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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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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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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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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5. 기레기 청소하는 '저스티스 홍'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심의실장은 사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어디까지나 시중의 루머임을 전제하고 보도국장 등 3인방의 주가조작 가담 가능성에 대해 운을 떼었다.


그리고 조만간 경찰에서 공문으로 KMS에 3인방의 범죄사실을 공식 통보한다는 정보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장은 아무말이 없었다. 너무 놀랐던 것이다. 제발 사실이 아니길 빌었다. 이사회에서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물으면 사장도 편할 수 없었다.


사장은 심의실장의 보고를 받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며칠을 보냈다. 우물쭈물하는 사장에게 결정타가 날아들었다.


심의실장의 보고대로 경찰로부터 공문이 날아들었다. 공문을 접수한 경영지원국에서는 바로 사장에게 보고했다.


‘귀사의 간부와 일선 기자의 친인척이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정황을 확인하였으니 귀사에서 적절히 처리하길 바란다.’는 취지였다.


보도국장과 경제부장, 김성철의 실명도 들어있었다. 사장은 가슴이 철렁했다. 심의실장의 보고를 들었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던 탓이었다.


사장은 심의실장을 찾았다. 상의할 사람이 심의실장밖에 더 있겠는가?


“아마 경찰에서는 언론사인 걸 감안해 우리 기자들이 연루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걸 잠시 보류한 것 같습니다. 이 세 사람을 소환조사하기 전에 대기 발령이나 뭐, 인사조치할 게 있으면 사전에 조치하라는 취지로 읽힙니다.”

“조치?”


심의실장은 홍정의로부터 들은 ‘조치’란 말을 적절히 써먹었다.


사장은 조치를 하긴 해야겠는데 어디서부터, 무슨 조치부터 취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사장이 갈피를 못 잡고 허둥거리고 있을 때 심의실장이 하고 싶은 말을 아낄 이유는 없었다.


“먼저 우리 회사에서 한 번 걸러놓아야겠죠. 현직 보도국장, 경제부장으로 기사화되는 것보다는 전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우리 부담이 조금 줄어들 수 있을 테니까요.”


정권이 바뀌어도 기가 막히게 연줄을 동원해 늘 양지만 걷던 보도국장을 자르라고 말하고 나니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그리고 사장님의 비리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대내외 특히 이사회에 보여야합니다.”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심의실장을 바라보는 눈이 무척 따뜻했다.


“심의실장이 그래도 며칠 일찍 보고해준 덕택에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고마워요.”


일석이조였다. 미운놈 제거하고 사장님의 눈에까지 들었으니.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정보는 어디서 들었어요?”

“아, 저도 만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우연히 그렇게 되었습니다.”


보도국장이 골로 가고 나면... 심의실장은 상상의 나래를 폈다.


사장이 자기를 대하는 태도로 미루어보면, 잘하면... 자기한테도 권토중래의 기회가 올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심의실장은 무슨 좋은일 있어요?”

“네? 그렇게 보였습니까? 그런 일 없습니다.”


속마음을 들킨 심의실장은 아차! 싶었지만 사장은 그런 사소한 데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사장님, 제 생각을 조금 더 말씀드려도 좋겠습니까?”

“네, 얼마든지.”


심의실장은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이 몰려오기 전에 보도국장 3인방의 비리를 적발해 단호한 인사조치를 취했다고 방송국 출입기자들에게 먼저 발표해 버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김을 빼버리자는 말이었다.


또한 이사회에는 일벌백계의 단호한 인사조치를 신속히 했다는 점과 앞으로 직원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피력하는 게 어떠냐고 진언했다.


선제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논리였다.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사장은 심의실장의 정보제공과 신속한 상황판단에 몹시 흡족해했다.


“KMS에 참 인재들이 많아요. 심의실장 덕에 내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사장은 ‘조치’에 돌입했다. 보도국장을 비롯한 세 사람의 비위 혐의에 대한 정식 조사를 지시했다.


감사(監事)로부터 ‘잠시 좀 보자’는 전화를 받은 보도국장은 홍정의의 고자질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마음이 쎄해지는 걸 어쩌지 못했다.


