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크래피의 상상극장.

타짜와 뱀파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2
최근연재일 :
2022.06.10 17:11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749
추천수 :
152
글자수 :
122,437

작성
22.05.11 10:02
조회
370
추천
19
글자
10쪽

타짜와 뱀파이어 1

DUMMY

난 아마 태어나면서부터 멋지게 살고 싶단 꿈을 꿨던 것 같다.

그러니까 크면서 꿈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영역에 머문다는 걸 알게 됐겠지.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멋지지도 않고 특별할 것도 없은 생활, 그저그런 평범한 한 사람이 된 것이다.


"황기백 병장님?"

"으하하하~! 난 진짜 걸그룹 중에 얘네가 최곤 거 같애. 애들 존나 이쁘지 않냐? 우리랑 같은 인류가 맞나?"

"누가 좋으십니까?"

"넌 누구냐?"

"전 오른쪽에 단발머리."

"황기백 병장님."

"오~ 이 새끼 역시 안목이 있어. 연지가 애가 참하지. 리더의 자격이 있는 인물이야."

"저는 저 가운데 머리 염색한 친구가 젤 귀여운 거 같습니다."

"새끼야 뒤질래? 미쳤냐! 이 새끼가 형수님을"

"아 죄송합니다. 황기백 병장님이 먼저..."

"황기백 병장님 걸그룹 좀 그만 보시고..."


뭐야 자꾸 아까부터? 음악방송 나올 땐 가만있기로 6자회담 때 정해진 거 아녔어? 누가 자꾸 불러.


"민철이 뭐?"

"잠깐 저 좀 보시지 말입니다."

"왜? 너 축구하러 간 거 아냐?"

"잠깐이면 됩니다."

"이따가 해. 나 지금 작전중이잖아."

"매리골드 무대 끝났습니다."

"뭐가 끝나. 1위 소감 아직 안 나왔는데."

"1위 아닙니다. 오늘 피플즈 컴백 했습니다."

"이 새끼가 어디 감히 보이그룹 따위를 내 앞에서... 너 진짜 나랑 해보자는 거냐? 야 너 나와."


중대실세가 부르니 들어줘야지. 민철이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뭔데? 빨리 말 해. 나 가서 매리골드 피플즈 밟는 거 볼 거야."

"돈. 애들 돌려주십시오."

"타임. 그게 무슨 소리냐?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먼저 애들이랑 외박 나갔다 오신 거 있잖습니까."

"그래서 뭐? 누가 내가 돈 뜯었데? 어떤 새끼가? 누가? 씨발 데리고 와. 삼자대면 해."

"진정하시고. 애들이 황기백 병장 타짜신 거 모르고 덤빈 거 같은데. 돌려주십시오."

"그러니까 내 말이. 일부러 삥 뜯은 거냐고. 냉정한 승부의 결과를 이제와서"

"그렇다고 다 털어가시면 어떡합니까. 말년인데 좋게좋게 가시지 말입니다. 한 두푼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제법 되긴 했지. 마침 애들 부모님이 용돈 보내주시기도 했었고.


"황기백 병장님."

"알았어. 줄 게. 나도 주려고 했어."

"정말이십니까?"

"그래. 전역 전 날. 너네들 다 보는 앞에서."

"하하하. 지금 조용히 처리하시는 게 좋겠지 말입니다."

"아... 얘네들 더 혼나야 되는데."

"제가 혼내겠습니다."

"알았어. 대신 매리골드가 피플즈보다 더 위대하다는 걸 인정하면."

"당연하지 말입니다. 걸그룹이 최곱니다."

"아니. 그렇겐 안 돼. 그냥 걸그룹이 아니라, 분명하게 또박또박. 피플즈는 하찮은 존재다. 매리골드가 최고다."

"역시 멋지십니다. 대신 제가 PX 쏘겠습니다."


젠장 꽁돈 생기나 했는데. 역시 조용히 넘기긴 어렵구나.

그래 준다. 넓은 가슴으로 돌려줘. 난 평범하지만 배포가 넓고 그릇이 큰 남자가 되고 싶으니까.


"다 모였지? 갈까?"

"네!"

