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크래피의 상상극장.

타짜와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2
최근연재일 :
2022.06.10 17:11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748
추천수 :
152
글자수 :
122,437

작성
22.05.14 20:33
조회
170
추천
11
글자
13쪽

타짜와 뱀파이어 4

DUMMY

"황기백 주임? 운전 할 줄 알지?"

"네. 상무님!"

"목소리 씩씩한 거 봐라. 이따가 외근 가는데 따라 와."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두 달간 이력서를 보내고 여름 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작은 공장에 일자리를 얻었다.

남들이 보기엔 변변찮은 환경이지만 나에겐 대졸자도 아닌 사람에게 명함을 파주는 밝고 배포가 넓은 회사였다.

그렇게 인생의 2막이 시작되었다.


"황 주임은 왜 이렇게 빨리 취직했어?"

"지방대 다녔는데요. 별로 미래도 없어 보이고 전역하고 바로 이력서 돌렸습니다."

"으음. 집이 좀 어렵나?"

"떳떳하게 얘기할 건 아니지만, 요즘 뭐 다 비슷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렇군. 그래도 아쉽지 않어? 한참 놀고 싶은 나이잖아."

"현실을 봐야죠. 남들보다 빨리 가는 게 현명하다 생각했습니다."

"확고한 무언가가 있군. 그런 친구들이 성공하지."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신감이 좋다. 역시 젊은 게 최고야. 뭘 하든 열심히만 해. 그럼 다 잘 될 거야."

"넵!!"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열심히 살았지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단조롭고 지루한 시간이었다.


"어. 여보세요."

-오빠 뭐해?"

"Yo~ 김채린. 고딩이 어쩐 일이야?"

-그냥. 오빠 목소리 한번 듣고 싶어서. 뭐하고 있어?

"퇴근하고 맥주 까먹고 있지."

-그게 뭐야 아저씨같이...

"내가 아저씨지 아줌마냐? 넌 뭐해? 용돈 떨어졌어?"

-아니거든! 엄마가 오빠한테 안부 전화 좀 하라고 그래서.

"채린양. 오빠가 늘 말하죠? 연예인 하려면 사람이 진실돼야 한다고."

-아 진짜야! 심심해서 전화 한 거야!!

"얼마 보내주면 돼."

-아이... 아니라니까...

"하하하! 야 임마. 그럼 진짜 끊는다?"

-응 그럼 이만... 아니 만원 만...

"어이구. 잠깐만 있어 봐. 니 계좌로 보낼 게."

-그냥 학원 끝나고 나왔는데 배고프길래.

"잘했어. 먼저 본다던 오디션은 어떻게 됐냐?"

-뭐 그냥... 잘 안 됐어.

"동생아 꿈이 있는 사람에겐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 꾹 참고 견디는 거야. 알았지?"

-알았어. 고마워. 용돈도 아껴쓸게.

"삼만원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 말하냐 쑥스럽게."

-삼만원이나 보냈어? 오빠 내가 나중에 꼭 다 갚을 게.

"됐어. 임마. 고모한테 안부 전해드리고.

-아 참 엄마가 언제 올라오냐고 물어봤었는데.

"바쁘다고 전해드려."

-맨날 바쁘데. 누워서 맥주나 마시고 있으면서.

"끊어 자식아. 돈 받았다고 목소리 바꾸고 있어."

-오빠 나가서 사람 좀 만나고 그래. 결혼 할 거라며? 누워만 있는데 여자가 찾아와?

"끊으라고. 어린 게 뭘 안다고."


동생아. 이십대 후반이 니가 생각하는 것 만치, 그렇게 다이나믹하게 살 수 있는 나이가 아니야.

현실도 봐야하고 조건도 따져야하고.

세상에 대졸자도 아닌 중소기업 공돌이를 좋아해 줄 사람이 그렇게 많지가 않어.


"송충이에겐 솔잎이 고기뷔페 아니겠냐..."


나도 더 멋지고 화려한 일상을 보내고 싶지만 능력이 있어야지.

그나마 재주있는 게 도박인데. 그거야말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니까.

퇴근하고 자취방에서 맥주나 마시며 잠드는 게 일상이었다.

