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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님의 서재입니다.

눈 떠보니 최초의 소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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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보이맨
작품등록일 :
2024.03.16 04:35
최근연재일 :
2024.05.10 13:37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997
추천수 :
29
글자수 :
69,292

작성
24.03.26 20:02
조회
122
추천
4
글자
12쪽

새로운 세계

DUMMY

동이 트고 엘레무어 남작가의 상징이 그려진 깃발을 등에 맨 전령이 테르나르의 진영에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전령이 가지고 돌아온 건 적들의 조롱 섞인 말뿐이었고 이곳에 발을 딛고 있는 대부분이 예상했던 대로 일기토는 성사되지 않았다.


"전군은 들어라!"


중갑으로 무장된 말에 올라탄 늙은 기사가 적의 진영을 마주보며 정렬해 있는 병사들의 사이를 천천히 가로지르며 형형한 눈빛을 내뿜었다.


"이곳에 온 병사들 중에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 서있는 자가 몇 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늙은 기사의 외침에 병사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두려움이 너희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도 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곳에 병장기를 들고 서있는 자는 병사들은 결국엔 대부분은 평소에 영지에서 각자 생업에 종사하던 영지민들이었다.


매년 정기적인 훈련을 받았다지만 자칫 잘못하면 칼질 한 번에 죽을 수 있는 상황에 놓여본 적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기에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려움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나 또한 두렵다!"


병사들의 사이를 거닐던 말을 멈춰세운 기사가 저 멀리 보이는 적의 진영을 가리켰다.


"저기 있는 적들이 영지에 있는 소중한 내 가족들에게 그 알량한 발톱을 뻗을 수도 있다 생각하니 두렵다!"


가족.


그것은 마법의 단어였다.


까딱하면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이곳에 대다수의 병사들이 발을 딛고 서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영지에 있을 소중한 가족들 때문이었기에.


공포와 불안감으로 점철돼있던 병사들의 분위기가 점점 환기되기 시작하더니.


"저들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생각만 하던 것이 정말 현실이 될것이다. 정말 그래도 괜찮은가?! 대답해라!"


"아닙니다!"


어느새 평원이 떠나가라 고함을 치는 병사들의 눈에는 투지가 맺히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저 빌어먹을 놈들에게 보여주자!"


병사들을 둘러보던 시선을 적의 진영을 향해 옮긴 기사가 눈을 부릅 뜨더니 검을 뽑았다.


"엘레무어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


'언변에 능한 자로군.'


늙은 기사의 외침을 정렬해 있는 병사들 사이에서 듣고 있던 펠라이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인간은 본디 자신의 소중한 것을 누군가 억지로 빼앗으려 한다면 빼앗기지 않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법이다.


특히나 이런 전쟁에서는 그 효과가 배가 됐으면 배가 됐지 덜하지는 않을 터.


펠라이드가 이전보다 상기된 듯한 표정을 띤 병사들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없는 투지를 만들어 내는데 지켜야 하는 소중한 것을 언급하는 것만큼 효과 좋은 게 없지.'


이미 그 효과는 이전 생에서 겪었던 수많은 전쟁과 여러 상황들에서 입증이 되지 않았던가?


'그건 그렇고..'


펠라이드가 자신의 옆에 서서 입을 다문 채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듯한 하르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아이가 참 많은 도움이 됐군.'


어젯밤,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한 이후 펠라이드는 이곳에 대한 정보들을 모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때마침 눈앞에는 있는 것이 하르온이었다.


'생각보다 말이 많아서 다행이었어.'


왜인지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 듯한 하르온은 하나의 질문을 하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이고 그와 관련 없는 이야기까지 쏟아 냈고.


이에 내린 결론은 이곳이 이전 삶과 관계가 없는 새로운 세계라는 것이었다.


만약 하르온이 없었다면 현재 이곳을 파악하는데 꽤나 난항을 겪었을 것이다.


'목숨의 빚도 있으니 가능하다면 나중에 꼭 보답해야겠군.'


전생에서는 날고 기는 자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먼저 발을 벗고 나서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풋내나는 어린 청년에게 의지를 하는 꼴이라니.


