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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한35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요괴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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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한35
작품등록일 :
2021.02.12 19:30
최근연재일 :
2021.02.14 07:31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32
추천수 :
7
글자수 :
31,722

작성
21.02.13 20:19
조회
16
추천
1
글자
13쪽

4. 깔딱고개의 비밀 - 하

DUMMY

4. 깔딱고개의 비밀 - 하


태웅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재빨리 차문을 열어

까만 천으로 감싼 물건을 꺼내들고

깔딱고개를 향해 미친듯이 뛰었다.


목적지에 이르자 활어차 한 대가

큰 반원을 그리며

절벽을 향해 급 커브를 돌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런, 일 났네.

그저 그런 부유령이 아니다!"


태웅은 얼른 등 뒤에 매고 있던 것을 꺼내어 천을 벗겼다.

그러자 30센티미터정도 되는 길이의 펜싱 용 검처럼 얇은 에스토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이 나는 검의 손잡이를 힘주어 잡고

태웅이 기도문을 읊었다.


“성 미카엘 대 천사여.”


그러자 검이 푸른 빛으로 빛나더니

그 빛이 태웅의 몸으로 흘러들어갔다.

동시에 태웅의 시야에 차 운전석에

대롱대롱 매달린 요괴가 들어왔다.


머리를 산발이 되도록 풀어헤친 놈은

새빨갛고 긴 혀를 연신 낼름 거렸다.


몸의 반은 운전석 창문안에

다른 반은 밖에 나와 있었는데,

핸들을 잡은 귀신의 손이 뱀의 비늘로

뒤덮여 번들거렸다.


“저 새끼가 여기서 GTA를 하고 앉았네!”


차가 공회전을 하며 한 번 더 크게 돌자

귀신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듯 큰소리로

자지러지게 웃었다.


“캬캬칵 키킥!

죽어! 죽어라!”


(그건 안 될 말이지!)


태웅은 몸을 날려 귀신의 반대쪽에 있는

백미러를 잡고 매달렸다.

다행이 아직 귀신은 그가 매달린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유리창 넘어 안을 들여다보니

공격받고 있는 남자의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뱀 처럼 매끄러운 귀신의 다리가

남자의 몸을 칭칭 휘감는 바람에

그의 얼굴에 있는 혈관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절벽에 떨어지는 것 보다

뇌 속의 혈관이 먼저

터져 죽을 것 같았다.


태웅은 다른 쪽 손에 들린 검의 손잡이로

유리창을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창문이 와르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졌다.


그제서야 다른 이의 존재를 눈치챈 놈이

태웅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 이 고개의 지박령인 뱀 요괴였다.


그는 핸들을 잡은 손 중 하나를 길게 늘여

태웅의 목 언저리를 움켜쥐려 했다.

놈의 움직임을 읽은 태웅이 재 빨리 몸을 돌렸지만,

뱀의 늘어난 손에 오른 쪽 눈을 크게 맞고 말았다.


"으.."


일격을 당한 왼쪽 눈 두덩이의

혈관이 터져 피가 질질 흘렀다.

끈적한 피가 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태웅은 정확한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뱀이 그를 공격하는 데만 정신을 팔고 있는

이 순간이 바로 기회였다.


“간악한 뱀아,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물러가라!”


칼을 높게 들어 남자의 몸을 휘감은

귀신의 다리를 향해 냅다 내리 꽂았다.


그러자 칼이 꽂힌 곳에 작은 구멍이 뚫리더니

환한 섬광이 터졌다.


“크악!”


일격을 맞은 요괴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놈은 마치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온 몸을 부들부들 떨어 댔다.


태웅은 겨우 뱀의 결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남자에게 크게 소리질렀다.


“어서 핸들을 잡아요!

브레이크, 브레이크!”


다행스럽게도 운전자는

아직 의식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는 태웅의 말을 듣고

저절로 돌던 핸들을 고쳐 잡으며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


“콰광!”


활어차는 급 정거를 하며

절벽의 반대편 돌 기둥에 크게 부딪혔다.


추돌사고의 반동으로

태웅 역시 반대편 차도로 나가 떨어졌다.


“으윽···또 머리 박았네...아까 다친 댄데···”


아까 유리창을 깼던 손도 조금 깊게 긁혔는지

피가 나고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 상처는 평소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았다.


일단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아저씨, 아저씨! 괜찮아요?”


그가 깨진 유리창으로 머리를 디밀며

말을 시키자 안에서 신음하던 남자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차 문을 벌컥 열고 땅으로 뛰어내렸다.


“저리가! 저리가!”


매우 익숙한 목소리였다.


“세상에···민수 아저씨?”


사고가 난 차는

매일 새벽 금산항에서 갓 잡은 생선과 해산물을

실어 나르는 민수 아저씨의 활어차임이 분명했다.


“너 누구야!”


아직도 겁에 잔뜩 질려 온 몸을 덜덜 떠는 그를 보며

태웅이 큰 소리로 말했다.


