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태창이 살아있다.

[전용 특성 : 돈이 최고!]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루오
작품등록일 :
2024.06.02 10:23
최근연재일 :
2024.06.29 19: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36,866
추천수 :
562
글자수 :
202,156

작성
24.06.02 10:29
조회
1,806
추천
27
글자
12쪽

2화_각성

DUMMY

[‘동기화’를 진행합니다.]



‘돼···됐나? 진짜 각성?’


동기화 메시지와 함께 그동안 동경했던 헌터들의 삶이 기대감이 되어 머릿속에 펼쳐졌다. 드넓은 초원, 거대한 몬스터를 마주한 채 별처럼 쏟아지는 공대원들, 나 또한 그 속의 일원이 되어 거대 몬스터를 사냥하는 장면들이.



[‘미각성자’입니다. 동기화에 실패했습니다.]



급조한 공상에서 빠져나오게 만든 건 뭔가 잘못됐다는 알림음과 메시지.


‘···실패?’


방망이질 치던 심장 소리는 불안감에 덮여 이내 잠잠해졌고, 혹시나 순간의 꿈처럼 모든 게 사라져 버릴까 숨소리조차 쉽게 낼 수 없었다.



[‘강제 각성’을 시작합니다.]



‘강제 각성? 후···, 어떻게든 되는 건가? 제발···!’


간절함을 느낀걸까. 불안한 마음을 지워내듯 경쾌한 알림음이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강제 각성’에 성공했습니다.]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됐다! 진짜 됐다!’


첫 고백이 성공했을 때의 흥분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소리 없는 만세를 외치고 있었지만 당장 뛰어다니며 춤이라도 추고 싶을 지경.


‘됐어! 진짜 각성했다고!’



후우우웅-



각성이 완료된 순간 근력과는 다른 새로운 힘이 전신에 퍼지는 게 느껴졌고, 개방된 마력은 막혀있던 혈을 뚫어내듯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이게 마력···.’


꿈에도 그리던 헌터로서의 각성. 이유 모를 위화감은 둘째치더라도, 드디어 그쪽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열린 거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전용 특성’이 활성화 됩니다.]


[전용 특성 : 돈이 최고! Lv.1]

: 코인 획득량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웬 코인?’


특성이란 모름지기 헌터들의 전투력을 상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전용 특성’이라면 남들과 중복되지 않는 자신만의 강력한 아이덴티티. 전투 계열로 개화한다면 S급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고, 제작 계열이라면 스카우트 하려는 곳이 한둘이 아닐거다.


‘장사라도 하라는건가?’


동경했던 헌터의 모습은 몬스터를 때려잡는 전투계 헌터였지, 거상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닌데.



[‘전용 스킬’이 활성화 됩니다.]


[전용 스킬 : 차원 상점 Lv.1]

: 코인 사용이 가능한 전용 상점.



‘···응?’


‘차원 상점’을 보고 나니 뒤늦게나마 감이 온다. 일반 상점도 아니고 ‘전용 스킬’로 표기된 상점이라면, 현실에서 구할 수 없는 장비나 스킬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


겨우 잠잠해진 심장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차원 상점’에 입장합니다.]



기대감을 억누르며 차분히 차원 상점의 리스트를 확인했다.



[장바구니]


- [인벤토리] : 무료

- [무기] : 500 코인

- [탈태] : 1,000 코인


[보유 코인 : 0]



누가 담아둔 건지는 모르지만 아직 확인할 수 있는 건 장바구니 뿐이었고, 오름차순으로 3가지 품목이 간결하게 정렬되어 있었다. 추가 설명도 없는 불친절한 제품명의 나열 뿐이지만.


‘인벤은 그냥 주네?’


그나마 사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한 배려인지 인벤토리는 무료였다.


‘공짜는 당연히 받아야지.’



[‘인벤토리’를 구매했습니다.]


[인벤토리]

: 소유자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아공간

: 보유한 차원 에너지에 따라 아공간의 크기가 달라진다.



눈 앞에 메시지 창이 떠오르며, 동시에 인벤토리의 사용법까지 자연스레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딱히 어려울 건 없네.’


상점 이용 자체는 간단했다. 장바구니에 담긴것만 구매 가능하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다음은···.’


각성을 했으니 확인해야 할 건 당연히 정보창.