"민철아 잠깐만. 어이 너희들."

"상병 최두진."

"일병 김석훈."

"일병 박문조"

"새끼들아 이거 하극상 아니냐? 안 그래? 니들이 하자고 했어 안 했어?"

"해...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낙장불입 안 들어 봤어? 어이 석훈이 너 서울대지?"

"일병 김석훈. 네. 들어 봤습니다."

"황기백 병장님. 애들 그만 괴롭히시고"

"내가 진짜 사람이 좋으니까 주는 거야. 너네들 괜히 심심풀이로 도박하지 마. 진짜 돈이든 뭐든 난 내 주머니에 들어온 건 절대로 빼주지 않어. 알았어?"

"고맙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그때였다. 누군가 다급한 발소리를 내며 다가와 소리쳤다.


"화! 황기백 병장님! 어디 계십니까!"


또 뭐야? 뭔데?

후임의 다급한 목소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왜? 뭐? 설마 누가 진짜 헌병대에 찔렀어? 나 낼모레 말년 나가는데??

두려움과 걱정으로 두 눈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순간. 민철이가 먼저 나서서 묻는다.


"왜 그래? 뭔데?"

"며... 면회입니다."

"후우... 야 넌 그걸 뭐 그렇게 무섭게..."


와 씨... 진짜 존나 쫄았네.

아 신이시여 죄송합니다. 안 까불게요. 진짜로 돌려주려고 했어요.


"와 놀래라. 민철아 지금 너네들 나 말년 나간다고 이벤트 해주는 거야?"

"하하하 아닙니다... 저도 식급했습니다."

"근데 면회? 나한테? 지금? 진짜 나 찾아온 거 맞어?"

"그렇습니다!!"

"황기백 병장님. 누구 오시기로 했습니까?"

"아니. 나 올 사람 없는데? 누구지? 누구냐?"

"여... 여자... 그 그것도!!"


아직 후임의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여자가 왔다는 말에 지나가던 옆 중대 사람들까지 박수를 쳐주고 휘파람을 불었다.

내 군대 인생 가장 영광스런 순간이 아닐까 싶다.

맥아더가 별 거냐. 평양 함락이 별 거냐고. 이게 통일이고 인천상륙작전이지.


"여자? 황기백 병장님한테?"

"네 그렇습니다!!"

"오~ 외출 나갔다 어디 들리셨습니까?"

"아니. 그런 적 없는데..."


잠깐만 진짜 누구지? 여자? 내가? 뭐지?? 올 사람이 없는데.


"황기백 병장님. PX는 다음에 가셔야지 될 거 같습니다."

"아니야 같이 가. 여자라는데 같이 보면 좋지 뭐."

"저..."

"뭐? 아직 더 할 말 있어?"


민철이 말에 고개를 돌리니 후임 녀석이 싱글벙글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그러게. 너 왜 아직 여깄냐?"

"저... 누... 누구십니까? 정말 그게 너무 궁금하지 말입니다."

"몰라. 그냥 '여자'라는 말만 듣고 내가 누군지 어떻게 알어."

"호! 혹시 동생 있거나 하면"


뭐야 왜 이래? 누구길래 호들갑이야.

민철이도 씩 웃으며 물었다.


"왜? 예쁘냐?"

"자! 장난 아닙니다. 진짜로!!"

"..."

"오~ 그래? 그 정도야?"

"그렇습니다! 사람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꼭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은!!"

"......"


잠깐만 잠깐만.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아름다움이라...

설마...


"인형?"

"네! 그렇습니다! 피부가 정말 우유빛깣 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창백하고 아름다운 여인. 그 말에 룰루랄라 하던 기분이 차분히 내려 앉았다.


"오오~ 황기백 병장님. 대체 누구길래."

"민철아. 너 그냥 애들 데리고 생활관으로 돌아가라."

"네? 같이 가기 싫으십니까?"

"가있어. 나중에 얘기해 줄 게."

"음... 알겠습니다. 얘들아 돌아가자."


누군지 알 거 같았다.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보면 안다.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PX 옆 면회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압도적인 아우라가 느껴지고 있었다.


"와 씨 누구냐?"