인생사 새옹지마를 느낀 펠라이드가 피식 웃자 이제서야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꼈는지 하르온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펠라이드? 왜 그래?"


"아무 것도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에 꼭 붙어 있어."


펠라이드를 보던 하르온이 걱정 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너는 내가 꼭 지켜줄게."


"허, 알았다. 꼭 네게 붙어 있으마."


펠라이드는 이 덩치만 큰 어린 청년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 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기특한 건 기특한 것이었다.


자신 역시 생과 사가 오가는 전장에서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를 공포를 느끼고 있을텐데 타인을 먼저 챙기다니.


'누가 누굴 지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르온을 보던 시선을 거둔 펠라이드가 주름 하나 없는 자신의 손등을 들더니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는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나저나 아르카니아라..'


소년의 몸에서 깬 자신이 있는 이곳은 충격적이게도 이전 삶의 유라시아 대륙이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곳 아르카니아 대륙이 유라시아 대륙과 흡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다행이면서 놀라웠던 건 마나의 존재였다.


'이렇게 마나가 풍부할 수 있다니..'


처음에는 이곳이 꿈이라는 생각에 마나 연공이 안중에도 없었기에 마나가 이렇게 풍부한 걸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연공을 통해 마나를 쌓아봤자 현실이 아닌 꿈이 아닌가?


하지만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 결론을 내린 지난 새벽 병사들의 눈을 피해 어찌어찌 마나를 연공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경악스러웠다.


'다시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군..'


그리고 아무리 아이의 신체가 마나를 받아들이기 쉽다지만 단 하루 만에 마나 하트 생기다니.


'유라시아 대륙이 아니라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군.'


마나가 풍부한 이곳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유라시아 대륙이었다면 차기 소드 마스터 감이 나왔다며 제국이 떠들썩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유라시아 대륙의 제국이 아닌 고작 남작령과 자작령의 사이에서 벌어진 영지전 한복판이었기에.


펠라이드가 저 멀리 반대편에 있는 테르나르 자작의 진영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 와아아!


평원이 떠나가라 함성을 지르는 것이 곧 전투가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게다가 눈 떠보니 엘레무어였을 뿐이지 따지고 보면 자신은 이곳에 적과 아군이 없는 아닌 이방인이었기에.


'이제 곧 전투가 벌어질 것 같으니..'


아이의 몸으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게 된 공국의 2인자가 주변을 둘러보며 눈을 빛냈다.


'일단 이곳의 수준을 한 번 봐야겠군.'


&


태양이 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 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두 진영이 평원의 한 가운데에서 격돌했다.


이에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섬뜩한 조화를 이루며 전장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흩어지지 마라! 죽고 싶지 않다면 방패를 들고 내가 이전에 말한 대형을 유지해라!"


정신없이 시끄러운 전장 속에서도 주변의 조원들은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외친 아놀드가 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얼굴을 구겼다.


'젠장! 재수가 없으려니까!'


첫 전투 이후 자신이 맡은 조에 각각 한 명의 부상자와 사망자가 있었다.


공에 욕심이 생겨 아무런 생각없이 무턱대고 검부터 휘두르다 낭패를 본 조가 적지 않았기에.


그것에 비하면 공 보다는 생존을 우선시 했던 자신의 조는 아주 양반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왜 하필 저런 꼬맹이가 내 밑으로 들어와서!'


그 두 명의 공백을 새로운 병사들이 채우게 됐는데 그 중 하나가 하필 이번 영지전에 참전한 유일한 소년병이었다.


조그마한 실수와 방심에도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날아가는 판국에 어린아이를 맡게 되다니!


이전의 첫 전투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저 꼬마가 속해있던 조는 어떻게 됐을지 안 봐도 뻔했다.


'일단 최대한 살아남는 것만 생각한다.'


영지에 있는 소중한 가족들을 지키는 것도 자신이 먼저 죽으면 말짱 도루묵이 아닌가?


공격을 막은 방패로 적을 밀친 아놀드가 악을 쓰듯 외쳤다.


"지금이다!"


