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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5.09 23:03
연재수 :
1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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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39,847

작성
24.04.0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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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새 역사 창조의 건아 (3)

DUMMY

179화


가공할 위력의 귀싸대기 스매시를, 몸을 숙이며, 스칠 듯이 지나쳐 보낸 하지운이 상대의 좌측 늑골에 라이트 훅을 한 방 날렸다.

체중이 구백 킬로를 넘는 건장한 사나이가 훅 한 방에 숨을 헐떡이며 상체를 굽혀 버렸다.


살짝 백 스텝을 밟으면서 몸을 뒤로 뺀 하지운이 사내의 숙여진 면상에 레프트 어퍼를 꽂아 넣었다.

앞으로 튀어나와 있던 사내의 주둥이가 완전히 으깨짐과 동시에, 반올림하면 일 톤인 거대한 몸뚱어리가 흙바닥에 처박혀 버리고 말았다.


4.0버전의 하지운이 붉은빛이 은은하게 도는 하얀 털북숭이 사내의 등짝에 가시를 박아 놓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곰머리 족장 놈의 털 색깔을 도대체 누가 이딴 걸로 고른 거야?”

“궁금하면 네 여친한테 물어 보든가.”


기절해 있는, 짙은 갈색빛의, 곰머리 청년들을 염동력으로 운반 중이던 복제 인간 일 호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승아 요즘 바빠. 진급했어.”

“뭔 귀신들이 할 거 다 하네. 진급하면 연봉도 올려 줘?”

“글세... 그건 나도 모르겠네. 그런데 승아가 돈 쓸 데가 있나?”

“나야 모르지. 그건 남친인 네가 알아야지, 내가 뭘 알겠냐?”

“그건 그래.”


핑크빛 곰탱이를 먼지로 만든 하지운이, 일 호가 쌓아 놓은, 곰머리 동산 앞으로 다가서다 순간 멈칫했다.


“이 동네 주인이 따로 있었나 보네. 얼른 이것들 다 먹어 치우고, 정중하게 인사 좀 나눠야겠다.”

“인사는 무슨... 달려오는 기세 보니까, 널 때려죽이러 오는 모양인데.”


수행 비서를 소환 해제한 후, 느긋하게 곰머리들의 기력을 빨아먹고 나니 손님들이 도착했다.

손님들의 외모와 복색을 보고 당황한 하지운이, 인사도 못 건네고, 이맛살만 찌푸린 채 한참을 고민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저... 캔 유 스픽 잉글...”

“네놈은 대체 뭐냐? 뭔데 우리 영역까지 들어와서 살생을 저지르는 거냐?”

“아... 영어 잘 하시는구나. 근데 혹시 더우세요? 아니면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신 건가... 제가 민망해서 그러는데, 옷 좀 더 입어 주시면 안 될까요? 제 약혼녀도 엄청 싫어할 거 같아요. 초면에 이런 부탁을 드려서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풍기는 기운도 그렇고, 괴상한 놈이 나타났네.”

“외형은 인간을 닮았는데. 기운을 봐서는... 인간이 맞기는 한 건가?”

“그런데 우리더러 뭘 어쩌라는 거지?”

“옷을 입어 달라는데, 뭘 더 입으라는 거야?”

“우리더러 인간들처럼 거추장스러운 걸 걸쳐 달라는 거 아냐?”

“우리가 왜 그래야 해?”


듣고 있던 하지운이 이해를 해 버렸다.

이들은 원래, 이 정도까지만 걸치고, 몇 대에 걸쳐 명맥을 이어 온 뼈대 있는 종족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방인인 자신이 이들 고유의 의복을 무시하고는, 인간의 올바름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개무식한 짓거리를 저질러 버리고 만 것이었다.


“저기... 제가 방금 부탁드렸던 건 못 들은 걸로 해 주세요. 뭐... 보기 좋네요. 방어력도 높아 보이고. 그냥 전통을 지키면서 살아 주세요. 제가 잠시 건방지게 굴었네요.”


덩굴과 잎사귀로 중요 부위들만 가린 귀가 뾰족한 미남 미녀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기색으로 하지운을 다그쳤다.


“우리 영역에 왜 들어와서 살생을 저지르고 있는지 물었다, 이 알 수 없는 종족아. 그것부터 대답해라.”

