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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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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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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4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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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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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믿고 의지할 사람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보도국장 머리에는 자신에게 빡빡 대들던 홍정의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허 참, 지잡대 나온 친구가... 참.”


혼잣말 비슷하게 내뱉고는 입맛을 쩍쩍 다셨다.


‘뭐? 지잡대? 아, 씨x, 확...’


홍정의는 순간 자신이 지금 투명모드라는 걸 잊고 국장에게 달려들 뻔했다. 간신히 충동을 억제하고 있는데 사회부장이 또한번 감동을 준다.


“국장님,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 마세요. 일할 기회도 주지 않고 출신 대학 따지는 건 좀 과한 말씀입니다.”

“근데 사회부장, 나한테 무슨 감정 있어? 말끝마다 토를 다네.”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편집회의를 지켜본 홍정의는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김준성 사회부장은 믿고 의지해도 좋은 사람이라고.


그런데 홍정의는 사실 김준성 사회부장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왜 자기편을 들어주는지도 알지 못했다.


어쨌거나 김준성 사회부장은 생긴 건 곱상한데 강골이었다. 전형적인 외유내강이라고 할까...


투명모드를 이용해 편집회의를 지켜보기 위해 일찍 출근한 보람이 있었다.


이연화 배우의 마약 스캔들은 한동안 호사가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보도국장은 후속 보도를 볼 때마다 홍정의 이름 석자를 가슴에 새겼다.


국장의 권위를 보기 좋게 망가뜨린 놈을 그대로 둘 생각은 없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고야 말겠다고 마음속 수첩에 적어놓았다.


그런데 사회부장놈은 왜 홍정의를 그렇게 역성드는지 이유가 좀 궁금하기도 했다.


홍정의는 이연화 관련 기사가 좀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경찰서 앞 커피숍으로 매일 출근해 서장이 제공한 두 번째 사건인 ‘논현동 도난 사건’을 어떻게 소화할까 연구했다.


타사 기자들이 눈치챌까봐 서둘러야 하는 특종이 아니니 시간을 충분히 갖고 기사를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보강취재와 휴대폰을 이용한 촬영도 병행했다.


하자가 있을 경우 국장에게 ‘그러면 그렇지, 지잡대가 별 수 있겠냐?’는 비아냥을 들을 수 있고 도난사실을 감추고 싶어하는 피해자 쪽에서 어떻게 나올지도 알 수 없었다.


도난 사건의 내용은 엉뚱하달까... 조금 기묘했다.


논현동 2층 단독주택. 주인이 집을 비운 대낮에 도난 사건이 발생했는데 도난품은 대형금고였다.


요즘은 하도 여기저기 cctv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 주거침입 절도사건은 많이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런데 그 어느 곳보다 방범 설비와 경비가 잘 되어있는 서울 강남의 고급 주택가에서 대낮에 도난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도난품도 금고의 내용물이 아니라 금고 자체였다.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그 무거운 대형금고를 도둑들이 어떻게 들고 갔을까? 어떻게 운반했을까?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집 안팎의 cctv부터 살펴봤다.


이상한 도난사건이었다.


젊은 남자의 지시를 받는 건장한 남자 3명이 냉장고 옮길 때 사용하는, 바퀴 달린 운반도구를 이용해 금고를 집밖으로 내간 다음 소형트럭에 싣는 것이 아닌가?


대낮에 이삿짐 운반하듯 남의 집 금고를 훔쳐갔다고?


수사팀은 신고한 안주인에게 cctv화면을 보여줬다. 30대 후반의 안주인은 입술이 미세하게 뒤틀리며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들 혹시 아는 사람들입니까?”

“모릅니다. 그런데...”


젊은 사모님은 말을 망설였다. 형사들은 무슨 말을 하려나 기다렸다.


“형사님들, 혹시 도난신고 취소할 수 있나요?”


범인들 화면을 보고 갑자기 도난신고를 취소하겠다니?


“혹시 가족들 됩니까?”

“자세한 건 묻지 마시고 저 도난 신고 취소하겠습니다.”

“그건 곤란합니다. 절도는 친고죄가 아닙니다.”

“아니, 절도 사건이 아니라서...”


형사들이 내용은 알아야 취소를 하든 말든 할 것 아니냐고 집요하게 캐묻자 안주인이 결국 입을 열었다.


