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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거지의 서재

시메트리[생각을 읽는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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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거지
작품등록일 :
2016.03.1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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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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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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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9,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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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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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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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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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외전]도미령과 장인우(3)

DUMMY

2주일 후, 도미령은 퀭한 눈을 한 채로 멍하니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도하사님, 지시하셨던 부식 신청서 작성 완료했습니다.”

“....”

“도하사님?”

“아, 미안, 좀 피곤해서....”


장상병은 도미령을 안쓰러운 표정을 보며 말했다.


“네, 이해합니다. 거의 보름내내 야간근무를 하고 계시니.....”

“......이해해준다니 고마워.”


장상병과 도미령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김일병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도하사님, 아무리 그래도 이거 너무하는거 아닙니까? 열흘연속으로 야간근무라니요!”

“김일병!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장상병님도 너무하다는거 아시잖아요! 사람을 매일같이 야간근무를 세워놓고 다음날 오프도 시켜주질 않으면 잠은 언제 자라는 겁니까? 지금 도하사님 눈 좀 보세요!”

“야! 김일병! 누군 몰라서 이래!? 이 새끼가 근데!!”


장상병과 김일병의 언성이 높아지자 미령은 손을 들어 두 사람을 말리며 말했다.


“장상병, 그리고 김일병, 내 걱정해주는건 고맙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문제야. 두 사람이 신경 쓸 필요 없어.”

“도하사님...”

“오늘 일과 끝났으니까 두 사람은 이제 내무실로 가봐, 난 좀 자둬야 할 것 같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충성!”


두 병사가 경례를 하고 사무실을 나가자 미령은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현재 시간은 17시 20분, 저녁 먹는 걸 건너뛰고 잔다고 치면 겨우 1시간 좀 넘게 잘 수 있는 시간이었다.


‘힘들어....졸려....’


노인태를 신고한 다음날부터 업무 오프가 없는 야간근무를 2주째 이어오고 있던 도미령은 사무실 책상에 살짝 머리를 갖다대며 눈을 감았다.


본디 부사관이나 위관을 비롯한 간부들이 야간 당직을 하룻밤 서고나면 취침을 못한 이유로 다음날 아침에 곧장 퇴근을 하고 그 날 하루를 쉬게 된다.


하지만 도미령을 극한까지 괴롭히기로 마음먹은 노인태는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를 핑계삼아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 도미령은 2주 동안 쌓인 피로와 잠이 누적될대로 누적되어있는 상태, 하지만 힘든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봐 도하사! 지금 당직준비 안하고 뭘하는겐가!!”

“부대장님....”

“얼른 저녁 먹고 근무준비를 하지는 못할 망정 게으름을 피우다니, 이래서 계집년들은... 쯧쯧.”

“....알겠습니다. 당장 당직준비 하겠습니다.”


부대장 노인태에게 고개를 숙인 도미령의 주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일개 하사가 부대장의 명령에 토를 달수는 없는 일, 도미령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알겠다는 말뿐이었다.


“하긴, 2주내내 야간근무를 섰으니 조금 피곤 할만도 하겠군. 도하사, 오늘은 다른 부사관에게 근무를 서라고 할테니 푹 자두는게 어떠한가?”

“네?”


도미령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하며 노인태 소령을 바라보았다.

2주째 잠을 제대로 못잔 상황에서 들려오는 노인태의 말, 그냥 잠시 앉아있기만 해도 자동으로 눈꺼풀이 감기는 도미령에게 그 말은 너무나도 달콤한 말이었다.


“감사합니다 부대장님. 그럼 저는 숙소로....”

“아니, 숙소로 갈 필요 없네. 내 집으로 가지.”

“부대장님..... 집으로 말입니까?”

“그 코딱지만한 숙소에서 잠을 자봤자 얼마나 편하게 자겠나? 내가 기러기아빠 된지가 좀 되어서 집에 빈방이 많다네, 그냥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그냥 근무 서겠습니다.”


도미령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대로 노인태를 지나쳐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 손잡이를 잡는 도미령, 노인태는 그런 도미령의 뒷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여유로운 말투로 말했다.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

“군인이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생각해야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네. 과연 내가 뭘 해야 상관이 날 용서해줄까? 오직 그것만을 몇날 며칠을 생각해도 모자라지.

그리고 난 지금, 친절하게도 자네에게 직접 답을 알려주고 있지. 자네가 뭘 해야 용서받을 수 있는지를 말이야”


‘개새끼....!’


결국 지금의 지옥 같은 근무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자신의 품에 안기라는 노인태의 말, 그런 노인태 소령을 잠시 노려보던 도미령은 그대로 문을 열고 사무실을 나갔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당찬 곳이 있군. 뭐, 그럴수록 더욱 갖고 싶어지지만 말이야.... 크흐흐!”


도미령을 따라 사무실에서 나온 노인태 소령은 식당으로 향하는 도미령의 뒷모습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LA 호텔, 스위트룸.


