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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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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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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글자수 :
355,081

작성
23.05.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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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지옥탈출

DUMMY

이제는 눈을 가리고도 행동이 훨씬 자유로워져 있었다.

마음대로 뛰어다니지는 못하지만 천천히 걸어 다니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성령기환의 수법을 이용해서 자신의 기를 사방으로 뿌린 뒤

그에 대한 반응을 느끼고 해석할 수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덧 사방이 어두워져 있었지만 어차피 눈을 가리고 있으니 아무 관계가 없다.


사실 이런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만에 하나도 찾기 어렵다.

악운룡이 극히 특이한 사례였지만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움직이는 생물체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번에도 토끼네’


가까이 다가가자 토끼는 굴 속에 있었다.

노련한 사냥꾼이라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토끼굴이었지만 영기가 느껴지니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토끼굴에 손을 넣어 꺼낼 때까지 토끼는 아무런 경계를 하지 않았다.

활을 들고 뛰어다니면서 사냥을 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빠르다.


‘이제 토끼를 잡는 것은 쉽네, 그렇다면 성령기환을 이용해서 약초를 구분할 수도 있을까?’


생물과 무생물, 식물과 동물은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식물의 크기는 알 수 있어도 종류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수련이 깊어지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식물마다 가지고 있는 기가 다르고 자신의 기에 대해서도 미묘하게 다르게 반응한다.


그의 발길은 여태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발길이 뚝 멈추었다.


‘위험하다’


요동치는 영기가 섬뜩할 정도로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근처에 갑자기 은밀한 기운이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그것도 십 장도 안 되는 거리

문제는 기를 발산하는 인간이 대단히 고강한 고수라는 것

그가 워낙 조용하고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상대는 아직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여기는 화산

화산파의 본거지인데 저런 고수들이 은밀히 돌아다닌다면

화산파와 긴밀한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대항한다면?’


결론은 금방 나온다.


‘삼초도 견뎌내지 못해. 그렇다면 여기서 몸을 빼내서 도망갈 수 있을까?’


역시 금새 알 수 있었다.


‘한 명이라면 모르지만 세 명이라면 절대 불가능해’


그 사이 인원이 세 명으로 늘어 있었다.


저 정도의 고수라면 대단히 민감한 감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감히 희박한 확률에 목숨을 걸고 모험을 시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더 나타났다.

세 사람보다 더 강한 고수


‘이 사람은 내 수준으로는 경지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강자다’


움직임을 멈추는 동시에 호흡을 최대한 가늘게 했다.

또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영기가 외부에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억제했다.

이런 일은 성령기환을 연마하지 않은 사람은 경지가 한층 높아져야 가능하다.


저 정도의 고수라면 기척뿐 아니라 기감만으로 사람의 영기를 감지할 수 있다.

저들에게 발각되는 즉시 죽음이다.


세 사람은 나중에 나타난 고수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수색에 성과가 없습니다”

“이제 남은 곳은 건너편 절벽뿐인가?”

“그곳을 수색한 후에는 봉우리 너머 암향곡까지 수색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암향곡의 인원이 많이 늘었더군요”

“여기서 오래 지체할 수 없다. 만약 내일까지 발견하지 못한다면 모레는 암향곡을 수색한다”


순간 섬찟한 느낌이 든다.

암향곡을 수색한다는 의미는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죽인다는 의미임이 분명하다.


이 역시 성령기환을 수련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했을 감각

수색대장의 마지막 말은 목소리나 말투가 담담했지만 악운룡은 그 예사스런 말 속에 숨어있는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암향곡이 사지로 변해버렸다.

암향곡의 사부와 사제들이 모두 몰살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매검문에서 집을 지으러 온 사람들까지 덤으로 몰살당하게 생겼다.


악운룡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았다.


암향곡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피신시켜야 하는데

그건 차치하고 당장 자신부터 이 사지를 벗어나는 게 불가능하다.


