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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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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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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5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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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도버의 봄 (13)

DUMMY

174화


“우리 고귀한 오줌싸개 밸컴의 험프리! 악령이 그렇게 무서웠어? 크흑... 엄마 찾으면서 울 만큼... 푸흡... 크히히히익... 아오... 배야... 아, 씨발! 뱃가죽에... 쥐가... 쥐가 나려고...”

“또, 또 시작이네... 저 미친 새끼...”

“야, 저 새끼 대가리에다가 치료 마법을 한번 때려 박아 보자. 정신병이 나을 수도 있잖아.”

“저 새끼 잘 때 일 호, 이 호랑 셋이서 이미 해 봤어.”

“셋이서 했으니, 마력이 부족하진 않았겠네...”

“씨발... 치료한 게 저거야?”


복제 인간들의 탄식에 정신이 돌아온 미친놈이, 진정을 하고는, 다정한 대화를 황급히 끝맺었다.


“우리 다 처늙은 오줌싸개 험프리... 오늘은 광장에서 밤새울 건데, 그렇게 울면서 오줌 싸면 안 돼. 아직도 밖에 오만 명이나 남아 있다면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울면서 오줌 싸는 왕이라니... 그건 너무 슬프잖아... 밤새도록 연습하는 거 다 봤어. 참으로 보기 좋더라. 리허설도 성실하게 했으니, 오늘은 힘내서 왕답게 잘해 보는 거다!”


문득 자신이 배고파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하지운이, 장난을 멈추고, 현 상황을 대충 정리해 놓기로 마음먹었다.

험프리와 그 피붙이들을 일단 왕궁 앞에 매달아 놓고는, 만찬부터 즐기는 걸로 일정을 조정한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장난꾸러기가 장난을 그만두기로 한 시점에, 용기를 내 버린 용사가 둘이나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문제였다.

수백 명이 보는 앞에서 일국의 군주를 무참하게 유린해 버린 난신적자 놈을 마주하고서, 두 청년이 끓어오르는 울분을 억누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로저 드레이시, 이 역적 놈아! 감히 신하 된 몸으로 주군을 이토록 능멸하다니! 왕법이 지엄하거늘, 네깟 놈이 어찌 이리 오만불손할 수 있다는 것이냐!”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내 직접 이 검으로 네놈을 도륙 내 주겠다! 당장 나서거라, 이 반역자 놈아!”


움찔한 하지운은 묘한 기시감에 빠져 들었다.

그러다, 이 용맹한 청년들의 뒤에서 한창 불안하게 눈알을 뒤룩거리고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하고는 대번에 방긋 웃으며 반색을 하였다.


“아, 생각났다!”

“이 미친 역도 놈이 뭐라.”

“오랜만이야, 로버트. 이 늙은 병신이 싸지른 벌레 새끼야. 있잖아, 반년 전에 내 앞에서 방금 네가 지껄인 거랑 거의 흡사한 대사를 씨불였던 놈이 하나 있었어. 이름이 존 매니거드인가 뭔가 하는 놈이었는데. 네 누이 이저벨의 전남편이었던 놈 말이야. 내가 그 병신이 지껄인 잡소리를 듣고 어떻게 했는지 알아? 못 들었나 보구나? 쟤 현 남편한테도 아까 얘기해 줬는데, 걔 낯가죽을 내 손으로 직접 잡아 뜯어 버렸었어. 엄청 아팠나 봐. 어찌나 울어 대던지.”

“......”

“네깟 놈들도 왕자라고 찍소리들은 해야겠다는 거지? 그냥 찌그러져 있다가 뒈져 버리는 게 훨씬 편했을 텐데. 뭐 하러 매를 더 버는 거야? 네 아비가 방금 한 병신 짓으로도 부족한 거 같아?”

“이해해 줘라, 본체야. 저것들도 꼴에 왕자인데, 네 앞에서 대사 한마디 못해 보고 뒈졌다는 소문이 나면 쟤들이 뭐가 되겠냐?”

