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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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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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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63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1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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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
추천
14
글자
10쪽

< 3. 귀신이냐 사람이냐? >

DUMMY

나는 다시 아차산 집으로 돌아와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궁리했다. 침대에 누운 지 30분이나 지났을까?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불독 짓이라는 걸 직감했다. 문을 열어주니 경찰관들이 서 있었다.


“홍길동씨 맞죠?”


“네, 그런데요?”


“경찰서에 잠시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왜요?”


“협박과 폭행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영장 있어요?”


“네?”


“영장 없으면 돌아가구요. 나는 잠을 마저 자야겠으니 그럼.”


나는 문을 쾅! 닫아버렸다. 경찰들이 무전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한동안 시끄럽던 밖이 이내 조용해졌다. 영장 없이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법, 일단 철수를 한 것이다.


방해받은 아침잠을 보충하느라 점심때까지 늘어지게 잤다. 오후 3시까지 말미를 줬는데 하는 짓을 보아하니 불독이 약속을 지킬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누운 채 요리조리 생각해본다.


***


서초경찰서 형사계. 은철 아버지를 상대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형사가 아무리 다그쳐도 은철 아버지는 홍길동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말해 줄 게 없다.


“당신 아들한테 사과하고 당신한테 1억을 주라고 했다잖아?”


“누가요?”


“아, 몇 번을 말해, 홍길동이라는 놈이 그랬다잖아!”


“아, 글쎄, 홍길동이 누군지 모른다니까요. 몇 번을 말해요?”


“그럼 왜 그놈이 당신 편에 서서 그런 협박을 하냐고? 당신이 이해 가게 설명 좀 해 봐.”


“홍길동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 대신 옳은 일을 하긴 했네요, 뭐. 그리고 이렇게 된 바에 우리 아들 납치 폭행한 그놈한테 사과도 받고 합의금도 받아야겠네요. 나도 맞고소하겠습니다. 웬만하면 그냥 참으려고 했는데...”


“이 사람이? 당신 지금 피고소인이야. 묻는 말에나 대답하라고.”


“글쎄 난 홍길동이라는 사람 모른다잖아요!”


형사가 핸드폰을 은철 아빠한테 들이민다. ‘홍길동tv’이다. 은철 아빠가 한참을 본다. 은철 아빠를 형사가 예리한 눈으로 관찰한다.


“알잖아, 그 사람, 아들 이름으로 댓글도 달았잖아? 복수해 달라고”


“엥? 그게 다 무슨 소리래요?”


“허어, 이 사람... 정말 이러기야? 이러면 어쩔 수 없이 아들 불러서 조사해야 된다고”


“아니 묵사발이 되게 터지고 온 아들놈을 조사한다고요? 에이 씨*, 그러려면 그래 보든지. 나는 뭐 성질 없나? 씨*, 신문이고 TV고 다 소문낼 것이여. 청와대에 청원인지 뭔지도 올려 보고... 자, 해 봅시다. 뭐.”


은철 아빠가 흥분해서 날뛰자 형사가 당황한다. 은철 아빠가 죄가 없다는 건 형사가 더 잘 안다. 그러나 어쩌랴, 서장이 어젯밤부터 은철 아빠를 집어넣으라고 길길이 날뛰고 있으니... 씩씩대던 은철 아빠가 핸드폰으로 다시 ‘홍길동tv’를 보더니 입을 연다.


“그런데 이 사람, 진짜 조선시대 홍길동 아녜요?”


형사는 은철 아빠가 흥분을 가라앉혀줘 감사할 따름이다.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형사 노릇을 시작한다.


“이 사람, 장난하나?... 당신 정말로 이 사람 모른단 말이야?”


“형사님, 근데 이건 아무리 봐도 순서가 아닌 거 같네요. 저 오늘 일도 못 나가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데려다가 뭘 사주했다고 하질 않나... 홍길동이라는 사람부터 잡아들여서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예?”


답답하기는 형사 역시 마찬가지다. 윗선에서 홍길동이라는 놈을 당장 구속시키라고 다그치는 바람에 홍길동을 잡으러 갔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고 죄 없는 은철 아빠만 붙잡고 있으니 형사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


이때 저만치서 형사계장, 박강림이 소리를 친다.


“어이, 영장 떨어졌대. 홍길동이 잡아 와!”


***


나를 잡으러 집에 들이닥친 형사들은 헛발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조금 전부터 불독을 만나고 있으니까. 어제와 똑같이 사우나에 내가 나타난 걸 보고 불독이 소스라친다. 바로 사우나실을 뛰쳐나가 어제처럼 직원들을 마구 불러댄다.


“회원님, 왜 그러세요?”


“또 그놈이...”


“또요?”


“저기, 저 사우나실 안에”


직원들이 어제처럼 사우나실 문을 열고 몰려 들어간다. 또 허탕이다. 불독은 직원들 등 뒤에서 사우나 안을 기웃거리고 있다. 내가 불독의 등 뒤에서 어깨를 톡톡 친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불독이 내 얼굴을 보고 귀신을 본 것처럼 비명을 지른다.


“아아아아아아악.... 너너너너너...”


사색이 된 불독이 연신 손을 허우적거리며 나를 가리킨다. 횡설수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뒷걸음질을 치다 결국 넘어지고 만다.


직원들 눈에는 내가 보이질 않으니 미친놈이 따로 없다. 직원들끼리 서로 눈을 마주친다. 정신이 어떻게 된 놈이 분명하다며 직원 하나가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가리키더니 모두 나가버린다.