[개인 정보]


이름 : 임시원

나이 : 28세

등급 : 미정

레벨 : Lv.1


전용 특성 : [돈이 최고! Lv.1]

전용 스킬 : [차원 상점 Lv.1]



[능력치]

: 체력 Lv.6, 근력 Lv.5, 민첩 Lv.6, 마력 Lv.48


[추가 능력치 : 0]



[보유 코인 : 0]



상태창을 열어 대략적인 정보를 훑어봤다. 추가 능력치가 따로 표기되어 있는 걸 보면 능력치도 따로 얻을 수 있는 모양. 아마 덕질로 알 수 있던 부분들과 실제는 차이가 있을테니 그 부분을 찾아내는 게 우선이다.


‘그나저나 처참하네.’


비각성자의 신체 능력치는 아무리 강해도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보니 10점이 만점. 대부분의 헌터들은 각성과 동시에 신체 능력이 일반인의 한계를 뚫고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던데 다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퀘스트나 시나리오 같은 건 안 뜨나?’


뭐라도 올리고 싶어 얌전히 대기해봤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추가 메시지가 떠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 집으로 가자.’


하다못해 휴대폰을 사도 집에서 각 잡고 한참을 만져봐야 하는 법.


‘설레긴 하네.’


상태창에 빠져 내릴 곳을 지나치는 바람에 시간이 더 지체됐다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쉼터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4인실이다보니 아무래도 같이 방을 쓰는 아저씨들의 숨이 넘어갈 듯 격렬한 코골이가 일상이었는데, 상태창에 빠져들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주변의 격한 소리도, 꼬릿꼬릿한 홀아비 냄새도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




“시원아, 어제 뭐했냐?”

“네?”


설마···어제 각성한 걸 눈치챘나···?


“눈 밑이 퀭한데?”

“아···, 새벽까지 뭐 좀 할 게 있어서요.”

“···적당히 해, 인마.”

“예?”


김재우 과장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뼈 삭아.”

“···그런 거 아닙니다.”

“팔팔한 20대니까 이해는 한다만.”


5살 차이밖에 안 나면서 10살은 더 많은 척하는 것도 참 일관성있다.



[시나리오 : 시작이 반이다]

: 현 직장에서 퇴사하기



[보상]

: 100 코인

: 추가 능력치 +1


[실패 시]

: ‘화신의 자격’ 회수



‘떴다! 오! 역시 능력치도 주는구나.’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기다리던 시나리오가 떠올랐지만, 갑작스런 퇴사 요구에 상태창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왜? 조절을 못하겠냐?”

“네? 아···, 아뇨.”


아무리 각성을 했지만 헌터로서 수입이 안정될 때까지 절대 월급은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 모든 헌터가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소속되기 전까지는 일반적인 프리랜서와 다를바가 없으니까.


‘실패 시 ‘화신의 자격’ 회수라니?’


안그래도 각성 당시 ‘강제 각성’이라는 메시지가 불안함으로 남아있는 상황인데, 그 자격을 회수하겠다는 건 아무래도 각성이 취소되고 다시 일반인이 된다는 거겠지?


헌터가 되지 않고 일반인으로도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이미 상태창의 맛을 본 이상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나저나 집은 구했냐?”


그러고보니 지금 중요한 건 각성이 아니라 당장 살 집인데.


“아직이요, 예산이 빠듯해서 그런지 잘 안 구해지네요.”

“조건에 맞는 집 구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지.”


김재우 과장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혹시 빌라인데 엘베 없는 4층은 어때?”

“엘베 없는 4층은 피해야죠.”

“그러지 말고 싸게 줄게, 생각해 봐.”

“싸게 주신다고요?”


김재우 과장이 세를 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직 세입자가 살고 있을 텐데.


“원래 살던 세입자가 몬스터를 마주쳤다고 하더라고.”

“아···.”


일반인이 몬스터를 만난다면 열에 아홉은 찢겨 죽거나 잡아먹힌다. 비각성자는 몬스터를 사냥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으니까.


“누구 죽어 나간 동네라고 소문나면 월세 떨어지는 건 고사하고 세입자가 안 들어오잖아. 어차피 너도 이제 쉼터에서 나와야 되고, 한 1년 만이라도 살다 나가면 서로 좋지 않겠어?”


미신을 믿지 않는 편이라 크게 상관은 없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나니 머릿속은 어디로 이사할지보다 어떻게 퇴사할지로 가득차버렸다.