“네 사람 중 한 명은 남편 아들이에요. 나머지 세 사람은 일꾼들 같고요.”


다그친 끝에 알아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30대 초반의 안주인은 모 재벌 총수의 세컨드였다. 본처가 이혼을 해주지 않아 서류상 정식 부인은 아니지만 재벌 회장과 동거 중인 사실상의 배우자였다.


젊은 여자와 살림을 차린 게 처음도 아니라서 언젠가는 돌아오겠거니 하고 아들을 데리고 살던 본처는 젊은 여자가 딸 하나에 이어 아들까지 낳았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는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세컨드의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무렵부터 후계 구도에 대한 갖은 억측들이 귀에 들어오곤 했다.


세컨드 소생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로 하는 유언장이 이미 작성되었다느니 본처를 상대로 조만간 이혼소송이 제기될 것이라느니... 심기를 어지럽히는 이야기들이었다.


본처는 어쩌다 마주치는 남편에게 물어봐도 남편은 속시원하게 말을 해주지 않았다.


본처는 모든 비밀은 세컨드 집에 있을 금고에 보관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기와 함께 살 때도 각종 서류와 현찰, 귀금속을 금고에 보관하고 수시로 점검하는 걸 봤기 때문이었다.


급기야 아들에게 세컨드 집에 가서 금고를 빼내오라고 시켰다. 형식적으로 보면 남편의 소유물인 금고를 아들을 시켜 집으로 옮긴 셈이었다.


범죄인지 아닌지 애매했다. 경찰로서는 남편의 동의 내지 지시가 있었느냐만 확인하면 되었다. 본처는 남편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고 부득부득 우겼다.


재벌 총수에게 직접 확인하면 절도인지 이삿짐 옮기기였는지 판가름날 판이었다.


수사팀은 재벌 회장을 조사하겠다고 서장에게 보고했다.


서장은 당연히 ‘스톱!’을 외쳤다.


본능적으로 ‘매우 영양가 있는 사건’임을 알아챘던 것이다.


이 사건을 잘 활용하면 엄청난 떡고물, 아니 떡 한 조각은 떨어질 텐데... 섣불리 처리하면 안 되는 사건이었다.


사건을 이삿짐 옮기기로 처리해 주고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이 냄새를 못 맡게 해주면 재벌회사 구내 식당 운영권 정도는 얻어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집안 조카들 취직자리 정도는 일도 아닐 것이었다.


수사팀에게는 두둑히 현금을 찔러주도록 하고 서장 자신은 어떤 떡을 요구할까 이리 저리 궁리하던 차에 기분이 좋은 나머지 서장실 휴게공간에서 비서와 잠시 머리를 식히고 있는데 홍정의가 현장을 덮쳤던 것이다.


서장으로서는 자신의 창창한 앞길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떡고물인지 떡 조각인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야무진 ‘떡 한 조각’을 생각하면서 회장 조사를 홀드해 놓았던 서장은 홍정의의 지시(?)에 따라 수사팀에 재벌회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엄정한 법적용을 강조했다.


엄정한 법적용을 강조한 서장 때문에 수사팀은 서면 조사나 출장 조사를 생각할 수 없었다. 경찰서로 직접 나오도록 재벌 비서실에 통보했다.


말단 형사라도 자신에게 허용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면 천하의 재벌 총수도 얼마든지 퀴퀴한 냄새에 쩔어 있는 경찰서 형사계로 불러들일 수 있는 것이다.


재벌 답게 유명한 로펌 변호사를 고용하고 경찰청의 고위인사를 동원해 소환조사를 피해보려 무진 애를 썼지만 대한민국 경찰의 법집행은 엄정하기만 했다.


서장은 홍정의에게 재벌 총수가 소환조사받는 모습을 촬영하라고 귀뜸해줬다. ‘우연을 가장해’ 촬영하라고 각별히 부탁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형사계.


안쪽 구석에서 이중재 형사가 늙수그레한 한 남자를 상대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언뜻보면 늘 있는 형사계의 흔한 풍경의 하나였다.


그 남자는 삼현그룹 총수, 이상민 회장이었다. 혹시 기자들 눈에 띌새라 옷도 후줄근하게 입고 수염도 한껏 기르고 안경까지 쓰고 있었다.


