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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거지의 서재

시메트리[생각을 읽는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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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거지
작품등록일 :
2016.03.15 16:14
최근연재일 :
2019.01.31 15:15
연재수 :
3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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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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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9
글자수 :
3,079,228

작성
17.03.01 18:46
조회
767
추천
7
글자
13쪽

형제의 난

DUMMY

쾅! 콰콰콰쾅!


수빈은 뒤쪽으로 공중제비를 돌며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쇠구슬들을 모조리 피했다. 그러자 커다란 폭발음을 내며 대리석 바닥을 돌가루로 만드는 폴의 쇠구슬들, 폴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수빈에게 말했다.


“실망이군 키커, 꽁지 빠지게 도망이나 다니는 모습이라니....”

“씨팔....”


입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은 수빈은 조금전 자신이 서있던 바닥을 바라보았다. 마치 유성다발이 떨어진 분화구들처럼 여기저기에 음푹패인 자국이 가득한 대리석 바닥, 그야말로 가공할만한 위력이었다.


‘저런걸 맞받아쳤다가는, 아무리 내 다리가 튼튼하다고 해도 걸레짝이 되고 말텐데..... 대체 저놈을 어떻게 상대하지?’


“선배! 숙이세요! 위프!”

“호오, 젤리인간인가?”


수빈의 뒤에 있던 슬라임은 자신의 왼팔을 없애며 2배의 길이가 된 오른팔을 채찍처럼 휘둘러 폴을 공격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눈부신 푸른빛을 뿜어내는 폴의 오른팔, 그리고 그 푸른빛은 손바닥 위에서 스파크를 일으키며 쇠구슬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 쇠구슬들은 더욱 푸르고 영롱한 빛을 내며 폴의 손바닥 위를 빠르게 돌고 있었다.


“내가 재미있는 것을 하나 보여주지! 벅샷!”


퍼퍼퍼펑!


푸른색 벅샷을 맞고 수십개의 젤라틴 조각으로 분해되는 슬라임의 오른팔, 그러자 슬라임의 입에선 비명이 터져나왔다.


“끄아아아아!!!”

“스, 슬라임! 왜 그래!?”


폴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마구잡이로 꿈틀거리는 슬라임의 모습을 보며 큰소리로 웃었다.


“크하하하! 반응을 보아하니, 센터에서는 아직 모르고 있었나보군. 하긴, 최근에 들어온 저놈이 센터의 유일한 신체변형계열 시메트러일테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어떻게 신체변형능력자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냐고? 크크크큭! 내가 그걸 왜 가르쳐줘야하지?”

“망할새끼..... 슬라임, 괜찮아!?”

“저, 전 괜찮습니다 선배.... 크윽!”


간신히 원래 상태대로 돌아왔지만, 아직 데미지가 남아있는지 오른팔을 감싸쥐며 고통을 호소하는 슬라임의 모습, 수빈은 이를 악물고 폴의 손에서 돌고 있는 푸른색의 구슬들을 쳐다보았다.


“고도로 밀집된 언파워인가?”

“역시 눈치 하나는 빠르군. 맞아, 네년이 쓰고 있는 그런 허접한 언파워 따위가 아닌, 고농도로 압축된 언파워만이 기체나 액체상태의 시메트러를 타격할 수 있지.”


수빈은 조금전에 로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무엇으로도 기스하나 나지 않을 것 같던 강철괴물의 몸에 상처를 냈던 천리안의 참봉.

그리고 지금 수빈의 눈 앞에서 돌고 있는 푸른색의 구슬들은, 천리안의 참봉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농축되어 있었다.


‘저 쇠구슬은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전멸이야. 반드시 뭔가 방법을 찾아야....’


“전투 중에 생각할 시간을 너무 줘버린 것 같군. 이제 나도 슬슬 질려가던 차이니..... 여기서 끝내주마! 와일드샷!”


파파팟!


폴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빠른 속도로 수빈일행을 향해 퍼져나가는 푸른색의 구슬들, 수빈은 모두에게 외쳤다.


“모두 피해!! 어서!!”

“크로우!”


수빈은 자신을 향해 쏘아진 2개의 푸른구슬을 바라보며 각반을 찬 오른발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아르타늄 각반에 부딪치며 머금고 있던 언파워를 폭발시키는 구슬들, 수빈은 다리가 찢어질 것만 같은 고통을 참으며 일행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콰콰콰쾅!


