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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특성 : 돈이 최고!]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루오
작품등록일 :
2024.06.02 10:23
최근연재일 :
2024.06.29 19: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36,846
추천수 :
562
글자수 :
202,156

작성
24.06.02 19:37
조회
1,713
추천
26
글자
13쪽

3화_등급 측정

DUMMY

‘그러고 보니 나도 각성했으니 등급 측정을 하긴 해야겠는데···.’


소위 말하는 엘리트가 아니고서야 보통의 각성은 20살 전후다. 헌터들의 성인식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이유고.


늦어도 20대 초반에는 각성을 하고 협회를 찾는데 나는 벌써 28살.


‘만학도 정도로 봐주지 않으려나?’


지저스북에 등재된 최고령 각성자가 30살이다.


‘그렇다고 헌터 등록을 안 할 수도 없고.’


‘마력 증후군’도 문제지만 등급 측정을 받고 헌터 등록을 하지 않으면 헌터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커녕, 악용의 위험성이 있어 벌금이 최대 5,000만 원.



[시나리오 :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 헌터 협회에서 등급 측정하기



[보상]

: 200 코인

: 추가 능력치 +1


[실패시]

: ‘화신의 자격’ 회수



‘차라리 잘됐네.’


어차피 측정은 해야 하는데 시나리오까지 같이 떠주면 꿩 먹고 알 먹고.


‘그리고 등급 신청이야 뭐···.’


신청 접수는 온라인으로도 가능하지만, 방문 접수를 하는 곳은 당연히 이곳 ‘서무과’다. 신청서 한 장 만들어서 조용히 끼워 넣으면 그만.


‘아무래도 불편하단 말이지.’


측정을 받는 게 죄는 아니지만, 협회에서 비각성자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측정을 받으려니 민망하기도 하고.


“임시원이, 오늘 끝나고 한 잔 해야지?”

“오늘은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으응? 네 일정 내가 뻔히 아는데 뭐가 있어?”

“볼 일이 좀 있어요.”


헌터증은 10년마다 갱신되고 그 기간 안에는 주소지 변경이나 등급 상승을 제외한 어떤 정보도 변경이 불가능하다. 당연히 인생 사진을 위한 꽃단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


“그래? 할 수 없지 뭐, 먼저 퇴근해. 타워 색깔 조사는 내가 측정팀에 요청만 해두면 되니까.”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일 혹시 연차 좀 쓸 수 있을까요? 미리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갑자기 시나리오가 뜰 줄 몰랐으니까.


“연차? 진짜 무슨 일 있어?”

“큰일은 아니고요. 때 되면 먼저 말씀드릴게요.”


김재우 과장의 얼굴에 근심이 스치나 싶더니,


“그래? 알겠다. 그럼.···”

“네?”

“적당히 해, 인마.”

“······.”




***




“14조, 20명 들어오세요!”

“12조는 끝났어요! 순서 지난 분들 안쪽 3번 대기실에서 대기하시고!”

“23조는 오후에 측정이에요! 오후에 다시 오세요!”

“거기! 마음대로 들어가시면 안돼요!”


같은 협회라도 서무과가 있는 본관은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라면, 별관의 측정실은 시장바닥이 따로 없었다. 천 평 가까운 공간이 측정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협소해 보일 지경.


“272번! 272번 측정자!”


별관이라도 협회 내부는 촬영이 금지 되어있고, 측정 과정이나 결과 또한 외부 발설 시 처벌이 강력해 이런 정신 없이 흥미로운 분위기는 영상으로도 본 적이 없었다.


“번호를 못 외웠으면 가슴팍에 숫자를 보세요, 272번!”


뒷덜미를 잡아 끌어올리는 강력한 힘에 매달린 채 허공에서 종잇장처럼 나풀거리고 있자니, 주변에 몇몇 비웃음 섞인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측정을 위해 이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272번! 오늘 측정 안 할겁니까? 돈 내고 놀러 왔어요?”


뒷덜미에서 느껴지는 이 괴력이 저 호리호리한 몸에서 나오는 거라니.


“14조, 20명 들어갑니다!”


짐짝 취급당하듯 던져진 곳은 대기업의 로비처럼 반듯하면서도 꽤 널찍한 내부. 나를 포함한 20명은 순서대로 줄지어 들어가 바닥에 띄엄띄엄 붙어있는 발자국을 밟고 섰다.


- 측정광 쏘겠습니다.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확실히 마력 스피커라 그런지 지직거림 없이 음질이 깨끗하다.



