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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특성 : 돈이 최고!]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루오
작품등록일 :
2024.06.02 10:23
최근연재일 :
2024.06.29 19: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36,576
추천수 :
559
글자수 :
202,156

작성
24.06.03 22:10
조회
1,433
추천
17
글자
12쪽

8화_신도림 정화

DUMMY

유동 인구가 가장 많기로 유명한 신도림역. 그 신도림역에 일반인이 한 명도 없이 썰렁했다. 듬성듬성 눈에 띄는 사람들은 각종 무기를 들고 독충을 잡기 위해 모인 초보 헌터들 뿐.


“임시원 헌터님 확인 되셨습니다.”


아직도 ‘헌터님’이라는 호칭이 익숙하진 않지만 그래도 듣기는 좋다. 뭔가 특별해진 것 같기도, 특별해질 것 같기도.

하지만 들뜬 기분은 딱 거기까지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언제 시체로 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지역, 억지로라도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니까.



짝-!



‘정신 차리자.’


손바닥이 지나가고 빨개진 얼굴이 가라앉기도 전, 저 멀리 벌레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미줄 가득한 구석에 8개의 눈을 빛내고 있는 거대 거미,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몸통에 다닥거리며 벽을 기어다니는 거대 지네도, 날아다니는 건지 뛰어다니는 건지 바닥과 천장을 부딪히며 이동하는 거대 나방도.


“독충이라더니 조용하네?”

“그러게, 우리야 좋지! 벌레 몇 마리 잡고 100만 원이라니.”


커플인지 역 안으로 진입하면서도 가벼워 보이는 분위기가 지금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듯, 아마 멀어서 보이지 않는 모양인데 저 앞에 가서도 저런 소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빨리 가서 잡자, 몇 마리 안 남았겠다.”


보폭과 속도를 줄이고 장비를 점검하는 척 멈춰서 저들을 먼저 보냈다.


“끄아아악-”

“꺄아아악-!”


커플이 멈춰버린 곳, 더 정확히는 남자가 거미에게 뜯어먹히고 있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보이는 사람이라고는 정신줄을 놓고 주저앉아 있는 여자뿐이었다.


‘윽···, 진짜 징그럽네.’


벌레가 인간보다 크다는 것도, 인간이 피식종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도,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진 대답이 썩 보기 좋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헌터로서 피할 수 있는 광경도 아니었다.



탕-



더미를 쏠 때는 발동이 안됐는지 남자를 뜯어먹던 거미에게 총을 쏘자 머리 위로 빨간색 화살표가 나타났다.


‘저게 징표?’



[영혼 포식자]

: 포식자의 징표를 남깁니다.


등급 : C

분류 : 총기류

효과 : 공격력 +5


[추가 효과]

: 징표에 걸린 적은 두 배의 피해를 입습니다.



타앙-!



징표 덕분인지 두 번째 탄은 거미의 몸통을 터트리고 형체조차 남기지 않았다.


‘···센데?’



탕! 탕!



거기다 저 징그러운 몬스터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된다는 건 독보적인 장점. 터져 나오는 핏물을 뒤집어쓸 이유도 없고, 깔끔한 사냥이 가능하다는 게 개인적인 성향과도 잘 맞았다.


“저···, 저기···.”

“네?”


남자를 잃은 여자는 풀린 다리로 주저앉아,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것들로 범벅된 채, 나를 올려다봤다.



탕!

타앙-



“사···, 살려주세요.”

“이 주변 벌레들은 대충 다 잡았으니 이제 출구로 나가시면 될 거예요.”

“퀘···, 퀘스트를···.”

“네?”

“퀘스트가 아직··· 20마리···, 100만 원···.”


예상치 못한 장면이 충격이었는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여자는 주저앉아 퀘스트와 보상만을 되뇌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혼자 진행이 불가능하다면 빠르게 포기하고 돌아 나가는 게 현명한 방법일텐데.



탕-

타앙-!

탕-



곤충들의 크기를 처음 봤을 때, 퀘스트 진행에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수월했다. 오히려 퀘스트보다 일어서지도 못하고 들러붙는 이 여자를 떼어내는 게 더 힘들 지경.



탕-

탕-!



“전 안으로 들어가야 하니 출구 쪽으로 가세요. 이제 못 도와드려요.”

“같이 가면 안 돼요? ···어떻게 저 거대한 벌레를 한방에···.”

“위험하니 돌아가세요.”