“저 예요, 태웅이. 서목사님 아들!”


그제서야 민수는 태웅응 알아보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다행이 그도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다 끝났어요, 잠시만 여기 계세요."


태웅은 충격을 심하게 받은 듯

멍하니 앉아 있는 아저씨를 내버려두고

쓰러져있는 뱀 요괴에게 다가갔다.


놈은 태웅의 검에 맞아 다리 한쪽이

번개에 맞은 것처럼 새카맣게

탄 다리를 고통스럽게 움켜쥔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다 태웅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낀 귀신은

온 몸으로 바닥을 기며 필사적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한 낮에 몸을 숨기는 절벽 아래의

뱀 구멍으로 가고 있음이 분명했다.


태웅은 그런 그의 앞을 막아 서며 말했다.


“단 번에 끝 내주지.

지옥으로 가라.”


그러자 뱀 귀신이 고개를 쳐들며

도전적인 얼굴로 혀를 낼름 댔다.


“간악한 뱀아,

너 더 이상 인류를 기만하고

박해하지 말지어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이름으로 너에게 명하노라.

인간의 원수인 너 사탄아,

물러가라!”


태웅이 다시 칼을 들어 그를 겨누자

뱀귀신이 쇳 소리를 내며 말했다.


“정말 나를 없앤다고?

서 목사가 허락했을리 없을텐데?”


귀신의 다급한 외침에 태웅은 잠시 멈칫 했다.


태웅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서목사가 말하기를 이 깔딱 고개의

오래된 지박령(한 장소를 떠도는 귀신)인

뱀 귀신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사냥해선 안된다고 했다.


태웅은 그가 왜 이렇게 오랜 시간

수 많은 인간들에게 해를 끼쳐온 악한 요괴를

왜 그냥 두고 보는 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서목사의 명령이기에 지난 십년 간

이유를 묻지도 않은 채 여태껏 살려 둔 것이었다.


서 목사가 이 마을에 교회를 새우고 부터는

이 고개에서 뱀 귀신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더이상 일어나지 않은 것도 태웅이 약속을 지킨

이유기도 했다.


그래서 태웅은 여지껏 서 목사가 이 뱀 귀신의

힘을 어떻게든 결박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태웅이 오늘 밤 고개를 넘을 걱정을 한 것은

금산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위험한 존재인

부유령들 때문이었다.


밤 12시부터 3시까지는 죽은 자들의 시간이다.


이 사악한 뱀 귀신이 깔딱 고개에서의 활동을 멈추었다

하더라도 이미 이 곳에는 그로 인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수 천의 혼령들이 떠돌고 있었다.


서 목사가 시간이 날 때마다

그들을 찾아내 하나하나 천도해 왔지만,

솔직히 금산 여기저기를 떠도는 모든 혼령들을

다 찾아내기에는 여러모로 시간이 부족했다.


최근에 이 고개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교통 사고들은

방황하는 지박령들이 무의식적으로

이 곳을 지나는 인간들에 빙의되는 바람에

발생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서 목사가 마을의 모든 이들에게

이 시간에는 절대 고개를 넘지 않도록

누누히 경고 해왔던 것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서목사는 금산마을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 간악한 놈을 죽이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태웅의 눈이 빛났다.


“이 간교한 뱀.

네가 먼저 서목사와의 약속을 파괴했다!”

어째서 다시 인간을 공격한 것이냐?


"흥.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테니까."


"뭐!?"


태웅이 말하는 도중에 갑자기 뱀이

그의 발목을 향해 날카로운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들었다.


애초부터 약속을 운운하며

태웅의 정신을 산만해지게 만든 후

반격 할 계획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태웅은 애초부터 뱀의 간교한 생각을

간파하고 있었다.


큰 부상을 입어 동작이 느린 뱀의 일격을 가볍게

피한 그는 재빨리 뱀의 뒤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요괴의 다른 쪽 다리에도

검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크아아악!”


뱀은 다시 온몸을 요동쳤다.

타들어가는 아픔으로 온 몸을

데굴데굴 굴리는 뱀의 몸통을

가볍게 발로 차자,

그의 몸이 절벽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하신 이름으로 아멘.”


태웅은 귀신이 떨어진 쪽을 내려다 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앞으로 서 목사가 돌아올 때까지

당분간은 인간을 공격하지 못할거다.”


태웅은 민수아저씨에게 다시 돌아갔다.


“어디 심하게 다친 곳은 없으시고요?”


막 울음을 그친 민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시금 그의 안전을 확인한 태웅은 황급히 품속에서

성수를 꺼내 유리창과 핸들에 뿌렸다.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며

사악한 영의 흔적을 지워냈다.


운전석을 살피다 늘 거울 앞에 매달려 있던

헝겊주머니가 없어진 것을

본 태웅은 민수를 향해 소리쳤다.


“아저씨, 목사님이 나눠드린 주머니가 없는데요?”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어제 마누라가 세차를 했는데,

쓰레기인 줄 알고 그걸 치운 모양이야.”