“저기... 여기 원래 ‘어수스’의 영역 아닌가요? 방금도 그쪽 분들이 아니라, 곰 대가리 달고 있는 것들이랑 치고받았던 거 같은데... 그쪽 분들은 비주얼이 너무 강렬해서, 제가 죽였으면 기억을 못할 리가 없거든요. 근데 왜 난데없이 초면에 누명을 씌우세요?”

“어수스를 비롯한 숲의 친구들은 모두 우리의 가족들이다. 꽃과 나무가 있는 모든 공간이 우리의 영역이라는 말이다, 이 괴상한 종족아.”

“... 어이가 없네, 이 허우대만 멀쩡한 노출증 환자들이. 숲 전체가 다 너희 거라는 말이잖아. 아예 들어오지 말라는 소리냐?”

“그렇다, 이 쓸데없이 커다란 인간아.”

“그럼 그냥 조용히 지나만 가는 것도 안 돼? 초미니 비키니 같은 것만 걸친 너희는 굳이 상대하고 싶지도 않은데.”

“안 된다. 돌아가라, 추한 생물아.”

“뭐라는 거야? 내가 전신 성형을 몇 번을 했는데! 추하다고? 이 정도면 터프하게 잘생긴 거지! 내 여친이 이번에는 성형이 엄청 잘됐다고 얼마나 기뻐했었는데! 내 원래 본판 갖고 그랬으면, 내가 말을 안 해! 진짜 생각하면 할수록 개빡치네!”


그러면서 상태창에서 거울 기능을 활성화시킨 하지운이 움찔하며 놀랐다.

생각해 보니, 키 삼 미터 오십의 곰머리 족장과 스파링을 하겠다고, 신장 삼 미터 삼십의 4.0버전으로 변신했던 걸 깜빡하고 있던 하지운이었다.


“아... 잠깐! 그럼 내가 지금 검은 머리라서... 그러면 혹시... 너희 인종 차별주의자야?”

“도대체 이놈은 뭐 하는 종자야? 당최 알 수 없는 소리만 지껄이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넌 추한 게 맞아. 그러니 겸허히 받아들이고 속히 너희 왕국으로 돌아가.”

“만약에 내가 안 가겠다고 버티면, 날 죽일 거야?”

“물론이다.”

“그럼 내가 살기 위해서 너희를 죽일 수도 있는데?”

“그럴 수 있으면, 어디 한번 네 능력껏 날뛰어 보든지.”

“저기... 혹시 모르니까... 여기 양피지랑 깃털 펜이거든. 이거 뭔지는 알지? 혹시 글은 쓸 줄 알아? 알면, 여기다가 합의하에 싸우기로 했다고 좀 적어 줘. 아, 그리고. 이름이 있으면, 여기 밑에 같이 적어 주면 더 좋고.”

“뭐라는 거야? 이 괴상한 인간이.”

“내가 저승으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감시받고 있는 데다가, 그걸로 평가까지 받고 있는 처지라서 그래. 좀 이해해 줘. 지금 이 순간에도 다 지켜보고 있을 거란 말이야. 그런 마당에, 내가 먼저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종족에게 대뜸 주먹부터 날려 버린다면 평가가 어떻게 나오겠어? 협조 좀 해 줘. 나도 이러는 거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저승? 아무튼 귀찮은 놈이 하나 들어왔네. 아, 그래. 뭘 적어 달라고?”

“통행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말로 해결이 안 돼서, 합의하에 싸우기로 하였다. 이 정도만 적어 주면 돼.”

“자, 적었다. 밑에 있는 건 내 이름이다.”

“이게 전부 이름이야? 치명적인 푸른 눈의 하얀 늑대... 너희... 혹시 중이병이라고 알아?”

“모른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적어 달라는 것도 다 적어 줬으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덤벼라.”


엘프남이 건네주는 각서를 받아 챙기며 하지운이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미리 말하는데 난 ‘문명을 이룬 것들 중에 나보다 약한 것들은 굳이 수련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라는 결심을 하고 출발을 했었다. 쓸데없는 원한을 만들어서, 내 새로운 팬들이 대신 역풍 맞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지. 내가 얼마나 공들여서 미션을 완료하고 왔는데. 내 업적에 내 스스로 똥을 뿌릴 수는 없잖아.”

“뭔 소리야? 분명히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그러게. 어떻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지?”


아름다운 남녀들의 불평불만 따위는 시원하게 흘려버린 하지운이 최후통첩을 마저 날려 버렸다.