나도 원래 지금이면 연애도 하고 여자친구 자취방도 들락거리고 편의점 들려 초박형 콘돔 어딨어요? 이런 거 묻고 할 줄 알았는데. 쉽지 않다.

어려서부터 꿈꿨던 인생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그렇게 안 좋은 것도 아니니. 그냥저냥 하루하루 보내는 중이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나름 보람찬 순간들도 있으니까.

다들 이러고 사는 거 아니냐 하며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아 왜 이렇게 배가 고프냐... 치킨이나 하나 시킬까...?"


그렇게 시간만 버리는 가운데서도 소소한 이벤트는 찾아온다.


"황 대리 바쁜가?"

"상무님. 아니요 괜찮습니다."

"내일 시간 어때? 인천 갈 건데 갔다가 맛있는 거 먹고오자."

"아 내일요? 오늘이면 괜찮지만. 저 내일부터 예비군 일정이 잡혀 있어서요."

"그래? 연기 안 돼?"

"작년에 빠져서 올해는 다녀와야 될 거 같아요."

"그렇구만. 그래 갔다와서 이야기하자."

"넵!"


뭐 하실 말씀 있으신가? 굳이 거래처 가는데 부르실 거 까지는?

아무튼, 귀찮고 짜증나는 예비군이지만, 회사를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며 군복을 입었다.

그리고.


"어?"

"어~어!!"


시흥에 위치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부대 후임이었던 석훈이를 만났다.


"아니 어떻게 여기서?"

"하하! 황 병장님이야말로 서울 살지 않았어요?"

"에이. 병장은 무슨. 직장이 여기거든요."

"그렇구나. 난 집이 여기라."

"아아~ 아 맞다. 기억난다."


전역하고 처음 만나는 전우였다.

어리버리 김석훈이었는데, 이제는 반듯한 아저씨 냄새를 풍기고 있다.


"우리 동갑이었지?"

"응. 야 그냥 말 놓을까? 아까부터 좀 어색한데."

"그러자. 사회 나왔으면 다 친구지 뭐. 안 그래?"

"그러게. 우와 진짜 반갑다."

"어떻게 또 이렇게 만나냐? 그치?"

"나 민철이 형이랑은 자주 연락해."

"민철이 형? 박민철? 진짜? 어떻게 지내?"

"뭐 그냥. 자기 일 하고있지. 민철이 형 원래 일하다가 왔었잖아."


후임 민철이. 그래. 원래도 사회생활 하던 형이었지. 그래서도 부대에서 어린 친구들 명령 듣는 걸 어려워 했었고.


"지금 보면 존나 어색하겠다."

"안 그래. 민철이 형 너 되게 궁금해 했었어. 좋게 생각하더만."

"그 형 처음 부대 왔을 때 적응을 못 했었거든. 내가 많이 도와줬지."


지루한 예비군 시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부대 이야기. 사람 이야기. 요즘 근황 같은 것들을 주고받다 석훈이가 물었다.


"그럼 직장 다니고 있는 거야?"

"어. 평범하게 살고 있어."

"안 그래도 나 너 한번 쯤 되게 보고 싶었는데."

"왜?"

"그 사람 어떻게 됐어?"

"그 사람 누구?"

"그때 그 여자."

"아. 로제..."


먹고 사느라 정신 없다보니 이름도 까먹고 있었다.

그래. 특별할 것 없는 내 인생에도 그런 기묘한 일들이 있었지.


"그거 아냐? 너 전역하고 우리끼린 그 사람 이야기로 시리즈도 만들었잖아."

"하하하! 아 진짜? 뭐로?"


군대다보니, 다들 별의 별 방법으로 적적함을 달래고 있었는데. 나랑 로제 이야기가 꽤 많은 인기를 끌었었단다.


"크하하하! 미친 놈들!!"

"그래서 어떤 엔딩에선 너가 죽는 것도 있었어."

"와 씨... 안 그래도 그때 말년 나오면서 전화 한번 했는데."

"오 진짜!!"

"무서워서 그냥 끊어버렸어."

"왜? 뭔데? 무슨 일이 있었는데?"


이러저러 그날 휴게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니 석훈이가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묻는다.


"진짜로? 경찰이 전화하니까 없는 번호라고 그래?"

"어. 아마 그대로 갔다면, 니네가 말한 장기팔이 엔딩이 가장 흡사한 결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와... 기백아. 너 그 연락처 혹시 아직 가지고 있어?"

