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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눈 떠보니 최초의 소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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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3.16 04:35
최근연재일 :
2024.05.10 13:37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995
추천수 :
29
글자수 :
69,292

작성
24.03.17 21:41
조회
164
추천
4
글자
6쪽

프롤로그.

DUMMY

매끄러운 목재의 옅은 갈색빛이 인상적인 자그마한 나무 집.


머리가 새하얗게 센 노인이 집 안 가득 온기를 퍼트리는 벽난로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코를 골고 있었다.


"드르렁.."


노인의 손 끝에는 잠에 빠지기 전까지 읽은듯한 책이 바닥에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고.


- 탁


"음.. 잠시 졸았던 모양이군."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이 떨어짐과 동시에 잠에서 깬 노인이 무거운 엉덩이를 떼지 않은 채 허리를 굽혔다.


"끙.."


떨어진 책을 주워 먼지를 털어낸 노인이 벽난로 속에서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땔감을 바라봤다.


아궁이 속에서 제 몸을 바쳐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것이 마치 반 평생 모든 것을 공작가에 바친 자신의 일생과 같아 보였다.


"좋은 시절이었지.."


절친한 친우이자 이제는 자신의 주군이 되어버린 베르난이 공작이 아닌 평범한 시골 청년일 때부터 함께 했었고.


비록 지금은 은퇴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세워진 공작가가 대륙 최고의 공국이 될 때까지 곁에서 보필해왔다.


"베르난이 황제께 공작위를 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난 삶을 통틀어 가장 벅차올랐던 순간을 떠올린 노인이 이제는 주름이 자글자글해 말라비틀어진 손등을 보며 쓰게 웃었다.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군.."


일생에 후회는 없었다.


지나쳤던 일들을 돌아보며 후회할 정도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미련이 있다면.


"결국 그 곳에는 닿지 못했구나.."


베르난이 시골 청년이던 시절 때부터 함께 등을 맞대며 적들에게 검을 휘두르던 때부터 염원해오던 자신의 꿈.


공국이 세워지고 바라는 대부분의 것을 손쉽게 가질 수 있었던 공작가의 개국공신이 되었음에도 가질 수 없었던 단 한 가지.


소드 마스터.


"후..평생을 바래 왔건만.. 결국 끝까지 바램으로 남겠구나."


씁쓸한 한숨을 내뱉은 노인이 문득 꽂혀 있는 책 한 권 없이 텅텅 비어 쓸쓸하게 벽을 등지고 있는 거대한 책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결국 나는 여기까지였던 게지.."


은퇴를 이야기 하던 당시 공작이 된 친우에게 말했었다.


비록 허락된 시간은 많지 않겠지만 이제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남은 여생을 보내겠노라고.


그리고 그런 자신의 말에 공작이 되었음에도 주책맞게 눈시울을 붉히며 미소 짓던 베르난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 펠라이드, 자네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지. 그동안 내 곁에 있어줘서 참으로 고마웠네."


- 자네가 꿈을 이루는 것에 집중 할 수있도록 내가 물심양면으로 돕도록 하겠네.


그렇게 공작가를 나오고 은퇴 이후에 살기 위해 준비해 둔 집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웬 처음 보는 거대한 책장에 수많은 책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어 깜짝 놀랐었다.


"허허, 처음엔 웬 책장인가 했는데 말이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편지 덕에 책들로 꽉찬 책장이 베르난이 보낸 선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마나 심법과 검술에 관련한 서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그 순간부터 미친 듯이 책을 탐독하고 또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꽤 시간이 흐른 지금.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국 소드 마스터의 벽을 넘지 못했고 이렇게 흔들의자에 앉아 몇 번이고 봤던 책들을 다시 읽는 것이 일상이 된지 오래였다.


"이 책이 마지막인가.."


이미 불에 타 없어진 다른 책들처럼 지금 손에 들려있는 책 역시 더 이상 보지 않고도 그 내용을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머릿속에 각인됐기에.


"너도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어 고맙구나."


무릎 위에 놓여져 있던 책을 쓰다듬던 노인이 이내 늘 하던 것처럼 책을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던졌다.


- 타닥


이에 천천히 타들어가던 땔감 위에 겹쳐진 책이 점점 형태를 잃어가자 그 광경을 지켜보던 노인이 마음이 복잡한 듯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래도 나 역시 너처럼 있는 힘껏 불태웠으니 후회는 없구나."


- 정말 그런가?


"?!"


뜬금없이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노인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잘못 들은 건가?"


웬만한 마법사는 간파해 내지도 못할 위장 마법이 이 집에 펼쳐져 있었기에 침입자는 가당치도 않았다.


그렇기에 환청이라 생각한 노인이 다시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 나도 이제 갈 때가 됐나 보군."


- 정말 후회가 없는 것인가?


"..?!"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노인이 마나의 파장을 넓게 퍼트렸지만 감지되는 것은 전무했다.


- 정말 후회가 없는 삶이었나?


반복되는 질문에 이제는 환청이든 침입자든 아무런 상관없다는 노인이 중얼거렸다.


"허,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모르겠다만 후회는 없다네. 하지만 다음 생이 있다면.."


허공을 향해 뱉은 말이 자신도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한 노인이 말을 이었다.


"그때는 소드 마스터가 바라보는 세상이 어떤지 꼭 알고 싶구먼."


- 알겠다.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던 목소리가 처음으로 긍정함과 동시에 마지막 책을 삼킨 뒤로 더 강하게 타오르던 아궁이 속 불꽃이 순식간에 몸을 키우기 시작했고.


"이, 이게 무슨..?!"


- 펑!


쩌렁쩌렁한 폭발음과 동시에 순식간에 노인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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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왼팔과 오른팔 24.05.10 21 0 13쪽
12 그리워진 시체쟁이들 24.05.09 27 0 12쪽
11 왕가의 핏줄 24.05.07 41 0 13쪽
10 일기토 24.05.05 56 2 12쪽
9 고개 숙인 푸른 핏줄 24.05.04 55 2 12쪽
8 작은 괴물과 두 가문 24.05.02 55 2 12쪽
7 증명과 검증 24.04.25 61 3 12쪽
6 소년병 24.04.19 64 2 12쪽
5 마나가 무엇인지 아느냐? 24.04.12 78 3 12쪽
4 오러? 그게 뭐지? 24.04.02 100 3 13쪽
3 새로운 세계 24.03.26 122 4 12쪽
2 깨지 않는 꿈 24.03.20 151 4 13쪽
» 프롤로그. 24.03.17 165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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