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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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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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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0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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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국장, 칼을 빼들다.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국장은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심각하게 훼손된 지휘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수라고 생각했다.


국장은 칼을 빼들었다. 그날 저녁 바로 인사 방을 붙였다.


홍정의는 바로 다음날 날짜로 사회부로 발령이 났다.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크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니, 기분이 좋았다. 그토록 탈출하고 싶었던 편집부 아니었던가?


홍정의는 이때부터 순둥이에서 모난 돌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다들 이상한 놈이라고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조직 미적응자로 손가락질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지잡대 출신이 돌발행동 끝에 보복성 인사를 당했는데 그 돌발행동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뉴스 아이템 때문에 국장에게 들이받다가 혼이 났다는 식이었다. 기자라는 사람들이 그 뉴스 아이템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 게 홍정의는 이해가 안 됐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돌아가는 건가? 아니면 홍정의가 세상을 잘못 산 건가?


홍정의는 물은 이미 엎질러진 것이니 항명 파동이 적당히 마무리 되고 정치부, 경제부만은 못하지만 활기에 찬 사회부 생활이 시작되기를 내심 기대했다.


한마디로 전화위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홍정의의 기대는 참으로 순진무구했음이 바로 드러났다.


보도국장을 기분 나쁘게 한 대가는 예상 외로 가혹했다.


김준성 사회부장은 홍정의가 내일부터 사회부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신고를 하자 웃는 낯으로 말했다.


“그래, 홍정의씨, 잘 왔어. 편집부에 너무 오래 있었지? 사회부에서 이제 제대로 뛰어보자고.”

“감사합니다.”


그동안 사회부의 각종 사건사고, 검찰, 정부부처 뉴스를 포장하느라 애쓴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회부장일 테니 크게 힘들게 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믿음은 다음날 산산히 부서졌다. 다음날 아침 편집회의를 마치고 나온 사회부장은 홍정의를 조용히 불렀다.


“홍정의씨, 취재 경험이 좀 없지? 그래서 당분간 사건팀에서 일하자고. 바닥을 기면서 취재경험을 쌓자는 말이지. 국장님도 같은 생각이고...”


사건팀? 거기는 후배가 캡(서울경찰청을 출입하면서 일선 경찰서에 출입하는 사건기자들을 지휘하는 우두머리 기자)을 하는데? 그리고 국장? 국장도 같은 생각이라고?


뭔가 불길했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같은 정부 부처도 있고 검찰, 법원도 있고 서울시청도 있는데 하필 사건팀이란 말인가?


보복의 냄새가 났다.


국장을 끌어들이는 걸 보면 홍정의가 받을 불이익이 국장 지시이지 자신의 뜻은 아니라는 뜻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경찰서 나가란 말인가요?”

“응, 당분간 그렇게 하자고. 내가 캡한테 말해 놓을게. 내일부터 나가고 오늘은 그냥 내근하고.”


사회부 사건팀에 배속되어서 후배 캡 밑에서 일을 하라고? 군대보다 더 엄격한 기수문화가 엄존하는 언론사에서 입사 선배가 후배에게 업무 지시를 받는다?


이건 거의 회사를 관두라는 의미였다.


황당한 건 오히려 후배 캡이었다.


평소 홍선배, 홍선배하고 존대하던 홍정의를 졸(卒)로 부리기는 아무래도 부담이 너무 컸다.


다음날 서울경찰청 앞 거피숍에서 만난 캡은 홍정의에게 하소연을 했다.


“홍선배, 국장한테 대들었다면서요? 적당히 하시지...”

“그러게 말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눈치껏 열심히 할 테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

“알았어요. 그럼 당분간 리베로로 뛰세요. 보고는 저한테 바로 하시고요.”


캡의 이야기인즉 경찰서들은 이미 후배들이 나누어 출입하고 있어서 흔들기가 뭐하니까 그냥 적당히 놀면서 사고나 치지 말라는 의미였다.


조금 악의를 섞어 해석하면 경찰서라는 별볼일 없는 출입처도 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일반직장으로 치면 책상을 치운 것이나 진배없었다.