“이런 씨부랄!!”


술을 마시다 갑자기 한국말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장인우는 취기에 오른 얼굴을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씨팔, 뭐? 사기꾼? 좆도 모르는 새끼들이 뭘 안다고....”


그가 술을 마시고 있는 바 위에 펼쳐져있는 오늘 날짜의 신문, 그 신문에는 유달리 눈에 확 띄는 장인우의 사진이 실려있었다.

하지만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과는 달리 온통 비난 일색으로 가득한 기사의 내용, 장인우는 언뜻 봐도 굉장히 독해보이는 술이 담겨있는 술잔에 입을 대고 고개를 젖혔다.


“뭐야? 벌써 다마신거야?”


아무리 젖혀봐도 한방울도 나오지 않는 술잔을 내려놓은 장인우는 혀가 꼬인 발음으로 바텐더를 불렀다.


“이봐! 여기 한잔 더!”

“죄송하지만 더 이상 술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만 귀가를 하시는게....”

“뭐!? 이런 씨팔, 크크크크! 이젠 이깟 술집마저 나를 무시해!!? 내가 누구인지 몰라!? 어!!”


쨍그랑!


장인우는 부아가 치미는 얼굴로 손에 든 술잔을 바텐더에게 던졌다. 그러자 바텐더의 뒤에 진열되어있던 술병을 맞추며 사방으로 튀는 유리조각들, 결국 바텐더는 표정을 굳히며 누군가를 불렀다.


“이봐! 여기 이 손님 내보내! 당장!”

“이! 이봐! 이 개새끼들이 누굴 보내고 말고 한다는거야!! 내가 다트 세계 챔피언...”


술에 취한 고주망태들을 많이 상대해 봤는지 능숙하게 장인우를 양쪽에서 들고 술집 밖으로 들고나가 길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덩치들, 장인우는 그런 덩치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추태를 부렸다.


“야 이 새끼들아! 내가 동양인이라고 이러는 거지!? 왜? 옐로우멍키가 돈 좀 버니까 아니꼬와서 미치겠냐!? 시발 양키 새끼들, 우리 동양인들이 와서 산업발전 시켜준게 얼만데...”

“이 사람, 뭐라는거야?”

“몰라, 한국말인 것 같은데 보나마나 주정이겠지 뭐. 이만 들어가자고.”


덩치들이 다시 술집으로 들어가고 차가운 인도바닥에 혼자 남겨진 장인우는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뭐!? 전자석으로 사기를 쳐? 전자석 같은 소리 하라 그래! 전자석이 내 힘을 흉내나 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러게요, 당신이 자석인데 말이죠.”

“누...누구야!!?


자신을 자석이라고 말하는 사내의 목소리를 들은 장인우는 술로 인해 어지러운 이마를 부여잡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검은 머리의 동양인 사내, 그는 인도에 쓰러져있는 장인우의 앞에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우리들의 능력은 많은 사람이 알아서 좋을게 없으니까.”

“우리...들? 능력?”

“일단 지금은 너무 취했으니 나중에 자세한 얘기를 나누는게 좋겠군요.”

“무슨 소리야 새꺄!! 말하려면 지금....”


갑자기 나타나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사내의 멱살을 잡은 장인우의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일단 푹 주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너 이새끼.... 으으음.....”


결국 성난 파도처럼 밀려드는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는 장인우, 그런 그를 안됐다는 듯한 눈빛으로 잠시 바라보던 사내는 이내 장인우를 두 손에 안아들고 어딘가로 향했다.









다음날,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일어난 장인우는 깨질 듯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손으로 부여잡으며 냉장고로 향했다.


“아오 머리야, 대체 어제 얼마나 마신거지? 어디보자, 물이.... 응? 여긴 어디야?”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던 그는 자신이 생전 처음 보는 방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창 잘나갈 때 묵던 스위트룸 보다는 못하지만 꽤나 넓고 고급스러운 방의 모습, 장인우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여긴....”


장인우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복도를 걸으며 집안 곳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림잡아서 방이 50개는 되는 듯한 대형저택을 거닐던 그의 귀에 들려오는 타닥거리는 소리, 그 소리를 쫓아간 장인우는 방문을 벌컥 열어제꼈다.


“넌... 누구지? 날 왜 여기로 데려온거야!?”

“.....”


방안에는 앳되어 보이는 한 소년이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런 소년을 향해 큰 소리로 자신을 왜 데려왔는지 묻는 장인우, 하지만 그런 장인우를 잠시 바라보던 소년은 이내 고개를 돌리며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이봐! 너! 사람 말이 안들려!?”

“1층 거실.”

“뭐!?”

“1층 거실로 가봐. 널 데려온 사람은 거기에 있으니까.”


장인우는 딱 봐도 자기보다 한참은 어린 소년이 반말로 말하자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어린놈의 자식이 말하는 싸가지가 아주!!”

