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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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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1,897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11 14:01
조회
511
추천
13
글자
9쪽

< 4. 맞어, 이상한 새끼야 >

DUMMY

나는 형사들에게 내가 준서 아버지를 협박 폭행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 전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형사들은 호텔 피트니스 클럽의 CCTV를 샅샅이 뒤졌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내가 중요한 순간에는 투명막에 감싸여 돌아다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형사들의 보고를 받은 박강림 형사계장은 2층 서장실로 보고하러 올라갔다. 서장은 형사계장이 하는 말에 화가 치미는 모양이었다.


“박계장, 난 박계장이 실력이 있는 줄 알고, 아니 눈치는 좀 있는 걸로 알고 형사계장에 앉혀 놨는데... 그것밖에 못 해?”


“죄송합니다, 서장님. 근데...”


“근데고 나발이고 집어치우고 그 새끼 집어넣으라니까? 내 말 이해 못 하겠어?”


서장의 목소리가 점점 올라갔다.


“서장님, 고정하시고...”


“야, 박계장, 너 경찰대 출신 아냐? 잘난 머리 이런 데 안 쓰고 뭐 하냐?”


“예?”


“긴말 필요 없고. 그 새끼, 구속시켜. 구속시키라고. 너 살고 싶으면”


“예?”


“바보 멍청이야? 자꾸 예? 예? 만 할 거야? 당장 튀어나가서 그놈 구속영장 치라고, 못 알아들어?”


도무지 대화가 안 되는 서장에게 자꾸 설명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고 판단한 박강림 계장은 공손히 인사를 하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서장한테 박살이 난 박계장은 조사실에서 나와 마주 앉았다. 나는 묵비권행사를 거둬들이고 입을 열었다.


“박계장, 이 사건 잘못 다루다간 당신 인생이 망가질 수 있어요.”


“피의자가 형사를 협박하는 거요?”


“협박이라니...? 젊은 나이에 경감인 거 보니 경찰대 출신인 거 같은데 좋은 머리로 잘 생각해 보쇼. 누가 진짜 나쁜 놈인지.”


“홍길동이 아니라 고소인이 나쁜 놈이다? 그런데 증거가 없잖소? 김은철이를 납치 폭행했다는”


“에이, 이러면 안 되지. 고소인 조사 제대로 했소? 아예 부르지도 않았잖아? 김은철이 아빠만 연행해서 조사하고 정작 폭행 피해자인 김은철이는 조사도 안 했잖아? 김은철이가 납치됐던 빌딩의 CCTV도 확보 안 했지?”


박강림 계장은 나의 추궁에 당황했다.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그저 서장님 지시만 들었잖아? 자, 내가 협박 폭행을 했다고 칩시다. 그럼 왜 그랬는지 범죄의 동기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뇨? 내가 미친놈이요? 아무 이유 없이 멀쩡한 사람을 협박하고 패고 하게?”


“그렇다면 협박 폭행한 건 사실이긴 한데... 뭐 그럴싸한 이유가 있어서 그랬다? 당신 혐의를 인정은 하겠다?”


나는 깐족이는 형사계장을 참을 수 없었다. 혼을 좀 내주기로 했다. 박강림이 잠시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이 나는 참교육 회초리를 휘둘러 투명막을 만들었다.


내가 면전에서 사라지자 처음 ‘어디 갔지?’ 하는 표정에서 점차 당황, 놀람, 대경실색, 혼비백산 순으로 감정의 동요를 보이다 급기야 불독이 그랬던 것처럼 조사실 밖으로 뛰쳐나가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형사계장을 뒤따라 나온 나는 형사계장의 회전의자에 앉아 그가 하는 짓을 관찰했다. 얼이 반쯤 나간 박계장은 형사들을 비상소집해 홍길동을 수색하게 하고 형사과장, 서장한테 나의 실종 사실을 전화로 보고했다.


나는 형사계장의 회전의자에 앉아 이쪽저쪽으로 의자를 돌려봤다. 자신의 의자가 저절로 움직이는 걸 본 박계장은 의자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의자는 보란 듯이 점점 크게 움직였다. 급기야 의자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회전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박계장의 의자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누구라도 의자를 붙잡아보기라도 하련만 아무도 나서지 않고 그저 놀란 토끼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홍길동이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은 형사과장과 서장이 형사계에 들어선다. 서장과 과장도 최고 rpm으로 회전하는 의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나는 의자가 계속 돌도록 내버려 두고 다시 조사실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앳된 의경의 목소리가 형사계의 정적을 깼다.


“피의자, 자리에 있는데요?”


서장 이하 형사들은 일제히 목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조사실 쪽으로 뛰어간다. 귀신에 씐 무리처럼.


나는 태연히 자리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박계장이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온다.


“뭐야? 너 홍길동”


“왜요? 무슨 일 있습니까?”


“너, 너 어디 갔었어?”


“어디 가다니요?”


“너 갑자기 안 보였잖아?”


“무슨 말씀 하시는 겁니까?”


조사실 밖에서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기에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했다. 박계장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정신을 차려보려 하지만 쉽게 수습될 리가 없다. 나는 박계장이 왜 그러는지 전혀 모르는 척 연기를 계속했다.


“계장님, 이제 조사 끝났으면 집에 가도 될까요?”


“어? 집에 간다고? 어어, 아니야. 조사할 게 남았어.”


“계장님, 그럼 빨리 조사 끝내주세요. 저도 생업이 있잖아요?”


