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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유니버스

두억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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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작품등록일 :
2012.10.08 21:24
최근연재일 :
2017.03.14 08:26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5,585
추천수 :
256
글자수 :
97,337

작성
16.12.23 01:03
조회
2,380
추천
22
글자
10쪽

Target. 01: 도화선 (1)

DUMMY

당신은, 단지 친절을 베풀었던 것뿐이다.


당신은 최한경이다.

스물여섯 살이고, 명문여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내로라하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당신의 아버지는 중학교 수학교사로 20년째 근속 중이고, 어머니는 집근처에서 작은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비록 부자는 아니지만 충분히 유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

당신은 형제가 없다.

하지만 당신의 부모는 당신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다. 당신은 훌륭한 부모 밑에서 올바른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당신은 교만하지 않고 남을 배려할 줄 알며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그래서 당신은 어릴 적부터 인기가 많았다. 때론 당신을 시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당신은 개의치 않았다.

당신은 언제나 긍정적인 사람이다.


당신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박동균이다.

서른 살이고 대학 시절에 같은 학과 선배의 주선으로 처음 만났다.

그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다. 그리고 당신과 마찬가지로 형제가 없다. 하지만 당신처럼 명문대 출신은 아니다.

그는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을 포기하고 친구들과 함께 IT계열의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단순한 방식의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여 적잖은 수익을 올린 그는 자신감을 얻어 본격적인 온라인 게임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3년에 걸쳐 개발한 온라인 게임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그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다.

덕분에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성공한 청년 실업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돌연 친구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다시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올해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처음엔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당신의 부모님도 이젠 친자식처럼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에 당신은 프러포즈를 받았다. 그는 대학원을 마치면 미국으로 유학을 갈 계획이었다.

그는 당신이 함께 가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당신을 위해 많은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당신은 기꺼이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당신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가 될 것이다.

당신 스스로도 자신을 무척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당신은 오늘 퇴근 후에 그와 함께 압구정에 있는 유명 디자이너의 웨딩드레스 숍을 방문하기로 했다.

다음 달에 있을 결혼식에서 입을 웨딩드레스를 고르기 위해서였다.

당신은 퇴근 시간까지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도무지 일에 집중하지 못해서 상사에게 몇 번이나 핀잔을 들었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하루 온종일, 당신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당신은 부푼 가슴을 안고 퇴근 시간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시계바늘이 6시를 가리켰다.


당신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방을 챙기고 사무실을 나섰다.

동료 여사원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옥 현관으로 내려왔을 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도저히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약속이 생겨버려서 10분 정도 늦는다고 했다.

원래 그는 회사 앞으로 차를 가져와서 그녀를 태우고 갈 생각이었다.

당신은 괜찮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냥 숍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는 당신에게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했다.

당신은 괜찮으니 개의치 말고 일을 잘 마무리하라고 그에게 말한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그도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뜻하지 않게 혼자서 압구정까지 가야했지만 당신은 전혀 언짢지 않았다.


당신은 사옥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오늘따라 발걸음이 가볍다.

당신은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계단을 내려간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노파가 혼자서 커다란 봇짐을 두 개나 들고 낑낑거리면서 올라오고 있다. 퇴근 시간이라 오가는 사람이 꽤 많았지만 아무도 그 노파를 도우려하지 않는다.

당신은 시계를 본다.

아직 여유는 있었다.

당신은 노파에게 다가간다.

“할머니,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이고, 고마워라.”

노파는 당신의 호의를 사양하지 않는다.

당신은 노파의 봇짐을 나눠들고 보조를 맞추며 천천히 계단을 오른다. 지상으로 올라와서 짐을 내려놓자 노파가 고맙다며 고개를 몇 번이고 숙인다.

“정말 고마워, 아가씨.”

“아니에요. 당연한 일을 한 건데요.”

“아가씨가 요즘 사람 같지 않고 정말 착하네. 저기 근데······.”

노파가 조심스럽게 당신의 눈치를 살피며 말끝을 흐린다. 뭔가 부탁이 있는 눈치다. 당신은 웃으면서 말한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다른 건 아니고. 아, 이거 정말 염치가 없는 것 같아서······.”

“무슨 일인데요? 괜찮으니까 말씀해보세요.”

“실은 내가 허리가 좀 안 좋아. 이렇게 아가씨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오긴 했는데, 또 저걸 들고 아들네 가게까지 갈 생각을 하려니 막막해서 말이야.”

“아드님 가게가 여기서 먼가요?”

“아니, 그렇게 멀진 않아. 바로 저기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있어.”

노파가 손가락으로 후미진 주점 골목을 가리킨다.

당신은 잠시 망설인다.

“아니야, 그냥 해본 소리니까 신경 쓰지 말고 이제 아가씨 갈 길 가. 여기서부턴 혼자서 어떻게 되겠지. 괜찮으니까 얼른 가봐.”

노파가 바닥에 있는 봇짐들을 든다.

하지만 인상을 쓰며 용을 쓰는가 싶더니 어이쿠, 신음을 내뱉으며 짐을 떨어뜨린다.

당신은 얼른 노파를 부축한다.

무리를 했는지 노파의 표정이 좋지 않다.

