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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최초의 소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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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3.16 04:35
최근연재일 :
2024.05.1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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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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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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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진 시체쟁이들

DUMMY

알렌의 부탁에 함께 방을 나온 두 사람 곧장 남작의 집무실로 향했다.


"아버지께서 너를 보면 무척 기뻐하실 거다. 이번 영지전의 승리로 우리가 발견한 철광산의 권리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으니까."


"철광산? 그것이 이번 영지전의 원인이었습니까?"


펠라이드의 말에 승리의 기쁨에 미소를 짓던 알렌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말하자면 길지만.. 그래. 그 빌어먹을 놈의 계략 때문에 이번 영지전이 일어났지."


"무슨 일이었는지 여쭤봐도 됩니까?"


펠라이드의 말에 알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덕분에 큰 피해 없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는데 그 정도 알려주는 건 별 것 아닌 일이지."


이후에 알렌이 말한 이번 영지전의 계기는 생각보다 흔한 일이었다.


질좋은 철광산이 엘레무어의 영지 근처에서 발견이 됐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어느 귀족이 철광산을 빼앗기 위해 명분을 만들어 영지전을 신청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명분이라는 것이..


"그때는 분명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뒤에서 가족을 욕보인 그 놈에게 주먹을 날렸을 거다."


영지전의 비화를 끝까지 들은 펠라이드가 속으로 혀를 찼다.


'아직 어리긴 어리구먼..'


비록 알렌의 행동이 이해가 되긴 했지만, 귀족은 그 언행 하나하나가 가문의 평판과 미래에 직결되는 것이기에 신중해야했다.


분하더라도 그 순간은 참고 후에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푸른 핏줄에 걸맞는 행동일 것이었을 테지만.


보아하니 이 어린 귀족의 푸른 피는 아직 완연한 푸른빛을 띠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내 잘못이 더 크긴 하지. 그 놈이 그런 식으로 말했더라도 내가 그랬으면 안됐다."


알렌이 펠라이드를 바라보며 머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영지전을 승리로 이끌어준 것에 네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하고 싶군."


".. 그래도 점점 짙어지는 중인가."


"그게 무슨 말이지?"


펠라이드가 무심코 뱉은 혼잣말을 들은 알렌이 되물었고, 펠라이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후 말없이 복도를 걷던 두 사람은 어느새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신 풍기는 방문 앞에 다다랐다.


"도착했다. 여기가 아버지의 집무실이야."


"먼저 들어가시지요."


펠라이드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 알렌이 집무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아버지, 알렌입니다."


"들어오너라."


온화한 목소리로 들려오는 대답에 알렌이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집무실 한가운데에 자리한 테이블에 앉아,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더미 사이에서 부지런히 펜을 놀리고 있는 남작이 펠라이드의 눈에 들어왔다.


이윽고 알렌과 펠라이드가 집무실로 들어가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은 남작이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래, 이 아이가 바로 그 펠라이드라는 아이냐?"


"네, 그렇습니다."


"직접 보니 더더욱 믿을 수가 없군."


남작이 놀란 듯 눈을 키우며 펠라이드를 바라봤다.


"이렇게 어린 아이가 테르나르의 기사단장의 목을 벤 것도 놀랍지만 심지어 발투르의 축복까지.. 정말 대단하구나."


남작은 펠라이드가 켈튼의 목을 벤 것 외에도 발투르의 축복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펠라이드가 자신을 왕가의 사람처럼 대우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을 전해 들은 탓인지, 남작은 그를 마치 평범한 아이를 대하듯 했다.


'확실히 연륜이 있어서 그런가 알렌과는 다르군.'


알렌과 달리 자신을 대하는 남작의 태도에는 어색함이나 부자연스러움이 없었다.


이에 남작을 보던 펠라이드가 고개를 천천히 숙이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과찬은 무슨.사실일 뿐이니 말이야."


펠라이드의 겸손한 대답에 씩 웃으며 서류 더미로 가득한 테이블에서 일어난 남작이 테이블 바로 앞에 마주 보고 놓여져 있는 소파의 상석에 앉으며 말했다.


