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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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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541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1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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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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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 쇠고랑 차고 회사 짤리고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홍정의는 최철호 일당이 집을 습격했다가 피를 보고 물러갔던 이야기, 그리고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이 보도를 안 해준 댓가로 푸드코트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기사로 쓸까요?”

“음... 참, 기사로 쓰기도 더럽다. 그리고 현직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을 고발하는 기사가 우리 방송을 통해 나갈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홍정의씨 생각은 어떤데?”


김준성 부장은 차마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부장님은 저번에 삼현에서 콘텐츠 펀드 몇 백억을 조성해준다거나 광고를 늘려준다거나 하면 회사 차원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거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던 것 같군.”

“아니잖습니까?”

“응?”

“제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기사를 쓰지 말자고 했으면 솔직히 조금 망설여졌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완전 양아치 아닙니까?”

“홍정의씨 기사 가지고 본인들 돈벌이에 이용했다 이거지?”

“재주는 제가 부리고 그 사람들은 푸드코트 챙기지 않았냐 이 말입니다.”


김준성 부장이 소주잔을 다시 들어 원샷하더니 인상을 찡그린다.


“그래서 내가 기사로 쓰기도 더럽다고 한 거지. 질이 아주 나쁘네. 홍정의씨한테 미안하다.”

“네?”

“후배한테 보여선 안 될 꼴을 보여준 것 같아서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 이말이지.”


김준성 부장이 또 한잔을 원샷한다. 저러다 오늘밤도 많이 취할 것 같았다.


“아, 그런데 말이야.”

“예.”

“홍정의씨 집에 덩치들이 쳐들어왔다고 했지?”

“네.”

“그 사람들을 홍정의씨가 다 물리쳤다고? 박살을 내서 쫓아냈다고?”

“네.”

“어떻게? 집에 권총이라도 있었어?”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제가 사실 무술을 좀 하는 편입니다.”


홍정의는 얼렁뚱땅 둘러댔다. 김준성 부장은 믿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다고 안 믿을 수도 없었다.


김준성 부장은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의 더러운 짓에 화가 많이 난듯했다. 술잔이 채워져 있는 걸 참지 못하고 거푸거푸 비우더니 결국 혀가 꼬부라지며 대화가 불가능해졌다.


못다 한 대화는 다음날 아침 회사에서 이어졌다.


“저도 그래서 먼저 기사로 쓰지 않고 부장님의 고견을 듣고 결정하려고 했습니다.”

“고견은 아니고... 그냥 그 사람들한테 분양받은 푸드코트 돌려주라고 하지 뭐. 내 의견이 맘에 안 들면 홍정의씨 맘대로 해도 되고.”

“이런 사람들이 보도국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물러나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준성 부장의 눈이 커졌다.


“따로 생각해 둔 계획이라도 있어?”

“아니, 그렇진 않습니다. 그냥 생각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분양 받은 거 돌려주라고 하고 끝내는 건 어떤가 싶은데?”

“부장님,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이거 하나만 잘못한 게 아닙니다.”

“뭐, 또 있단 말인가?”


김준성 부장의 눈이 더 커졌다.


“아직 취재를 더 해봐야 합니다만 부장님, 지난번 천명포장 건 아시죠?”

“천명포장 건?”

“썩는 포장재 개발했다는 기사 말입니다. 제가 그 기사 못 내겠다고 하다가 국장한테 찍히는 바람에 사회부로 발령나지 않았습니까?”


홍정의는 국장과 경제부장, 김성철 기자가 천명포장의 주가조작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건 좀 심각한데... 물론 푸드코트 분양 건도 심각하지만... 이것까지 겹쳤다면 그건... 대단한 스캔들이 될 것 같은데... 참...”


김준성 부장은 충격이 큰 것 같았다.


“그게 알려지면 그 사람들 수사 받고 쇠고랑 차고 회사 짤리고... 인생 아주 조지는 건데...”

“부장님이 그 사람들 그렇게 생각해줄 이유가 있습니까?”

“그런 건 아닌데 어쨌거나 한솥밥을 먹은지 20년이 넘은 사람들이라... 물론 내가 경멸하는 사람들이지만...”


