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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님의 서재입니다.

거짓말로 세계최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R.E.
작품등록일 :
2019.11.30 20:33
최근연재일 :
2020.01.18 12: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518
추천수 :
20
글자수 :
98,108

작성
19.12.11 21:19
조회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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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9화

DUMMY

“와아······.”


상자에는 금화가 가득하였다.


“이게 대체 얼마야?”


5kg은 거뜬히 넘는 금화의 양에 시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거만 다 팔아도······.’


억소리 나는 금액이 들어올 것이다.


“근데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


종훈의 현실적인 말에 시현은 입이 다물어졌다. 저만한 금을 동네 금은방에다 팔 순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저렇게 많이 가져가면 경찰을 먼저 부를지도······.”

“허억.”


너무 슬펐다. 수중에 엄청난 금을 가지게 되었지만 사용을 못한다니! 세상에 이럴 법이!


“저... 오빠······.”

“아, 맞네. 길드장님이면 충분히 가능하겠다.”

“오!”


시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


게이트에서 나온 그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시현도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집에 도착하였다.


“휴우······.”


간단히 씻은 시현은 누워 전투를 복기해보았다.


‘오늘은 진짜 화염구만 사용했지.’


마지막에 고블린 족장을 상대할 땐 염독탄을 사용할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사용하지 않았다.


‘확실히 염독탄은 쓸 만한데...’


남들 앞에선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물론 목숨이 위험할 땐 사용하겠지만, 최대한 숨겨야만 했다.


‘괜히 페널티로 능력을 빼앗길 순 없으니.’


하지만 시현은 예상치 못한 위험을 대비해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긴 했다.


‘저번에야 흔하지 않은 일이라 해도, 아까는 평범한 E등급 게이트인데도 위험했지.’


정확히는 근접에서가 문제였다. 원거리에서는 마력 컨트롤으로 커버가 가능했지만 근접에서는 화염구로만은 여의치 않았다.


그런 시현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신아의 검술이었다. 아름답게 공중을 수놓던 검술.


‘그래. 검술을 익히자.’


***


“명섭아, 언제까지 그럴 거야.”

“······.”


그들의 모습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말했잖아. 진짜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니까?”


명섭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진짜 제대로 삐진 듯 했다.


“일단 내 말 들어나 줘봐. 진짜.”

“······.뭐.”


명섭은 마지못해 대답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눈은 텔레비전에 고정돼 있었다.


“오늘 너무 힘들어서 집에 오자마자 눈에 보이는 거 아무거나 마신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 내가 오늘 하루 종일 팀장님한테 욕먹는 거도 저거 하나만 바라면서 집에 왔는데, 그걸······.”


명섭은 봇물 터지듯 서러움을 쏟아냈다.


<그러게 왜 임자 있는 물을 마시냐, 취익>

‘임마, 그건 맥주라고 하는 거야. 넌 뭔지도 모르지?’

<맥주, 취익? 그건 맛있는 물이냐, 주인 취익?>

‘에휴. 어디 맥주도 모르는 게······.’


“박시현! 너 내 말 안 듣고 있지?”

“아냐, 진짜 열심히 듣고 있어.”

“안 그래도 요새 이 시국 때문에 사지도 못하는 건데, 어떻게 그걸······.”


‘휴······.’


괜히 남의 맥주 마셨다가 잔소리만 꼬박 30분을 들었다.


“이제 화 좀 풀렸어?”

“안 풀렸어!”


명섭은 여전히 뾰로통했다. 하지만 시현이 누군가. 명섭과 친구 된 지 어언 10년. 이 타이밍에 할 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럼 오늘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어때, 콜?”

“······.”

“내가 살 테니까, 응?”

“······.콜.”


***


우물우물


“그래서 이번 게이트는 별로 힘든 건 없었고?”

“고블린 족장이 좀 빡세긴 하더라. 무슨 헬창도 아니고 근육이 어마어마해서.”

“보상은 뭐 나왔는데?”

“스탯 4개, 아. 그리고 운 좋게 능력 나왔다?”


이제껏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능력 얘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진짜? 무슨 능력인데?”

“하급 검술.”