여자 혼자, 아니 여자가 아니라도 저런 상태라면 일행도 없이 더 깊숙이 들어갔다가는 십중팔구 죽는다. 그나마 목숨이라도 건지려면 지금 당장 출구로 나가거나, 강한 파티에 합류하는 건데 지금에 와서 그런 파티를 찾는 게 쉽진 않을 테고.



탕-

탕-



아직 제정신을 못차린건지 여자는 혼자 역 안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갔다. 깊이 들어갈수록 사람은 적어지고 독충은 많아져 도주도 쉽지 않을텐데.


“꺄아아악-!”


···아무래도 함께할 파티는 찾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게 빨리 나가라니까.’


괜한 기우이길 바라지만 왠지 감이 좋지 않다.




***




“생각보다 헌터들이 별로 안 오네요?”

“너 같으면 헌터로서 원하는 게 뭐겠냐?”

“아이템? 스킬? 뭐 그런 거 아닐까요?”


신도림역 출입구 쪽에서 안내를 담당하던 협회의 직원들은 예상보다 한가로운 상황에 잡담을 할 정도의 여유가 생겨나고 있었다.


“보상이 너무 짠가요?”

“100만 원에 일반 몬스터면 좀 더 몰렸을지도 모르지.”

“그럼 벌레라서?”

“벌레도 벌레고 독충이잖냐. 해독제를 써야 될 수도 있는데 가볍게 퀘스트 하나 끝내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생각 이상으로 지저분해질 수 있다고.”


독이나 상태이상이나 깔끔하지 못하다는 건 헌터들이 기피하는 1순위 상황.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는 말이다.


“들리는 말로는 독충들이 신도림을 점령한 이유가 있는 모양이야”

“이유요?”

“어떤 미친놈이 신도림역에 독충들을 유인하는 마나석을 숨겨놨다는 말이 있어.”

“이 사람 많은 역에요? 진짜 미친놈이네?”


뒷세계라면 암살 길드나 길드 해체업자, 혹은 수배자들만 전문으로 노리는 현상금 헌터 등 별의별 집단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답이 없는 단체가 바로 테러단체다.


목적도 방법도 지역도 정해진 것 없이 재미, 혹은 과시용으로 벌이는 테러들. 예측도 힘들고 잡기도 힘들뿐더러 민간인들까지 피해를 입는다.


“테러단체일 수도 있는데, 범인을 잡기 전까진 알 수도 없지. 마나석이 있는지도 확실하지가 않고.”

“독충들이 이만큼 몰린 거면 확실하죠.”

“이건 심증이 확실한 거고. 결정적인 증거 같은 거 있잖아. 윗분들이 좋아하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던 협회 직원은 부하직원에게 알은체를 하느라 입이 바빠졌다.


“그런 게 없으니까 대충 100만 원씩 주고 사람이라도 많이 끌어보려고 한 거지. 보는 눈이 많으면 찾을 수 있는 눈도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잘못하다가 죽는 사람도 많아지겠는데요.”

“그게 문제다. 시체를 치우는 것도, 상황 설명을 하는 것도 다 우리 일이야. 유가족들 얼굴 본 적 없지? 진짜 못할 짓이다 그거.”


불편한 상황이 떠올랐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 다 쓸어줬으면 좋겠네요.”

“그 정도로 강하면 여길 오겠냐?”

“저도 답답하니까 하는 소리죠.”




***




탕-

타앙-

탕! 탕!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거 같은데?’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벌레들도 이제는 찾기 힘들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뿌리를 뽑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어디 숨은건가?.’


몸에 감도는 마력도 아직 꽤 여유가 있고 천천히 더 깊이 이동하며 신도림역 내부에 남아있을 벌레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하는 몬스터 사냥이기도 하고 난이도도 괜찮아서 조금 더 돌아볼 여유정도는 있을 것 같으니까.


‘아···, 여기 김밥을 결국 못 먹어봤네.’


원래 세계에서는 1호선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김밥집이 있다.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 결국 한번을 못 가봤지만, 못 가봐서 더 궁금해지는 맛.



탕-!



분식집 안에 숨어있던 독충은 숨는다고 숨어있던 모양인데 사이즈가 워낙 크다 보니 삐져나온 다리로 머리통 위치를 유추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탕-



[퀘스트 : 신도림역 정화]

: 신도림역 내 독충 제거 (20/20)

: [완료]


[보상]

: 1,000,000원



[추가 능력치 +1을 획득합니다.]



‘어? 이것도 추가 능력치를 준다고?’


분명 시나리오가 아니라 일반적인 퀘스트인데도 능력치 보상이 들어왔다.


‘조금만 더 잡아볼까?’


