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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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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1,823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13 12:32
조회
384
추천
6
글자
9쪽

< 9. 감옥을 택하다 >

DUMMY

김비서가 턱짓을 하자 안전요원 대여섯 명이 나를 붙잡으러 달려든다. 나는 참교육 회초리를 휘둘러 투명 방어벽을 쳤다. 안전요원들이 아무리 나에게 접근하려 힘을 써도 투명 방어벽에 막혀 튕겨 나갔다.


이를 본 이신성과 비서가 놀란 표정이다. 나는 참교육 회초리를 한 번 더 허공에 휘둘러 안전요원들을 한꺼번에 출입문 쪽으로 밀어붙였다. 안전요원들이 우르르 쓰러지자 이신성 회장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김비서가 이신성의 팔을 부축하며 서둘러 회장실 밖으로 피신시킨다. 안전요원들도 하나둘 나를 흘낏거리며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간다.


방 주인이 나간 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혹 떼려 왔다가 혹을 하나 더 붙인 격이 됐다.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아버지에게 더 가혹한 보복이 가해질 것이 분명했다.


싸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건물 밑을 내려보니 경찰차들이 경광등을 켜고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나는 유리창의 구멍을 다시 막아주고 신성전자 건물을 빠져 나와 우리 집으로 향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야경이 왠지 낯설어 보였다. 내가 2022년 서울로 괜히 왔나? 인간의 탐욕들이 난마처럼 얽혀있는 인간 세상은 세월이 흘러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권력과 금력에 취한 한 줌도 안 되는 인간들은 여전히 기고만장하고 있지 않은가?


***


결국 일이 커지고 말았다. 내가 불쑥 나타나 대기업 횡포라고 항의한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 이신성은 아버지를 불러들였다. 홍길동이라는 놈을 당장 감옥에 넣지 않으면 샛별전자를 부도나게 해주겠다고 협박했다.


이신성의 힘으로는 과장된 말이 아니었다. 거래은행들에 샛별전자에 대한 여신을 회수하라고 은근한 압력을 넣을 방법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이신성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었다. 이런 불미한 일이 생긴 건 모두 자식을 잘못 가르친 자신의 책임이라고 제발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이신성의 성질을 아는 아버지로서는 3천여 명에 이르는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홍길동을 무슨 수로 감옥에 보낸다는 말인가? 사정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신성은 요지부동이었다. 홍길동을 감옥에 보내놓고 나서 다시 이야기해 보자며 축객령을 내렸다.


아버지는 축 처진 어깨로 신성전자 건물을 빠져 나왔다. 앞일이 막막했다. 신성전자에게 미운털이 박히고서 살아남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아니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었다.


***


나는 어떻게 이 국면을 타개해 나갈지 생각을 집중했다. 우선 아버지 회사와 그 직원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감옥에 들어가 주는 게 필요했다. 회사가 당장 부도가 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최서장에게 찾아갔다. 반주를 곁들인 점심을 거나하게 먹고 나서, 몰려오는 식곤증을 못 이겨 서장실 한켠의 침대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다.


경찰공무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만 골라서 하는 놈이지만 아무런 방비 없이 코를 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가여운 생각도 든다. 인간이란 다 이런 것인가 하는... 나는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어이, 최서장, 나 왔어.”


잠결에 내 목소리를 들은 최서장은 벌떡 일어났다. 내 목소리만 들어도 공포스러운 기억이 떠오르는 모양이다.


“야, 어... 너,, 홍길, 홍길동, 너, 여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나는 빙그레 웃었다.


“최서장, 뭘 그리 놀래고 그래. 나 잡아넣고 싶어 했잖아? 나 넣으라고”


“뭐어? 그게 무슨 말이야?”


“나 감옥 갈 테니까 조사해서 집어처넣으라고, 알아들었어?”


“어? 니가 왜? 니가 왜 감옥을 가? 너 그런 사람 아니잖아? 그럴 필요 없잖아?”


“어, 알긴 아네. 사실 내가 자청해서 감옥 갈 사람은 아닌데 그럴 일이 생겼어. 그러니까 나를 제발 감옥에 좀 보내주라. 응?”


***


형사계 조사실, 박강림 형사계장과 마주 앉았다. 박강림은 이만저만 골치가 아픈 게 아니었다. 지난번 조사실에서 사라졌다 나타나고 자신의 회전의자가 저절로 빙빙 도는 걸 본 바 있는 박강림 계장은 이번에는 또 무슨 요상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데다 사실 홍길동에게 무슨 죄를 물어야 할지 애매했기 때문이다.


홍길동을 죄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있어야 하고 왜 그런 피해를 입었는지 조서상에 납득할 수 있게 기록해야 하는데 피해자라는 사람은 조사를 받을 생각을 안 하고 최서장은 이유 불문하고 홍길동을 집어넣으라고 닦달을 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나는 박계장에게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줬다.


“검사가 이유 불문하고 영장을 신청할 테고 판사 역시 이유 불문하고 영장을 발부해 줄 텐데 뭐... 박계장은 조서 작성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피해자가 신성전자의 3남이잖아?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그러나 박계장은 찡그린 얼굴을 풀지 않았다.