"여 연예인 아닙니까?"

"연예인? 난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저 사람이 더 이쁜 거 같은데?"


면회실에 도착.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반경 수십 미터 다른 이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듯 다소곳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정말 미친듯한 존재감이다.

후임이 떨려하는 걸 알겠다.

그래. 누구나 그렇지.

그녀를 처음보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어.


"..."

"아. 오셨군요. 안녕하셨습니까."


이런 목소리였구나. 목소리는 처음 듣는다.


"절 찾아오셨다고요?"

"예."


여전하다. 그 모습 그대로야.

소름 돋는 아름다운.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 그리고 서늘한 미소...


"네. 그래서요?"

"후훗."


그래서 누구냐고?

몰라. 나도. 나도 알고싶어.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그러니까 얼굴은 아는데.

이 사람이 누군지는...


"네. 어떻게 오셨죠?"

"그냥. 정식으로 인사 한 번 드리고 싶어서."

"...왜요?"

"그래야 할 때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녀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다시한번 고개를 숙이는데.

등골에 서늘한 기운이 타고 흐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로제라고 합니다."

"아 네... 이름이 있으셨군요."

"죄송합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판단하여."

"잠깐만요 나도 좀 물어볼게요."

"네. 말씀 하시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독인 뒤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그때 그 사람 맞죠?"

"..."

"맞죠? 나 초등학생 때. 중학생 때. 그리고 그때 거리에서 봤던 그분."

"네. 맞습니다."


나는 그녀를 안다. 하지만 누군지는 모른다.

그러니까 내 와리가리 타는 경험을 문자 그대로 표현하자면.


나는 그녀를 어릴 때 만났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12년이 지난 이날까지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녀는 잊을만 할 때마다 내 앞에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비추고 사라졌다.


"당신 뭐야?"

"기백 씨."

"함부로 남의 이름 부르지 말고. 뭐하는 사람인데? 왜 내 주변에 얼쩡거려?"


사납게 쏘아붙여도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기계적인 미소만 짓고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고, 그녀가 품에서 조그마한 종이쪼가리 하나를 꺼내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제 명함입니다."

"명함을 왜..."

"연락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4월의 어느 날. 특별할 것 없고 일상적인 나날들.

멍청한 장난도 별 감흥 없이 흘러가는 지루한 그런 날.

말년 휴가를 앞둔 마지막 주말.

특별하지 않고 그저그런 한 사람이었던 내가.

운명이 바뀌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타짜와 뱀파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타짜와 뱀파이어 21 22.06.10 102 7 11쪽
20 타짜와 뱀파이어 20 22.06.10 76 4 13쪽
19 타짜와 뱀파이어 19 22.06.10 69 3 14쪽
18 타짜와 뱀파이어 18 22.06.10 75 4 12쪽
17 타짜와 뱀파이어 17 22.06.10 74 4 12쪽
16 타짜와 뱀파이어 16 +1 22.06.10 88 6 13쪽
15 타짜와 뱀파이어 15 22.06.10 79 6 13쪽
14 타짜와 뱀파이어 14 22.06.10 81 6 12쪽
13 타짜와 뱀파이어 13 22.06.10 86 5 14쪽
12 타짜와 뱀파이어 12 22.06.09 92 7 11쪽
11 타짜와 뱀파이어 11 22.06.08 103 6 13쪽
10 타짜와 뱀파이어 10 22.06.07 108 7 15쪽
9 타짜와 뱀파이어 9 22.06.07 118 7 13쪽
8 타짜와 뱀파이어 8 22.05.18 141 8 14쪽
7 타짜와 뱀파이어 7 22.05.18 127 6 11쪽
6 타짜와 뱀파이어 6 22.05.16 147 6 14쪽
5 타짜와 뱀파이어 5 22.05.15 174 5 14쪽
4 타짜와 뱀파이어 4 22.05.14 171 11 13쪽
3 타짜와 뱀파이어 3 22.05.12 206 9 14쪽
2 타짜와 뱀파이어 2 +2 22.05.11 262 16 15쪽
» 타짜와 뱀파이어 1 +2 22.05.11 371 19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