감사는 보도국장이 소파에 앉자 경찰에서 날아온 공문을 보여줬다. 보도국장은 홍정의가 만든 사문서가 아니라 경찰 로고가 찍힌 공문서임을 확인하고 사색이 되었다.


천명포장의 주가조작 연루 혐의가 이런 식으로 들통날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도국장의 손이 덜덜 떨렸다.


“할 말 있습니까? 내용이 뭐 틀렸거나...”


보도국장은 대답이 궁했다. 아니라고 해봐야 경찰에서 소환 조사하면 다 드러날 일 아닌가?


“별 할말 없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걸 경찰조사에서 밝히겠습니다.”

“꼭 그렇게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 회사의 명예와 언론사로서의 신뢰도에 흠이 가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감사의 보고를 받은 사장은 보도본부장을 불렀다.


“보도국장하고 경제부장이 연루된...”

“아, 그거 말씀입니까? 별일 아닙니다. 홍정의란 놈이 지 연수 못 가게 됐다고...”

“무슨 말 하는 거요? 나 모르는 일이 또 있었단 말이요?”

“네?”

“말씀해 보세요.”


보도본부장은 삼현그룹으로부터 백화점 푸드코트를 분양받았다는 홍정의의 주장을 간단히 이야기한 다음 그 모든 것이 연수를 못 가게 된 홍정의가 악의적으로 퍼뜨리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사장은 그러나 보도본부장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등장인물들이 또다시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인데다 보도본부장의 태도에서 뭔가 얼렁뚱땅 넘기려는 의도가 읽혔기 때문이었다.


보도본부장이 물러가자 사장은 홍정의를 불러올리라고 비서실에 지시했다. 사장이 평사원을 직접 불러서 진상을 확인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보도국장 관련 사안을 중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홍정의씨. 최근에 심의실로 발령이 났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 이유가 삼현그룹 백화점 푸드코트 분양 건 때문인가?”

“아니, 사장님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그런데 보도본부장은 분양 받은 사실이 없다고 펄쩍 뛰던데...?”

“그거야 제가 문제를 제기하니까 서둘러 없었던 일로 만든 겁니다.”


홍정의는 최철호 비서실장이 기사를 안 나가게 해준 데 대한 보답으로 푸드코트를 분양해줬다고 확인해주는 녹음을 사장에게 들려줬다. 그리고 자세한 경과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문제가 될 것 같자 분양 받은 흔적을 지운 사실을 증언하는 박민준 차장의 대화내용도 들려줬다.


“저는 두 분이 스스로 알아서 거취를 결정해주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저를 오히려 심의실로 쫓아냈습니다.”


사장은 공허한 웃음을 터뜨리더니 홍정의를 그만 가보라고 했다. 홍정의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사장실을 물러났다.


사장은 감사에게 홍정의가 모든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 홍정의를 상대로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의 푸드코트 분양 사건도 추가로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홍정의의 준비가 워낙 철저해 사실 감사실에서는 별 할 일이 없었다. 사장과 감사가 나서 엄중한 조사에 착수하니 여론전과 세싸움을 기대했던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의 전략은 먹힐 여지가 없었다.


감사실의 조사결과를 받아든 사장은 서둘러 인사조치에 나섰다.


보도국장과 경제부장, 김성철 기자를 대기발령했다. 경찰조사가 마무리되고 기소되어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보직 상태로 대기하라는 조치였다.


그리고 출입기자들에게 회사의 단호한 조치를 알렸다. 기자들은 이미 김이 샌 것으로 판단하고 쓰는 둥 마는 둥하고 지나갔다. 사장으로서는 아주 다행이었다. 그만큼 심의실장에 대한 고마움도 커졌다.


사장은 공석이 된 보도국장 후임에 바로 심의실장을 앉혔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 모양이었다.


어느날 홍정의가 심의실로 날라오더니 홍정의가 물어다 준 정보로 보도국장 발령이라는 대박이 터졌으니 심의실장은 홍정의가 복덩이 중에 복덩이였다.


신임 보도국장이 된 심의실장은 너무도 당연하게 홍정의를 바로 보도국으로 발령을 냈다.


신임 보도국장은 홍정의에게 희망부서를 말하라고 했다. 고마움을 인사로 보답하려는 것이었다.


