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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한35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요괴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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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한35
작품등록일 :
2021.02.12 19:30
최근연재일 :
2021.02.14 07:31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29
추천수 :
7
글자수 :
31,722

작성
21.02.1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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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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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4쪽

1.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DUMMY

1.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아이야,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아이야, 너는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이사야 41장 10절


폭풍우가 내리치는 밤이었다.

연우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뒤척였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마음속에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둥소리 때문인가?'


옆에서는 현동의 숨소리가 규칙적이게 들려왔지만,

왠지 모르게 누군가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온 몸의 솜털이 쭈삣 일어서고 온 몸의 감각이 예민해졌다.


'잠아... 제발 좀 와라.

오늘 훈련 량이 평소보다 적었던 것도 아닌 데

왜 이렇게 잠이 안오는 거야 진짜...!'


연우는 차라리 죽을 만큼 피곤해서

기절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둠 속에 오롯이 혼자서 깨어 있는 이 기분은

정말이지 싫었다.

처절하게 외로웠던 과거가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물밀 듯 밀려오는 옛 생각을 떨치기 위해

연우는 벌떡 일어나 가부좌를 틀었다.

이럴 때는 잡 생각을 밀어 내고 맑은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그때, 연우의 움직임 때문인지 잠에서 깬 현동이

부시럭 부시럭 몸을 일으켰다.


“미안, 내가 깨웠지?”


“아냐, 발목이 너무 아파서 그래.”


연우는 얼른 일어나서 불을 켰다.

육안으로도 확연히 부은 그의 왼쪽 발목을 살살

돌려 보자 현동이 제차 앓는 소리를 냈다.


생각보다 통증이 심한 모양이었다.


“언제 이렇게 다친 거야?”


연우가 묻자 현동이 말했다.


“실은 말이야,

아까 스승님이 출타하셨길래...

내가 읍내에 내려가서 뭘 좀 사왔거든.

근데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산 길이 엄청 미끄럽지 뭐야?

하마타면 죽을 뻔했다고.”


“뭐? 형 외출한 거 들키면 정말 큰일 나!

스승님께서 우리끼리만 읍내에 나가면 절대로 안된다고

몇 번이나 말씀 하셨잖아!”


그러나 현동은 연우의 핀찬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싱긋 웃기만 하더니

벌떡 일어나 이불장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하지만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란 말야.”


“도대체 얼마나 특별한 날이길래

하나뿐인 목숨까지 거냐?”


“음....내 유일한 친구인 박 연우님의 18번째 생일 날?”


깜짝 놀란 연우는 머릿속으로 오늘 날짜를 떠올려 보았다.


(오늘이... 내 생일이었던가?)


그러고 보니 오늘은 5월 18일.

초파일 바로 전 날이니 그의 생일이 맞았다.


혹자는 어떻게 자신의 생일을

까먹을 수 있느냐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연우에게 있어서는 생일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는 태어난 이래 16년간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생일을 축하받아 본 기억이 없었던 것이다.


현동이 이불장에서 주섬주섬 꺼내 보인 것은

비에 맞아 찌그러진 초코파이 상자와

요상한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1.5리터 콜라 병이었다.


“짜잔~ 내가 특별히 초도 챙겨왔지!”


현동은 하얀색의 크고 투박한 양초를 들어보이며 싱긋 웃었다.


“이게 생일 초라고? 너무 크다.”


둘은 양초를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현동과 연우는 둘 다 고아였다.


현동은 그가 태어나자 마자 경상도에 있는

한 사찰 앞에 버려졌다고 했다.

그 이후로 동자승이 되어 그 사찰의 온갖 궂은 일을

다 도맡다시피 하며 자라다가

6살이 되던 해 사천왕사의 주지인

혜동스님을 만나 이 곳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후 연우가 천왕사의 막내 수련승으로 오게 되었고

그들은 둘도 없는 벗이 되었다.


처음 천왕사에 왔을 때 부터 이미 한 독이 온 몸에 깊게 자리잡아

고통받던 연우는 밤마다 고성을 지르며 깨어나곤 했고

현동을 제외한 그 누구도 연우와 같은 방을 쓰려 하지 않았다.


그때 현동이 자원하여 연우와 함께 방을 써 주었다.

그렇게 서로를 형제처럼 의지하며 함께 수련을 한 지 올해로

벌써 7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연우가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현동이 막 엉성하게 쌓아 올린 케이크를 완성했다.


“캬~, 내 초코파이 탑 좀 봐봐.

여기에 소원을 빌면 부처님도 더 잘 들어 주실거야.”


“그런데, 현동 사형. 내 생일은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진언밀교의 원칙에 따라 모든 수련승들의 과거사는 늘 금기였다.

혜동스님은 사천왕 중 좌장의 역할을 담당하는 가장 다혈질인 의림 스님을

그들의 스승으로 맺어주었는데,

그는 마흔이 조금 넘은 사찰에서 가장 젊고 혈기왕성한 스승이었다.