“에휴, 제발 서 목사님 말 좀 들으세요.

늦은 밤에는 절대 이 고개를 넘으면 안된다고요.”


“아니 그게···어제 오랜만에 영철이 하고 술 한잔 하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었지 뭐야.”


“그랬음 푹 주무시고 새벽에 출발 하셨어야죠.”


“한 번만 더 외박 했다가는 귀신헌티 잽혀 가기 전에

마누라 손에 죽게 생겼는 디?”


민수 아저씨는 바지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얼른 입에 물었다.


“그나저나 정말 끔찍한 몰골이구먼···”


아까 핸들 앞에 달라붙어 있던 그 끔찍한 귀신의 몰골이

떠올라 진저리를 쳤다.


아까는 정말이지 숨이

꼴까닥 꼴까닥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렇게 눈이 뒤집히는가 싶더니

순간 뱀처럼 온 몸에 비늘이 잔뜩 선

귀신의 모습이 보인 것이었다.


누구나 죽음의 순간에는 영안이 열리기 마련이다.


그가 무엇을 말하는 지 대충 눈치 챈 태웅이

능글대며 말했다.


“뭐가요, 제 얼굴이요?”


“예끼! 말해 뭐해.

너는 니 얼굴을 아무대나 그렇게 확 디밀지 말어.”


“아니, 왜요? 내가 얼마나 착하게 생겼는데?”


“거야 네 심성이 그렇지, 네 얼굴은 아주 깡패가 따로 없어!”


“깡패요? 와 목숨을 구한 은인한테 너무 하는 거 아네요?


“임마, 은인은 은인이고,

니 얼굴 때미 아까 두 번 심장마비 올 뻔 했다고!”


두 사람은 서로 농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둘 다 농담할 기분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공포심을

떨쳐내야 했으니까.


민수를 일으켜 세워 바위위에 앉힌 태웅은 다시 활어차로 갔다.


연기가 세어 나오는 엔진 뚜껑을 열어

나지막이 기도문을 읊조리며

남은 성수를 곳곳에 뿌렸다.


태웅이 말했다.


“분명 엔진까지 다 망가졌을 거예요.

이 시간에 고개로 도와주러 올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 차라리

내일 아침에 견인차를 부르는 편이 낫겠어요.”


“그럼 집에는 우째 가고?”


“제 차로 모셔 다 드릴게요.

고개 아래에 세워 뒀어요.”


태웅은 저 멀리 금산 마을을 바라보았다.

비가 다 그친 덕에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이른 새벽이라 하더라도 바닷가 마을의

특성상 여기저기 불빛이 보일 만도 한데,

이 놈의 마을은 어찌된 일인지 생명이 활동하는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태웅과 서목사에게는

이 마을만큼 마음이 편한 곳이 없었다.


마음의 고향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그랬다.


태어날 적부터 떠돌이로 생사를 넘나들며 정신없이

살아온 두 사람이 가족이 되어 처음으로

정을 붙이고 살게 된 곳 이었으니까.


잠시 과거 생각에 빠졌던 태웅은 그의 어깨를 툭 치는

민수의 손에 정신을 차렸다.


민수는 다 태운 담배를 아무데나 버리고 쩔뚝거리는

다리로 절벽 끝으로 걸어갔다.


“태웅아, 이리 좀 온나.”


“방금 사고 난 사람이 자꾸 어디를 가요?”


태웅은 얼른 민수의 곁으로 가서 그를 붙잡으려 하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 봐라, 너희 교회 있는 데 아이가?”


“어라?” 정말이네?”


두 사람은 한 눈에도 이상해 보이는 광경에 깜짝 놀랐다.


짙은 구름 같은 안개가 여기 저기서 한데 모이더니

어떤 방향을 향해 천천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이동 방향은 한눈에 보기에도 언덕위에 있는

서목사의 교회였다.


두 사람은 숨을 죽이고 안개의 이동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교회에 도달한 안개가 포위하듯 교회를 에워쌌다.


짙게 드리운 안개 때문에

이제 교회는 더 이상 보이지도 않았다.


“저건 전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예요.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안개가 틀림없어!”


여기서 잠자코 서서 기다릴 순 없었다.


마음이 급해진 태웅은 서둘러

검을 다시 헝겊에 싼 다음 등에 둘러메며 말했다.


“아저씨, 혼자 집에 가실 수 있죠?”


그는 민수에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차 키를 건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자 시계바늘이 3시를 가리켰다.

여기서부터 교회까지 쉬지 않고 달리면

1시간이면 도착할 터였다.


서목사의 말대로 그가 부재중인 저 금산 마을에서

무언가 나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헌터물,요괴물로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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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깔딱고개의 비밀 - 하 21.02.13 17 1 13쪽
3 3. 깔딱고개의 비밀 - 상 21.02.13 22 2 12쪽
2 2. 흐린 안개 속의 여인들 21.02.12 24 1 15쪽
1 1.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21.02.12 55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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