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태창이 살아있다.

[전용 특성 : 돈이 최고!]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루오
작품등록일 :
2024.06.02 10:23
최근연재일 :
2024.06.29 19: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36,839
추천수 :
562
글자수 :
202,156

작성
24.06.03 10:00
조회
1,541
추천
23
글자
11쪽

6화_카우먼

DUMMY

“신분증 확인하겠습니다.”


훈련장 직원에게 상태창으로 신분증을 ‘드랍’한 뒤, 바로 기초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사격장]



협회 건물은 넓은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격장도 그중 하나.



[단계를 선택하십시오]



“1단계.”


움직임 없이 정지된 상태의 더미들. 표적지 같은 과녁은 아니지만 실제 인간이나 몬스터의 크기를 구현한 더미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군대 생각나네···.’


위치에 서서 자세를 잡고는 움직임 없는 더미를 향해 천천히 총을 쥔 손을 올렸다.


‘오른손으로 총의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덮어준다.’


오랜만의 사격이어서인지, 총이 생각보다 무거워서인지 총을 들고 있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조준선 정렬 해주고···.’


가늠쇠와 가늠좌의 수직, 수평 정렬. 정확한 조준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후우···.’


숨을 내뱉고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을 천천히 당기는 순간,


‘···월(wall)?’


방아쇠를 당길 때 벽에 닿은 듯 손가락에 걸리는 느낌을 ‘월’이라 한다. 총기의 종류마다 월의 정도 차가 있지만, 지금 들고 있는 ‘영혼 포식자’는 손가락에 걸리는 ‘월’의 감각을 확실하게 전달했다.


다만 아직 월을 뚫고 부드럽게 방아쇠를 당기기엔 손가락 힘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



탕-



쏘아져 나간 총탄은 더미와 한참이나 동떨어진 벽에 박혀, 푸른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반동도 장난 아니네, 이거.’


두 손으로 잡고 쏘는데도 어깨까지 저려오는 반동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다시.’



탕-



‘다시.’



탕-



그래도 벽에 박히는 총탄이 점점 더미의 머리와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다시.’



탕-



- 헤드샷!



‘그렇지!’


생각보다 빠르게 헤드샷 알림이 떠올랐다.


‘적응부터 빨리 해야겠는데?’


아무리 파괴력이 좋은 총이라도 빗나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명중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연습 뿐.



탕-

타앙!



아직 능력치가 부족해서인지 방아쇠를 몇 번 당기는 것조차 힘이 많이 들어간다.


‘과장님 퇴근할 때까지 연습 좀 하고.’



[시나리오 :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 사격장 1단계 헤드샷 (0/10)



[보상]

: 500 코인

: 추가 능력치 +1


[실패 시]

: ‘화신의 자격’ 회수



때마침 도착한 시나리오. 이미 맞춘 헤드샷은 카운팅이 안된게 아쉽지만.


‘500 코인?’



[장바구니]


- [탈태] : 1,000 코인

- [축복] : 1,500 코인

- [감각] : 2,000 코인


[보유 코인 : 0 코인]



보상이 500 코인이면 특성까지 1,000 코인이 들어오니 탈태 하나를 더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다.


‘10발이 되려나.’


수없이 방아쇠를 당겼더니 손가락은 이미 부들거리고 있었다.


‘손가락 강화를 시켜봐···?’


가지고 있는 유일한 아이템인 ‘아픈 손가락’은 착용한 손가락을 강화시켜 주지만, 근력 수치는 -1이 적용된다.



[아픈 손가락]

: 장난기 많은 마법사가 제작한 반지


분류 : 반지

효과 : 근력 –1


[추가 효과]

: 착용한 손가락의 근력이 상승합니다.

: 착용한 손가락의 감각이 상승합니다.



‘일단 껴보지 뭐.’


인벤에서 꺼내든 아픈 손가락을 차분히 오른손 검지에 끼워 넣었다.



꾸욱-



반지를 끼는 순간, 손가락에 맞춰지듯 조이는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미세하지만 전신의 힘이 반지를 통해 빠져나가는 게 분명히 느껴졌다.


‘조준.’


바로 총을 들고 자세를 잡은 순간,


‘···?’


근력 -1이 적용 됐을텐데 어쩐 일인지 자세가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느껴졌고, 손에 쥔 총의 무게는 훨씬 더 가볍게 느껴졌다.


‘방아쇠는?’