그 말은 즉슨, 그들의 젊은 스승은 모든 일에 의욕이 지나치게 넘치고

무지하게 엄격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의림스님은 현동과 연우를 제자로 거두던 날

단 하나의 조건만을 걸었는데,

그것은 바로 예전의 과거는 다 잊고,

부처님의 제자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현동과 연우는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의 그 어떤 것도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지내왔다.


“글쎄, 들으면 너도 놀랄 걸?”


“뭐가?”


“내 생각엔 스승님이 오늘 잠깐 출타하신 것도 다 네 생일과 관계가 있는 거 같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스승님이 내 생일을 어떻게 아신다고?”


“아무래도... 네 고모님이 말씀해 주셨겠지. 안 그래?”


“그럴 수도 있지만··· 과거에 관한 것은 전부 금기라고 하셨는데?”


“아니면 내가 어떻게 네 생일을 알았겠냐?”


“스승님께서 알려주셨단 뜻 이야?”


현동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나에게 직접 말해주신 것은 아니지만, 뭐 그런 셈이지?”


“형 똑바로 말해봐, 그런 셈하고 그런 것은 전혀 다르다고!”


현동은 아침나절에 물을 길러 계곡으로 내려가다가

의림 스님이 오랜만에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연우의 이름이 어렴풋이 들리는 듯하여

호기심에 조금 통화를 엿들은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스승님께서 오늘 내 16살 생일이 오기 전에

꼭 계획한 일을 마무리 해야 한다고,

누군가에게 말씀하셨단 말이지?"


"응. 내 두 귀로 똑똑히 들었어!"


“무슨 계획한 일?”


“그것까진 나도 잘 모르지...”


연우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의림 스님이 나에 관해 이야기 나눌 사람은 고모님과 혜동 스님뿐인데···

현동 형 말이 정말일까?'


단순한 표정으로 실실 웃던 현동이 연우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혹시 아냐? 나처럼 깜짝 파티를 준비하시는 걸지도?”


연우는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곳에 온 뒤로부터 과거에 대해

말하거나 기억하는 것은 늘 금기였다.


가끔 들러 그에게 여러 도교가의 술법을 가르쳐 주시는

연우의 하나뿐인 혈육인 고모님 역시

그에게 과거 이야기는 일절 하신 적이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연우의 한 독을 치료해주시는

주지인 혜동스님도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이제 불자가 되었으니, 자신은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새로 태어난 것이나 진배없다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연우는 솔직히 조금 기뻤던 것 같다.

어차피 추억하고 싶은 과거 따윈 없었으니까.


“사형, 그냥 치우고 자자.

아무래도 스승님께 된통 혼날 것 같아서 불안해.”


“야, 그러면 내가 섭섭하지, 이 발목까지 희생하며 차린 생일상인데.”


왼쪽 발목을 들어 보이며 최대한 아픈 시늉을 하는 현동의 넉살에

연우는 피식 웃었다.


'그래, 아무렴 어떠랴. 처음이자 마지막 생일파티일 텐데 뭐.'


연우는 재빨리 “화(火)”의 수인을 맺었다.

자신의 손 끝에서 작은 불씨가 일렁이자 연우는 얼른 양초에 불을 붙였다.

연우가 주술을 쓰는 모습을 넋을 놓고 보던 현동이 말했다.


“가끔 보지만 정말 신기해. 넌 정말 타고 났단 말이야.”


연우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능력 때문에 평생 몸에 저주를 달고 살게 되었는데도?”


그의 말을 들은 현동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현동의 불편한 마음을 눈치챈 연우가 웃으며 말했다.


“이런데 쓰라고 수련한 건 아니지만 참 유용하지 뭐 야?”


그러자 현동이 큭큭 대며 웃었다.

촛불이 켜지자 제법 생일 파티 분위기가 났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박 연.우.의 16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연우가 깊은 숨을 몰아 우스꽝스러운 양초에 바람을 불었다.

불이 확 꺼짐과 동시에 현동의 손에서

콜라가 화산 폭발하듯 훅 뿜어져 나왔다.


“이게 뭐 야!”

“받아라, 생일 빵이다!!”

“어서 또 그런 몹쓸 걸 배워 왔어, 이 화상아!!”


둘은 서로의 얼굴에 콜라를 뿌리며 크게 웃었다.

얼마 만에 이렇게 웃어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러다 연우가 콜라에 미끄러지며 벽에 머리를 쾅 박았다.


“아얏!”


그러자 현동은 연우의 꼴을 보며 허리가 꺾어질 듯 웃었다.

너무 웃어서 얼굴이 새빨개진 그의 얼굴을 보며 연우는 생각했다.


'이런 생일도 나쁘지 않네.'


그 때 갑자기 방의 불이 확 꺼지며 퓨즈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폭풍우가 밤새 치더니 결국 전기가 나간 모양이었다.

어두운 방안에는 현동의 웃음소리만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형, 번개 때문에 불이 나갔나 봐.”


현동은 연우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웃었다.