“생업? 당신 생업이 뭔데?”


“유튜브요. 홍길동tv, 아시잖아요?”


“알지, 나도 봤지. 그런데 그게 생업이야?”


“그럼요. 지금 서초경찰서에서 내가 조사받은 사실, 그리고 고소인 말만 듣고 일방적으로 나하고 피해자 아버지만 체포해서 조사했다는 사실, 그리고 고소인이 초등학교 5학년밖에 안 된 아들 친구를 납치 폭행했다는 사실 등등...

이런 것들을 방송하면 구독자 수가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수입이 발생할 거 아닙니까? 그러니 훌륭한 생업이죠”


조사실 밖에서 나의 말을 듣고 있는 서장과 형사과장의 표정이 흙빛이 되어가는 게 보인다. 형사과장이 서장의 귀에 뒤고 속닥이는 소리도 내 귀에 들려온다.


“요즘은 유튜브라는 것도 무시 못할 매체가 되어놔서 말입니다...”


“그냥 내보내자고?”


“증거를 조금 더 수집한 다음에 다시 잡아 오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고. 간단한 놈은 아닌 거 같으니...”


경찰서에서 풀려난 나는 준서 애비놈, 불독의 뒷조사를 좀 했다. 한국 최고의 재벌인 신성그룹 이신성 회장의 막내아들로, 개망나니 짓을 하도 해서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 취급을 받고 있었다.


버릇을 단단히 고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은철이가 생기지 않도록.


어둠이 내린 서초동의 유흥가. 고급 외제차가 한 빌딩 앞에 멈추자 불독이 거드름을 피우며 내린다. 건물 앞에서 얼쩡거리던 어깨들이 달려들며 ‘어서 옵쇼’라며 합창을 한다. 어깨들의 안내를 받으며 불독이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간다.


룸살롱의 특실에 불독과 서장이 마주 앉아있다. 나이 어린 불독은 다리를 꼬고 등받이에 몸을 누이고 있고 맞은편의 서장은 소파 끝에 엉덩이를 붙이고 두 손을 양 무릎에 올리고 있다. 한눈에 상하 관계가 선명하다.


“아이, 씨*, 그런 새끼 골인 하나 못 시키고... 서장은 계급장을 폼으로 달고 다녀?”


아랫사람 다루듯 반말지거리를 하는데도 서장은 헤헤거리며 비위를 맞추고 있다.


“아이, 회장님. 너무 화만 내지 마시고 자, 일단 한잔하시고 제 설명을 좀 들어보시면 내가 어떤 작전을 짜고 있는지 알게 될 겁니다. 자, 그럼, 자, 한 잔, 쭈욱...”


두 사람은 양주를 스트레이트로 한 잔씩 비우고 잔을 대리석 테이블에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기다렸다는 듯 아가씨들이 안주를 집어 두 사람의 입에 넣어준다.


“자, 그럼 그 작전이 뭔지 한 번 들어봅시다.”


“아, 그런데 말이죠, 작전을 설명하기에 앞서...”


“아, 말이 또 길어지네.”


“아, 그게 아니라, 홍길동이 그 자식 혹시 좀 이상한 구석 없었습니까?”


“이상한 구석? 그래 이상한 구석이 많은 새끼지. 맞어. 이상한 새끼야.”


“그렇죠? 네. 그렇습니다. 갑자기 눈에 보였다 안 보였다 그랬죠?”


불독이 정색을 하고 눈을 크게 뜬다.


“어? 그치? 그 새끼 갑자기 사라지고 그러지 막. 맞지?”


“아, 회장님도 겪으셨구나. 그렇습니다. 그 자식 좀 이상해요.”


“아, 그렇구만, 아, 씨*, 나는 내가 술에다 약에다 하도 해대서 내가 머리가 좀 이상해진 걸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거지?”


“예. 이 새끼, 분명 뭔가 마술 같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어요.”


“맞어. 맞네. 대한민국 경찰이 그렇게 봤다면 맞는 거네. 나도 정말 뭔가 귀신에 씐 것 같았다니까. 에이 씨*, 우습게 보일까 봐 아무 말도 안 했네.”


서장이 맞은편의 불독 쪽으로 몸을 더욱 가까이 숙이며 속삭인다.


“그래서 이 새끼 정체를 알아보려고 가족관계를 좀 살펴봤더니 그런데...”


“그런데 뭐?”


“이놈이 샛별전자 홍대곤 회장의 아들로 나오는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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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10. 박계장, 강적을 만나다 > +1 22.05.14 353 5 9쪽
10 < 9. 감옥을 택하다 > +1 22.05.13 385 6 9쪽
9 < 8.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몸 > +1 22.05.13 388 7 9쪽
8 < 7. 놈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 +1 22.05.12 418 7 10쪽
7 < 6. 돈에 대한 집착 > +1 22.05.12 457 11 9쪽
6 < 5. 첫 번째 참교육 > +2 22.05.11 492 12 10쪽
» < 4. 맞어, 이상한 새끼야 > +1 22.05.11 512 13 9쪽
4 < 3. 귀신이냐 사람이냐? > +1 22.05.11 541 14 10쪽
3 < 2. 이런 우라질 놈이... > +1 22.05.11 628 14 10쪽
2 < 1. 제보를 받습니다 > +1 22.05.11 954 26 10쪽
1 프롤로그 +3 22.05.11 1,157 3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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