고 다니는 롤스로이스의 차번호였다.

불법 아니냐고? 대통령도 알고 싶다고 했다. 청와대 비서실 직통 번호도 받았어.

불법이 뭔 상관이야. 애초에 그렇게 미스테리한 존재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게 더 불법이지.


"왔냐."

"어. 야 미안. 수업이 늦게 끝나서."

"아냐. 괜찮아. 와 씨발 일산 은근 머네."

"멀지. 다른 도신데."

"그래서. 어제 재밌게 잘 보냈어?"

"어. 하하하..."

"왜 웃어?"

"아니. 그게... 기백아 내가 저기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뭐?"


그때 석훈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녀석은 밝은 목소리로 통화를 받았다.


"어. 어. 맞어. 올라와. 우리 있을 거야. 응. 알았어."

"왜? 누군데?"

"아. 이 친구도 도착했는데 화장실 좀 갔다가 온 다고."

"누구냐고?"

"어제 그 분."

"하하. 하하하!"

"저기... 어제 너 가고."


두 사람의 여학생 중. 한 사람은 가고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었던 여학생이 남아 석훈이와 이야기를 나눴단다.


"자기도 같이 움직여도 되겠냐며 부탁을 하길래..."

"상관은 없는데. 어디까지 얘기했어?"

"다."

"오~ 진짜?"

"어. 믿더라고."

"그걸 믿어?"


하루 봤다고 익숙해진 얼굴이 헐레벌떡 올라와 인사를 건넸다.


"헉. 헉! 안녕하세요!"

"네. 하하하. 어떻게 이렇게 또 보네요."

"아 네. 어제 오빠가 했던 얘기가 너무 재밌어서... 진짠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녀의 이름은 송지민. 우리보다 네 살 어린 스물 넷 대학생이었다.

석훈이가 그녀를 보는 눈빛에서 좋은 분위기가 읽힌다.

새끼. 뭐 어쨌든 잘 엮였으니 다행이다.


"진짜 제가 같이 가도 되는 거죠?"

"네. 뭐 상관 없어요."

"근데 정말이세요...?"

"안 믿기죠. 우리도 그래요 지금. 검찰청이라니..."

"나도. 사촌 형이지만 이런 데 처음 오는데..."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어제 들었던 이야기가..."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 어딘가.

나를 비롯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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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타짜와 뱀파이어 21 22.06.10 102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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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타짜와 뱀파이어 19 22.06.10 69 3 14쪽
18 타짜와 뱀파이어 18 22.06.10 75 4 12쪽
17 타짜와 뱀파이어 17 22.06.10 74 4 12쪽
16 타짜와 뱀파이어 16 +1 22.06.10 88 6 13쪽
15 타짜와 뱀파이어 15 22.06.10 79 6 13쪽
14 타짜와 뱀파이어 14 22.06.10 81 6 12쪽
13 타짜와 뱀파이어 13 22.06.10 86 5 14쪽
12 타짜와 뱀파이어 12 22.06.09 92 7 11쪽
» 타짜와 뱀파이어 11 22.06.08 104 6 13쪽
10 타짜와 뱀파이어 10 22.06.07 108 7 15쪽
9 타짜와 뱀파이어 9 22.06.07 118 7 13쪽
8 타짜와 뱀파이어 8 22.05.18 141 8 14쪽
7 타짜와 뱀파이어 7 22.05.18 127 6 11쪽
6 타짜와 뱀파이어 6 22.05.16 147 6 14쪽
5 타짜와 뱀파이어 5 22.05.15 174 5 14쪽
4 타짜와 뱀파이어 4 22.05.14 171 11 13쪽
3 타짜와 뱀파이어 3 22.05.12 206 9 14쪽
2 타짜와 뱀파이어 2 +2 22.05.11 263 16 15쪽
1 타짜와 뱀파이어 1 +2 22.05.11 371 1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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