아무도 없는 벽에 박히며 엄청난 파괴음을 내는 쇠구슬들, 그리고 그 옆으로 간신히 크로우를 데리고 피한 러너의 모습을 확인한 수빈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슬라임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안돼....’


수빈의 표정이 굳어졌다. 조금전의 입은 데미지로 인해 원래상태로 돌아와있는 슬라임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는 푸른색의 구슬 하나, 한쪽 팔을 감싼채로 쓰러져있던 슬라임에게 그것을 피할 여력은 없어보였다.


쿠와아아아앙!!


“슬라임!!!! 안돼!!!”


굉음과 함께 나타나는 푸른빛의 폭발, 수빈은 슬라임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욱한 돌먼지 속에서 슬라임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선배, 전 괜찮습니다.”

“뭐? 대체 어떻게....”

“그게....”


슬라임은 자신의 옆에 서있는 검은 정장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사내는 슬라임에게 씽긋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슬라임의 얼굴앞에서 꽉 쥐고 있던 주먹을 천천히 폈다.

그러자 사내의 손에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쇠구슬 하나가 바닥으로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차츰 차츰 걷히는 돌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사내, 그 사내는 공중에 떠있는 폴을 향해 분노서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폴.... 아니, 장인우라고 불러줄까?”

“프로펫......”

“컴플리터씩이나 되면서 이런 어린애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니.... 평소에는 느끼지 못할 우월감이라도 느끼고 싶었나보지?”


“조심해요! 프로펫! 그놈은!!!”

“나도 안다, 키커.”


프로펫은 뒤를 돌아보며 수빈과 눈을 마주친 뒤, 센터의 시메트러들을 향해 걱정말라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다들 지금부터 두 눈 크게 뜨고 잘 보거라. 시메트러가 컴플리터를 어떻게 이기는지 말이야.”









19층, 주주총회장.


단상에 선 오영수는 주주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주주여러분, 조금전에도 인사를 드렸지만 다시 한번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이번 주주총회에서 신임회장 후보로 선출된, 백제호텔 사장 오영수입니다.”


짝짝짝!


짧지만 꽤 굵게 총회장을 울리는 박수소리들, 오영수는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사실 제 형님이신 오영찬 하프반도체 사장님이 이 자리에 계셨다면, 저는 아마 이런 자리에 나올 일 조차도, 아니, 나올 생각조차도 없었을겁니다.

현재 지주회사인 하프반도체를 이끌고 있고, 그동안 전사부에서 숱한 경험을 쌓아오신 형님이야말로 회장이라는 자리에 누구보다도 적합한 인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모두들 아시다시피 형님은 부메랑처럼 되돌아온 과거의 잘못 때문에 한 동창의 습격을 받으셨고, 그로 인해 언제 일어나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회장님에 이어서 형님까지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필 이럴 때, 하프문에는 위기가 겹쳤습니다. 주가는 날이갈수록 하락하고 있고, 연이은 스캔들로 인한 불매운동은 끝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오영찬은 목소리 톤을 올리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더 이상 형과 누나 뒤에서 방관하고 있지만은 않겠다고! 오씨가문의 마지막 아들로써 제 소임을 다 하고, 아울러 하프문의 미래를 제가 이끌겠다고 말입니다!”


오영찬은 오선영을 가리키며 주주들에게 말했다.


“물론 저도 저기 있는 누나의 경영능력을 인정합니다. 아니, 인정할 뿐만 아니라 존경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불과 얼마전에 일어난 땅콩회항사건을 보십시오. 회장님 때문에 일어난 불매운동에 더욱 세게 부채질을 한 그 사건을요!

물론 이런말을 하는 저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왜 그런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누나였는지, 차라리 나였으면 좋았을걸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동생인 제가 누나가 아니길 바란다고 해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불매운동의 원인이 누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죠.


주주여러분, 지금의 하프문에는 수많은 얼룩들이 묻어 있습니다. 그 얼룩들을 깨끗한 행주로 닦아야 잘 닦일지, 아니면.....”


오영찬은 잠시 오선영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주주들은 그 의미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오선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오영수를 쳐다보았다.


‘네가 깨끗한 행주면 난.... 영수야, 참 많이 늘었구나. 직접적인 언급없이 나를 ’더러운 걸레‘로 만들어버리다니....’


“저도 차마 말은 못할 것 같네요. 굳이 말을 안해도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굳이 누나의 과거사를 따지지 않더라도.... 대 하프문그룹의 회장이 여자가 된다는 것, 과연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일까요?”