"왜?"

"그냥. 우리 학교에 나 아는 해커 선배 있는데. 그 사람이 그런 번호 가지고 위치추적같은 거 할 수 있다고 했었거든."

"그래?"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마침 주말이 됐기도 해서 서울 집으로 찾아왔다.


"엄마. 저 왔어요."

"오~ 아들.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냐?"

"군복 놓고 가려고. 겸사겸사 하루 푹 쉬고 싶기도 하고."


본가에 들려 군복을 벗어두고. 한쪽에 고이 접어 둔 옛 추억들을 꺼내들었다.


"있네..."


석훈이를 만나며 기억이 살아났다.

명함은 진작 버렸지만, 따로 수첩에 적어두었던 그녀의 070 번호는 여전히 있었다.

장기털이. 사기. 보이스피싱. 그리고 또 뭐가 있었지? 용병으로 팔려갔다고 그랬나?

미친놈들. 상상의 나래를 펼쳐도 지들 같은 것들만...


"하긴, 남말할 처지는 아니구나. 나도 마찬가지니까..."


나 역시, 로제를 생각하며 그런 불안한 그림을 그렸었다.

뭐 하나 긍정적일 수 없는 미래들을.


"..."


솔직히 회사 생활 하면서 여자 만날 기회가 아주 없던 건 아니었다.

거래처 김이영 씨도 나쁘지 않았고, 형들도 여기저기 성격 싹싹하다고 소개팅 이야기 많이 했지만. 내 안에 첫사랑이 그녀인 이상 누구를 만나도 가슴 설레는 기분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마냥 의심가는 존재를 믿고 다가갔다간 부대 애들 말대로 눈은 동남아로 심장은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건데.

이렇게보면 난 그녀 때문에 저주받은 삶을 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뭐하는 사람일까? 왜 나에게 다가왔을까...?

아직까지도 그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기백아."

"네 엄마."

"뭐하니?"

"그냥. 예비군 갔는데, 후임을 만나서. 그때 기억도 찾아볼 겸 하고."

"으음. 그렇구나.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고?"

"얼굴도 못 본 친구 안부는 뭐하러 궁금해 해."

"그래도 너랑 같이 생활했던 친군데."

"왜요? 누구 아파요?"

"어?"

"엄마가 이렇게 말을 빙빙 돌릴 때는 분명 돈 얘기가 나올 게 뻔한데..."

"아니야. 돈은 무슨..."

"뭔데 말해 봐. 아버지 몰래 어디 계라도 들었어? 계주는 튀고?"

"그런 거 아니고. 우리가 아니라 고모가 물어봐서 그래."


친남매인 아버지보다 더 의지하는 엄마라고, 고모가 찾아와 은근히 하소연을 하고 갔는가 보다.


"아니 연예인이 무슨 과외를 해. 걔 지금도 무슨 보컬 학원 이런 거 다니고 있다며?"

"그게 그렇지가 않은가 보더라고. 한숨을 계속 쉬는데..."

"그러니까 무슨 연예인을 하겠다고 기집애가 진짜..."


말은 이렇게 하지만, 고모네 일이라면 흘려 들을 수가 없다.

우리 가족이 가장 힘들 때 나서준 사람이 고모였다.

고모부 보상금을 가장 많이 쓴 가족도 우리였다.

도움을 받은 만큼 나도 조용히 넘기고 싶진 않지만.


"근데 엄마. 내가 저금한 돈 줘도 그거 얼마 안 돼. 나도 살면서 쓰는 돈이 있으니까."

"으음. 그냥 한번 물어봤어."

"고모한테 그거라도 필요하면 준다고 하세요."

"됐어. 그냥 혹시나 해서..."


누군가는 집도 힘든데 왜 남을 생각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냥 남이 아니니까. 고모랑 채린이는 친척을 넘어선 우리의 가족이었다.

힘들 때 발 벗고 나서주는 누군가를 겪었기에 아버지 엄마 나 우리 세 식구도 사람다운 냄새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다만, 마음은 그렇지만, 당장 주머니에 들은 게 없는 인생에선...


"착찹하구만. 기집애 몇 만 원 더 보내줄 걸 그랬나..."