‘내일 해가 뜰 때까지 버티다가 저 사람들이 수색에 나선 뒤에 도망가면 어떨까?’


말이 안 된다.

지금 자신이 숨어 있는 곳은 낮은 관목 덤불

날이 밝으면 저런 고수들의 날카로운 눈길을 피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내일 해가 뜨기 전까지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는 말인데’


결단을 내리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날이 밝기 전에 영환을 연성하는 수 밖에 없어’


영환을 만들었다고 탈출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조건이다.


성령기환의 성취가 지난 한 달 사이 상당히 늘어 있다고는 해도 이제 겨우 절반을 넘어선 상태

나머지 절반의 성취를 단 몇 시간 만에 이루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목숨이 걸린 일

하지 못하면 죽는다.


이게 얼마나 터무니 없는 계획인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악운룡은 앉은 채로 점점 성령기환의 묘리를 궁구하기 시작했다.

머리 속에 있는 구결 한 자 한 자를 되씹고 곱씹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서서히 몰아의 상태로 진입했다.


그가 눈을 뜬 것은 약 두 시진 뒤

귀를 기울여 보니 자는 자들의 호흡이 규칙적이다.


‘다행히 아직도 자고 있네’


망설이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밤 새 쪼그리고 있던 몸이 통증을 호소하지만 단호하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나 혼자뿐 아니라 십여 명의 목숨이 사라진다’


도망갈 수 있을지 없을지 의심할 겨를은 없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는 수 밖에


영환은 완벽하게 연성했다.

이제 자신의 영기만큼은 통제할 수 있다.

다만 움직이는 기척만 내지 않으면 된다.

발 밑의 상태를 느끼면서 짚을 수 있으니 어렵지만 가능한 일이다.


놀랍게도 그는 무아지경 속에서 단 두 시진 만에 영환을 연성해 낸 것이었다.


살얼음 위를 걷듯이 십여 걸음을 움직이는 찰나


투둑


발 밑에서 조그만 흙더미가 무너졌다.

겨우 밤톨만한 흙더미가 한 자 가량을 굴렀을 뿐이지만

저 정도 수준의 고수들이라면 자고 있는 상태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다.


‘이런, 저 자들이 깨어나지 말아야 하는데···’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찔하고 반응했다.

한 사람의 호흡소리가 멈추었다.


‘잠을 깼다’


저절로 몸이 얼어붙는 사이


토도도도···


생쥐 한 마리가 어디론가 빠르게 도망간다.

무너진 흙더미에 놀란 모양


잠시 긴장된 시간이 지나고

호흡이 다시 규칙적으로 돌아간다.


가슴을 쓸어 내린 후 상당히 먼 거리를 극도의 긴장 속에서 이동했다.

상대는 자신이 짐작할 수 없는 고수이니 그의 기감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


봉우리의 반대쪽에 이르러서야 걸음을 빨리 할 수 있었다.

걸음은 점점 빨라져 잠시 후에는 달리기 시작했지만

자신이 아직도 눈을 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화산파에 도착했을 때에서야 동이 트기 시작했다.


“원허도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화산파에 여러 차례 와 보았지만 친숙한 사람은 없다,

아무래도 최근에 만난 원허도장 밖에 말할 사람이 없었다.


다행히 화산비무회를 진행하던 도사를 만나게 되어 원허도장에게 안내해 주었다.


원허는 날도 밝지 않은 새벽에 그를 급하게 찾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놀란 모습으로 나타났다.

악운룡을 보고 놀라는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엄청난 고수를 만났습니다”


자신이 겪은 일을 다 얘기한 후 생각하니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터무니 없는 소리일 가능성이 높다.

그가 말한 고수들이 무공을 펼치는 모습을 보지도 못한 것은 물론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는 말

그것도 넓은 화산에서 아는 사람도 드물 정도로 궁벽한 암향곡에서 온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청년의 말이다.


“제 얘기를 믿을 수 있으십니까?”


원허도장은 잠시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물었다.