“듣자하니 가관이구나 오영수! 여자가 뭐!?”

“오선영 후보! 오영수후보의 발언시간입니다. 조용해주시죠.”

“지금 저게 무슨 후보발언..... 알겠습니다. 조용히 하죠.”


사회자의 지적에 발끈했던 마음을 다스리며 조용히 입을 닫는 오선영, 그러자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주주들은 그런 오선영의 모습을 보고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저것봐, 다른 후보 발언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그 새를 못 참고 떽떽거리는거, 여자들이 보통 저렇다니까?”

“나사장, 내 말이 그렇다니까? 아니, 여자가 군대를 갔다 와 봤어? 아니면 공사장에서 벽돌한장을 날라봤어?

아니 그리고, 그러다 나중에 자식이라도 임신하면? 그땐 부른 배 잡고 회의라도 할 생각인가? 하프문의 회장이 여자? 아이구 아이구, 차라리 내 눈에 흙을 뿌리라지 그래?”


머리가 희끗희끗한 임원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기들 딴에는 조용히 얘기한다고 하지만 오선영의 귀에는 다 들려오는 조롱섞인 말들, 선영은 울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두 눈을 감았다.


‘약해지면 안돼 오선영,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잖아.’


“제가 주주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들은 모두 전한 것 같네요. 제가 따로 말씀드릴 필요는 없어보이지만 하프문의 미래를 위한 이 투표, 부디 심사숙고 하시고 소중한 의결권, 잘 행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짝!짝!짝!짝!


박수갈채와 함께 단상에서 내려오는 오영수는 오선영이 서있는 자리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떡하지 누나? 아무래도 누나 편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근데..... 네 그 잘난 친구는 어디에 있니? 보아하니 이 안에는 없는 것 같은데?”


오영수는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하메른이 없어도 누나는 날 이길 수 없어.... 그러니까 빨리 단상으로 가서 패배나 시인하지 그래?”

“우리 동생, 이 누나가 충고하나 해줄까? 넌 하메른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찌질이일 뿐이야.

아마 하메른이 없었다면..... 넌 싸움은 커녕, 지금 이 모습을 평생 숨기며 나와 영찬이에게서 떨어지는 고물이나 받아먹으며 살았겠지. 안그래?”


선영의 그 말에 오영수의 한쪽 눈썹이 뒤틀렸다.


“누나, 날 도발해서 좋을건 없을텐데......”

“어머, 도발이라니? 난 분명 충고라고 했을텐데?”

“그만하지 그래? 내가 회장이 되고난 후가 두렵지 않은거야?”

“두려울 리가 있니?”


오선영은 단상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길텐데 말이지.”


단상에 올라간 오선영은 마이크에 대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주주여러분, 안녕하세요. 회장후보로 선출된 전 HM항공 부사장, 오선영입니다.”










스파이어의 제3 안전가옥.


팟! 털썩!


“스페이스?”

“걱정마, 죽지는 않았으니까. 조금 있으면 일어날거야.”


지니는 원해가 들쳐업고 나타난 스페이스의 목에 손을 갖다대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나저나, 대체 네 정체는 뭐지?”

“정체라.... 그게 그리 중요한가?”


지니는 원해가 딛고 있는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는 문을 뚫고 침입을 하더니, 한번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는 마치 제 집처럼 공간이동을 하며 드나들더군.”

“아, 내가 그랬던가?”

“내가 보기엔 넌, 자신이 직접 가본 곳이나 시야가 닿는 곳만 이동할 수 있어. 그리고 그건 스페이스의 공간이동제약과 완전히 똑같지.

말해봐, 대체 네놈은 누구길래 스페이스의 시메트리를 그대로 복사해놓은 듯이 따라 쓰는 게 가능한거지? 아니, 스페이스가 너의 시메트리를 따라쓰는건가?”

“미안하지만 지금은 대답해줄 수 없어. 물론 앞으로도 스파이어에게 대답해줘야 할 의무는 없겠지만 말이야..... 뭐, 전해줘야 할건 다 전해줬으니 이제 난 가봐야겠군, 수고하라구.”


팟!


짤막한 인사와 함께 홀연히 사라지는 원해,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본 지니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스페이스에게 잠깐 시선을 돌리더니,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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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스파이어의 역습 17.03.21 659 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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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형제의 난 17.02.21 1,019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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