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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3.16 04:35
최근연재일 :
2024.05.10 13:37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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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6
추천수 :
29
글자수 :
69,292

작성
24.05.0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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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일기토

DUMMY

시간은 흘러 일기토를 치러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엘레무어와 테르나르 두 가문은 약속된 장소인 평원의 정 가운데에서 멀찍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했고.


평원에 있는 모두가 일렁이는 바람을 맞으며 침묵 속에 일기토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엘레무어의 진영에서 한 소년이 겉보기와는 다르게 능숙한 솜씨로 말에 올라타자, 이를 지켜보던 알렌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펠라이드 정말 그 가죽 갑옷으로 충분한 거냐?“


“괜찮으니 염려 마십시오. 그리고 제 체격에 맞는 갑옷도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다만..”


알렌이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안에 얇은 체인이라도 덧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의미로..“


”무슨 걱정을 하시는 지 잘 알겠습니다만. 정말 괜찮습니다.“


단호한 펠라이드의 태도에 더 이상 권유할 수 없던 알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무운을 빌도록 하지.“


알렌에게 고개를 가볍게 숙인 펠라이드가 평원의 중심을 향해 말을 몰기 시작했다.


이에 멀어지는 펠라이드의 뒷모습을 보던 알렌 작디 작은 어린아이에게 이번 영지전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며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부디 엘레무어에 승리를 안겨주길..”


&


펠라이드가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자 이곳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테르나르의 대리자가 억누른 분노를 터트리듯 외쳤다.


”네놈, 기다리고 있었다!"


“불필요한 말은 그만두고, 바로 일기토를 시작하는 게 어떻습니까?"


”아니, 그 전에.“


테르나르 가문의 대리자가 천천히 투구를 벗어 자신의얼굴을 드러냈다.


이틀 전 자신이 작은 괴물이라는 것을 검증 받기 위해 테르나르의 진영에 혼자 말을 몰고 갔을 당시.


자신을 회유하던 테오의 옆에서 그것을 반대하며 얼굴을 붉히고 있던 자였다.


이름이 켈튼이었던가.


”일기토가 시작 되기 전에 단 두가지만 묻겠다.“


”그렇게 하시지요.“


펠라이드의 덤덤한 반응에 빠득 이를 간 켈튼이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하는 투로 말을 이어갔다.


“.. 테오 님의 제안은 아직 유효하다. 엘레무어를 버리고 테르나르로 올 생각은 여전히 없는 건가?“


펠라이드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그런가..“


펠라이드의 대답에 켈튼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비록 금새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지만.


그 찰나의 미소에서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엿보였다.


“그거 참 다행이군. 여기까지 와서 너를 죽일 기회를 놓친다면 평생을 후회와 미련 속에 살아야 할 것 같았거든."


“두 번째로 물어볼 것은 뭡니까?“


켈튼의 도발과 같은 말에도 펠라이드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을 지켰고.


그런 펠라이드의 반응에 켈튼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본래 하려던 두 번째 질문을 꺼내들었다.


"토미... 아니, 셋째 도련님의 최후는 어떠했나? 기사로서 명예롭게 죽음을 맞이했는가?"


켈튼이 질문과 함께 토미의 죽음이 떠오른 듯 이를 악물며 말을 이었다.


“흉수인 자네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 괴롭지만 어쩔 수 없으니.. 가능하다면 대답해주면 좋겠군.”


켈튼이 부탁하듯 고개를 살짝 숙여보이자, 펠라이드가 미간을 꿈틀거렸다.


'하여간 전이나 지금이나 왜 기사라는 족속들은 매번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려는지 모르겠군.'


물론 전생에서 공작이었던 가장 친한 친우의 검이자 공국의 기사였던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명예로운 죽음?


'개소리다. 명예로운 죽음의 다른 말은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허울뿐인 영광이야.'


전생에서 베르난이 공작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돕기 위해 숱한 전쟁과 위험한 임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함께 사선을 넘나드는 사이 베르난은 어느새 공작이 되어 있었고 자신은 공국의 이인자가 돼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평소와 같이 적의 섬멸과 관련한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특별히 아끼던 후배 기사가 적의 함정에 빠진 기사단을 살리기 위해 본인 스스로 목숨을 희생했다.


그동안 전장에서 적군과 아군의 죽음은 일상이었지만, 아끼던 이의 최후를 눈앞에서 목격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기에.


