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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쌓인 일기장] 무제...

새벽 1 49.

커피 생각이 간절해서 가스레인지에 물을 올린다.

물이 끓는 동안 얼마 남지 않은 탄자니아 원두를 분쇄기에 탈탈 털어 넣고 드르륵 드르륵 곱게 간다.

드리퍼에 필터를 드리우고 곱게 간 원두를 넣고 물이 끓기를 기다려본다.

이윽고 주전자가 삐 하면서 물이 다 끓었음을 알린다. 가스레인지를 끄고 10여 초쯤 기다린다.

드리퍼를 서버에 올려놓고 머그잔을 전자레인지로 돌려 데워놓는다.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린다.

까만 보석방울이 똑똑 떨어지면서 차츰차츰 서버 밑바닥부터 커피가 고이기 시작한다.

커피를 다 내리면 머그잔에 붓고 서재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는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한글2010을 연다.

그리고 곰오디오를 실행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진혜림이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A Lovers Concerto’를 들으며 자판을 두드린다.

하얀 백지 같은 실행화면에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무수한 문장들을 하나하나 옮긴다.

은은한 커피향이 방안 가득 퍼질 때쯤이면 하안 여백이었던 한글창도 깨알 같은 문장들로 채워진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이것이 바로 어느 미중년 작가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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