“자네 혹시 성령기환을 이미 연성했나?”

“그렇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돼서 급히 연성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차피 원허와 같은 고수에게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닌 것 같고

성령기환 따위의 수법은 화산에도 얼마든지 있을 테니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대단하군”


오히려 원허도장의 놀라는 표정이 이상하다.


“알려줘서 고맙네, 화산이 확실하게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서 기다리게, 괜히 경거망동 해서 그들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않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악운룡은 다시 돌아와 봉우리에 올랐다.

눈에 띄지만 않는다면 상대가 아무리 고수라도 기척을 감출 자신이 있었다.


화산의 대응은 신속했다.

오래지 않아 희끄무레하게 동이 터 오는 가운데 멀리 다섯 명의 고수들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게 보인다.


수색대가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가까이 다가온 뒤였다.

원허도장이 정중하게 묻는다.


“저는 원허라고 합니다, 어디서 온 도우들인지 몰라도 화산을 방문해 주셔서 반갑습니다”

“······”


상대가 대답이 없자 다시 부드럽게 말한다.


“이렇게 와 주신 것도 인연인데 산문에 올라 차라도 한 잔 하시지요”


말투는 부드럽고 내용은 정중했지만 강제연행을 선포한 것


수색대장이 차갑게 답한다.


“화산의 이목이 생각보다 무척 날카롭군, 노부는 차를 마실 시간이 없으니 이만 떠나겠소”


그들이 움직이려 하는 순간 건너편 봉우리에서 하나의 인영이 날아 내렸다.

나타난 사람은 고목이었다.

그는 특유의 껄렁거리는 태도로 다가왔다.


“에이, 그러면 쓰나? 화산에 갔더니 차도 한 잔 주지 않더라고 소문이 나면 우리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잖아?”

“화산노걸, 네가 노부의 걸음을 가로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수색대장은 고목을 알고 있었다.


“헤헤헤··· 영광스럽게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네그려, 그런데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르겠거든, 이름이 뭐냐?”


화산노걸은 강호활동이 많지 않다.

늘 외부로 돌아다니지만 그의 행선지는 단순했다.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들이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십여 명의 고수들이 바람처럼 달려오는 게 보인다.

잠시 사이에 화산의 최고 고수들이 총출동하고 있었다.


수색대장의 미간이 찌부러진다.


“화산이 나를 잡아둘 수 있을 것 같나?”


전하의 명문으로 소문난 화산을 아주 우습게 보는 말투였지만 화산의 최고 고수들을 한꺼번에 상대할 자신은 없었는지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가자”


큰 소리로 외치며 몸을 날리자 세 명의 부하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몇 걸음도 가지 않아 그들을 가로막는 고목과 충돌했다.


퍼버벙


커다란 폭음이 울림과 동시에 두 사람의 신형이 어우러졌다.


퍼벙 쾅 쾅


다시 몇 차례의 폭음이 울린 후 고목이 서너 걸음 물러났다.

그 사이 수색대장은 쏜살같이 봉우리를 달려 내려갔다.


“우웩”


달리면서도 상당한 내상을 입었는지 피를 한 바가지나 토한다.

내상은 입었어도 화산의 고수들이 총출동해도 그를 잡아둘 수 없다는 자신의 말은 증명했다.


화산의 고수들이 추격하려 하자 고목이 외친다.


“추격하지 말고 저 세 명이나 제압해”


수색대 세 명의 무공도 만만치 않아서 화산의 고수들도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

겨우 도주를 차단하는 정도

십여 명의 고수들이 싸움에 가세하자 그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결국 세 사람은 도망치지 못했지만 화산의 뜻과는 다르게 생포할 수는 없었다.

악착같이 저항하다가 끝내 숨을 거둘 지경이 돼서야 무기를 떨어뜨렸다.


싸움이 끝나자 악운룡도 달려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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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산비무회 +1 23.05.10 471 9 12쪽
1 태극 난동 +2 23.05.10 67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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