불독은 벌거벗은 채 모든 걸 포기한 자세로 라커룸의 긴 의자에 누워있다. 이제 내 얼굴을 보려고도 않는다. 그의 눈에만 내가 보이니 환장할 노릇이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다. 불독이 나를 외면한 채 입을 연다.


“어이, 하나 묻자.”


“응 그래.”


“너, 귀신이냐 사람이냐?”


“네가 생각하는 대로야.”


“그럼 귀신이네.”


“그렇게 생각하든지.”


“도대체 어떻게 하면 돼?”


“음... 이제 상황 판단이 되는 모양이지?”


은철에게 사과하고 보상하라는 말을 꺼내려는 순간 라커룸 바깥이 시끄럽다. 형사 2명이 라커룸으로 들어온다. 불독이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일으키더니 소리친다.


“형사님들, 여기요, 여기.”


나는 잠시 내 모습을 형사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형사들이 나와 불독을 보고서 가까이 다가온다. 나이든 형사 손에 테이저건이 들려 있다.


“야, 홍길동, 꼼짝 마라.”


“영장 가져오셨수?”


젊은 형사가 체포영장을 꺼내려 호주머니를 뒤지려는 순간 나는 사우나실로 뛰어 들어갔다. 형사들이 나를 놓칠세라 뒤쫓아 들어온다. 불독도 형사들을 따라 사우나실로 들어온다.


그러나 사우나실은 텅 비어있다. 직원들이 사우나실 쪽으로 다가와 유리창을 통해 안을 기웃거린다. 홍길동은 보이지 않고 테이저건을 든 형사 둘과 불독만 사우나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나는 형사들이 다짜고짜 집으로 들이닥치더니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아 나를 붙잡으러 오게 된 경위가 궁금했다. 형사들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모습을 드러냈다. 별안간 벌거벗고 서 있는 나를 마주한 형사들은 형사라는 체면도 잊고 허걱! 놀란다.


“형사님들, 고생하시네요.”


어찌 대응할지 몰라 버벅거리던 두 형사 중 나이 많은 형사가 간신히 입을 뗀다.


“너, 너 홍길동 맞지?”


“네, 저 홍길동입니다. 저 잡아가시게요?”


“야, 야, 너 손 내밀어”


나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 만다.


“왜요? 수갑 채우시게?”


“그래, 손 이리 내밀어”


나이 든 형사가 허리춤에서 수갑을 꺼내 든다.


“아이, 형사님. 그러지 마시고요. 나도 체면이 있잖아요? 순순히 따라갈 테니까 수갑은 관두시죠?”


나는 사우나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형사들과 불독이 나의 뒤를 졸졸 뒤따른다. 나는 라커를 열고 옷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평소 옷 입는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천천히 양복을 꺼내 입고 넥타이도 꼼꼼하게 맸다. 형사들과 불독이 날 어쩌지 못하고 참을성 있게 옷 입는 걸 지켜보고 있다.


“자, 가시죠.”


나이든 형사가 아직 손에 들려있는 수갑을 한번 보더니 필요 없다는 듯 허리춤에 다시 찬다. 범인이 앞장서고 형사들과 피해자가 뒤를 졸졸 따라간다.


***


서초경찰서 형사계장 박강림은 아까부터 ‘홍길동tv’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고 있다. 처음에는 어그로를 끌어 돈이나 벌어보려는 질 낮은 유튜버의 하나로 생각했다.


그러나 은철이의 댓글 제보로 시작된 사건이 경찰에 공식 접수되고 조금 전 홍길동을 체포했다는 보고까지 받을 정도로 사건이 구체성을 띠고 있어 사이버상에서 일어나는 젊은 애들의 장난질이 아닌 게 분명해졌다.


사건의 핵심은 홍길동이란 자가 준서 아버지를 협박 폭행했는지 여부에 앞서 제보자인 은철이가 주장하는 대로 준서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하수인들을 시켜서 은철을 납치해 폭행했는지 여부이다.


만약 그렇다면 홍길동을 처벌해 달라고 고소한 준서의 아버지는 납치 폭행에 무고죄를 저지른 중범죄자이다. 아니면... 초등학교 5학년인 은철이가 거짓말을 했을까? 확신할 순 없어도 초등학생이 납치 폭행이라는 중범죄를 꾸며서 제보하진 않았을 것 같다.


박계장이 사건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가고 있는데 형사계의 철제 출입문이 철컥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훤칠한 키에 당당한 체구를 한 젊은 놈이 떡 버티고 서서 형사계를 내려다보듯 살피고 있다.


‘홍길동이다!’


박강림 경감은 본능적으로 홍길동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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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10. 박계장, 강적을 만나다 > +1 22.05.14 353 5 9쪽
10 < 9. 감옥을 택하다 > +1 22.05.13 385 6 9쪽
9 < 8.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몸 > +1 22.05.13 388 7 9쪽
8 < 7. 놈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 +1 22.05.12 418 7 10쪽
7 < 6. 돈에 대한 집착 > +1 22.05.12 457 11 9쪽
6 < 5. 첫 번째 참교육 > +2 22.05.11 492 12 10쪽
5 < 4. 맞어, 이상한 새끼야 > +1 22.05.11 511 13 9쪽
» < 3. 귀신이냐 사람이냐? > +1 22.05.11 541 14 10쪽
3 < 2. 이런 우라질 놈이... > +1 22.05.11 628 14 10쪽
2 < 1. 제보를 받습니다 > +1 22.05.11 953 26 10쪽
1 프롤로그 +3 22.05.11 1,157 3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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