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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이 살아있다.

[전용 특성 : 돈이 최고!]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루오
작품등록일 :
2024.06.02 10:23
최근연재일 :
2024.06.29 19:00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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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53
추천수 :
562
글자수 :
202,156

작성
24.06.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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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4
추천
24
글자
12쪽

5화_선택과 집중

DUMMY

“다 받으신 거 같은데 오늘 동기끼리 한 잔 어떻습니까? 이것도 인연인데.”

“저도 그러고 싶은데 오늘은 제가 일이 좀 있어서요. 다음에 같이 하시죠.”


석태원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동기’라는 말이 주는 묘한 동질감은 같이 한잔하고 싶다는 욕구를 충분히 불러 일으킬만 했으니까. 하지만 당장의 친목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다.




***




인적이 드문 남산 한구석의 벤치에 조용히 앉아 지급 받은 물품을 꺼내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이 긴 머리카락을 흩트렸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가능한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두 개의 상태창을 사용할 수는 없는 일.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니까.


‘서로 충돌해서 코마에나 빠지지 않으면 다행이지.’


주섬거리며 협회에서 받은 ‘아이언폰’을 바라봤다. 무광의 하얀색 박스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로고화 된 멜론 마크.


‘흐음···, 이건 원래 세계랑 비슷한 감성인데?’


박스를 조심스레 뜯어보니 구성품은 달랑 렌즈 한 쌍. 마력을 기반으로 작동하니 충전기도 필요없다.


‘당분간은 지금 상태창을 쓰자.’


괜히 렌즈까지 꼈다가 시스템이 충돌한다거나, 강제 각성이 풀려 일반인으로 돌아가 버린다면 누구를 탓 할수도 없는 일이니까. 지금은 얌전히 인벤에 넣어두고 나중에 필요한 상황이 오면 그 때 다시 꺼내야겠다.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필요 코인 : 100]



‘···뭐야 이건? 업그레이드? 설마 인벤에 렌즈를 집어 넣어서?’


시스템 충돌에 대비해 아이언 폰을 포기하고 인벤에 집어 넣은 순간, 눈 앞에 떠오른 건 시스템 업그레이드 메시지였다. 100 코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당연히 업그레이드를 해야지.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시작합니다.]



무기가 조금 멀어졌지만 그래도 시나리오 하나만 완료하면 된다는 조건은 변하지 않으니까.



[시스템이 ‘통합’ 되었습니다.]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습니다.]



업그레이드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창은 원래의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었고, 확인을 위해 헌터 상태창으로만 볼 수 있는 협회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오늘의 헌터’ 두 사람이 메인 화면에 떠 있었다.



[인물 정보]


이름 : 임시원

나이 : 28세

등급 : F



‘오···, 진짜 렌즈 기능까지 통합이 되버렸네?’


대외적으로 오픈되는 정보는 이름과 나이를 제외하면 등급 뿐이었지만, 어차피 확인이 필요한 것도 그것 뿐이다. 그 외의 정보는 협회에서도 확인이 불가능하고.


‘그 사람은 무슨 등급이지?’


내 정보창을 닫은 뒤, 나란히 떠 있는 석태원의 정보창을 열어봤다.



[인물 정보]


이름 : 석태원

나이 : 21세

등급 : D



‘D급? 그 올백 머리가?’


아직 마력을 다루는 게 미숙해서인지 코앞에 있는 D급의 마력도 알아보지 못했다.


‘시작부터 D급이라니, 부럽네.’


애써 외면했던 실망감은 동기의 등급을 보고 나자 이내 부러움으로 바뀌었고, 혼자만의 경쟁심이 발동해 어떻게든 빨리 강해지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시나리오 : 시작이 반이다]

: 현 직장에서 퇴사하기



[보상]

: 100 코인

: 추가 능력치 +1


[실패 시]

: ‘화신의 자격’ 회수



직장생활을 계속하자니 각성한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본격적으로 헌터 생활을 시작하자니 수입이 불확실하고.


‘선택과 집중의 때라는건가.’




***




“임시원이!”

“안녕하십니까.”