“반말은 네가 먼저 하지 않았나?”

“네가? 이런 싸가지를 밥 말아 먹은 호로자식을 봤나! 니네 집엔 삼촌도 없어!? 어!!”

“없어, 아버지가 3대독자였거든.”

“아~ 삼촌이 없어서 이렇게 삼촌뻘인 사람에게 예의를 밥 말아 드셨나?”

“너 같은 놈이 내 삼촌이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겠지.”

“이런 개...”


“일어나셨네요?”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오려는 그 순간에 장인우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 장인우는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

“용진이가 마음은 착한데 가끔 저렇게 퉁명스러울때가 있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아, 저는 이윤영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아, 네.... 자, 장인우라고 합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윤영의 모습에 매료되어버린 장인우는 홀린 듯한 표정으로 이윤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윤영은 자신을 너무 빤히 바라보는 그 눈길이 조금 부담스러웠는지 살짝 시선을 피하며 장인우에게 말했다.


“1층으로 가요, 정수오빠가 기다리고 있어요.”

“정수? 설마 어제...”

“네, 인우씨를 이곳으로 데려온 사람이요.”


이윤영을 따라 1층 거실로 내려온 장인우는 거실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신문을 보고 있는 한 사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넌 어제 그!!”

“예상보단 빨리 일어났네요. 어제 상태를 보니 오후나 돼야 일어날 줄 알았더니.”

“날 여기로 왜 데려온거지? 아니 그전에, 너희들은 대체 누구야!!?”

“너희가 누구냐고 묻는 것은 잘못된 질문입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람을 이렇게 납치를 해는데 너희가 누구냐고 묻는건 당연한거 아냐?”

“어제 제가 한 말이 다시 떠올려보세요. 아마 또렷하게 기억날테니까.”

“어제 네가 한말이라면....”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우리들의 능력은 많은 사람이 알아서 좋을게 없으니까.’


장인우는 눈 앞의 사내가 전날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이상하군, 어제 일은 거의 다 필름이 끊겨 있는데 왜 이놈을 만난 기억은 이리도 또렷한거지? 그리고 우리들 능력? 설마 이 사람들도...’


보던 신문을 반으로 접어 탁자위에 던진 사내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장인우를 향해 말했다.


“표정을 보니 기억난 듯 싶은데.... 이제 다시 물어보시겠어요?”


사내의 말을 들은 장인우는 정수라고 불린 사내와 이윤영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너희는... 아니, 대체 우리는 누구지?”


장인우의 물음을 받은 정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시메트러.”

“시메트러? 그건 또 뭐야!?”

“균형을 맞추기 위한 어느 한쪽일 수도, 소용돌이의 중심일 수도 있는 존재라고 해두죠.”

“균형, 소용돌이... 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차차 알게 될겁니다.


정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장인우의 얼굴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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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외전]도미령과 장인우(5) 17.07.16 423 3 14쪽
205 [외전]도미령과 장인우(4) 17.07.13 409 3 16쪽
» [외전]도미령과 장인우(3) 17.07.11 445 4 13쪽
203 [외전]도미령과 장인우(2) 17.07.08 429 5 15쪽
202 [외전]도미령과 장인우(1) 17.07.05 475 4 16쪽
201 달을 가린 구름, 구름을 가린 손 17.06.30 539 3 16쪽
200 달을 가린 구름, 구름을 가린 손 +2 17.06.28 469 3 15쪽
199 달을 가린 구름, 구름을 가린 손 17.06.27 489 3 19쪽
198 달을 가린 구름, 구름을 가린 손 17.06.21 580 4 15쪽
197 달을 가린 구름, 구름을 가린 손 17.06.16 512 4 13쪽
196 달을 가린 구름, 구름을 가린 손 +1 17.06.15 537 3 15쪽
195 달을 가린 구름, 구름을 가린 손 +2 17.06.13 585 3 13쪽
194 달을 가린 구름, 구름을 가린 손 17.06.09 658 3 12쪽
193 달을 가린 구름, 구름을 가린 손 17.06.07 622 2 14쪽
192 달을 가린 구름, 구름을 가린 손 17.06.01 648 2 11쪽
191 달을 가린 구름, 구름을 가린 손 +1 17.05.30 602 3 13쪽
190 무너지는 센터 17.05.25 1,122 5 14쪽
189 무너지는 센터 +1 17.05.23 531 4 13쪽
188 무너지는 센터 17.05.18 602 3 15쪽
187 무너지는 센터 17.05.17 609 3 13쪽
186 무너지는 센터 17.05.16 615 3 15쪽
185 무너지는 센터 +1 17.05.11 592 3 12쪽
184 무너지는 센터 17.05.10 583 6 15쪽
183 무너지는 센터 17.05.02 613 4 13쪽
182 무너지는 센터 17.04.28 614 5 16쪽
181 무너지는 센터 17.04.26 992 5 13쪽
180 무너지는 센터 17.04.25 866 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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