번쩍-



내부 공간을 가득 채우며 번쩍이는 측정광을 맞는 순간, 땀이 나기 직전의 묘한 따끔거림이 온몸을 찔렀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이 측정광이 바로 마력증후군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헌터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 발밑에 빨간 불 들어온 13명, 비각성자입니다. 출구로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일반적인 각성이 아니라 ‘강제 각성’이라고 떠올랐던 메시지가 자꾸 떠올라 괜히 마음 한구석으로 쫄려있는 상황이다. 내심 불안한 마음으로 내려다본 발자국은 다행히도 선명한 파란색.


‘후···, 각성된 게 맞긴 맞구나.’


협회에서 인정됐다면 이제 더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당당하게 다음 측정실로 이동해 들어가니 한뼘 남짓의 길쭉한 손잡이가 달린 문이 호텔 객실처럼 좌우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 좌측이 여자, 우측이 남자 화장실입니다. 들어갈 때 번호표 찍으시고 준비된 통에 소변 받아주세요.



덜컥.



소변을 담은 통이 한쪽 벽면으로 이동해 넘어갔고 오래지 않아 다시 안내방송이 울렸다.


- 269번, 272번 두 명 제외하고 모두 음성입니다. 미각성자 분들은 출구로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젠장, 이번엔 진짜 각성인 줄 알았는데.”

“측정이 잘 못 된거 아냐 이거?”

“아오, 미치겠네 진짜.”



우르르-



대부분의 인원들이 반대쪽 출구로 빠져나갔고, 같이 호명된 269번과 가벼운 목례를 하며 들어간 측정실에는 샌드백 몇 개가 가지런히 매달려 있었다. 반대쪽 테이블에는 면접관처럼 보이는 3명의 헌터가 가벼운 분위기로 잡담을 나누고 있었지만, 정작 안으로 입장한 우리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이번 조는 그래도 괜찮네. 두 명이나 있고.”

“그러게 말입니다. 한 명도 없는 조가 태반인데요, 하하하.”


면접관들은 서류를 뒤적거리고 있었지만 이름도, 나이도, 간단한 자기소개의 시간도 없다. 각성자 협회는 그런 곳이니까. 비각성자에게 쓰는 시간을 끔찍이도 아까워하는 무리들. 그나마 스피커의 목소리가 아니라 직접 대면이라도 할 수 있는건 269번과 나는 각성자로 확정이 됐기 때문일거다.


“두 분은 소변검사까지 양성이 나와서 각성 여부는 확정입니다. 다만 별도 검사를 해야 하니 샌드백 하나에 한 분씩 서주세요.”


안내를 맡은 직원은 그래도 친절한 편이었다. 본인의 역할이겠지만 귀찮은 내색 없이 설명이라도 해주고 있으니까.


“샌드백에 손 한번 올려주시겠어요?”


마력에만 반응하는 마나 샌드로 제작된 이 샌드백은, 타격하지 않고 손만 올려도 마력에 반응해 흔들린다. S급이 손을 대면 춤을 추듯 휘청인다는데, 보통의 각성자들에겐 미세한 흔들림이 전부.



흔들-



“자, 다음분요.”


말하자면 태생 S급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작업이다. 일명 마수저 선별 작업.


“272번?”



스륵-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놓쳤을지도 모를 미세한 움직임. 다행히도 협회 직원들은 그 움직임을 인정했다.


S급이 아닌걸로.


“···네, 됐습니다. 이제 두 분 다 나가셔서 배정된 담당자와 세부 검사 진행하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269번의 우렁찬 인사를 뒤로한 채, 조용히 방을 나왔다.




+




“안녕하세요!”


뒤를 돌아보니 190cm 정도는 될 법한 훤칠한 키에 위로 넘겨 굳힌 강인한 올백 머리. 같이 측정을 받은 269번이었다.


“동기 아닙니까, 동기!”

“동기요?”

“같이 측정 받았으면 동기죠. 어차피 인맥이 중요한 세계잖아요. 석태원이라고 합니다.”

“아, 네. 임시원입니다.”


내민 손을 맞잡으며 흔들었다. 허여멀건한 피부와는 다르게 돌덩이 같은 손의 악력도 엄청났지만 두껍고 단단해 보이는 몸은 피지컬만으로도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269번 측정자분?”

“넵!”


관계자로 보이는 남자는 석태원에게 다가가 번호표를 확인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석태원은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이미 등을 돌려 걸어가는 숙련된 조교의 곁으로 뛰어갔다.