"일단 두 사람 모두 서 있지 말고 여기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 하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남작의 권유에 동시에 대답한 두 사람이 각자 그의 좌우에 있는 빈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잠시 후, 남작이 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먼저, 알렌."


"네, 아버지."


알렌이 긴장한 듯 대답했다.


"이번 영지전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것이 있었으리라 믿는다."


남작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잠시 침묵하던 알렌이 이내 고개를 들어 단호한 투로 답했다.


"네, 아버지가 말씀해주신 대로 귀족에게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알렌을 보는 남작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영지전을 치르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


".. 감사합니다, 아버지!"


알렌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오르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남작이 곧바로 옆자리에 앉은 펠라이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펠라이드, 영지전을 치르면서 누적된 피로가 있을텐데 쉬지도 못하게 불러서 미안하군."


"괜찮습니다. 밤이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걱정 마십시오."


"히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안도의 미소를 지은 남작이 말을 이었다.


"사실 내일 있을 승전식에서 만나도 될 일이지만, 자네를 먼저 부른 이유는 따로 있어."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겠다는 듯 펠라이드가 침묵한 채 눈을 껌뻑이자 남작이 말을 이었다.


"승리에 대한 포상 말이다. 듣기로는 특별히 바라는 것이 없다 들었는데. 정말 그런 건가?"


보통 영지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승전식을 열리고, 영지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공훈에 따른 포상이 이루어진다.


국가 간의 전쟁과 달리 소규모 영지전의 경우, 그 포상은 일반적으로 금은보화나 질 좋은 병장기와 같은 재물로 주어지는 게 관례였다.


그리고 이번 엘레무어와 테르나르 간의 분쟁은 철광산의 권리를 두고 일어난 소규모 영지전이었기에 공훈에 걸맞는 재물로 포상하면 그만일 터였다.


하지만 남작은 이번 영지전의 승리를 이끈 영웅에게 다른 이들과 같이 평범하게 포상을 줄 생각이 없었다.


"처음에는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골드로 포상을 하려 했다만 그냥 너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혹시 바라는 것이 있느냐?"


남작의 진심 어린 말에 침음을 흘린 펠라이드가 속으로 쓰게 웃었다.


'바라는 것이라.. 그건 네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금은보화와 질 좋은 병장기들?


있으면 좋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물질적인 가치는 단 하나의 이름 앞에서 그 빛이 퇴색되어 버린다는 것을 전생에서 겪어보지 않았던가?


바로 '소드 마스터라'라는 이름 아래 말이다.


"정말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혹시나 바라는 게 생긴다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렇군.. 알겠네. 그럼 포상은 내가 알아서 정해서 내일 자네에게 전달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남작님."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펠라이드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없어보이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남작이 주머니에서 엘레무어의 상징이 정교하게 수놓아진 반지를 꺼냈다.


"내일 자네가 가져갈 포상과는 별개로 내가 주는 선물이니 받아가게."


펠라이드가 남작에게서 건네받은 반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며 말했다.


"이게 뭡니까?'


"내가 듣기론 자네 기억을 잃었다지?"


펠라이드가 반지에서 시선을 떼고 남작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그렇습니다."


"그럼, 자네는 자네가 누구인지 신분을 증명할만한 것이 있나?"


"없긴 합니다만, 그것과 이 반지가 관련이 있습니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은 남작이 소파에기대고 있던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그 반지는 일종의 증표라네."


펠라이드를 보며 짓던 남작의 미소가 한층 더 따스해졌다.


"엘레무어가 자네의 신분을 보증한다는 증표말이지."


&


"쉬는 것을 방해하게 돼서 다시 한 번 미안했다."


문 앞에 서서 미안한 투로 말하는 알렌에게 펠라이드가 고개를 저었다.


"전혀 방해가 아니었으니 마음에 두지 마시지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그럼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펠라이드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살짝 숙이자 알렌이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띠며 문을 닫았다.