“홍길동, 내가 뭐 그놈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놈인 줄 알아? 왜 이래? 나도 경찰대 나온 자존심 있는 형사라고.”


뜻밖이었다. 경찰 중에서 자존심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다는 게 반갑기도 했다. 출세를 위해서는 자존심을 대범(?)하게 버리는 놈들만 있는 조직인 줄 알았는데 경찰에 대범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게 아니 반가울 수가 없다. 나는 진심으로 박계장을 칭찬했다.


“오오, 박계장, 훌륭한데... 맞아, 홍길동이란 놈이 아무리 잘못했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ABC는 갖추고 집어넣어야지. 맞아, 그러려면 그놈도 잡아 오고 너희 서장놈도 조사해야지. 그렇지?”


박계장의 귀가 쫑긋했다.


“뭐? 우리 서장님?”


“응, 너희 서장님 놈도 피해자시거든. 올라가서 물어보고 와, 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야, 홍길동, 자세히 말해 봐. 이거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니가 자수해서 들어온 것부터...”


“응, 내가 혼내켜 준 사람이 그 어린애 패게 시킨 고소인하고 그리고 너희 서장님 놈이야. 너희 서장님 놈, 그놈의 충복이던데? 충복, 무슨 뜻인지 알지? 충성스런 종놈 말이야, 아니지 충견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아. 충성스런 개. 맞아, 개 야, 아니 개만도 못해.”


박계장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뭔가 감을 잡은 모양이다.


“그렇게 고민할 거 뭐 있어? 너희 서장님 놈한테 올라가서 물어보라니까? 홍길동이라는 놈이 당신이 아무개의 종, 아니 개라는데 맞습니까? 하고...”


박계장은 대략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최서장이 홍길동을 집어처넣으라고 난리를 칠 때부터 최서장과 고소인의 심상찮은 관계를 짐작은 했지만 최서장이 피해자로서 사건에 직접 연루가 돼 있다면 이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홍길동, 하나만 묻자.”


“그래, 뭐든지”


“우리 서장님이 이 사건에 직접 관련돼 있냐?”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알았다.”


박계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장실로 곧장 올라갔다. 나는 투명막을 뒤집어쓰고 박경감을 따라갔다. 박계장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서장 앞에 버티고 섰다. 서장이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박계장을 올려다본다.


“서장님, 하나만 답해 주십시오.”


심각한 얼굴로 하나만 답해달라니 곤란한 질문임에 틀림없었다. 서장은 선수를 쳤다.


“박계장, 그래 니 짐작 맞아.”


“예?”


“내가 우리 이회장하고 친해.”


“그렇다면...”


“그렇다면은 무슨 그렇다면이야? 형사는 사실에만 충실하면 돼. 분명한 건 홍길동 그놈은 폭행의 가해자이고 우리 이 사장은 피해자라는 사실이야. 그것만큼은 변할 수 없는 팩트라는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런데... 홍길동이 왜 폭행을 했을까요? 혹시 아는 게 있으시면...”


“왜긴 왜야? 그놈이 뭐 꼭 이유가 있어야만 사람 패고 다니는 놈이야? 너도 좀 봤잖아? 그 새끼. 그 새끼 좀 이상한 싸이코 아니디?”


“마지막으로 하나만 여쭙고 내려가겠습니다.”


“또 뭐?”


“홍길동이가 폭행을 했다면... 뭐가 됐든 먼저 시비가 붙었을 거 아닙니까? 뭐라 그러면서 시비를 걸어왔는지 혹시 들으신 거라도 있습니까?”


“그런 미친 새끼가 뭐가 이유가 있어야 시비를 걸겠어? 그건 나도 몰라.”


최서장은 홍길동이 왜 폭행을 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하지 않는다. 박계장은 더 물어봐야 듣고 싶은 답이 나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그만 물러나기로 한다.


“알겠습니다 서장님, 그럼 이만...”


최서장이 뒤돌아서는 박계장을 돌려세운다. 서랍을 연다. 수북이 쌓여있는 5만 원권 묶음 중에서 하나를 꺼내 책상 위로 툭 던진다. 박계장의 얼굴이 이게 뭐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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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10. 박계장, 강적을 만나다 > +1 22.05.14 353 5 9쪽
» < 9. 감옥을 택하다 > +1 22.05.13 385 6 9쪽
9 < 8.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몸 > +1 22.05.13 387 7 9쪽
8 < 7. 놈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 +1 22.05.12 418 7 10쪽
7 < 6. 돈에 대한 집착 > +1 22.05.12 457 11 9쪽
6 < 5. 첫 번째 참교육 > +2 22.05.11 492 12 10쪽
5 < 4. 맞어, 이상한 새끼야 > +1 22.05.11 511 13 9쪽
4 < 3. 귀신이냐 사람이냐? > +1 22.05.11 540 14 10쪽
3 < 2. 이런 우라질 놈이... > +1 22.05.11 628 14 10쪽
2 < 1. 제보를 받습니다 > +1 22.05.11 953 26 10쪽
1 프롤로그 +3 22.05.11 1,155 3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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