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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이중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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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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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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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글자수 :
355,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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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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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횡재와 횡액

DUMMY

산을 달려 내려가면서 그는 피식 웃었다.


‘품에 있는 영기단을 전부 비싼 값에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으려나?’


그게 가능하다면 곧 엄청난 돈을 벌어 왔다면서 돌아가도 될 것 같다.


산아래 동네에서 매검문을 찾아 강의초를 만났다.


“이건 영기단인데 응기탄발을 빨리 익히게 해 주고 위력을 높여줄 거야”

“정말 나를 주는 거냐? 백 알도 넘을 것 같은데?”

“아끼지 말고 먹어”


매일 한 알씩 먹어도 겨우 서너 달이면 떨어진다.

숫자는 많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약효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남들 나눠 줄 생각 하지 말고 혼자 다 먹어”

“그래도···”

“나눠 먹으면 효과를 느끼기 어려울 거야”


그도 악운룡의 연단 실력을 알고 있다.

감격의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소년가장으로서 채약만으로는 많은 식구들을 부양하기 어려웠다.

약재를 가공해서 단약을 만들어 팔면 그 가치가 열 배로 올라간다.

이걸 위해 약초학과 단약을 조제하는 기술에 대한 공부를 몇 년이나 열심히 했다.

운 좋게도 연평은 그런 부문에서는 좋은 스승이었다.


좋은 약재를 얻었을 때에는 단환을 만들어 비싼 값에 팔았는데 그 평가는 최고였다.

이 후배가 만든 단약이 백여 알이나 되니 엄청 큰 돈을 주지 않으면 구할 수 없을 게 분명하다.


“정말 이 은혜는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네 사부님들은 내가 잘 돌봐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고 다녀 와”

“만들다 보니 너무 많이 만들어서 주는 것일 뿐이야”


감격에 목이 메는 강의초를 뒤로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산을 내려와 강호에 몸을 담갔지만 바쁠 일은 하나도 없다.


“루루루루···”


콧노래를 부르다가 문득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다.

한참을 달리다 길가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영기단 한 알을 꺼내 삼킨 다음 잠시 쉬었다.


손가락도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지친 상태였다.

습관적으로 그는 극한수련을 계속하고 있었다.


죽은 사부 혁립의 무공은 이류수준

그런 상태에서도 자신의 가문을 지키기 위해 일류를 넘어선 무인들에게 끝까지 저항했다.

물론 정면으로는 싸움조차 되지 않으니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결과는 처절한 패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제자들에게 <불굴의 의지>라는 가르침을 남겨주었다.

그 자신의 인생이 바로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표본이었다.


그가 사용하던 방법이 극한수련

단순히 지칠 때까지 수련하는 게 아니라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상태에서 한 걸음씩 더 앞으로 나아가는 훈련을 하는 게 요체였다.

불굴의 의지가 없다면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잠시 후 영기단의 영기가 녹아 나오기 시작했다.

영기단이 풀리면서 나온 영기는 자연스럽게 그의 영환으로 흡수된다.

이제는 영환이 상당히 커지면서 흡수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영환은 내핵이라고 할 수 있는 중심부분 주위를 커다란 기막이 감싸고 있는 형태

기막 내부는 일종의 진공상태, 아니 진령상태라고 할 수 있으니 외부의 영기가 저절로 스며든다.

스며든 영기는 내핵에 단단히 뭉쳐 끌어다 쓰기 전에는 풀려나가지 않는다.

내공은 호흡을 통해 외부의 기운을 흡입하지만 영환은 영기의 진공상태만 유지해 주면 가만히 있어도 기운이 모여든다.

이 진공상태를 얼마나 크고 강하게 유지하느냐가 영환 증진의 핵심이다.


“경신술을 극한으로 사용한 뒤에도 영기단 한 알이면 빠르게 회복이 되니 참 편리해”


내공을 사용해도 즉시 보충할 방법이 있으니 경신술을 연마하기에는 최고의 조건이다.


갈 길은 멀고 산은 험하다.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부지런히 걸을 일도 없으니 길을 멈추고 검술을 연마하기도 하고 장법을 수련하기도 한다.


길을 걷다가 떠오르는 무학의 묘리가 있으면 즉시 적용해 보고 다시 걸으면서 궁리를 거듭한다.

사조의 검술을 연구하면서 무학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방법론을 익혔던 덕분에 새로운 발상은 끊임없이 솟아났다.


몇 일이 지났는지 모르는 사이 그가 휘적휘적 걸어서 도착한 곳은 제법 큰 시진이었다.