그런 아놀드의 외침에 화답하듯 방패 뒤에 숨어있던 있던 네 개의 창이 그 모습을 드러내더니 밀려난 적을 향해 쇄도했다.


&


'허..'


아군의 방패 뒤에 숨어 전장의 상황을 지켜보던 펠라이드가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이건..'


전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느낀점은 풍부한 마나 환경 덕분인지 병사들의 신체 능력이 유라시아 대륙의 병사들보다 확실히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개판이 따로 없군.'


병사들의 신체 능력과는 별개로뒤를 생각하지 않는 중구난방 식의 백병전이라니.


'그나마 저놈의 머리는 장식이 아닌 것 같아 다행이긴 한데..'


펠라이드가 자신의 앞에서 방패를 분주하게 움직이며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아놀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하.. 너 같은 꼬맹이가 대체 왜 이런 전쟁에 자원했는지 모르겠다만 방해되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뒤에 가만히 있어라.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자신에게 했던 말을 증명하듯 무턱대고 적들에게 돌진하는 다른 놈들과는 다르게 생존을 위한 전략을 짜온 듯했다.


"지금이다! 창을 찔러 넣어!"


반원의 대형을 그린 채 앞에서 방패를 들고 있는 병사가 날아오는 공격을 막고 적을 밀치면 그 빈틈을 타 방패 사이로 창을 찔러 넣는다.


펠라이드의 입장에서는 파훼법이 수두룩한 기본적인 전술이었지만 이 전장에서는 아무래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았다.


"이대로만 계속 한다! 살아서 돌아가자!"


"오오!"


사기를 북돋는 아놀드와 그에 반응하는 조원들을 번갈아가며 눈에 담던 펠라이드가 저 멀리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는 엘레무어의 기사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저놈들은 대체 언제 전장으로 나올 생각인 거지?'


일반 병사들과는 반해 그 수가 매우 한정적인 기사는 그 하나하나가 전쟁의 판도에 영향을 줄만큼 강력한 존재였기에 상대 진영의 전술 변화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기본 상식이었다.


그렇기에 아직 전투가 벌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초반인 지금.


기사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펠라이드가 모를 리 없었지만 이미 안달이 나있는 마음은 주체할 수가 없었다.


'궁금해 미칠 노릇이군.'


펠라이드는 이곳의 마나가 말도 안 되게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부터 들었던 생각이 있었다.


마나라고는 한 톨조차 품지 않고 있던 아이가 하루 만에 마나 하트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마나 밀도라면 이미 마나와 오러를 다룬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을 게 뻔한 기사들은 대체 어느 정도라는 말인가?


물론 풍부한 마나가 기사의 수준을 결정짓는 모든 것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곳의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안 되겠어.'


펠라이드가 자신을 뒤로한 채 열심히 적들과 맞서 싸우는 조원들을 보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본래 계획은 혹시 모를 상황에서 하르온을 보호하며 기사들의 수준을 관망할 생각이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자니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이 정도면 하르온도 죽지는 않겠지.'


조의 일원으로 동화돼 고성을 지르며 열심히 적을 밀치는 하르온의 뒷모습을 보던 펠라이드가 반원으로 만들어진 대형의 출구로 고개를 돌렸다.


눈치를 보며 서로 재고 있는 양측의 기사들을 전장으로 이끌어 내는 방법은 하나였다.


'힘의 균형을 깨트린다.'


적과 맞서 싸우는 것에 온 정신을 쏟고 있는 조원들을 뒤로한 채 대형을 이탈한 펠라이드가 테르나르의 병사들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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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일기토 24.05.05 57 2 12쪽
9 고개 숙인 푸른 핏줄 24.05.04 55 2 12쪽
8 작은 괴물과 두 가문 24.05.02 55 2 12쪽
7 증명과 검증 24.04.25 61 3 12쪽
6 소년병 24.04.19 64 2 12쪽
5 마나가 무엇인지 아느냐? 24.04.12 78 3 12쪽
4 오러? 그게 뭐지? 24.04.02 100 3 13쪽
» 새로운 세계 24.03.26 123 4 12쪽
2 깨지 않는 꿈 24.03.20 15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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