그런 결정을 한 국장의 옹졸함과 비열함이 몹시 기분 나빴지만 후배 캡한테 기분 나쁠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알고보면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그래, 고마워. 그리고 무슨 사고 나면 전부 내 책임이니까 캡은 걱정 너무 하지 마.”


홍정의의 태도가 너무 담담하자 캡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출입처 없어도 괜찮겠어요?”

“으응, 출입처? 그까짓 것 나한테는 없어도 돼. 없으면 부담없어 좋지 뭐. 생각해 줘서 고마워.”


너무 태연한 홍정의의 표정을 보고 캡은 역시 지잡대 출신이라서 상황판단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홍정의의 생각은 180도 달랐다.


잘난 스카이 출신 보도국장이 홍정의를 엿 멕이려고 사건팀에, 그것도 출입처도 주지 않고 처박은 것이겠으나 홍정의는 오히려 홀가분했다.


보도국장은 홍정의에 대한 보복 인사를 평생 후회해야 할 것이었다.


편집부에 있으면서 보니까 기자에 대한 평가의 기준은 성실성이 아니었다. 근무 태도야 어찌되었든 특종 기사를 간혹 펑펑 터뜨려주면 그만이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내 새끼냐 아니냐였다. 우리 편이면 잘못해도 감싸주고 남의 편 새끼면 잘 해도 평가절하하기 일쑤였다.


출입처를 안 준 것이 ‘특별한 능력’이 있는 홍정의에게는 오히려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홍정의는 출입처에 매이지 않고 특종만 찾아다니면 되었다.


그리고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으되 잘 나가는 선배 줄 잘 잡으면 유능한 기자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홍정의는 취재기자 활동의 마수걸이로 소소한 경찰서발 특종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강남경찰서와 서초경찰서를 리베로 기자, 홍정의의 주무대로 삼기로 했다.


돈과 셀럽들이 몰려 있는 부자동네를 관할로 둔 경찰서에 아무래도 기삿감이 많지 않겠는가?


특종을 찾으면서 틈틈이 경제부장과 보도국장이 천명 포장의 주가조작에 연루되었는지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자신을 물 멕이고 저희들은 뒷돈이나 챙기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 5년처럼 절대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후배 밑에서 사건 기자를 하라니... 사람을 만만하게 봐도 너무 만만하게 본 것 아닌가? 해코지를 한 상대방에게 잘못 했다는 걸 일깨워줄 필요가 있었다.


계획은 세웠는데 당장 노트북 놓을 책상 하나 없는 게 문제였다. KMS는 물론 타사 후배 기자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경찰서 기자실은 애당초 이용할 생각이 없었다.


당분간 경찰서 근처 커피숍들을 이동 사무실로 쓰기로 했다.


또 하나 후배들이 활동하는 낮시간에 불쑥불쑥 경찰서 형사계, 조사계 등을 돌아다니기도 애매했다. 오다가다 부딪치면 서로 민망할 것이었다.


낮에는 커피숍에서 죽치면서 넷플릭스 시리즈들을 정주행하거나 간혹 사우나도 가면서 적당히 보낼 계획이었다.


회사에서는 다행히(?) 누구도 홍정의를 찾지 않았다. 사건팀은 매일 저녁 회사로 모여 회의를 하는데 그 회의에도 홍정의는 부름을 받지 못했다.


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했다. 미운 오리새끼가 된 기분이었다. 비록 지잡대를 나왔지만 이런 왕따를 대놓고 당하기는 처음이었다.


커피숍에 앉아 잡생각에 빠져 있는데 어느덧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강남 하늘이 어두워지고 거리에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는 게 보였다.


백팩을 메고 화장실에 들렀다. 투명모드로 변신한 다음 어슬렁어슬렁 거리로 나섰다. 경찰서 건물은 사무실마다 불이 환했다.


서장실이 있는 경찰서 본관 2층으로 바로 올라갔다.


세상 살아보니 잔바리들 상대할 게 아니었다. 이왕이면 높은 놈하고 직접 거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잘못되면 피해도 더 크지만 인간 홍정의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


경찰서 형사계, 조사계, 교통사고조사반 뒤지고 다닐 일이 아니었다. 바로 서장과 쇼당쳐서 특종 기사를 공급받는 파이프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서장의 24시간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24시간을 관찰하다 보면 분명히 약점이 잡힐 것이고 그걸 지렛대 삼아 ‘특종 파이프’를 구축할 생각이었다.