시내로 들어서자 화려한 건물들과 상점, 주루들이 늘어서 있다.

화려한 도시의 풍경에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시장이 나온다.


“중간보급을 할 기회군”


산에서 자랐으니 산속에서 노숙을 해도 그리 불편하지 않아 여태 계속 노숙을 했다.

앞으로도 노숙을 많이 해야 하니 필요한 물품을 사야 한다.


시장에서 이런 저런 물품을 사고 있는데 이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노점에서 군것질을 하기도 하고 국수를 파는 가게를 발견하자 국수를 곱빼기로 말아 먹었다.

산에서 금방 내려왔으니 누더기를 걸친데다 하는 짓이 누가 봐도 <나 촌놈이오>라는 광고를 하며 다니고 있다.


“쩝, 도시에 오니 산골에서 팔던 국수와는 확실이 수준이 다르네”


만족스럽게 쩝쩝거리며 인파를 뚫고 걷노라니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혔다.

이런 일은 흔하니 몇 걸음을 걷고 있던 악운룡은 자신의 전낭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히 내 물건을 소매치기 한다는 말이지?”


스스로는 대단한 고수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촌놈이다.

값을 치르면서 시장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금자가 두둑한 전낭까지 보여주었으니 소매치기에게는 침이 저절로 흘러 나오는 먹이였다.


그러나 소매치기도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그는 성령기환을 연성한 고수라는 사실

전낭이 없어진 사실을 즉시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지금 자기 전낭이 빠르게 사람들 틈을 비집고 이동하고 있는 기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상상하겠는가?


“이 놈을 잡아서 그냥 물고를 내야···”


생각해 보니 소매치기에게서 전낭을 돌려 받고 흠씬 패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래 봤자 남는 게 없잖아?”


소매치기는 빠르게 도망갔지만 그는 여유롭게 인파를 헤치고 나아갔다.


소매치기는 골목을 돌고 돌아 자신의 본거지에 오자 성공을 확신했다.

전낭을 열어보니 금자가 무려 열 개나 들어 있다.

일당의 눈이 동시에 휘둥그래진다.

금자는커녕 은자도 구경하기 어려운데 대박이 아니라 초대박이다.


“촌놈이 금자를 가지고 있다더니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을 줄이야!”

“두목, 오늘 대운이 터졌네요”

“내가 소매치기로 잔뼈가 굵어 어언 십오 년, 최고배수가 됐어도 이렇게 대물을 낚은 것은 처음이다”

“횡재네요, 횡재”

“그러게요, 아까는 비싼 그림을 주웠는데 이번에는 황금덩어리가 굴러 들어오다니···”


무리들이 신나게 자축하고 있는 사이




낡은 대문이 터져나갔다.

험상궂은 사내 다섯 명이 주시하는 가운데 악운룡이 휘적휘적 걸어 들어왔다.


“구경 잘 했으면 이제 다시 내 놔”


배수 패거리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여태까지 한번도 이렇게 뒤를 밟힌 경험이 없었다.


“촌놈이 여길 어떻게 따라 온 거지? 골목을 지키는 놈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걔들은 아주 편안하게 누워 있어”

“다 죽인 거냐?”

“죽이긴 왜 죽여? 나 그렇게 흉악한 놈 아니다”


다시 확인해 봐도 촌놈임에는 틀림 없다.

어찌된 연유인지는 몰라도 이왕 이렇게 됐으니 깔끔하게 해결해야 한다.

패거리들이 일제히 품속에서 단도를 꺼냈다.


“늬들 그거 잘못 쓰면 망신(亡身)당하는 거 알고 있지?”

“망신은 우리가 아니라 네가 당하는 거지”


서로 합을 맞춰 덤비면서 일제히 단도를 찌른다.


퍽 퍽 퍽


“으아아아아아···”


화려한 격투장면 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순식간에 덤벼들던 세 명이 바닥에 쓰러져 무릎을 잡고 버둥거리면서 처절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내 놔”


최고배수는 경력이 십오 년이나 되니 상황을 금방 파악했다.

이 자는 고수다.

무릎이 꺾인 세 놈은 최하 평생 절름발이다.

최고의 횡재가 어느 틈에 최악의 횡액으로 변해 있었다.

즉시 전낭을 공손하게 바치며 무릎을 꿇는다.


“예, 무사님, 소인이 눈이 멀었나 봅니다, 이런 고수님을 몰라 뵙고···”


말을 하는 중에 곁에 있는 졸개가 뻣뻣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허리를 굽히며 무릎 뒤 오금을 친다.