[능력의 발동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하급검술(E+)’을 획득하였습니다.]


‘이제 이 정도야 뭐.’


상황만 만들어진다면 능력을 얻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근데 나 검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 괜찮을까?”

“그거야 배우면 되지. 우리 팀에 상철이한테 말해볼까?”

“누구? 설마 박상철 헌터?”

“응, 걔 요새 하는 거 없어.”


명섭은 나름 알아주는 B급 헌터를 백수 소개하듯 이야기했다.


‘이렇게 보니 확실히 대단하긴 하구나.’


헌터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헌터. 뿐만 아니라 물리방어 하나는 자타공인 세계최강수준.


“헤헤, 맛있다.”


하는 짓은 완전 푼수였지만 말이다.


***


“여기는 저번에 말했던 상철이. 우리 팀 막내야.”

“안녕하세요. 박시현이라고 합니다.”


상철은 가볍게 목례를 했다.


“상철아, 그럼 시현이 좀 부탁할게.”

“대신 약속 지키셔야 합니다.”

“알았어, 임마. 도장도 찍어줘?”


정확한 사정은 몰랐지만 모종의 얘기가 오간 듯 했다.


“그럼 난 간다. 시현아, 수고해.”


명섭은 간단한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근데,


‘가면서 웃는 거 같던데 뭐지?’


평소와는 다른 명섭의 미소에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짜악-


갑자기 터져 나온 커다란 박수 소리에 시현은 상철을 보았다. 어느새 그의 머리에는 낯이 익은 빨간 모자가 씌워져 있었다.


“박시현 헌터!”

“네!”


시현은 영문도 모른 체 크게 대답했다.


“소리가 작다!”

“네!”


‘설마······.’


“본 조교 나쁜 사람 아닙니다. 하지만 박시현 헌터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악마가 될 수도 천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까아!”


하, X됐다.


“대답 안 합니까아!”


***


“상하 베기 100회, 몇 회?”

“100회!”

“소리가 작다! 150회, 몇 회?”

“150회에!”

“실시! 마지막 구호는 붙이지 않습니다!”


시현은 일주일째 상철에게 교육을 받았다. 검술이 늘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백 오십!”

“다시!”


목소리는 확실하게 커진 것 같았다.


***


하루에 10km 뛰기, 상하 베기 1000회, 좌우 베기 1000회. 여느 만화에 나올법한 훈련 방법이었다. 말도 안 되게 고되기는 했으나.


*이름: 박시현

*힘: 18

*민첩: 17

*지혜: 12

*체력: 19

*마력: 18

*능력: 정전기(E), 거짓말(EX-D), 자가 회복(E+), 마나회로(E+), 마나수정(E), 산들바람(E), 미독(E+), 화염구(E), 하급 검술(E+)


‘힘 3에 민첩 4, 거기에 체력 6까지······.’


올라간 능력치를 보면 힘든 게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다시 좌우 1000회 실시!”

“실시!”


훈련을 하는 것은 시현만이 아니었다. 바로 옆에서 상철도 같이 칼을 휘둘렀다. 시현의 두 배 내지는 세 배의 횟수를 휘두르는 상철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후웅- 후웅-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가 단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는 것이다.


‘진짜······.’


독종이었다. 땀을 폭포같이 흘려도, 손에 피가 나도, 그는 계속해 칼을 휘둘렀다.


“박시현 헌터! 정신 차린다! 다시 처음부터 실시!”


‘망할!’


***


“그러니까 마력을 몸에 스며들게 하라, 이 말이지?”

<맞다, 취익. 이제야 알아 듣냐, 취익.>


‘마력을 먼저 일으키고’


마력이 손 위에 점점 모였다.


‘손끝에서 발끝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슬금슬금 이동하는 마력이 마침내 온 몸을 사뿐히 감쌌다.


‘안으로, 좀 더 안으로.’


몸속으로 마력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씩, 조금씩.


“후······. 됐다.”


힘, 민첩, 체력이 다 5씩 올랐다.


“확실히 이런 면에선 주술이 좋네. 배우긴 어려워도.”