“사회부로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응? 왜? 정치부나 경제부도 갈 수 있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닙니다. 제가 있던 곳으로 그냥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홍정의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김준성 부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신임 보도국장은 좀 의아했다. 자기 같으면 정치부, 경제부를 희망할 텐데 속된 말로 뺑이만 치지 영양가는 없는 사회부로 왜 돌아가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건 이리하여 홍정의는 심의실로 쫓겨난지 한 달만에 사회부로 롤백하는 데 성공했다.


보도국 사람들은 이게 다 무슨 영문인지 궁금해했다.


어느날 홍정의가 편집부에서 사회부로 발령이 나더니 뜬금없이 심의실로 쫓겨날 때까지만 해도 다들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한달도 안 돼 보도국으로 원대복귀한 걸 보고는 아무래도 무슨 사연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잔바리 기자의 인사이동보다 보도국 사람들이 진짜 궁금한 일은 당연히 국장과 경제부장, 경제부 고참 기자의 대기발령이었다.


역대 어느 국장보다 파워가 셌던 보도국장과 그의 총애를 받는 경제부장 그리고 유능하다고 알려진 김성철이 한 큐에 보직 해임되고 대기발령을 받았으니 보도국 멤버들은 그 이유를 취재하느라 안테나들을 총동원했다.


회사에는 비밀이 없다. 속사정을 아는 사람이 두 사람 이상이 되면 그 비밀은 유지될 수가 없다. 사장실, 감사실, 심의실장 등등 주가조작과 푸드코트 분양 내막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보도국 사람들이 정말 놀란 대목은 홍정의의 급작스러운 인사이동과 보도국장 3인방의 대기발령이 동전의 앞뒷면이었다는 사실이었다.


홍정의가 보도국장 3인방과 맞짱을 떠서 거꾸러뜨렸다는 걸 알고는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어떤 이들은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에 비유하기도 했다.


평소 보도국장의 독주에 은근히 불만이던 사람들은 홍정의의 활약에 짜릿한 쾌감 내지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이때부터 홍정의가 사내 게시판에 올렸던 필명 ‘저스티스 홍’이 홍정의의 정식 별명이 되었다.


사람들은 서사를 좋아했다. 영웅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러려면 평범한 이름 대신 뭔가 있어 보이는 별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홍정의, 저스티스 홍은 경찰서장에게 한번 만나자고 했다. 본의는 아니지만 상대의 약점을 잡아 이용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


남자답게 술을 한 잔 사고 지난 일은 잊자고 할 작정이었다.


서장은 강남의 룸살롱을 예약해 놓았다면서 거기에서 보자고 했다. 그러나 홍정의는 장소를 바꾸자고 요구했다.


나쁜 사람들이긴 하지만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을 골로 보내놓고 룸살롱에서 띵가띵가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술값을 자기가 낼 생각이었는데 룸살롱은 월급쟁이로서 감당하기 부담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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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앵커의 타락 23.12.13 68 2 12쪽
16 16. 경찰서장의 반전 23.12.12 7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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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콕 찍어 인사보복 23.12.11 69 3 12쪽
13 13. 쇠고랑 차고 회사 짤리고 23.12.11 70 2 12쪽
12 12. 펭귄? 돼지? 23.12.09 68 2 12쪽
11 11. 재벌의 돈질 23.12.08 69 2 11쪽
10 10. 비열한 보도국장 23.12.07 75 2 11쪽
9 9. 재벌의 개들 23.12.07 78 2 12쪽
8 8. 금고를 훔친 재벌 아들 23.12.06 77 3 12쪽
7 7. 다급한 재벌 회장 23.12.06 80 3 12쪽
6 6. 믿고 의지할 사람 23.12.05 87 2 12쪽
5 5. 치사하지만 자폭하기로 23.12.05 83 1 12쪽
4 4. 서장의 비밀 23.12.04 87 1 12쪽
3 3. 국장, 칼을 빼들다. 23.12.04 90 1 12쪽
2 2. 포르쉐 한 대 23.12.03 97 2 12쪽
1 1. 지잡대 문과 출신 23.12.02 13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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