졸개가 무너지듯 주저앉자 목을 잡아 땅에 처박는다.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무릎을 꿇고 조아리는 모양이 되었다.


‘이 자식 십오 년 경력의 최고배수답게 손놀림이 가히 상승의 절기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내가 왜?”


최고배수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럼 우리를 죽일 생각입니까?”

“내가 왜 너희들을 죽이냐고?”

“그럼···”

“공자님 말씀도 몰라?”

“소인이 무식해서 공자님과는 친하지 않습니다”

“공자님 가라사대 <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는 놈은 내 눈에서 핏물이 흐른다>고 했다”


공자님이 그런 말씀을 한 것 같지는 않지만 공자는 워낙 유명하니 이런 무식한 놈들에게 가장 권위가 있는 인물이다.


“그럼 내 눈을···”

“네 눈을 갖다 뭘 하라고? 내 금자 열 냥을 훔쳤으니 네 금자 열 냥을 내 놔”

“네? 나한테 그런 큰 돈이 어디 있다고···”

“그럼 너도 무릎으로···”


악운룡이 발을 들어 무릎을 깨려는 순간 재빨리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바친다.


“있습니다. 있어요, 이건 금자 스무 냥이 넘을 겁니다”


받아 보니 오래 됐지만 고급 가죽 주머니

안에서는 뜻밖에도 그림 한 장이 나왔다.

고풍스러운 산수화였다.

깎아지른 듯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사이로 폭포가 떨어지는 가운데 신선이 당나귀를 타고 가는 그림이었다.


제목은 큼직하게 <장보도(藏寶圖)>라 쓰여 있다.


악운룡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그림이 금자 스무 냥이라고?”

“그 정도는 충분히 됩니다”

“여기 무슨 보물이 묻혀 있다는 거야?”

“예? 그림에 무슨 보물이 묻혀 있다니요?”

“여기 장 . 보 . 도 라고 써 있잖아?”

“장보도가 뭔디요? 우리는 모두 까막눈이라 뭐라고 씌여 있는지는 모르는디요?”


대화가 순조롭지 못하다.

상황을 물어보니 조금 전에 골목에서 칼을 맞고 죽어 있는 사람의 품속에서 빼왔단다.

들어오면서 비싼 그림을 주웠다는 말을 들은 게 기억난다.


‘그럼 진짜 장보도인지도 모르잖아?’


“네 성의를 봐서 이건 금자 한 냥으로 쳐준다”

“이익, 겨우···”

“싫음 말고···”


결국 최고배수 일당의 돈을 동전까지 탈탈 털었지만 금자 한 냥도 안 됐다.


돈도 벌었겠다 고급 객잔을 잡았다.

그 동안 수련한답시고 산길로 다니며 노숙을 거듭했더니 거지꼴이 돼 버렸다.

오랜만에 따듯한 물로 목욕을 하고 장보도를 꺼내 보았다.

자세히 살펴 보니 산 중턱에 동굴이 있고 동굴 앞에 칼 한 자루가 그려져 있다.


“여기 보물이 있다는 건가?”


보물이 뭔지도 모르고 어딘지도 알 길이 없으니 장보도를 집어 넣고 푹신한 침상에 누웠다.

간만에 편안한 침상에 누우니 잠이 저절로 온다.


그 때 도시의 은밀한 곳

화려한 복장의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청년 앞에 그림자처럼 인영이 날아든다.


“공자님, 장보도가 풀렸습니다”

“누구 손에 들어갔나?”

“완전 촌놈으로 보이는데 무공은 제법이었습니다”

“고수로 보이던가?”

“겉으로 봐서는 전혀 고수로 보이지 않는데 묘하게도 기세를 읽을 수 없었습니다”

“상당한 고수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군”

“계획했던 것보다 더 잘 풀릴 것 같습니다”

“그럼 계획대로 진행하게”

“먼저 서방(西幇)과 목가장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악운룡은 잠을 자던 중 번쩍 눈을 떴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데?’


눈을 감고 침상에 않아 영기를 퍼뜨려보니 수상한 기운은 이미 객잔을 포위하고 있었다.

멀리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도 들린다,


“여기 장보도를 가진 촌놈이 있다는 말이지?”

“네 2층 동쪽 끝 방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방의 위치가 정확히 내가 자고 있는 곳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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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산비무회 +1 23.05.10 471 9 12쪽
1 태극 난동 +2 23.05.10 67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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