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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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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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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46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1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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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추천
7
글자
9쪽

< 8.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몸 >

DUMMY

답답한 마음에 아차산으로 향했다. 아차산 정상에 오르니 하남과 구리 사이로 한강이 크게 휘돌아 흐른다. 고구려와 백제가 아차산성을 놓고 싸울 때도 저 강은 지금 모습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조선시대, 내가 그토록 부당함을 토로했건만 서얼 문제 또한 변함없이 젊은이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나는 선택해야 했다. 불독과 서장 놈에게 무릎을 꿇을 것인가? 아니면 샛별전자가 넘어지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양단간에 선택을 해야 한다.


마음 같아선 냉혈한 같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냉정함을 지지하고 덕을 봤을 게 분명한 홍길현에게 이 기회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참 복수가 아니지 않은가? 진정한 복수란 본인들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결국 샛별전자를 망하게 하는 방식의 복수는 옳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샛별전자를 죽게 놔둬서는 안 되었다. 내가 불독에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홍길동tv’ 채널은 폐쇄하고 그동안 올렸던 동영상도 당연히 없애야 할 것이다. 그리고 놈에게 요구했던 기부와 은철에 대한 사과 또한 철회해야 할 것이다. 기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은철에 대한 사과 철회는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을 정리한 나는 아차산 정상에서 너럭바위로 훌쩍 뛰어내렸다. 너럭바위를 몇 걸음 걸어 내려오다 비차에 훌쩍 몸을 싣고 서초동의 룸살롱으로 이동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놈은 폭탄주를 목구멍에 털어 넣어가면서 승리감에 도취해 있었다. 나는 출입문 쪽에 슬며시 나타났다. 놈들이 이번에는 크게 놀라지 않는다.


기고만장한 불독이 입을 열었다.


“음... 내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지. 그래, 어서 와라. 이 x 같은 놈아. 하하하 하”


최서장 놈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이놈도 한마디 보탠다.


“야, 피의자 홍길동, 너 거기서 뭐하고 서 있냐? 야, 자식아, 무릎 꿇어! 신성전자 이신성 왕회장께서 여기 계시는 이선동 아드님의 민원을 들어주시기로 했다는 거 아니냐? 하하하”


나는 유치하고 저급한 놈들의 태도에 역겨움을 금할 수 없었다. 신사적으로 해결하자고 찾아온 나를 이렇게 가지고 놀다니...


놈들을 용서해 줄 마음이 싹 가셨다. 나도 성질이 있는 남자다.


“어라? 이놈들 봐라. 기고만장하네?”


두 손 싹싹 빌 줄 알았던 내가 전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자 놈들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나는 두 놈 옆으로 걸어갔다. 두 놈의 머리통을 양손에 하나씩 붙잡았다.


나는 양손에 잡은 놈들의 머리통을 동시에 테이블에 내리 처박았다. 인간의 두개골이 강한지 아니면 대리석이 강한지 내기를 하려는 듯 두 놈의 머리통은 대리석 바닥과 충돌했다. 둔탁한 소리가 퍼벅! 났다.


대리석이 강했다. 대리석은 멀쩡했지만 두 놈의 이마빡에서 선혈이 낭자했으니까. 뇌진탕을 일으킨 놈들의 머리통은 한동안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소파에 쓰러져 두 놈은 죽은 듯 누워있었다.


나는 놈들을 내버려 두고 룸살롱을 나와 정처 없이 걸었다. 으슥한 구석에서 키스를 하는 커플도 보이고 인도와 차도의 경계석에 앉아 토악질을 해대는 청년도 보였다. 룸살롱 방향으로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119구급차도 보였다.


신성이 샛별전자의 납품을 끊더라도 한두 달 여유는 있을 것이다. 샛별전자에서 납품하는 반도체 부품을 다른 협력회사 제품으로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나는 당장 샛별전자가 망할 것처럼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불독의 하는 짓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증스러웠다. 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나가보기로 했다. 신성의 오너인 이신성 회장을 만나 ‘당신 아들이 이런 놈이오’ 하고 일러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신성전자의 사옥은 외벽이 온통 유리로 번쩍였다. 40층 건물의 맨 꼭대기 층을 회장 전용층으로 쓰고 있다. 나는 비차를 타고 사옥건물 밖 공중에 떠서 회장실을 들여다 봤다. 이신성 회장이 신문을 보고 있었다.


나는 참교육 회초리의 고주파레이저빔으로 유리창에 사각형 구멍을 크게 내고 비차를 탄 채 회장실로 바로 들어갔다. 이신성 회장 앞에 떡 버티고 섰다. 웬 젊은이가 자기 앞에 서 있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이회장은 신문을 떨어뜨렸다.


“다 당신, 누 누 누구야?”


나는 가급적 예의를 갖추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불쑥 이렇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아 드님한테 들어보셨을 겁니다.”


“홍길동? 어 어, 그래, 당신이구만. 그런데 어떻게 이 방에... 이렇게 들어왔지?”