“272번 이시죠?”

“네.”

“김미령이에요. 따라오세요.”


앙칼진 표정과 목소리. 며칠은 안 감은 듯 기름진 광이 나는 똑단발에, 유난히 눈에 띄는 사각턱은 왠지 모를 위축감이 들게 만들었다.




***




“272번···, 임시원씨?”

“네.”

“나이가 28세 맞아요?”

“맞습니다.”

“각성이 좀 많이 늦었네요.”


빠르게 서류를 뒤적거리며 훑어보던 김미령은 눈에 호기심을 띠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머? 우리 서무과?”

“네.”

“얼마나 근무하셨죠?”

“2년 정도 됐습니다.”

“그래요? 왜 한 번도 못 봤지?”


굳이 찾아오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한 서무과다. 특권 의식이 팽배한 헌터들이 일반인들만 출입하는 1층까지 내려올 리는 만무. 그나마 억지로라도 내려오는 건 차승진 주임뿐이니 볼 일이 없는 게 당연하다.


“오다가다 스친 적은 있겠죠.”

“그런가? 하긴 여기야 뭐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요.”


김미령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이고 내 개인정보를 탐독했다.


“부랑자···쉼터? 쉼터 거주하세요?”

“네.”

“신기한 분이네? ‘쉼터’에 살면서, 협회에서 ‘일’을 하는, ‘28세 청년’이, 하루아침에 ‘각성’을 했다?”


의도적으로 비꼬는 게 아니라면 이런 말투는 분명 습관이다. 듣는 사람이 화를 내기도 애매하게 딱 기분이 언짢아지는 정도의 말투.


“···정확하시네요.”

“기자들이 좋아하겠어요.”

“그럴지도 모르죠. ’쉼터’에 살면서, 협회에서 ‘일’을 하는, ‘28세 청년’이, 하루아침에 ‘각성’을 했으니까.”

“······.”


그래도 이제 각성을 해서인지 코 앞의 각성자에게는 미력하게나마 마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김미령은 적어도 오늘 만난 사람 중에 가장 강한 기운. 어설프게 대립각을 세울 레벨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언짢은 것도 사실이다.


“···뭐, 됐어요. 중요한 것도 아니고.”


김미령은 흥미가 떨어졌는지, 초기 각성자의 치기라고 생각했는지 들고 있던 서류를 덮은 뒤 말의 속도를 높였다.


“알고 계시겠지만 각성을 한 이상 유지형, 방출형, 주입형 3가지 중 본인의 성질을 찾는 게 우선이에요.”

“네, 알고 있습니다.”

“이제 주입형은 사라지고 없다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검사 자체를 안 할 수는 없겠죠. 낮은 확률이라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 우리 세계니까요.”


웃음기 없는 김미령의 표정을 보니, 이제 정말 헌터가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잠시나마 그 가혹한 세계의 일원이 되었다는 알 수 없는 성취감이 떠올랐다.


“오늘 검사는 총 두 가지, 마력의 성질 확인과 본인의 성향을 검사할 거고, 기본적인 검사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참고할 만한 지표는 될 거예요.”


김미령은 구석의 테이블에서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주섬주섬 바구니에 챙겨 담아와 눈앞의 테이블에 펼쳤다.


“성질 검사부터 시작할까요?”

“이건 뭐죠?”

“리트머스 종이예요. 혈액은 마력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리트머스에 혈액이 닿으면 종이의 색깔이 바뀌거든요. 바뀌는 색깔에 따라 마력의 성질을 알 수 있죠.”



따끔-



“따끔해요.”


‘···찌르기 전에 좀 알려주지.’


동그랗게 방울진 피가 종이 위에 떨어지자 리트머스에 빨려들어가듯 흡수됐고, 누런색이었던 종이가 표백된 듯 하얗게 번져나갔다.


“하얀색은 무슨 성질인가요?”

“···하얀색은 없어요.”

“네?”


김미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혼잣말을 하듯 설명을 이어갔다.


“보통 근거리가 ‘유지형’으로 빨간색, 원거리가 ‘방출형’으로 노란색, 정령이나 소환이 ‘주입형’인 초록색인데···.”

“하얀색은요?”

“저도 처음 봐요. 이렇게 새하얀 색이라니. 뭐든 다 흡수할 수 있다는 걸까요?”

“저한테 물어보시는 건가요?”

“아, 아뇨.”


김미령은 당황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음 테스트로 넘어가죠. 이번엔 개인 성향 검사인 MBTI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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