8시반, 아침 편집회의 시간이 되어 사회부장은 회의실로 향했다. 다른 날보다 회의가 짧았나 보다. 금방 자리로 돌아왔다.


“음, 오늘 국장이 안 나왔어. 무슨 일 있나?”

“무슨 일 있을 겁니다. 경제부장은 출근했던가요?”

“아, 안 보이던데... 뭐 있구나?”


홍정의는 두 사람의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줬다.


최철호 비서실장이 푸드코트 분양 관련해서 홍정의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해줬다고 보도국장에게 전화한다고 했으니까...


김준성 부장은 일련의 사태에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심각하네... 거취문제까지 고민할 사안인데...?”

“저는 국장과 경제부장이 동반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자리를 지키려고 꼼수를 쓰려고 하면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증거를 감사실에 갖다줄 겁니다. 만약 감사실에서도 유야무야한다면 일반에 공개할 생각입니다.”


사회부장은 만약 외부에서 알기라도 하면 회사에 치명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국장이나 경제부장한테 연락 온 건 없지?”

“네, 아직요.”


그 시간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은 홍정의의 예측대로 시내 모처에서 대책을 숙의 중이었다.


“도대체 최철호는 홍정의 새끼한테 왜 그런 답을 해줬답니까?”

“나도 왜 그랬는지 궁금해. 경황이 없어 물어볼 생각을 못 했어.”

“국장님,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됩니다. 정면돌파해야 합니다.”

“정면돌파?”

“아님, 우리가 지잡대 잔바리 새끼 한 놈 때문에 언론인 경력을 끝장내야 하겠습니까?”

“그럴 순 없지. 암 그렇고 말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이든 보도국장은 맥을 놓은 것 같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반격할 힘도 없는 것 같았다.


경제부장이 혼자 개발에 땀 나도록 뛰었다. 먼저 최철호 비서실장을 만났다. 최실장은 경제부장이 원하는대로 해주라고 박민준 차장에게 지시했다.


푸드코트 분양계약은 취소되었다. 분양 받은 사실조차도 없어졌다. 관련 서류들을 다 폐기처분했다. 사람들을 들여 막 장사를 시작하려던 두 사람의 푸드코트는 순식간에 주인이 바뀌었다.


범죄의 증거를 인멸한 것이었다. 경제부장과 보도국장은 한숨을 돌렸다. 홍정의가 최철호와의 통화녹음을 증거라며 들이밀더라도 반박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한때 그런 논의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인으로서 재벌의 부정한 청탁은 들어줄 수 없었고 따라서 반대급부로 푸드코트 같은 걸 받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KMS뉴스를 검색해 봐라. KMS는 분명 삼현그룹 회장의 금고도난 사건을 메인뉴스에 보도했다...


이 정도면 훌륭한 알리바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속이 쓰라렸다. 많이 쓰라렸다.


범죄 증거는 없앴지만 개인적으로 입은 손해가 컸기 때문이었다. 억대 인테리어 비용도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심정으로 그 백화점의 푸드코트를 놓친 게 두고두고 마음이 아플 것이었다.


자식들 유학, 결혼 자금만 아니라 풍족한 노후까지도 상상하며 한동안 구름 위를 걸었던 걸로 만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화가 났다. 편집부에서 빌빌거리던, 발가락의 때만도 못한 놈에게 당한 게 더 분했다.


분양 흔적을 지우고 알리바이를 만들었으면 두 사람은 자숙하면서 홍정의의 눈치를 살피며 살았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상황이 달리 전개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생각이 달랐다. 너무 화가 났다. 화풀이를 해야했다. 복수를 하고 싶었다. 다시 기가 살아올랐다.


보도국장은 복도에서 홍정의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홍정의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아니 입술에 경멸의 웃음을 머금고 외면했다. 무슨 더러운 벌레라도 봤다는 듯이.