“절차 따르다 보면 회장님 뵙지 못할 것 같아 그냥 이렇게 찾아뵀습니다.”


“어? 그래도 그렇지... 그런데... 저리 들어왔나?”


이신성 회장은 턱짓으로 찬바람이 거세고 들어오고 있는 유리창의 구멍을 가리켰다.


“네. 저리 들어왔습니다.”


“허어...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왔나?”


“아니요. 그냥 구멍을 내고 들어왔습니다. 다시 막아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아니, 걱정하는 게 아니고... 그냥 들어와? 지금 그냥 들어왔다고 했나?”


“네”


“그냥, 어떻게?”


“그건 나중에 기회 되면 설명 드리기로 하고... 그보다 제가 드려야 할 말이 있습니 다.”


이신성은 나와 이야기는 하면서도 계속 구멍 난 유리창을 힐끔거렸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 이상한 놈 아닙니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그런데 말이야... 나 지금 좀 바빠. 나중에 이야기하면 안 될까?”


돌연한 나의 등장과 구멍 난 유리창이 이회장의 정신을 흩뜨려놓은 것 같았다.


“바쁘시면 딱 한 말씀만 드리고 가겠습니다.”


이회장이 반쯤 넋이 나가 건성으로 대답한다.


“응, 그러든지”


내가 막 입을 떼려는데 남자 비서가 들어온다. 회장 방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 확인차 들어온 모양이다. 회장 앞에 버티고 서있는 괴한이 눈에 들어오자 비서가 다급하게 이신성 곁으로 뛰어온다.


“당신, ... 누구야?”


회장이 손을 들어 비서를 제지한다. 나를 자극하지 말라는 뜻이다.


“김비서, 괘 괜찮으니까 가만있어.”


김비서라 불린 중년남이 걱정스런 얼굴로 회장과 나를 번갈아 본다.


“회장님, 둘이서만 잠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이회장이 비서에게 지시한다.


“김비서, 잠시 밖에서 기다려”


비서가 나가고 나자 이회장이 나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한다.


“자, 기왕 이렇게 된 거 무슨 사연인지 들어봅시다.”


긴말할 시간이 안 되는 것 같아 거두절미하고 납품문제를 꺼냈다.


“아드님이 뭐라고 보고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자식들의 문제로 샛별전자와의 납품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라고 생각합니다.”


이회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한다. 불독에게서 봤던 야비한 얼굴이 애비에게 물려받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 조금 전까지의 최소한의 품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표독한 민낯이 드러난다.


“뭐야? 너 이 새끼, 내가 누군지 알고나 와서 이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대기업의 횡포? 야, 이 새끼야, 너 같으면 지 자식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터져 갖고 들어왔는데 아들 팬 놈들 납품을 계속 받아 주겠니? 부모 자식 간의 연이 원청 하청 관계보다 못하단 말이야?”


“그런 뜻이 아닙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자는 말이죠”


“뭐? 이노무 자식, 무릎 꿇고 백배사죄해도 들어줄 마음이 없는데, 뭐어? 나에게 따지러 들어? 대기업의 횡포? 니 애비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까지 쓸데없는 동정이었다고 알려줘서 고맙구나.”


“아들이 왜 그렇게 맞았는지 물어는 보셨습니까?”


“이 자식아, 내 새끼가 무슨 짓을 했든 네가 웬 상관이야? 야, 이 자식아, 나 이신성, 대한민국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몸이야. 국물도 없다고, 알아?”


이신성의 목소리가 점점 올라가자 안전요원들을 대동하고 김비서가 다시 들어온다. 이신성은 신변을 지켜줄 사람들이 눈에 띄자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야, 이 새끼야,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맞아, 홍길동인지 뭐시긴지였지. 너 이 새끼, 나를 어떻게 보고 백주대낮에 행패질이야? 야, 김비서!”


엉거주춤 상황을 지켜보던 김비서가 득달같이 다가온다.


“예, 회장님.”


“이 새끼 치워버려. 에이, 살다 보니 별 희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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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10. 박계장, 강적을 만나다 > +1 22.05.14 353 5 9쪽
10 < 9. 감옥을 택하다 > +1 22.05.13 385 6 9쪽
» < 8.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몸 > +1 22.05.13 388 7 9쪽
8 < 7. 놈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 +1 22.05.12 418 7 10쪽
7 < 6. 돈에 대한 집착 > +1 22.05.12 457 11 9쪽
6 < 5. 첫 번째 참교육 > +2 22.05.11 492 12 10쪽
5 < 4. 맞어, 이상한 새끼야 > +1 22.05.11 511 13 9쪽
4 < 3. 귀신이냐 사람이냐? > +1 22.05.11 540 14 10쪽
3 < 2. 이런 우라질 놈이... > +1 22.05.11 628 14 10쪽
2 < 1. 제보를 받습니다 > +1 22.05.11 953 26 10쪽
1 프롤로그 +3 22.05.11 1,156 3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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