“그래서 분명히 너희랑 싸우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고 싶다는 의사까지 전달했다. 나로서는 할 수 있는 만큼의 성의는 다 보인 거다. 그러니 나중에 울고불고 지랄하지 마라. 너희를 어설프게 살려 둬서, 내 팬클럽 회원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다. 전생에 수백만 자의 글을 쓰고도, 구경조차 못해 본 충성도 높은 팬들이다. 너희 모두를 다 죽여서라도 반드시 보전할 것이다.”

“유언 한번 길게 하네. 이제는 더 할 말이 없지?”

“어.”


대답과 함께 하지운은 오리지널 로저의 형상으로 신체를 변형시켰다.

이 미터 오십의 아담한 사이즈로 변신한 하지운을 보며, 좌중의 선남선녀들이 동물원에 처음 놀러 온 아이들처럼 신기해했다.


“도대체 뭐야? 이 신기한 족속은.”

“안 가르쳐 주지!!”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괴성을 고래고래 지르며 하지운이 모습을 감춰 버렸다.

옷을 입다 만 선남선녀들도 나뭇잎을 떨구며 사라져 버렸다.


순간 대기가 터져 나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지며, 아름다운 머리통 하나가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허공을 날았다.

동시에 라인이 매혹적인 몸뚱어리 한 구가 흙 알갱이를 튀기며 바닥에 내리꽂혀 버렸다.

검을 든 하지운이 꼬꾸라지는 엘프녀 앞에서 또다시 잔상만 남겨 두고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 자리로 수십 발의 화살이 상식 밖의 속도로 날아와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일 초도 지나지 않아서, 활을 든 엘프녀 하나가 추가로 상반신이 사선으로 썰린 채로 엎어져 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무지막지한 위력의 화살비가 쏟아져 내렸다.


잠시 후 스무 명의 엘프 남녀들 중 단 한 명의 엘프남만이 살아남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활 대신 다갈색 검을 뽑아 들고, 전신의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눈알을 희번덕거렸지만 아무것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도, 티팬티 같은 것만 걸친, 조각 미남은 결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열아홉이나 되는 동료들이 순식간에 썰려 나가는 꼴을 지켜본 그에게 방심을 할 마음의 여유가 생길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 엘프남의 등 뒤에 서 있던 아름드리나무의 줄기에서 난데없이 꼬챙이 한 자루가 튀어나와 미남의 듬직한 상반신을 꿰뚫어 버렸다.

복부를 관통당한 미남 청년이 금세 먼지가 되어서 흩날리기가 무섭게, 나무로 변신했던 하지운이 본모습으로 되돌아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몇 놈이 몰려오는 거야... 이 정도면 족히 천 명은 넘을 거 같은데... 조용히 찾아다니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려고 했더니. 영양가도 별로 없는 것들이 시종일관 피곤하게 하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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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4) 24.04.30 13 1 10쪽
191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3) 24.04.28 13 1 10쪽
190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2) 24.04.25 14 2 9쪽
189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1) 24.04.23 14 1 10쪽
188 새 역사 창조의 건아 (11) 24.04.21 14 1 9쪽
187 새 역사 창조의 건아 (10) 24.04.19 15 1 10쪽
186 새 역사 창조의 건아 (9) 24.04.17 18 1 9쪽
185 새 역사 창조의 건아 (8) 24.04.16 16 1 10쪽
184 새 역사 창조의 건아 (7) 24.04.13 19 1 10쪽
183 새 역사 창조의 건아 (6) 24.04.11 16 1 9쪽
182 새 역사 창조의 건아 (5) 24.04.09 17 1 9쪽
181 새 역사 창조의 건아 (4) 24.04.07 16 1 9쪽
» 새 역사 창조의 건아 (3) 24.04.05 19 1 10쪽
179 새 역사 창조의 건아 (2) 24.04.03 20 1 10쪽
178 새 역사 창조의 건아 (1) 24.04.02 21 1 11쪽
177 웬도버의 봄 (15) 24.03.28 22 1 12쪽
176 웬도버의 봄 (14) 24.03.26 21 1 10쪽
175 웬도버의 봄 (13) 24.03.25 22 2 10쪽
174 웬도버의 봄 (12) 24.03.22 22 1 10쪽
173 웬도버의 봄 (11) 24.03.21 24 1 10쪽
172 웬도버의 봄 (10) 24.03.18 24 1 10쪽
171 웬도버의 봄 (9) 24.03.17 27 1 10쪽
170 웬도버의 봄 (8) 24.03.15 2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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