보도국장은 한발 더 나갔다. 인사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그 인사카드가 자기 명을 재촉할 카드인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홍정의 같은 놈에겐 출입처 없는 사회부의 리베로도 아까웠다. 아예 보도국 밖으로 밀어내버려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아무리 기자 직군으로 입사했더라도 하는 일이 취재, 보도가 아니면 평생 기자라는 호칭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홍정의에게 진짜 세상 무서운 맛을 보여줘야 화가 조금은 풀릴 것 같은 어린애 같은 생각에 눈이 멀고 말았다.


홍정의는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푸드코트 일을 홍정의가 알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면 홍정의를 불러 사과는 아니더라도 유감 표명은 해야 했다.


그리고 자진해서 자리에서 물러나 한직에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성은 커녕 홍정의를 개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홍정의가 분명히 자기들의 비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걸 알면서도 당당하게 국장과 경제부장 보직을 유지하는 게 그 증거였다.


도덕의식이 마비되었거나 홍정의를 무시해도 좋을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홍정의는 돌다리도 두들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삼현그룹의 박민준 차장을 호출했다. 박민준 차장도 홍정의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잘 알기에 득달같이 방송국 근처로 달려왔다.


“박차장, 요새 나 때문에 고생 많죠?”


박차장은 전에 없이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아닙니다, 홍기자님. 저희들이 잘못했지요.”

“내가 주거침입, 강도 혐의로 박차장을 포함해 여섯 사람을 경찰에 신고하려고...”


박차장은 ‘경찰’, ‘신고’ 같은 단어가 나오자 화들짝 놀랐다. 인생을 조질 수도 있겠다고 더럭 겁이 났다.


“예?”

“아니, 신고하려다 좀 참기로 했어요.”


박민준이 한숨을 쉬며 안도했다.


“그러니 내가 묻는 말에 아는대로 정확히 대답해줄 수 있겠죠?”


자기도 한때 홍정의의 이력을 파악해 보고 지잡대 출신이라고 우습게 여겼던 홍정의에게 이제는 더 이상 저항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무서운 꼴을 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태도가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비서실장은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자기도 그날 홍정의 집에 들어갔다면 똑같은 화를 당했을 게 분명했다.


“네, 무엇이든 물어보시죠.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보도국장하고 경제부장이 다시 기세등등해졌어요. 그래서 이유가 좀 궁금해졌는데... 혹시 아는 거 있을까요?”


박민준은 잠시 머리를 굴려봤다. 분양을 해줬다는 증거를 인멸한 게 삼현그룹측에 어떤 손해를 끼칠지 생각해봤다. 삼현은 별 타격이 없을 거라고 결론내렸다.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이 분양을 해달라고 했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분양을 또 취소해 달라고 떼를 써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고 하면 그만일 것 같았다.


삼현은 일종의 피해자이고 분양을 요구했다가 또 취소해 달라고 한 두 언론인이 파렴치범이라는 그림이 그려졌다.


“뭘 그렇게 생각해요?”

“아,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박민준은 분양취소에 이르기까지 전후사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홍정의는 박민준의 동의를 얻어 핸드폰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박민준의 증언을 녹음했다.


홍정의는 정면돌파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내렸다. 자료를 준비했다.


최철호 실장과의 통화, 그리고 박민준 차장과의 대화 녹음을 USB에 복사했다. 그리고 논현동 주택가 금고 도난 사건부터 시작해 푸드코트 분양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개요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


물론 삼현그룹에서 홍정의에게 2년 미국 연수를 제안했다가 스스로 거둬들인 내용도 포함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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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펭귄? 돼지? 23.12.09 68 2 12쪽
11 11. 재벌의 돈질 23.12.08 69 2 11쪽
10 10. 비열한 보도국장 23.12.07 75 2 11쪽
9 9. 재벌의 개들 23.12.07 78 2 12쪽
8 8. 금고를 훔친 재벌 아들 23.12.06 77 3 12쪽
7 7. 다급한 재벌 회장 23.12.06 80 3 12쪽
6 6. 믿고 의지할 사람 23.12.05 86 2 12쪽
5 5. 치사하지만 자폭하기로 23.12.05 8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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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포르쉐 한 대 23.12.03 97 2 12쪽
1 1. 지잡대 문과 출신 23.12.02 13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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