가장 궁금했던 방아쇠의 감각.



탕!



손가락을 타고 느껴지는 단단함, 뒤이어 부드럽게 당겨지는 방아쇠.



탕!



- 헤드샷!



‘이거다!’


우려했던 근력 –1은 우습게도 조준할 때 불필요하게 들어가던 힘을 릴렉스 시켜줬고, 강화된 손가락은 ‘월’을 좀 더 뚫기 수월하게, 마지막 격발은 그야말로 카타르시스.



탕!

탕!



- 헤드샷!


재미있다. 하루 종일 총만 쏘고 싶을 만큼. 무엇보다 좋은 건 물리적인 탄환이 아니라 마력을 응집해 쏘다 보니 탄피 걱정이 없다는 것.



탕!

탕!



아직은 빗나가는 게 더 많긴 했지만, 그래도 격발이 훨씬 편해진 건 사실이다.



달칵.

달칵. 달칵.



[마력이 고갈되었습니다.]



‘아···, 어쩐지 몽롱하더라.’


언제부턴가 정신이 몽롱해지고 주변이 느려지는 것처럼 보인다 했더니 ‘마력 셧다운’이었나보다. 셧다운에 걸리면 인지능력이 저하되고 구토와 무기력증이 동반될 수 있다. 하루를 쉬어주면 자연 회복되긴 하지만.


‘결국 10번을 못 채웠네.’


헤드샷 10번을 채우기도 전에 셧다운이 먼저 와버린 상황. 게임처럼 HP나 MP가 표시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게임이 아니니까.


“호오, 별일이네? 총 쏘는 헌터?”


갑작스런 인기척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총을 무기로 하는 헌터는 그야말로 극소수, 등급이 높아질수록 그마저도 사라져 더욱 희귀해졌다.


“꽤 소질 있는데?”


서부 시대에서 넘어온 듯한 보안관 복장에 허리춤과 허벅지에 달려있는 네 자루의 리볼버. 손에 쥐고 있는 ‘영혼 포식자’도 마력을 강력하게 터뜨리기 위해 슬라이드 아랫부분이 두껍지만, 저 무식하게 큰 실린더는 뭐지?


‘카우···보이?’


‘보이’는 아니니 ‘걸’이라고 해야 하나? 우먼? 눈앞의 총잡이는 걸이라고 하기엔 너무 성숙해 ‘카우먼’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렸다.


“어제 측정한 신입 맞지? 홈페이지에서 봤어. 총을 쓰는지는 몰랐지만.”

“네, 어쩌다 보니.”


총잡이 카우먼은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듯 이리저리 나를 훑어봤다.


“총이 신기하네? 어디서 났어?”

“운 좋게 얻었습니다.”


운이 좋았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니까.


“모양이 좀 투박하죠?”

“아니, 모양 말고, 재질이.”

“네?”

“그거 구하기 힘든 재질이야. 봐봐, 총기가 빛이나 마력을 흡수해서 새까맣지?”

“네.”

“필드나 던전에서 빛 반사로 인한 위치 노출은 치명적이라고. 특히 ‘우리’ 같은 총잡이들한테는.”


‘우리’라···, 아무래도 쉽게 보기 힘든 총잡이다보니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걸까?


“적당히 탄성도 좋아서 총기에는 딱이지만 꽤 희소성 있는 거야. 강해진 뒤면 몰라도 초반에는 시선을 잡아끄는 건 최대한 배제 해야 하거든. 운 좋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닌데?”


눈썰미가 꽤 좋은 편인가? 지식이나 경험? 혹시 상급 헌터?


“아,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총소리가 반가워서 들어와 본 거니까.”


그러고 보니 누군데 처음부터 반말을.


“그런데 누구···시죠?”

“나? 그냥 지나가던 총잡이? 아하하, 그럼 또 보자고, 루키. 이거 한잔하고! 생각 없이 쏘다가는 바로 셧다운이니까.”



탁.



날아오는 병을 낚아챘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의 파란 병.


‘마나에이드.’


근육을 키워 근력을 올리듯, 마나와 마력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체력을 회복 시켜주는 ‘힐론티’와 마나를 회복 시켜주는 ‘마나에이드’. 둘 다 싼 가격은 아니라 모르는 사람에게 막 주기엔 아까운 물건.


‘돈이 많은가? 그렇게는 안 보이던데.’