여타 버프 능력들과는 다르게 주술은 시간제한이 따로 없었다. 마력만 충분하다면 영원히 효과가 지속되는 것이다.


<뭐랬나, 취익. 이게 바로 주술이다, 취익.>


쿠로취는 평소보다 높은 톤으로 취익거렸다. 아무래도 주술을 칭찬한 게 기쁜 모양.


‘지금 마력 정도면 잘만 조절하면 1시간까지는 가능하겠는데······.’


더군다나 지혜를 제외한 다른 능력치들도 거의 20에 근접해 주술을 쓰면 웬만한 D급 정도는 가뿐히 발라먹을 정도가 되었다.


지이잉-


-혹시 이번 주 주말에 시간 되세요?

-주말이면 토, 일 다?

-네.

-별다른 일이 없긴 한데. 왜?

-부산에 D급 게이트에 가기로 해서요. 같이 가실래요?

-나야 좋긴 한데 D급이면 못 가잖아.

-아, 아직 E급이시구나. 일단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리고 계좌에 돈 보내드렸어요.


‘돈?’


요 며칠 훈련하느라 바빠서 까먹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보낸 듯 했다. 시현은 잔액을 확인했다.


‘공이 하나, 둘······.’


“흐억······.”


시현의 눈이 커졌다.


“억······. 1억이라니!”


처음 보는 커다란 액수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행복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이 돈이면 뜨끈한 국밥을 든든하게 2만 그릇이나······.”


***


“여기가 바로······.”


시현은 눈앞에 커다란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백화점과 다름없는 이 곳은 헌터 거래소였다.


“엘프의 바람부츠 팔아요! 희귀한 상품, 오늘만 싸게 팔아요!”

“아가씨, 이거까지 해서 20줄게. 진짜 거저다 거저. 뭐, 18에 해달라고? 이런 1······.”

“부서진 갑옷, 방패, 칼 수리합니다. 새 것처럼 만들어 드립니다.”


평일 낮 시간이었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시현은 그들을 지나쳐 위층으로 올라갔다.


‘4층이던가.’


층을 올라갈수록 점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반대로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깡- 깡-


여기저기서 쇠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릴 뿐.


‘대장간.’


헌터가 사용하는 주 무기가 냉병기가 되자 사라졌던 대장간들이 다시금 시장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시현은 뜨거운 열기를 지나쳐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수많은 대장간, 수많은 검들이 있었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검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길 30분 쯤, 시현은 온 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하, 맘에 드는 게 없네······.’


시현은 지쳐 내려가려 하였다. 그 순간 시현의 눈에 새카만 검이 눈에 들어왔다. 시현은 홀린 듯 대장간을 향해 다가갔다.


“저기······.”


깡- 깡-


대장간 안에선 망치소리만 울려 퍼졌다. 시현은 검을 하나하나 구경했다.


‘아름답다.’


검은 하나하나 유려한 선을 가지고 있었다. 문외한인 시현이 보아도 명검임에 분명했다.


“저기요!”


깡-


망치소리가 멈추었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중년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160정도의 키를 가진 사내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왜, 검이라도 사려고?”

“네. 혹시 저 검은 얼마나 하나요?”


시현이 가리킨 검을 본 사내는 잠시 멈칫했다.


“못 판다.”

“······.네?”

“못 판다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안 파는 거면 안 파는 거지.


‘못 판다는 건 뭐야?’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보거라. 공짜로도 주마.”

“진짜죠?”


사내는 고개만 끄덕였다. 매우 쓸쓸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 진 모르겠지만.’


시현은 땡잡은 기분이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검을 공짜로 준다니.


“그럼 감사······.”


검을 잡아당겼으나, 미동조차 없었다.


“어?”

“봐라. 못 파는 검이니 차라리 다른 걸 골라보던가 해라.”


시현은 오기가 생겼다. 천천히 마력을 일으켰다.


‘천천히.’


새카만 검신을 마나가 가볍게 감쌌다. 그리고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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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19.12.11 62 2 12쪽
8 8화 19.12.11 66 1 11쪽
7 7화 19.12.10 72 1 11쪽
6 6화 19.12.09 76 1 11쪽
5 5화 19.12.06 8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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