신도림역의 퀘스트는 끝났지만 왜인지 그냥 나가는 것보다 잔여 독충들을 제거하고 나가야 할 것 같은 막연한 미련에, 천천히 산책하며 남은 추억을 털어내듯, 역 내부의 남은 벌레들을 소탕했다.


‘여기도 진짜 맛있었는데.’


지하의 안쪽 엘리베이터 근처에 있는 호떡집은 저녁 시간에 타이밍이 맞아 몇 번을 사 먹은 적이 있었다. 가성비도 좋고 쫄깃쫄깃한 맛도 좋아 기회만 되면 먹고 가던 곳.


‘이 쪽 세계도 호떡집이었네, 통제 풀리면 한 번 와봐야겠다.’


위층의 김밥집은 분식집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호떡집은 그대로인 게 사람은 달라도 혹시 맛은 똑같은 거 아닐까 하는 괜한 기대감도 솟고.



탕-!

탕-



벌레들도 호떡에 이끌렸는지 호떡집 주변으로 남은 벌레들이 몇 다가왔고, 이제 슬슬 밖으로 나가 볼까 할 즈음.


‘음? 사체들이 왠지···’


의식하지 않을 때는 몰랐는데 문득 느껴지는 위화감에 사체들을 보니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한 채 죽어 있었다.


‘뭐지···? 저 쪽으로 줄지어 이동하는 듯한···.’


혹시 몬스터라 마나석이 박힌 아이템에 끌리는 걸지도 모른다.


‘조금 더 들어가볼까?’


필드건 던전이건 아이템을 버리기는 힘들다. 나도 이제 불나방이 되어가는지 모르지만, 그걸 알면서도 발걸음은 시체들의 머리통이 향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




‘이것도 아이템···인가?’


구석진 기둥 뒤쪽 바닥에는 뚜껑이 열린 채 놓여진 작은 상자가 있었지만, 상자 안으로 언뜻 보이는 건 분명 가공된 마나석, 마나석 가공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아마도 벌레들을 유인하는 미끼로 보였다.


‘덫···은 없고 미끼만 있네?’


미끼를 이용해 벌레들을 모아도 잡을 덫이나 헌터가 없는데 이건 너무 위험하다.



툭툭.



열려있는 미끼 상자를 최대한 손에 닿지 않도록 발로 건드려 조심스럽게 닫았다,



[아이템 ‘냠냠 상자’를 획득했습니다.]


[냠냠 상자]

: 반경 10km 내의 벌레들을 유인합니다.



‘이것도 일단 킵.’


반경 10km라니 어마어마한 유인효과다. 이 정도면 한 지역 벌레들을 다 불러 모을 수준인데, 잡을 생각도 없이 역 안에 상자를 오픈했다는 건 명백한 테러.


의협심이 강한 것도, 이타적 성향이 강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마구잡이 식의 테러범은 진짜 머리통을 후려 쳐버리고 싶어진다.


“어어···, 그···그거 가져가면 안 되는데···?”

“···너야? 이 상자 여기에 둔 거?”


말도 버벅거리고 덩치는 꽤 있어 보였지만 물살이다. 안경을 꼈어도 지저분한 피부는 감추지 못하는 저건···, 그래, 오타쿠.


“상자 여기에 두고 오···오늘 하루만 감시하면 처···천만 원 준댔어.”

“천만 원? 누가?”

“모···몰라, 어떤 길드에서.”

“너 헌터야?”

“다···당연하지, 이래봬도 E···E급이다!”


E급이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건 강해지기를 포기했거나, 태생이 쓰레기라는 건가?


“너 때문에 죽은 사람이 몇인데 그냥 돈 때문에?”


놈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지만 딱히 무게감 없이 펄렁거리는 걸 보고 있자니 E급이 맞나 싶다.


“어차피 모···모르는 사람이야. 그리고 처···천만 원 준다고 했어.”

“그 천만 원 때문에 넌 죽겠네.”

“뭐···? 누···누구한테?”

“지금, 나한테.”


하지만 진짜 마음대로 죽였다가는 법의 화살이 나를 향할지도 모를 일이다. 고작 멱살에 잡혀 흔들리고 있는 걸 보면 총을 쐈다가는 분명 죽을텐데.


‘전력을 다해 때려도 죽지 않을 방법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3 보미할배
    작성일
    24.06.25 15:56
    No. 1

    묵숨걸고 몬스터와 싸우는데 아무리 최하급이라도 보상이 백만원이고 E급 헌터가 들키면 죽을수도 있는 테러짓을 천만원받고 시행한다고요?평행세계관 다시 생각해보심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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