그 비보를 직접 전하기 위해서 유족들을 마주했어야 했고.


그 중 하나였던 후배의 부인이 문드러지는 가슴을 삭히는 듯이 조곤조곤 내뱉은 말은 지금도 머릿속에 선명했다.


- 그 빌어먹을 명예와 기사도가 제 남편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소리이군요.


- 부인.


- 펠라이드 님, 우리는 이제 남편의 목숨과 바꾼 말뿐인 명예와 빈 껍데기 같은 영광과 함께 살아가겠지만, 만약 펠라이드 님께서도 그런 헛된 이상에 얽매여 계신 것이라면 부디 자신을 위해 사시길 바랄게요.


부인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후배의 죽음이 그 누구보다 고결한 희생이었고 명예로운 죽음이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부인과의 대화는 펠라이드가 생각하던 명에로운 죽음이라는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 충분했고 그 일을 계기로 은퇴를 선언하게 됐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펠라이드는 어찌 보면 무심하다 느껴질 정도의 단호한 말투로 켈튼의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명예롭지 못한 개죽음이었습니다.”


“그래, 마지막은 그래도 명예롭게.. 뭐, 뭐라고?”


“명예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개죽음이라 했습니다."


"..."


신랄한 펠라이드의 대답에 처음에는 할 말을 잃었던 켈튼의얼굴이 점차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고, 격앙된 감정으로 습기가 찬 두 눈은 핏발이 선 채 적의로 점철됐다.


하지만 펠라이드는 그런 켈튼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타고있던 말에서 내려오더니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으며 말했다.


"그럼 더이상 질문이 없는 것 같아 보이니 질질 끌지 말고 시작하시는게 어떻겠습니까?"


".. 오냐."


켈튼이 펠라이드에게 억눌린듯한 목소리로 답하며 말에서 내려섰다.


그리고는 벗어두었던 투구를 다시 쓰더니 순식간에 달라진 분위기로 검을 빼 들며 말했다.


"너는 이곳에서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켈튼은 기사 단장의 자리를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는 듯 자칫 잘못하면 이성을 놓칠 것 같은 거대한 분노를 잘 정제해 안으로 갈무리한 듯 했고.


그 차갑고 고요한 적의가 펠라이드에게도 여실히 느껴졌다.


하지만 켈튼이 어떤 모습을 하든 자신의 승리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기에.


펠라이드가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선공을 양보하겠습니다."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는 군.."


들고 있던 검을 펠라이드에게 겨누며 앞으로 튀어나갈 듯 자세를 낮춘 켈튼이 외쳤다.


"넌 그 말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외침과 동시에 켈튼이 땅을 박차더니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


켈튼의 예상치 못한 빠른 속도에 함께 순간 깜짝 놀란 펠라이드가 다급히 검을 들었고.


- 캉!


서로의 검이 맞닿자 예상치못한 놀라운 결과가 펼쳐졌다.


"이럴 리가.."


펠라이드는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이 방심했다지만, 마나의 개념 조차 모르는 평범한 사람의 힘에 뒤로 밀려나다니!


비록 자신의 몸이 어린아이의 것이라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토미를 단칼에 죽인 작은 괴물이 고작 이 정도 수준이었던 거냐!"


당황하는 펠라이드에게 틈을 주지않으려는 듯 켈튼 크게 외치자 마자 펠라이드를 향해 다시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에 방심했던 이전과 달리 펠라이드는 켈튼의 검에 밀려나지 않았고, 한동안 켈튼과 펠라이드의 공방은 한동안 팽팽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런 공방속에 펠라이드는 확신했다.


'마나를 다룰 줄 모르는 것은 확실하다.'


켈튼에게서 그 어떠한 마나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틀 전이었다면 모를까 미약하지만 현재 자신은 오러를 발현시킬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기에 어떻게든 흘러나오는 마나의 흔적을 놓칠 리 없을 터.


'그럼 대체 이 힘은 무엇이란 말이냐.'


오러가 없다 뿐이지 켈튼의 움직임은 사실상 유라시아 대륙의 기사들과 맞먹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일반인이 마나를 다루는 기사들과 같은 움직임을 낼 수 있는 방법은..


펠라이드가 알고 있는 한 없었다.


"토미의 원수를 갚겠다!"