서장실 밖 복도에 의경이 책상을 하나 놓고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제지하지 않았다. 아니, 투명인간을 제지할 수는 없었다.


소리 안 나게 서장실 문을 살며시 밀었다. 여비서가 안 보였다. 복도에 의경이 아직 근무중인 걸로 봐 서장이 퇴근하지 않은 것 같은데 비서가 안 보이는 것이었다.


화장실에라도 갔나? 잠시 손님 대기용 의자에 앉아 기다려봤다. 올 기미가 안 보였다.


비서가 자리에 있거나 없거나 사실 관계 없었다. 어차피 비서에게 서장 면담을 요청할 것이 아니었잖은가?


서장 동태를 살피러 온 길, 그냥 서장 집무실로 들어가기로 했다. 집무실 문을 조심스럽게 밀어봤다. 그대로 밀렸다. 고개를 들이밀었다. 텅 비어 있었다.


서장 집무실로 들어갔다. 간부 회의 때 쓰는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 한 구석에 조용히 앉았다.


불은 켜져 있고 한쪽 벽에 붙어있는 TV도 틀어져 있었다. 서장이 퇴근한 건 아닌 게 분명했다.


문득 어디선가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여자의 신음소리였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휴게실 쪽이었다.


휴게실의 커튼을 살짝 젖히자 세상에나... 피곤할 때 잠시 눈을 붙일 용도로 들여놓은 휴게실의 침대에서 남녀가 뒹굴고 있었다.


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촬영하면서 생각해 보니 여자는 자리를 비운 비서가 분명했다.


경찰대를 나와 일찍 승진한 덕에 아직 나이가 새파란 경찰서장놈은 비서의 몸을 집요하게 탐했다.


홍정의는 순간 자신의 행동이 다소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앞으로 큰일을 하기 위한 초석이라고 애써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촬영을 계속했다.


이만 하면 된 것 같았다. 홍정의는 다시 집무실로 나와 투명모드를 해제했다. 소파에 앉아 서장과 비서의 사랑 놀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홍정의는 세상일이 이렇게 쉽게 풀리는 게 영 믿기지 않았다. 자신에게 대운이 들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경찰서 출입 첫날에 바로 서장의 약점을 잡아 큰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기쁨을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윽고 두 사람의 거사가 끝난 모양이었다.


먼저 집무실로 나온 비서가 깜짝 놀랐다. 아무도 없어야 할 집무실에 웬 사내가 앉아 있었으니 안 놀라면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비서가 놀라는 소리에 서장이 급하게 뛰쳐나왔다.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서장 역시 기겁을 했다. 그러나 경찰서의 최고 지휘관임을 잊지는 않았다. 태연을 가장했다.


“다, 당신, 누구야?”


홍정의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KMS의 홍정의 기자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뭐? 기, 기자? 난 처음 보는데?”

“뭐 좀 취재하러 들렀다가 엉뚱한 것만 취재했습니다. 하하하하”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서장이 비서를 눈짓으로 내보냈다.


“취재라니, 뭘 취재했다는 말이요?”

“아참, 제가 실수했습니다.”


홍정의가 깜빡 잊었다는 듯 명함을 꺼내 정중하게 건넸다. 명함 한 번 보고 홍정의 얼굴 한 번 보던 서장은 일단 앉기를 권했다.


아직 도대체 무엇을 취재했다는 것인지 확인이 안 되어 서장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뭘 취재했어요?”


급하기는 급했나 보았다. 거듭 뭘 취재했느냐고 답을 재촉했다.


비서가 들어와 두 사람 앞에 차를 놓고 나갔다. 손님인 홍정의가 주인인 서장에게 차를 권했다.


“일단 차 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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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비열한 보도국장 23.12.07 75 2 11쪽
9 9. 재벌의 개들 23.12.07 7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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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포르쉐 한 대 23.12.03 97 2 12쪽
1 1. 지잡대 문과 출신 23.12.02 13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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