“뭐가 되긴 뭐가 돼? 이미 시체가 되어 있겠지. 그런데 저 작은놈. 잠깐만... 영감, 저 병신 이름이 뭐였지?”

“둘째 왕자를 말하는 것이냐? 앤서니 왕자다. 로윅 백작위를 받았고, 작년에 거버스 틸리얼의 고손녀 바버라와 혼례를 올렸다.”

“아, 그래? 뭐 어쨌든. 이런 병신 같은 게 어디서 과도 같은 걸 들고 와서는. 그 잘난 날붙이로 날 어떻게 하겠다고?”

“도륙을 내겠다고 당장 나서라고 했다, 본체야.”

“나도 들었다. 존나 무섭더라.”

“소피아! 네가 나 대신 이 용맹한 두 병신들을 상대해 보아라! 이 병신들의 늠름한 기세에, 이 오라비가 두려운 마음을 가눌 수가 없구나! 손발이 덜덜 떨려 검을 쥘 수조차 없다! 네가 이 오라비의 대전사가 돼 주어야겠구나!”


고개를 돌려 드레이시 가문의 신임 가주를 찾은 하지운이 다짜고짜 데뷔전을 잡아 줘 버렸다.


“예... 예?”


어린 남편을 도와서,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던, 시숙을 간호하느라 정신이 없던 소피아가 갑작스러운 호명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뭘 그렇게 놀라? 내 말 안 듣고 있었어? 그런데 컬버트 걔는 왜 그러고 있어? 배가 많이 고프대? 그새 삐진 거야? 금방 끝내고 저녁 먹을 거라고 얘기해 줘.”

“아니,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이 자리에, 식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표할 만큼, 미친 인간은 하지운밖에 없다.

컬버트는, 시가지 밖에서 하지운이 보여 준 얼음 마법을 보고 나서, 급성 스트레스 장애(ASD)를 겪고 있는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물론 보통 사람이라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미 목숨을 건 추격전으로, 단련이 될 대로 된 엘리트 전사가 이만한 일로 잘못될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루시아 먼틸리처럼 그도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뭐 먹으면 괜찮아져. 걘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나와. 지금은 네 시숙보다 내가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야!”


철딱서니 없는 오라비의 칭얼거림에 한숨을 내쉰 소피아가, 검을 뽑아 들고, 홀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순간 분개한 두 청년이 눈알을 부라리며 서릿발 같은 호통을 내질렀다.


“이 겁쟁이 놈아, 네놈이 직접 나서거라! 아무리 우리가 두렵기로서니, 저딴 어린년 뒤에 숨으려 하다니! 그러고도 네놈이 사내라 할 수 있겠느냐!”


순간 하지운의 뒤에서 안타까운 한숨들이 터져 나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다들 헛웃음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젊은 왕자들의 지나친 허세에 슬슬 짜증마저 치밀어 오르는 듯한 기색들이었다.


“닥치고 있어. 어디서 하찮은 좆벌레 같은 것들이.”


배가 고파서 언짢아하고 있던 건 사실 하지운 본인이었던 것이다.

살짝 새어 나오려던 살기를 재빨리 틀어막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험프리네 일가족을 한날한시에 평온하게 보내 버릴 뻔한 하가 놈이었다.


급하게 성질을 억누르기는 했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고 있던, 두 청년에게 심각한 내상을 입히는 것까지는 막질 못한 것이었다.

낯빛은 한겨울의 눈사람이 연상될 정도로 창백해지고 생식기는 미더덕만 하게 쪼그라든 두 젊은이가 속성으로 예의를 배워 갈 동안, 소피아와 래널프는 싸울 채비를 모두 끝마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하지운이 도저히 한마디 안 할 수 없었다.


“귀여운 매제야, 넌 대체 뭐 하고 있는 거니?”


하지운의 물음에 당황한 래널프 브리즌이 머뭇거리다가, 금세 평정심을 되찾고, 최대한 침착한 태도로 괴수의 질문에 답을 하였다.