출근하자마자 달려드는 김재우 과장을 보니 벌써 홈페이지에 올라온 신규 헌터 결과를 확인한 모양이다.


“각성을 했으면 먼저 말을 해야지! 홈페이지에서 보게 만들어?”

“아하하, 저도 믿기지가 않아서요. 확실해지면 말씀드리려고 했죠.”

“야···, 이거 근데 28살에도 각성이 될 줄이야. 나도 기대 한번 해봐야 되나?”

“30살 이상은 각성이 되도 받아주는 데가 없을걸요?”

“이 자식이, 28살은 받아주냐?”


김재우 과장은 헤드락을 건 채 나를 흡연실로 끌고 갔다. 담배연기를 피해 빠져나와도 상관 없겠지만 흡연자들은 그냥 옆에서 말 상대만 해줘도 좋아하니까.


“그럼 이제 협회는 그만 두는거지?”

“아무래도 그래야 할 거 같아요. 헌터는 아무래도 활동하는 시간이 일정치가 않으니까.”

“그렇겠지, 몬스터가 퇴근 시간 맞춰서 나와주는 것도 아니고.”


짧은 정적을 깬 건 김재우 과장의 실없는 소리였다.


“아이고, 우리 시원이 없으면 난 이제 누구랑 노나.”

“차승진 주임 있잖아요, 두 분이서 베프 하시면 되겠네.”

“이 자식이.”


크게 내색은 하지 않으려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내심 서운했던 모양이다.


“집은 생각해 봤냐?”

“아직 생각 중이에요.”

“그냥 들어가 살아 인마. 어차피 쉼터 이번 달까진데, 그 사이에 딱 맞는 집 나오겠냐?”

“그렇긴 한데 이제 퇴사하면 수입도 없고 월세가 부담되더라고요.”

“60에 줄 테니까 들어가.”

“60요?”


김재우 과장은 깊게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퇴사 선물이다 생각하고 60에 해, 너도 이제 제대로 헌터 생활하려면 쉼터부터 나와야지.”


담배를 비벼 끈 김재우 과장은 어깨를 툭 치고는 흡연장을 나갔다.


“다음 주에 이사해, 청소 해둘 테니까.”

“···감사합니다, 과장님.”


.

.

.


어느 회사건 퇴사 이유가 각성이면 더는 묻지도 않고 빠르게 처리를 해준다. 김재우 과장이 상부에 직접 전달해 준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인수인계는 다 하고 갈 줄 알았는데.’


김재우 과장이 오늘 중으로 처리될 거라고 먼저 퇴근을 시켜버리는 바람에 얼떨결에 나와버리긴 했지만, 어차피 갈 곳이라고는 1층 휴게실밖에 없었다.


- 임시원이! 오늘 끝나고 술 한잔하게 어디 가지 말고 주변에서 대기해.


카페는 돈이 아깝고 남산까지 다녀오자니 시간이 애매해 결국 택한 곳은 1층의 휴게실. 남는 시간동안 시스템을 만져보며 업그레이드 이후 통합된 기능들을 이것저것 살펴볼 생각이었다..


“오늘도 한가하신가 보네요?”


차승진 주임이었다.


“인사도 안 합니까?”

“안녕하세요.”


호리호리한 체형의 차승진은 안경까지 쓴 탓에 웃음기가 없으면 누가 봐도 신경질적인 인상이다.


“각성하셨다면서요?”

“그러게요, 이제 와서 각성이라니 우습지만.”

“소속은 정하셨습니까?”

“아뇨, 아직이요.”


설마 스카우트 제의··· 같은 건가? 그래도 협회에서 2년 일한 경력도 있고, 내부 사정도 조금 더 잘 아니까?


“협회로는 오지 마세요,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역시 아니었다.


“네. 참고하겠습니다.”


그냥 시비가 걸고 싶었던 건지 차승진은 쓸데없는 말을 몇 마디 던진 후 그대로 나가버렸다.


‘···왜 들어온 거야?’



[김재우 과장님]



상태창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게 아직 어색한 걸 보니 헌터로서 적응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다.


- 퇴사 처리됐다. 아직 근처지?

- 네.

- 끝나면 전화할 테니까 뭐 먹을지 찾아봐.