카우먼의 해지고 닳아 누더기 같던 복장을 떠올리며 마나에이드를 한입에 털어넣으니 새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고, 흐릿했던 시야가 급격하게 또렷해졌다.



후우우웅-



정신이 맑아지며 울렁거리던 뱃속도 한결 편안해진 느낌.


‘효과는 확실하네.’



탕!



- 헤드샷!



탕!



- 헤드샷!


.

.

.



***




“헌터가 된 기분은 어떠냐?”

“얼떨떨하죠 뭐.”


마늘 양념된 소갈비를 입에 넣으며 오랜만에 입 안 가득 퍼지는 고기 맛을 음미했다.


“그냥 갑자기 각성이 된 거야?”

“네, 그냥 뜬금없이 되던데요.”

“와, 씨. 진짜 부럽네. 뭐 방법이 있는 거면 좀 알려줘 봐.”

“왜요? 과장님도 각성하시게요?”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던 김재우 과장은 앞에 놓인 소주잔을 입으로 털어 넣었다.


“크···, 야, 할 수만 있으면 당연히 해야지. 할 수가 없는 게 문제 아니겠냐.”

“방법이 있는 거면 헌터 아닌 사람 없게요?”

“하긴 그것도 그래, 큭큭.”


김재우 과장은 입에 넣은 갈비를 씹어대며 본격적인 푸념을 쏟아냈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아직 후임도 안 정해졌는데.”

“그러게 왜 이렇게 빨리 보내셨어요? 후임 뽑고 인수인계 다 하고 가도 되는데.”

“사람 마음이 그게 아니지, 인마. 각성까지 했는데 서무과에 앉아있고 싶겠냐?”

“그래도 마무리는 하고 가야 저도 마음이 편하죠.”


챙겨주는 김재우 과장이 고맙긴 하지만, 새로운 직원이 올 때까지 혼자서 낑낑댈 걸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인수인계할 게 뭐 있다고. 정 불편하면 월세 65로 할래?”

“55로 해주신다고요?”

“큭큭, 돈은 좀 모아놨냐? 헌터도 나중에나 큰돈 벌지, 초반에는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다던데.”

“있는 선에서 해봐야죠.”

“마음 같아서는 좀 도와주고 싶은데, 나도 이래저래 여유가 없다.”

“충분히 도와주셨는데요 뭐.”

“그치? 집도 싸게 줘, 고기도 사줘. 이런 사람 없지, 그럼.”


취기가 조금 올라오는지 김재우 과장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내 앞의 잔을 채웠다.


“···죽지 마라.”

“···네.”

“죽으면 쫓아가서 죽여버린다.”

“···안 죽을 겁니다.”


헌터들은 십중팔구 단명한다. 등급이 낮으면 낮은 대로, 높으면 높은 대로, 걸어야 할 건 돈이 아니라 목숨이니까. 헌터들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수입은 결국 목숨을 담보로 한 대가, 찢겨 죽은 시체라도 찾으면 다행이고, 시체조차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헌터들도 부지기수다 .


“돈 많이 벌어서 내 집 사가.”

“결국 그겁니까?”

“당연하지, 그러니까 내 집 살 때까지 죽지 마라.”

“안 죽는다니까요.”


금세 만취해 몇 번이나 같은 말은 반복하는 통에 비틀거리는 김재우 과장 먼저 택시에 태워 집으로 보내버렸다.


‘이제 보기도 힘들겠네.’


서무과 인원이 두 명뿐인 것도 있지만, 말도 잘 통해서 금새 친해졌다. 연고지도 없는 이쪽 세계에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인데.


···괜히 마음이 울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용 특성 : 돈이 최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10화_아는 탱커 24.06.04 1,350 20 12쪽
9 9화_뒷조사 +1 24.06.04 1,402 19 11쪽
8 8화_신도림 정화 +1 24.06.03 1,441 17 12쪽
7 7화_첫 번째 권능 +1 24.06.03 1,525 18 11쪽
» 6화_카우먼 +1 24.06.03 1,542 23 11쪽
5 5화_선택과 집중 +1 24.06.02 1,574 24 12쪽
4 4화_ENTJ +1 24.06.02 1,652 23 12쪽
3 3화_등급 측정 24.06.02 1,713 26 13쪽
2 2화_각성 +1 24.06.02 1,806 27 12쪽
1 1화_헌터 세계 +2 24.06.02 2,048 2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