방법이 없을까?

채린이도 채린이지만, 고모 힘들다는 소리 들으니 마음이 아프네.

아 어디 돈 나올 구석이 없나?

그냥 저금한 거 주고 오자니... 큰 도움 안 될 거 같고. 무엇보다 고모가 힘들다고 안 받을 거 같고.

꽁돈이... 어디서 떨어질 그런 현금이...


"잠깐만. 보이스피싱 이런 거 신고하면 포상금 있지 않나?"


그때 로제의 전화번호가 생각났다.

경찰은 없는 번호라고 했지만, 내 기억 속엔 분명히 통화가 연결 됐었어.


"오~ 최대 300만원이라고?"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보이스피싱 일당을 검거하면 최대 300만원 포상금이 걸려 있단다.


"통신보안.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김석훈 씨. 뭐하고 계십니까?"

"그냥 내일 과외 할 거 준비하고 있지."

"역시 서울대."

"아하하하. 왜? 넌 집 잘 갔어?"

"응. 야. 넌 다리 괜찮냐? 난 오랜만에 군화 신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발이 아프지?"


몇 가지 안부 끝에 본론을 꺼내들었다.


"아. 번호를 찾았다고?"

"어. 수첩에 적어 놓은 게 있는데. 이거 진짜 추적 되는 거 맞지?"

"맞어. 된다고 했었어. 보내 봐."

"나 이거 포상금 때문에 그러는데. 너 혹시나."

"하하! 야 됐어. 난 그냥 호기심에 그러는 거지."

"공부하는 애들이 알고보면 이상하다더니... 왜 이런 거에 호기심을 가져?"

"그냥. 말 그대로 심심하니까."

"하여간 너도 진짜... 난 너 부대 있을 때도 정상 아닌 거 알았어."


3년이나 지났는데, 추적이 될지 안될지. 무엇보다 그쪽이 보이스피싱인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석훈이한테 번호를 넘겨줬다.

애초에 큰 생각은 없었다.

그냥 꽁돈이 생기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 정도의 이야기니까.

그런데 갑자기 새벽에 전화가 울렸다.


"...뭐지? 회산가?"


처음 보는 번호라도 원체 매뉴얼없는 중소기업들이 그런 걸 따지나.

얼떨결에 핸드폰을 들었는데,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기백 씨?"

"네. 누구세요?"

"저... 로제에요."


눈이 번쩍 뜨였다.


"제 번호 어떻게 아시고..."

"이분이 알려주셨어요."

"네?"

"김석훈 씨. 친구 분이시라고."


이분...? 뭐야. 지금 같이 있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타짜와 뱀파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타짜와 뱀파이어 21 22.06.10 102 7 11쪽
20 타짜와 뱀파이어 20 22.06.10 76 4 13쪽
19 타짜와 뱀파이어 19 22.06.10 69 3 14쪽
18 타짜와 뱀파이어 18 22.06.10 75 4 12쪽
17 타짜와 뱀파이어 17 22.06.10 74 4 12쪽
16 타짜와 뱀파이어 16 +1 22.06.10 88 6 13쪽
15 타짜와 뱀파이어 15 22.06.10 79 6 13쪽
14 타짜와 뱀파이어 14 22.06.10 81 6 12쪽
13 타짜와 뱀파이어 13 22.06.10 86 5 14쪽
12 타짜와 뱀파이어 12 22.06.09 92 7 11쪽
11 타짜와 뱀파이어 11 22.06.08 103 6 13쪽
10 타짜와 뱀파이어 10 22.06.07 108 7 15쪽
9 타짜와 뱀파이어 9 22.06.07 118 7 13쪽
8 타짜와 뱀파이어 8 22.05.18 141 8 14쪽
7 타짜와 뱀파이어 7 22.05.18 127 6 11쪽
6 타짜와 뱀파이어 6 22.05.16 147 6 14쪽
5 타짜와 뱀파이어 5 22.05.15 174 5 14쪽
» 타짜와 뱀파이어 4 22.05.14 171 11 13쪽
3 타짜와 뱀파이어 3 22.05.12 206 9 14쪽
2 타짜와 뱀파이어 2 +2 22.05.11 262 16 15쪽
1 타짜와 뱀파이어 1 +2 22.05.11 370 19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