“할머니, 저랑 같이 들어요. 이건 제가 들게요. 저기라고 했죠.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아, 정말? 아이고, 진짜 미안해서 어쩌지. 괜히 바쁜데 나 때문에 시간을 뺏기는 건 아닌지 몰라.”

“괜찮아요. 주세요, 이리.”

당신은 노파의 봇짐 중 큰 것을 든다. 그리고 계단을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노파에게 보조를 맞추며 천천히 걷는다.

가까이에 본 골목은 생각보다 길고 으슥했다.

취객들이 오가면서 싸질러놓은 오래된 배설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당신은 악취 때문에 선뜻 안으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그사이에 노파가 당신을 앞지른다.

“힘들어?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아, 아니에요.”

당신은 최대한 숨을 참으며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절반 정도 들어가는데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

무리 걸어 들어가도 가게는커녕 간판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확인하려고 노파를 본다. 이상하다.

분명히 한쪽 다리를 절었는데 지금은 정상인처럼 똑바로 걷고 있다.

당신은 갑자기 두려움을 느낀다.

뭔가 커다란 실수를 한 것 같다.

당신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선다.

덩달아 노파도 걸음을 멈추고 당신을 돌아본다.

“왜 그래? 이제 다 왔는데.”

노파의 목소리가 처음과는 달리 싸늘했다.

당신은 소름이 돋았다. 봇짐을 내려놓는다. 그

걸 보고 노파가 짜증을 낸다.

당신은 개의치 않고 돌아선다.

당신 안의 본능이 소리친다.

달아나! 달아나라고!

그 목소리에 섞여, 뒤에서 노파가 지르는 고함이 들린다.

“어딜 가! 야, 이년아!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무시무시한 욕설이 당신의 뒤통수를 때린다.

당신은 달리기 시작한다.

다리를 절던 노파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쫓아온다.

구두가 벗겨진다.

너무 비싸서 지갑이 얇은 사람은 엄두도 못내는 명품 브랜드. 그가 당신에게 처음으로 준 생일선물이다. 너무나 소중하게 아끼는 구두라 특별한 날에만 신는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그만큼 당신에겐 의미가 큰 구두다.

하지만 당신은 멈출 수 없다.

계속 달린다. 계속.

그사이에도 노파는 두 다리를 멀쩡하게 움직이며 악귀 같은 무시무시한 얼굴로 당신을 바짝 뒤쫓고 있다.

달리는 속도가 당신보다 더 빠른 것 같다.

당신은 두려워 눈물을 흘린다. 머릿속에 온갖 상념이 떠오른다.

왜, 내가 이런 일을 겪고 있어야

하는가. 그저 다리가 불편한 노파를 도와줬을 뿐인데.

당신은 울면서 가족과 연인을 떠올린다.

그렇다.

당신에겐 언제 어디서든 당신을 도와줄 사람들이 있다.

당신은 허겁지겁 핸드백에서 휴대전화를 꺼낸다.

단축번호 1번. 당신이 사랑해마지않는 연인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고, 그가 전화를 받는다.

당신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소리를 친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시커먼 손이 나타나 당신의 입을 막는다.

두텁고 억센 남자의 손이다.

당신은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를 놓친다.

당신을 붙잡은 남자가 휴대전화를 거칠게 걷어찬다.

휴대전화 수화기에서 당신을 애타게 부르는 연인의 목소리가 빠르게 멀어져간다.

휴대전화는 어딘가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당신이 당황하는 사이에 다른 손이 당신의 허리를 우악스럽게 끌어안는다. 당신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발버둥을 쳐본다. 하지만 당신에겐 남자의 손을 뿌리칠만한 힘이 없다.

“얌전히 있어. 그러다가 예쁜 얼굴에 흉터 생긴다?”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나 당신의 얼굴에 시퍼런 나이프를 들이댄다.

당신은 눈물을 흘린다.

“에고고, 망할 년이 갑자기 뛰고 지랄이야. 아이고, 숨 차라.”

“고생했어, 이모. 누가 보기 전에 빨리 뜹시다.”

나중에 나타난 남자가 히죽 웃더니 점퍼주머니에서 축축하게 젖은 손수건을 꺼내 당신의 코와 입을 덮는다. 당신은 몸부림을 쳐보지만 서서히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간다. 의식이 추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암흑이, 절망이 당신을 집어삼킨다.

당신은 정신을 잃었다.

처음 나타났던 남자가 기절한 당신을 등에 업고 달리기 시작한다.

당신은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다.

당신은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운이 나빴다.


당신은, 단지 친절을 베풀었던 것뿐이다.


작가의말

흑상어의 유료화 결정을 놓고,

고민하는 동안 기다려주는 분들을 위해

창고(?)에 꿍쳐두었던 원고를 하나 꺼냅니다.


흑상어에 등장하는 북한 아제를 기억하십니까?

본작 두억시니는 표인범의 라이벌이 주인공인 본격 액션스릴러소설입니다.

‘아저씨’, ‘잭 리처’, ‘맨 온 파이어’, ‘이퀄라이저’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면

조금이나마 흡족해하지 않을까 감히 말씀을 드려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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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Target. 01: 도화선 (10) 16.12.24 66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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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arget. 01: 도화선 (4) 16.12.23 826 14 12쪽
3 Target. 01: 도화선 (3) 16.12.23 1,137 19 15쪽
2 Target. 01: 도화선 (2) 16.12.23 1,546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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