“···생각해 볼게요.”

“업체 불러서 청소 싹 해줄게. 엘베가 없어서 그렇지, 실평수가 21평이라 혼자 살기는 진짜 넓고 좋아.”

“얼마에 주실건데요?”

“얼마면 들어올래? 서로 아는 처지니까 보증금은 천만원만 하고, 월세로 80?”

“엘베도 없는데요? 그것도 4층?”

“···알겠다 그럼, 75로 하자.”

“꼭 깎으려는 건 아닌데요, 역까지는 얼마나 걸려요?”


뚜벅이에게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차량 소유자에게 주차장 유무만큼이나 중요한 사항.


“응? 아, 그게, 걸어서 가면 15분 정도 걸리는 데, 남자 걸음으로는 10분 정도 거리야.”


이번 세입자가 이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을 거다. 김재우 과장이 뭔가 전해주러 갔다 왔는데 분명 주차장이 없어서 지하철을 탔었다고 했었지. 역에서 집까지가 꽤 멀어서 유산소 운동이 따로 없었다고.


“흐음···.”


뱁새눈을 뜨고 지그시 쳐다보니 찔리는 게 있긴 한가보다.


“크흠, 70으로 하자. 진짜 그 이하는 안돼. 집은 진짜 넓고 괜찮다니까?”

“집만 괜찮은 건 아니죠? 윗층에 어린애가 뛰어다닌다거나, 옆집에 개를 키운다거나···, 제가 잠귀가 진짜 밝아서 그런 집이면 힘들거든요.”

“···65. 진짜 이 정도면 거저야. 윗 층 애도 이제 많이 커서 잘 뛰지도 않을 거고, 옆집 할머님이 키우는 개도 이제 다 늙어서 짖을 힘도 없어.”


이런 조건을 모아두기도 힘들겠는데···?


“매력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는데요, 과장님.”

“왜 없어? 집이 넓고 쾌적하다니까? 월세도 싸게 주잖아.”

“···생각해 볼게요.”

“긍정적으로 인마.”

“알겠습니다.”


결국 장점은 위치뿐이다. 사당역 인근이라 협회가 있는 강남역과도 멀지 않고, 조건은 열악하지만 월세도 그 정도면 뭐. 다만 퇴사를 하고나면 그나마 있던 장점도 사라져 버린다는 게 문제.


“한가하신가 봅니다?”

“아, 차주임님.”


서무과 담당이 지원팀의 차승진이다 보니 아무리 주임 직급이라도 김과장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안녕하십니까.”


차승진은 밝게 인사하는 내 쪽으로 눈을 슬쩍 흘기더니 김재우 과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최근 3년 서울타워 색깔 확인 좀 해주십시오. 일 단위로요.”

“서울타워 색깔요? 그건 왜···?”

“패턴이나 흐름 확인을 좀 할 게 있습니다. 급한 거니까 최대한 빨리 정리 좀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지시 사항만 짧게 던지고 돌아서던 차승진의 발걸음이 내 앞에서 다시 멈췄다.


“서무과라고 놀지 말고 일 좀 찾아서 합시다.”

“···네, 놀지 않고 일 좀 찾아서 하겠습니다.”


군대에서도 복명복창은 기본이다. 상사의 말을 정확히 알아 들었는지 확인하는 기본 중의 기본.


“······.”


눈 밑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니 김재우 과장의 눈썰미가 확실히 좋긴 하다.


“큭큭큭큭.”


차승진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김재우 과장은 혼자 킥킥거렸다.


‘그러고 보니 나도 각성했으니 등급 측정을 하긴 해야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용 특성 : 돈이 최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10화_아는 탱커 24.06.04 1,351 20 12쪽
9 9화_뒷조사 +1 24.06.04 1,403 19 11쪽
8 8화_신도림 정화 +1 24.06.03 1,443 17 12쪽
7 7화_첫 번째 권능 +1 24.06.03 1,526 18 11쪽
6 6화_카우먼 +1 24.06.03 1,543 23 11쪽
5 5화_선택과 집중 +1 24.06.02 1,575 24 12쪽
4 4화_ENTJ +1 24.06.02 1,652 23 12쪽
3 3화_등급 측정 24.06.02 1,714 26 13쪽
» 2화_각성 +1 24.06.02 1,806 27 12쪽
1 1화_헌터 세계 +2 24.06.02 2,049 2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