- 알겠습니다.


‘편하긴 진짜 편하네.’


터치를 할 필요도 없으니 양손을 못 쓰는 상황에도 유용할 것 같고.



[시나리오 : 시작이 반이다]

: 현 직장에서 퇴사하기

: [완료]



[보상]

: 100 코인

: 추가 능력치 +1


[실패 시]

: ‘화신의 자격’ 회수



[레벨이 올랐습니다. Lv.2 > Lv.3]

[마력이 상승합니다. Lv.49 > Lv.50]



‘또 레벨업?’


덕분에 마력은 50을 찍고 턱걸이라도 E급이다.



[100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전용 특성 : 돈이 최고! Lv.1 효과가 발동됩니다.]


[100 코인을 추가 획득했습니다.]



퇴사 처리와 함께 곧바로 떠오른 시나리오 완료 메시지.



[추가 능력치 +1을 획득했습니다.]


‘이것도 킵 해두고.’



[구매 리스트]


- [무기] : 500 코인

- [탈태] : 1,000 코인

- [축복] : 1,500 코인


[보유 코인 : 500 코인]



‘오케이, 일단 무기부터.’


무기 없는 헌터는 생각할 수도 없고, 뿅망치도 헌터가 들면 뭔가 있어보이기 마련이다.


‘간지나는 무기로 부탁한다!’


순식간에 눈 앞의 정경이 바뀌며 휴게실을 빼곡히 채운 무기들에 눈이 커졌지만, 어차피 지금 시간엔 휴게실에 오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상관없다.


‘오! 고르는거네?’


하지만 무기고에 들어온 듯 빽빽하게 진열된 무기들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눈에 들어오는 거 없이 더 어지럽기만 했다.


‘소거법이 낫겠지?’


‘창류는 다 빼고.’


창이나 검이나 배운 적이 없는 건 똑같지만 그래도 일단 검은 남겨뒀다. 많이 쓰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테고, 적당한 무기가 없으면 나도 결국 검을 택해야 할 테니까.


‘투척 무기도 다 제외.’


직접 사용하기 힘들어보이는 무기들을 한 종류씩 빼다 보니, 어느새 빼곡하게 들어찼던 무기들의 반 이상이 사라진 상태.


‘이제 좀 보이네···.’


절반 정도 치웠을 뿐인데도 남아있는 무기들이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


‘때려잡는 게 편하긴 할 텐데···, 톤파로 할까? 아니면 삼단봉?’


진열된 무기들을 천천히 훑어보는 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익숙한 무기가 있었다.


‘···어? 이게 있어?’


헌터 세계에서 볼 줄은 몰라서인지 반가운 마음에 덥석 무기를 집어들었다.


‘이걸로.’



[‘영혼 포식자’를 획득했습니다.]


[영혼 포식자]

: 포식자의 징표를 남깁니다.


등급 : C

분류 : 총기류

효과 : 공격력 +5


[추가 효과]

: 징표에 걸린 적은 두 배의 피해를 입습니다.



‘징표? 피해량 두배라니. 대박인데?’


빛을 거부하듯 손잡이부터 슬라이드 전체가 빛 반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검정색의 일체형 권총. 슬라이드 아랫부분은 넓적하니 꽤 두께감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게 더 멋스러운 유니크함을 자아냈다.


‘생각보다 무겁네.’


헌터들의 무기를 보면 항상 이해가 안되는 게 있었다. 왜 헌터들은 총보다 검을 더 많이 쓰는가. 검에 마력을 실어 사용할 수 있다면 총에도 마력을 실어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어차피 사용해 본 적도 없는 검을 쓰기보다는 익숙한 총에 더 자신감이 있기도 했고.


‘시간 낭비가 아니었어.’


2년간의 군생활이 이런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전차조종수로 보직을 받고, 일반 소총인 K2가 아니라 K5 권총을 받았을때는 단순히 가벼워서 좋아했는데.


‘사격장이나 가볼까?’


K5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권총을 얻고 나니 한시라도 빨리 쏴보고 싶은 마음에 협회 내에 있는 기초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김재우 과장이 퇴근하기 전까지 시간도 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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