긴 공방전에도 지친 기색이 전혀 없어 보이는 켈튼이 검을 쉬지 않고 휘두르며 다시 한 번 노호성을 터트리자 펠라이드의 눈이 되려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물어볼 것이 많지만 어쩔 수 없겠어.'


펠라이드가 들고 있던 숏소드를 한층 더 꽉 쥐었다.


'길어질 것 같으니 그냥 끝내야겠군.'


신체 능력과 검술 실력이 같은 기사 두 명이 대련을 할 때, 그 승패는 실전 경험과 무기의 상성, 그리고 지니고 있는 마나의 총량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승패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백 명의 기사에게 묻는다면, 모두가 한결같이 같은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오러일 것이라고.


"후.."


펠라이드가 켈튼과의 오가는 공방 속에 짧게 숨을 내뱉었고 그와 동시에 펠라이드의 마나 하트가 더욱 세차게 마나를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이에 펠라이드의 검에서 기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오러가 미약한 검명과 함께 맺히자, 켈튼이 두 눈을 부름뜨며 경악했다.


- 우웅


"이, 이건?!"


'오러를 알아본다?!'


마나의 흔적은 전혀 풍기지 않으면서 또 오러는 알아보는 듯한 켈튼의 반응에 검과 함께 그의 목을 베려던 펠라이드가 급하게 검을 틀었다.


그렇게 켈튼의 팔이 팔꿈치 아래에서 잘려나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 서걱


"끄아아악!"


멀찍이서 이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양측 진영에 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비명을 지른 켈튼이 양팔이 날아갔다는 사실은 뒷전인 듯 창백한 안색으로 외쳤다.


"어, 어떻게 네가 발투르의 축복을!?"


검에 맺힌 오러를 보며 발투르의 축복이라 언급하는 것을 보니 이 세계에서는 오러를 발투르의 축복이라고 부르는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펠라이드는 켈튼의 이야기를 좀 더 듣기 위해 모르는 척했다.


"발투르의 축복 그게 뭐지?"


"어떻게 네가! 왕가의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발투르의 축복을!?"


"왕가의 사람들? 그자들이 이 발투르의 축복이라는 것을 사용하는 건가?"


펠라이드는 켈튼이 왕가의 기사가 오러를 사용한다는 정보를 말한 것처럼 대화를 이어나간다면 질문한다면 다른 정보들을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켈튼은 그저 비슷한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어떻게 왕가의 사람이 아닌 자가 발투르의 축복을?!"


"그 발투르의 축복이라는 것이 무엇.."


"대체 어떻게!


펠라이드의 말은 들을 생각이 없는 것인지, 켈튼은 앵무서처럼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렇게 소리치기를 수차례 반복하던 켈튼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서 있던 자신이 흘린 피로 물든 땅 위로 무릎을 꿇었다.


"설마.. 왕가에서 나오신 겁니까.."


발투르의 축복이라는 명칭 조차 몰라 물어보던 사람에게 왕가에서 나왔냐 묻다니.


창백하다 못해 이제는 푸르댕댕해진 안색과 함께 헛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켈튼은 이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귀족들간의 분쟁을 왜 왕가에서.."


"나는 왕가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을.. 얼른 레노크 자작님께 알려야.."


생기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켈튼의 모습에 더는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펠라이드가 표정을 굳혔다.


- 서걱


발투르의 축복을 꺼트리지 않은 펠라이드의 검에 켈튼의 목이 몸통과 깔끔하게 분리됐고.


"내가 누군지는 하데른의 강의 너머에 있는 토미에게 물어보거라."


켈튼의 피가 묻은 검을 다시 휘둘러 피를 털어낸 펠라이드가 엘레무어의 진영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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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리워진 시체쟁이들 24.05.09 27 0 12쪽
11 왕가의 핏줄 24.05.07 41 0 13쪽
» 일기토 24.05.05 57 2 12쪽
9 고개 숙인 푸른 핏줄 24.05.04 55 2 12쪽
8 작은 괴물과 두 가문 24.05.02 55 2 12쪽
7 증명과 검증 24.04.25 61 3 12쪽
6 소년병 24.04.19 64 2 12쪽
5 마나가 무엇인지 아느냐? 24.04.12 78 3 12쪽
4 오러? 그게 뭐지? 24.04.02 100 3 13쪽
3 새로운 세계 24.03.26 122 4 12쪽
2 깨지 않는 꿈 24.03.20 151 4 13쪽
1 프롤로그. 24.03.17 165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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