“각하, 두 왕자는 토러스의 피를 먹고 근위대와 같이 훈련을 받은 숙련된 검사들이온데, 어찌 소피아 홀로 둘을 동시에 상대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한 명은 제가 상대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소서.”

“네가 드레이시 가문 사람이 되었다는 걸 아직 실감을 못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허투루 듣지 말고, 명심하도록 하라. 우리 가문은 약자를 괴롭힐 때, 떼를 지어 행패를 부리지 않는다. 고작 저런 허약한 버러지들을 농락하는 일에, 머릿수를 일대일로 맞추려 하는 행위는 죄악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런 안일한 태도로는 절대로! 우리 가문의 명성에 걸맞은 전사가 될 수 없을 것이니라.”


하지운의 준엄한 꾸짖음에 어린 신랑은 결국 우거지상을 한 채로 물러서야 했다.

복제 인간들과 금 부장에게 속성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은 실전 경험이 일천한 소피아가 남편의 손을 꼭 잡고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냥 내가 가르쳐 준 대로만 하면 돼. 그리고 저 두 마리 다 절대로 죽여서는 아니 된다. 지은 죄가 제법 큰 놈들이야. 편하게 죽여 버리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게다.”


고개를 끄덕여 보인 소피아가 잔뜩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로 왕자들 앞에 섰다.

지나치게 고강한 오라비는 무슨 다 잡아 놓은 사냥감 얘기하듯 떠들어 대고 있지만, 실전다운 실전을 치러 본 적이 없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올 만큼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하지운의 순도 높은 살심에 유아 퇴행 직전까지 몰렸던 두 청년이, 무척이나 앳돼 보이는, 소피아를 앞에 두고는 심신이 다 상쾌해져 갔다.

아무리 명성 높은 드레이시 가문 사람이라 할지라도, 고작 이런 애새끼까지 자신들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새 여유를 되찾은 두 청년이 검을 살살 돌리며 천천히 접근해 왔다.


순간 소피아가 잔상만 남겨 두고선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자신의 우측으로 접근하고 있던 로버트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뭔가 어리둥절해 보이던 소피아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기겁을 한 로버트가 뒤로 검을 찌르려는 찰나에, 몸을 숙이면서 가볍게 팔을 휘두르고는 빠르게 멀어져 갔다.


“끄아아아악! 내 발!!”


왼 발목이 잘린 태자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홀 안에 있던 관중들의 눈알 천삼백여 개도 동시에 어지러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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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3) 24.04.28 13 1 10쪽
190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2) 24.04.25 14 2 9쪽
189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1) 24.04.23 14 1 10쪽
188 새 역사 창조의 건아 (11) 24.04.21 14 1 9쪽
187 새 역사 창조의 건아 (10) 24.04.19 15 1 10쪽
186 새 역사 창조의 건아 (9) 24.04.17 18 1 9쪽
185 새 역사 창조의 건아 (8) 24.04.16 16 1 10쪽
184 새 역사 창조의 건아 (7) 24.04.13 19 1 10쪽
183 새 역사 창조의 건아 (6) 24.04.11 16 1 9쪽
182 새 역사 창조의 건아 (5) 24.04.09 17 1 9쪽
181 새 역사 창조의 건아 (4) 24.04.07 16 1 9쪽
180 새 역사 창조의 건아 (3) 24.04.05 19 1 10쪽
179 새 역사 창조의 건아 (2) 24.04.03 20 1 10쪽
178 새 역사 창조의 건아 (1) 24.04.02 21 1 11쪽
177 웬도버의 봄 (15) 24.03.28 22 1 12쪽
176 웬도버의 봄 (14) 24.03.26 21 1 10쪽
» 웬도버의 봄 (13) 24.03.25 23 2 10쪽
174 웬도버의 봄 (12) 24.03.22 22 1 10쪽
173 웬도버의 봄 (11) 24.03.21 24 1 10쪽
172 웬도버의 봄 (10) 24.03.18 24 1 10쪽
171 웬도버의 봄 (9) 24.03.17 2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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