이에 펠라이드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방 한쪽에 놓인 의자에 몸을 기대어 앉았다.


"벌써 어둑해졌나."


생각보다 남작과의 대화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모양이었다.


"엘레무어라.."


무심코 혼잣말을 중얼거린 펠라이드가 손을 들더니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반지를 보며 조금 전에 남작에게서 들은 말을 떠올렸다.


- 갈 곳이 정해져있지 않다면 당분간 엘레무어에 머무르지 않겠나?


물론 당시에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답하겠노라 말했지만.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는 온전히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 있는 이 방이 아니고선 당장에 머무를 곳조차 없는 상황인 지금.


당장은 이곳에 머무르는 게 옳은 결정인 듯 했다.


게다가 전생에서 수련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가사를 도울 시녀 한 명 없이 은거했다가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후회하지 않았던가?


'마법사들이 부러웠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지..'


크지도 않은 집에 혼자 살면서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았던 탓이었다.


물론 공국에 있을 베르난에게 편지를 보내 시녀를 보내달라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진 뒤로는 그냥 그대로 지내게 됐었다.


하지만 펠라이드는 이제는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편한 길을 놔두고 힘든 길을 택했던 과거의 실수를 다시는 반복할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수련에 매진한다 해도, 당장은 극복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마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였다.


'일단 이 작은 몸부터 성장해야 할 터인데.."


얼마전까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 여겨 조급함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발투르의 가호'라는 개념을 알게되어 소드 마스터가 되기 위한 실마리를 얻은 지금은 조급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 망할 시체쟁이 놈들이 그리워질 줄이야.'


펠라이드가 쓴웃음을 지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상시 토벌의 대상이었던 고위 네크로맨서들과 그들이 사용하던 노화 저주가 간절해질 날이 올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몸이 자라길 기다려야 한다면 자신은 그동안 무엇을 하며 기다려야 하는가?


그 해답은 이윽고 노크 소리와 함께 들려온 목소리에서 찾을 수 있었다.


"부름을 받고 온 아놀드와 하르온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자신의 마음에 든 자와 은혜를 갚아야 할 자.


'여흥으로 나쁘지 않겠군.'


목소리가 들리는 문 너머를 향해 시선을 옮긴 펠라이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들어와라."


&


"알아본 것은 어떻게 됐지?"


필스키온 백작이 서명하고 있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묻자 앞에 서 있던 집사가 공손한 자세로 답했다.


"세작이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왕가에서는 그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고 합니다."


"확실한가?"


백작의 되묻는 말에 집사가 고개를 숙였다.


"네, 백작님도 아시다시피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정보입니다."


"그렇군."


열심히 움직이던 펜을 내려 놓은 백작이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고작 그런 변방에 있는 가문간에 일어난 일에 국왕이 개입했을리 없다."


백작의 말에 집사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말씀은.."


"국왕이 개입한 것이 아니라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지 않겠나?"


천천히 입을 여는 백작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맺혔다.


"왕족이 아님에도 발투르의 축복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 재능을 타고난 아이이거나.."


집사를 바라보는 백작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왕족의 사생아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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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왼팔과 오른팔 24.05.10 21 0 13쪽
» 그리워진 시체쟁이들 24.05.09 27 0 12쪽
11 왕가의 핏줄 24.05.07 41 0 13쪽
10 일기토 24.05.05 56 2 12쪽
9 고개 숙인 푸른 핏줄 24.05.04 55 2 12쪽
8 작은 괴물과 두 가문 24.05.02 55 2 12쪽
7 증명과 검증 24.04.25 60 3 12쪽
6 소년병 24.04.19 64 2 12쪽
5 마나가 무엇인지 아느냐? 24.04.12 78 3 12쪽
4 오러? 그게 뭐지? 24.04.02 100 3 13쪽
3 새로운 세계 24.03.26 122 4 12쪽
2 깨지 않는 꿈 24.03.20 150 4 13쪽
1 프롤로그. 24.03.17 163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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