야근 마와리(사건 기자들이 출입처를 돌아다니며 취재하는 행위)를 도는 사건 기자들도 충분히 무심코 지나칠 만했다.


그럼에도 투명모드로 전환해 조사 장면을 촬영 중인 홍정의 기자는 이상민 회장 못지 않게 혹시 다른 기자들이 눈치챌까 조마조마했다.


절도였든 이삿짐 옮기기였든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킬 사건의 주인공을 독점해야 했다.


사건이 알려지면 이상민 회장에게 온갖 사회적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룹의 경영상의 타격도 충분히 예상되었다. 여성과 아동을 주 고객으로 하는 주력사업들이 많아 더욱 그럴 것이었다.


두세 명의 기자들이 형사계를 들렀지만 다들 입에 붙은 ‘형님, 별일 없죠?’를 외치고 그냥 지나쳤다.


긴장 속에서 촬영을 마친 홍정의는 조용히 밖으로 나가 화장실에서 투명모드를 해제했다. 그리고 다시 형사계로 들어갔다.


곧장 이중재 형사 자리로 다가갔다. 마와리를 도는 사건기자가 된 것이다.


“형님, 수고하십니다.”


능글맞게 이중재 형사에게 인사를 건넨 홍정의는 이 형사의 옆자리에 슬며시 앉았다. 이 형사가 서둘러 데스크탑 창을 닫더니 홍정의를 꼬나봤다.


“아, 뭐 하는 거야? 남 일하는 거 안 보여? 저리 가. 기자면 다야?”


기자라는 말에 재벌 총수가 움츠러드는 게 포착되었다. 홍정의가 재벌총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상민 회장님 아니십니까?”


당황한 이상민 회장의 불안하게 흔들리는 두 눈은 홍정의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홍정의는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이상민 회장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재벌 회장도 별수 없었다. 윗도리 깃을 양손으로 잡아 얼굴을 가리며 책상에 엎드렸다.


이중재 형사도 상황전개가 당황스러웠다. 벌컥 성질을 냈다.


“야, 그만두지 못해?”


발끈한 척, 홍정의가 맞받았다.


“‘야’~? 당신, 형사면 다야? 누구 보고 ‘야’야? 기자가 취재하는 것도 죄냐? 원, 거지같은 꼴을 다 보네...”


한바탕 쇼를 끝마친 홍정의는 궁시렁거리며 형사계를 빠져나갔다.


이중재 형사가 뒤쫓아나왔다.


“당신, 그 핸드폰 이리 못내?”

“내 핸드폰을 왜? 당신이 뭔데?”

“불법 촬영했잖아?”

“불법? 그럼 영장 가지고 오던지...”


영장이라는 말에 이중재 형사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그, 그러면... 당신 누군지... 나 당신 처음 보는데, 어디 기자야?”


홍정의는 기다렸다는 듯 명함을 건넸다.


“KMS 사회부 홍정의 기잡니다. 잘 부탁합니다.”


뒤돌아 앉아 두 사람의 실랑이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이상민 회장의 귀에 KMS라는 말이 또렷하게 꽂혔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이상민 회장은 그 짧은 시간에 KMS를 어떻게 요리할지 비상한 속도로 머리를 굴렸다.


아니나 다를까... 홍정의는 대한민국의 재벌의 위력을 바로 실감할 수 있었다.


경찰서에서 나온지 1시간이나 지났을까? 핸드폰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짐작은 하지만 굳이 받을 이유는 없었다. 핸드폰을 아예 꺼버렸다.


늦은 취재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씻는 둥 마는 둥 대충 씻고 막 잠자리에 들려는데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찾아오는 사람이 워낙 없는 집이라 언젠가부터인지 인터폰은 고장나 있었다.


누군지 짐작이 갔다.


아무 반응을 안 하자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동네 시끄러울까봐 하는 수 없이 슬리퍼를 끌고 대문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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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재벌의 개들 23.12.07 7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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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다급한 재벌 회장 23.12.06 80 3 12쪽
» 6. 믿고 의지할 사람 23.12.05 87 2 12쪽
5 5. 치사하지만 자폭하기로 23.12.05 8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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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포르쉐 한 대 23.12.03 97 2 12쪽
1 1. 지잡대 문과 출신 23.12.02 13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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