“아이 참! 그만 좀 웃고 빨리 밖에 나가보자.”


그러나 현동의 웃음은 멈추질 않았다.

마치 발작하듯 숨을 안으로 몰아 쉬며 웃기까지 하는 현동의 행동을

어둠 속에서 지켜보는데 그 모습이 조금 기괴하게 느껴졌다.


“뭐가 그렇게 웃겨. 이제 그만 웃어!”


문득 불안해진 연우가 소리를 지르자,

현동이 갑자기 목에서 가래가 끓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다시 웃기 시작하는 그에게서는 익숙한 여자의

웃음소리가 겹쳐져 들려왔다.

그리고 그 냄새, 비를 흠뻑 머금은 듯 습하고

퀴퀴한 냄새가 온 방안 가득 퍼졌다.

방은 금세 한기로 가득 차 한겨울처럼 차가워 졌다.


“혀···. 현동이 형~”


현동의 이름을 부르는 연우의 입에서는

추위로 인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나왔다.

그때 현동이 불현듯 고개를 획 꺾어 연우를 보았다.

그를 노려보는 현동의 눈은 실핏줄이 터져 피눈물이 흘렀다.


“헉!”


연우는 그의 눈빛에서 익숙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현동의 몸을 하고 있지만 이미 현동이 아니었다.


연우가 본능적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현동이 무지막지한 힘으로 그의 다리를 잡아당겼다.

연우는 필사적으로 문고리를 붙잡고 버텼다.

그리고 현동에게 소리쳤다.


“형! 정신차려, 잡아 먹히면 안돼!”

“기기기긱”


그러나 현동은 알 수 없이 가래가 잔뜩 낀 앓는 소리를 내며

침을 질질 흘리기만 할 뿐이었다.


연우의 손을 잡는 그의 아귀 힘이 조금 더 쌔졌다.

현동의 얼굴이 금세 요사스러운 여인의 그것으로 변했다.

몸을 감싸는 기운이 여러차례 바뀌는 것을 보니

몸을 차지하려 애쓰는 이는 필시 한 놈 이상일 터였다.


'이런, 그들이 나를 찾아냈어!

이를 어쩌지?'


현동은 왜소한 연우의 몸 위로 올라탔다.

애초부터 한 독으로 인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연우가

큰 덩치의 현동을 이길 수도 없을 뿐 더러,

현동은 이미 빙의되었기 때문에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다.


연우를 움직일 수 없도록 결박하는 데 성공한 귀신이

혀를 날름대며 연우에게 말했다.


“연우야, 오랜만이구나.”

우리가 얼마나 널 찾아 헤맸는지 아니?”


연우는 그 입술을 축이는 버릇을 보며 등 안쪽으로

쭉 올라오는 소름을 느꼈다.


“신···현희 선생님?”


그러자 마치 대답이라도 하 듯 현동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혀로 입술을 계속 핥았다.

여러 명의 목소리가 일제히 현동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죽어라!"


그때 창 밖으로 천둥 쾅 하고 내려치며

번개가 방안으로 환한 빛을 한번 확 내리쳤다.


그러자 현동의 모습을 한 귀신이 환한 빛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려

연우의 발목을 잡았던 손을 잠시 놓았다.


연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며

손에 급히 한자로 “풍(風)”자 수인을 맺었다.


“바람!”


연우가 내보내는 바람에 휩쓸린 현동의 거구가 ‘쿵’ 소리를 내며

반대편 벽으로 처박혔다.

주변을 급히 살피던 연우는 근처에 있던 커다란 나무 토막을 집어

문을 바깥에서부터 막았다.

그리고 “금(金)”자의 수인을 맺어 나무에 쇠의 기운을 불어 넣었다.


'제 아무리 귀신이라 하더라도 이 쇠막대를 부수고 나오는 것은 쉽지 않겠지. '


그 때 방 안쪽에서 당장이라도 문을 부실 듯 강력한 물리적 충격이 느껴졌다.

그 반동에 문을 손으로 잡고 있던 연우가 나가 떨어졌다.

생각보다 상대의 파워가 너무 강했다.

이 임시방편으로는 채 5분도 버티기 힘들 것이었다.


'어쩌지? 의림 스님도 안계신데..'


더 걱정되는 것은 저 귀신이 뒷 편 ‘사천왕사’ 본당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발견할 지도 모른 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모두들 초파일 행사 때문에 떠나고 혼자 남은 혜동 스님이

위험에 처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 것 만은 막아야 했다.


'저들을 유인해야 해.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지?'

연우는 그간 고모와의 일들을 다시 생각했다.


이 상황을 대비라도 한 듯 고모가 한 달에 한 번씩

밤마다 그를 데려가던 장소가 있었다.


'그래, 일단 거기로 가자!'


결정을 끝낸 고개를 들어 다시 문 쪽을 바라보자

이미 쇠막대기에 금이 가고 있었다.


그 것을 본 연우는 얼른 어두운 숲 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헌터물,요괴물로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작가의말

헌터 판타지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면 힘내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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